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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왕조실록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엽기가 들어간 조선왕조실록이란 이 책을 봤을 때 웃음이 나왔던 것은 김홍도의 그림 속의 부채를 들고 몰래 보는 남정네의 발그레한 얼굴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 표지를 김홍도의 그림으로 택한 이 책 속에는 김홍도의 그림이 종종 나온다. 김홍도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풍속화가라고 불
리며 그의 그림은 웃음을 동반하는 해학적인 그림들이 많다. 조선의 시대상을 해학적으로 그려내어 그의 그림을 보고 웃음을 짓지 않았던 사람이 대한민국에 없지 않을까싶다. 그런 그의 그림을 책 표지로 삼는 이 책의 정체가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해진다. 엽기라는 제목으로 인해 궁금증은 높아지고 김홍도의 그림으로 인해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고 책을 펼쳐봤다.
책의 겉표지의 안쪽에는 작가가 엽기라는 제목에 대해 독자가 궁금해할 것을 예상하였는지 엽기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엽기’는 사전에서 ‘기괴하고 이상한 일에 흥미를 느끼거나 즐기는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는 사전의 정의일 뿐 ‘엽기’는 2000년대에 새 옷을 입고 문화현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등 젊은 층이 열광적으로 탐닉하는 이 현상은 사전 본래의 뜻을 가볍게 뛰어넘어 새 개념을 만들어냈다. 너무 가볍거나 무겁거나, 혹은 썰렁, 황당, 허탈, 배꼽 빠지는 재미 등이 모두 ‘엽기’가 되었다. 주류가 아닌 것, 평균이 아닌 것, 보편적이지 않은 것, 그러나 특별히 빠져들 만한 가치…. 이 책이 시도한, 기성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역사 해석도 그래서 ‘엽기’다.]
기성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역사 해석을 해보았다는 작가의 글을 보며 제목과 표지가 아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책들이 쏟아지는 책세상에서 제목과 표지가 눈길을 끌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가는 요즘 엽기라는 제목을 쓰면서 궁금증을 유발하였던 것이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
책의 제목과 디자인이 마케팅에 성공하였다면 독자들의 입소문이 나서 책의 내용 또한 제목으로 품었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줘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용 또한 충실하다. 엽기적으로 충실하다는 말은 이상하니(?)재미와 지식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야하겠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 애니메이션을 만들때 이 작가가 각본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역사만화를 보며 웃고 역사를 즐길지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예전에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씁쓸했던지를 책을 읽으며 기억해냈다.
극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나였지만 국사라는 것은 국어처럼 우리나라의 뿌리를 가르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나무가 제대로 설 수 있을지 의심이 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국사를 왜 택하지 않냐는 말에 국사가 어렵다고 한다, 달달 외울것이 너무 많고 우리 나라의 역사는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국사가 왜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가를 생각해본다. 여기서 재미는 우스운 것만이 아니라 흥미를 말한다. 수천년이 흐르는 세월동안 역사 속에는 재미라고 부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인가? 역사가 재미가 없다는 것보다는 아마도 역사 속에서 재미를 가질 요소를 찾지 못하였으며 역사를 즐기기 전에 시험점수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학생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대다수가 사회라고 말했다. 이유는 외우는거 너무 싫어요. 성적이 나오지 않는 과목은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싫어하는 과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역사란 숲을 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무부터 알아가며 숲의 생김새를 알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싫어하는 이에게는 재미를, 역사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그가 알지 못했던 사소한 이야기들의 유쾌함을 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을 현대적인 입담이 깃든 역사책이라고 해야할까,를 고민해본다. 왕과 양반의 체면차림이 가득했던 말투는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웃음이 나오는 사투리와 유행어, 거친말들이 쏟아져내린다.
예를 들자면,
"흰옷을 입고 출근하다니, 그게 겉옷이야 속옷이야?"
"아니,그게...... 지식 노동자는 화이트 컬러라는......"
"죽을래? 앞으로 무조건 색깔 있는 옷을 입는다! 알았지?"
-태종의 흰옷 규제장면-
책을 읽는 동안 혼자서 킥킥거리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대사들이 하나같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눈물이 빠질만큼 웃기다. 웃음 뒤에는 그 사건에 대해 뒤에는 일목요연한 설명이 깃들여져 흥미를 가진뒤에 지식을 받아들이게 되어 자연스레 머리속에서 웃음과 지식이 한데 어우러진다. 왕이 왕비를 잠자리에서 피하는 이유나, 얼토당토 않은 왕비의 조건,아버지를 밥을 먹다가 밥그릇으로 때려 죽인 아들이 겸상이라는 이유로 정상참작되었던 것이나, 효자상을 받게 하기 위한 사또의 피나는 노력등에서는 눈가에 눈물이 맺힐만큼 웃어댔다.
책은 사소한 것들의 진실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소한 것들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역사의 중요한 부분들을 꼬집어 설명해주고 있어 흥미만 남긴 책이 아니어서 더욱 맘에 든다. 왜 우리 나라는 거의 양반 자손들만 있는 것인가에대한 의문과 사대를 해야하는 현실에서의 족보전쟁, 조선 후기의 부패한 사회로 인해 과거제도를 팀을 이루어 해내는 장면도 웃음을 주지만 설명을 읽다보면 그 시대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엽기라는 단어가 인터넷상에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엽기가 가져다 줄 악영향을 꼽으며 엽기를 반대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우려섞인 목소리에도 엽기는 급속도로 퍼졌고 엽기라는 새로운 유행은 단점도 있었지만 장점도 있었기에 미움만을 받지는 않았다. 엽기문화는 다양한 창조적 상상력이 숨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준다는 것으로 사랑받기도 한다.
이 책은 엽기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격적이거나 정말 엽기적인 행각은 그리 나오지 않는다.(개인적인 생각) 다만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독자들에게 알려준 점은 엽기라는 단어의 장점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귀여운 엽기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다가 웃음이 터져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