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운전 학원 차를 타고 학원까지 가는 시간은 30분 남짓. 그 시간이 내게는 달콤한 독서시간이다. 멀미라면 달고 사는 내가 왠일인지 이제는 멀미는 하지도 않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보란듯이 책 삼매경에 빠져든다. (책의 힘은 위대하다!) 

 

 오늘따라 가방에 든 책을 보며 차를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 발걸음이 신이 나는 건 노란색 책 표지가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 때문일까? 그 설레이는 마음이 몸을 감싸기 전에 오늘도 마주치고 만다. 버스 속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그 아이들의 표정을 보지 말자고 하면서도 버스에서 시선이 고정되고 그 무표정함에 버스가 스쳐지날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을까? 란 생각, 그 아이들의 표정은 다 가방에 들어있는 걸까? 란 생각,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어느 새 그랬냐는 듯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돌겠지 란 생각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겨 본다. 저 아이들처럼 학교 다닐 때 날 웃게 한 건 친구들이었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런 시절이 있다. 부모님보다 친구가 더 고맙게 느껴지고, 부모님보다 친구가 날 더 잘 이해하고 마음을 들어 준다는 생각이 드는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친구가 절대적이던 시절 마음을 터 놓을 친구가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집에서도 부모님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세상 누구하나 나를 이해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나는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현실 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소녀들이 핸드폰과 인터넷이라는 것을 사용하여 가상 공간을 만들어 릴레이 소설을 써내려가는 이야기이다. 현실세계에서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현실세계를 거부해 버리겠다는 중학생 소녀들의 손길이 핸드폰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아이들은 굶주려 있다. 손에서 무언가를 놓지 못한다는 것은 움켜 잡고 싶다는 것. 아이들이 잡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가상세계, 허구, 자신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 그리고......

 

#손에서 잡는 순간, 놓을 수 없다.

  운전 연습을 하는 내내 머리는 책 속을, 아니 아이들이 진행하는 릴레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 있다. 이 책의 묘미는 아무래도 손에서 책을 놓기 힘들만큼의 몰입력이라고 해야겠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그 두 세계에서 어느 한 쪽 마음 놓고 볼 수 없게 만드는 건 작가가 의도한 긴장감일까?

 

 현실세계에 환멸 혹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 소녀들은 가상세계에서 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흥미와 재미를 찾아가지만 가상세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대로 변화 시킬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면,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가려면 노력을 해야 함을 소녀들은 알아간다. 그 알아감은 섬뜩하기도 하고, 손에 땀이 날만큼 긴장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들도 나도 이야기를 멈출 수 없다. 삶이란 허구든 실제든 덮는다고 멈춰지는 것이 아니기에.

 

# 조금만,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주렴.

 십대의 이야기를, 생각을 읽을 때면 가슴이 뜨끔해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십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던 이십대는 어느 덧 스쳐지나가고 이제 십대의 이야기에 그들의 아픔을 조장하는 어른이 되어 있음에 스스로 놀라는 나이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중학생 소녀들의 마음을, 자신과의 대화(?)를 훔쳐보며 그 나이 때의 내가 나타나 지금의 나를 나무란다. '잊은거야? 십대 일때의 네 고민, 삶을 송두리째 흔들 것 같았던 무기력, 세상에서 점점 고립 되어가는 외로움, 모두 다 잊은 거야?' 잊고 말았다. 학창시절 절대 되지 말자고 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제 멋대로 해석하고, 아이의 생각과는 상관 없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결론을 내리고 따르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되지 말자고 한 어른이 되어서 나는 아이들에게 배척 당하고 아이들의 말은 화살이 되어 온 몸을 찌른다. 사과도 할 수 없는 아픔을 아이들에게서 본다.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단다.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단다. 걱정이 되서 그렇단다. 너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싶단다.

왜 이 말을 우리는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걸까? 믿지 않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말했어야 했다. 내가 너보다 너의 인생을 더 잘 알아 라는 말보다는 너의 고민, 아픔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알려고 노력은 해 보겠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이들은 핸드폰을 손에 잡고 놓지 않는 대신 우리의 손을 잡았을 것이다. 뜨겁게 꽉!

 

 책은 끝도 없는 긴장감으로 나를 몰고 간 후 책을 덮은 후에 아픔을 느끼게 한다. 신나게 읽어 놓게 한 후 이건 무슨 조화인가! 작가자 전하고자 했던 것은 긴장과 재미였을까? 아니면 소녀들의 마음을 이해해 하지 못한 어른들에 대한 경고, 친구의 아픔을 모른 척 하는 친구들에게 하는 경고였을까? 아니, 둘 다였다 하더라도 작가는 성공한 것이다.

 

 현실이든, 가상의 세계든 만드는 것은 사람. 그 사람에게서 희망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 말이 틀린 것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확인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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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2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늘도 좋은 책 추천받고 갑니다.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 신화 속에서 찾은 24가지 사랑 이야기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끊임없이 이야기 되어도, 끊임없이 탐구 되어도 정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사랑. 하면 할수록, 해보면 해 볼수록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는 어쩌면 미취학 아동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그저 좋은 것, 뽀뽀를 할 때 웃음이 나는 것, 자신의 장난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라면서 수 많은 경험을 하고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사랑은 점점 미궁으로 들어간다.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미궁 속으로 들어간 사랑을 찾아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하다. 이 책은 신화 속에서 사랑을 찾아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 준다. 실타래는 풀려 나가면서 우리는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25 가지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왜 인간이 사랑을 신화에서 찾는가?

 그리스 신화 속 신은 인간을 닮고 있다. 그들은 분명 특별한 재주가 있고 불멸의 신이지만 완벽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늘 바람을 피는 것으로 삶을 보내는 제우스, 미의 여신 임에도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프로디테, 신이지만 호감보다는 비호감으로 통하는 헤파이스토스, 번번히 사랑에 실패하는 아폴론.

 

 신이라고 완벽하지 않음을 우리는 신화를 통해서 알고 있으며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실수들을 통해 우리는 신들에게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을 이해함에 있어 직접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만 간혹 너무 아픈 경험도 있으니 신화 속 사랑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 뒤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후 사랑을 이야기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랑, 완벽하지 않기에 사랑.

 신들의 사랑은 휘황찬란하고 행복만이 가득할 거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읽어 볼수록 그들도 사람과 똑같이 사랑에 두근거리고, 행복에 웃음 짓고, 이별에 눈물 흘리고, 미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끝마침일지도 모른다.

 

 신화 속 세계의 사랑은 끝마침이 대체로 흐릿하다. 눈물에 젖어 흐릿하고, 한숨에 젖어 흐릿하다. 25 가지의 이야기 중 행복한 웃음으로 끝나는 사랑은 5 가지가 넘지 못한다. 한 순간의 실수, 한 순간의 의심이 사랑을 잃게 한다. 배려, 믿음이라는 단어가 이들에게 더 들어갈 수 있었다면 신화 속 사랑은 이처럼 눈물로만 가득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기에 우리는 신화 속 사랑에 끌린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을 잃은 후에 또 다시 사랑을 할 수도 있으며, 생애 단 한 번의 사랑을 하는 열정적인 사랑도 있기에 우리는 신화에 끌린다. 완벽한 사랑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내가 만들어 가는, 서로 맞춰가는 사랑 그것으로 된 거 아닐까?

 

 사랑만을 원했던 아폴론, 사랑만은 아니 된다는 다프네. 그저 바람 부르기를 좋아했던 케팔로스, 한 순간 남편을 의심한 것으로 죽음을 얻은 프로크리스. 사랑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버렸던 스킬라, 가족을 버린 여자로 인해 승리했지만 배신자는 싫다며 내친 미노스. 처음으로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 이를 만났지만 잃어버린 아프로디테, 바람으로 폈다가 바람으로 지는 바람꽃이 된 아도니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나봐야 사랑을 정의할 수 있고 행복한 사랑을 배울 수 있을까. 25가지의 사랑을 만났음에도 아직 내게 사랑은 쉽지 않다. 그래도 책을 통해 달콤 쌉싸름한 사랑을 만난 나로서는 그것 만으로도 좋았다. 아쉬운 건 기존의 나와있는 신화 속 사랑을 다룬 -신화 읽어주는 남자- 책과 큰 차이가 없어 차별화 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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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가끔 내가 썼던 서평을 보고 책을 읽었는데 별로였다며 항의 쪽지를 보내온 분이 계시거나 같은 책을 읽고 덧글로 너무 과장된 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서평은 분명 그 책을 고르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음에 살 사람을 위해 지금 내가 느끼는 희열이나 감동을 약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서평, 그건 그 책을 향한 나의 마음. 그 마음이 어느 때는 사랑이었다가, 어느 때는 이별이었다가, 또 다른 때는 짝사랑, 혹은 씁쓸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서평은 지극히 주관적이란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서평은 이사카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가 쓸 서평이기에.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몇 번이고 만날 때마다 사랑하게 만드는 작가. 그의 책을 사랑한다.

 

 이사카의 책은 나를 반하게 한다. 푹 빠져들게 만들어 놓고 두근거리게 해놓고 정신도 못 차릴만큼 바라보게 해놓고 찰나의 순간에 내 가슴으로 바람을 훅 집어넣는다. 행복했잖아, 좋았잖아, 우리...이렇게 말하며 나는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책을 덮고 마는 것이다. 그제서야 생각한다. 이사카를 잘 알잖아? 그의 책을 대부분 읽어봤잖아? 이런 기분 처음도 아닌데 왜 그래? 아아, 이사카를 사랑했었지. 그의 책을 사랑했었지. 아니, 지금도 사랑하지.  왜, 그를 만나면 항상 처음 만난 것처럼 가슴이 뛸까? 왜, 이렇게 아무 준비도 못하고 사랑을 처음 하는 여학생처럼 풍덩 빠지게 되는 걸까? 답은 하나, 이사카 코타로이니까!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물 웅덩이가 아주 많이 펼쳐져 있는 길을 걷는 느낌이다. 빠지지 않는 것이 용할만큼 다량의 물 웅덩이. 한 번 빠지면 두 번, 세 번은 아무렇지도 않게 빠져든다.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의 특이함은 보지도 않고 나를 흥분 시킨 것은 띠지에 적힌 "제 25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이었다. 번번히 상에서 미끄러지는 악동같은 이미지의 이사카가 상을 받다니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온다. 이건 분명 짝사랑의 공통된 특징일 것이다. 그 두근거림으로 마음을 열고, 책을 열고, 귀를 연다.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은 책을 시작하면서 내 pmp에 저장되었고 책이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책 속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은 못하겠지만 같은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늦게 참여한 그가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현재-시나의 시선

 두 명의 사내가 서점을 습격하기로 결정한다. 한 명이 서점으로 들어가면 어딘가 모르게 어수룩한 남자가 뒷문에서 밥 딜런의 노래를 부르며 망을 본다. 아주 작은 서점을 습격한 그의 이름은 가와사키, 밥 딜런의 노래를 열 번 부르는 그의 이름은 시나. 그리고 지금은 현재.

 

  대학교 신입생인 시나는 자취방으로 온 첫날, 조금은 색다른 만남을 두 번 가진다. 첫번째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꼬리끝동글말이" 란 도둑고양이. 그의 방에 서슴없이 들어 온 고양이와의 낯선 인사 후에 밥 딜런의 노래를 부르며 쓰레기를 버리는 시나에게 누가 말을 건다. 그의 이름은 가와사키. 시나의 옆 방에 사는 사람이다. 그가 좋아하는 가수는 밥 딜런. 시나가 유일하게 팝송을 암기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그것만으로 된 걸까? 서로를 잇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와사키를 만나고 그의 방으로 간 시나는 가와사키의 엉뚱한 제안에 당황한다. 옆 방에 실연으로 힘들어하는 외국인이 있으니 서점에서 "대사전"을 훔쳐다 주자고! 사주는 건 싫다고. 꼭 훔쳐다 주고 싶다는 가와사키의 엉뚱함에 눈만 커지는 시나, 같이 하자는 말에 고개가 절로절로. 하지만 그들은 첫 장면에서 보듯 함께한다. 그러니 이건, 시작인 가와사키의 이야기? 아니, 이건 끝에서 시작한 시나의 이야기?

 

 현재는 이렇게 흘러간다. 시나가 일기를 쓰지 않는 건 다행인 일.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난 수 많은 일들로 인해 그는 일기장을 10권도 더 써야 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일기장은 애초에 필요 없는 것 아닐까? 시나는 잊지 못할테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이야기의 시작은 2년 전 -과거-고토미의 시선

 상큼함과 당찬 웃음이 매력인 고토. 겉모습은 일본인이지만 대화 하고 나면 외국인임을 금방 알게 되는 부탄에서 유학 온 도르지. 잘생긴 얼굴, 어딘지 모르게 아름다운 얼굴, 수 많은 여자와의 섹스가 인생의 우선 1순위인 남자 그러나 미워하기에는 귀여운 말을 맑은(?) 행동을 하는 남자 가와사키. 2년 전에 그들은 친구. 아니 조금은 복잡한 사이의 친구이다. 고토미는 과거에 가와사키와 사귀었다가 금방 헤어졌고 후에 도르지를 만나 사귀게 되고 2년 전 셋은 우연히 얽히게 된다. 서로에게 끈이 이어지는 것은 가끔 복잡한 사건 뒤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그 과거, 그 근방에서는 애완동물을 납치해서 잔인하게 죽이는 애완동물 살해범으로 인해 신경이 곤두선 상태. 고토미와 도르지는 우연히 공원에서 그들과 부딪히고 의도하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되고 고토미는 정기권 케이스를  떨어 뜨린채로 도망치게 된다. 그 안에는 주소와 전화번호가 담겨 있는데.......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이미 일어난 듯한데 예상 외로 이야기는 고토미와 도르지 그리고 가와사키의 이야기의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잊을만 하면 애완동물 살해범들의 목소리가, 손길이 심장을 떨리게 하니까. 

 

 고토미의 시선임에도 가와사키, 도르지의 독특한 삶에 대처하는 자세가 나를 끌어들인다. 가와사키, 그가 바람둥이라고 해도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여자가 될 수 있을까. 투명한 웃음을 닮았을 것 같은 가와사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들어있다. 그가 말하는 바이러스, 그에게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로 내내 머리를 움직여야 하고 도르지의 순수한 모습과 부탄의 생활양식을 듣느라 과거 속 이야기에서도 내 눈은 바쁘다.  

 

#이건 아주 짧은 설명, 책을 덮은 뒤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 볼 당신.

 위의 짤막한 설명은 책의 1/4 도 안 되는 이야기. 이야기의 시작과 이야기의 끝이 맞닿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왜 나는 짐작을 하지 못할까! 책은 시나가 말하는 현재와 고토미가 말하는 2년 전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그래서 더욱 흥분되고, 더욱 궁금해진다. 대체 무슨 사연이? 무슨 결말이? 시작과 끝의 어디쯤을 알고 있는데도 왜 이야기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걸까? 이사카가 말한다. 너가 나한테 대책없이 빠져들어서라고! 가와사키에게 여자들이 빠져들 듯.

중반부가 되면서 제목의 뜻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 짐작은 후반부로 갈수록 새롭게 정립된다. 집오리와 들오리..우리는 누구나 집오리와 들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기준의 모호함. 그 속에서 왜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단정 지으려고 하는 걸까? 코인로커의 의미까지 책을 읽을수록 짙어져가는 책의 제목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것 또한 이사카씨의 매력인 것 같다.

 

 책의 5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부분을 남겨두고 딱 한 번 책을 시간이 남는데도 덮은 적이 있다. 그 철렁거림. 예상 했던 것과 예상하지 못한 것 그 사이에서 나는 무얼 해야 할 지 몰라 마시던 커피를 남겨두고 책을 들고 나와 멍하니 걸었다. 겨우 읽은 남은 페이지들. 그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금방 이별을 한 여자처럼 나는 조금만 그 이야기를 꺼내면 울 수도 있을테니. 그러니 그건 당신의 몫,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왜 좋아하는 책의 서평은 길어질까. 길수록 읽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텐데, 그럼 이 책을 사려는 사람은 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왜 더 많은 말을 하지 못해 안달일까. 그건, 단순하다. 좋아하니까! 이사카 코타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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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마인드 수업
월레스 D. 와틀스 지음, 정현섭 옮김 / 열린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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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부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부자를 꿈꾼다. 꿈 속에서만 부자로 만족할 수 없는 당신, 여기 누군가가 말한다. 부자, 되게 해주겠다고. 내 말만 잘 듣고 행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왜냐 사람은 누구나 부자가 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부자도 배우는 것만으로 될 수 있다면 누가 그 수업을 거부하겠는가! 저자의 말투는 상당히 위압적이다. 저자가 누구든 이 책을 읽고 똑같이 행한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저자의 말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비밀.

 

<이 책은 결코 철학적 논리를 설파하려는 의도에서 씌여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것에 관한 이론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p.5

 

 왜 부자가 되어야 하나 라는 철학적인 질문은 이 책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부자를 꿈꾸는 이들을 부자가 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부자에 대한 이론은 부자가 된 후에 공부해도 된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을 따라 궁금증을 없애고 저자의 수업을 들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부자가 되려는 이들의 마음가짐을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준다.

 

 <생각은 부자가 되는 과학의 가장 첫 번째 원리이다. 생각은 무형의 재료로부터 유형의 부를 생산해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만들어진 모든 것은 생각의 산물이다. 어떤 형태에 대한 생각이 무형의 실체 속에서 그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p.43

 

 무슨 일을 하던지 시작은 항상 생각의 변화인 것 같다. 이 책 역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화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생각은 부정적인데 행동이 긍정적일 수 없고, 스스로를 믿지 않는데 꿈이 이루어질리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창조적으로 생각하기. 이것을 시작으로 저자의 부자 수업이 시작된다.

 

 저자가 부자가 되고 픈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 만물의 근원이 되는 근본물질이 있으며, 이 무형의 재료는 세상의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무한하다.
# 무형의 재료는 생각에 의해 영상화된 것을 양산한다.
# 인간은 마음속에서 어떤 형태를 생각할 수 있고, 무형의 재료에 그 생각을 각인시킴으로서 그것이 창조되도록 할 수 있다.
#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경쟁의 마인드를 창조의 마인드로 바꾸어야 한다.
# 소망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손에 넣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
# 매일매일 그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각각 모든 행위는 반드시 효과적인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


 

 수업을 듣다 보면 어느새 6가지의 주제가 담긴 이야기가 끝나 있다. 부자가 되는 일이 이렇게 쉬운건가? 란 의심이 들 때 책에서 말한 중요한 사항들을 다시 마지막에 복습하게 된다. 이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면서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란 생각이 들게 된다.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같지 않다. 책 앞에 나와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우리는 게으름의 대가로 두 배의 세금을 치러내고 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다 읽은 당신은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할 것인가? 열심히 지켜낼 수 있겠는가?  부자가 되는 법을 알고서도 지쳤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등을 돌릴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회의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슴에 붙들어 놓아야 한다. 책에서 하는 말이 철학적이라 조금은 놀랐는데 알고 보니 저자는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살았던 인물이라고 한다. 옛 사람의 말은 왜 이리도 구구절절 다 맞는 것일까? 부자 될 수 있다면 되게 해봐야 한다. 수업을 들었으면 시험을 봐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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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행복한 돈 이야기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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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이 책을 읽는 동안 온 몸에 작은 화살이 박힌 느낌이다. 만화를 볼 때 따끔한 말을 들은 주인공의 몸에 날라오는 작은 화살들. 그것이 어떤 것인지 현실 속의 나, 이제야 알게 된다. 소인국에 걸리버가 바늘보다 작은 화살에 맞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 책 앞에서 난 낱낱히 파헤쳐 지금껏 돈에 대한 내 핑계들을 우르르 무너뜨려 주었다.

 

  '돈'을 쓰지도 않는데 돈이 없다는 당신, '돈' 에는 일부러 집착을 하지 않는다는 당신, '돈' 불릴려고 이곳저곳 재테크 했지만 마음은 더 불안한 당신, '돈' 은 있지만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는 당신, '돈' 을 빌리러, 찾으러, 맡기러 금융기관에 갈 때마다 작아지는 당신을 위한 책이 여기에 있다.

 

#'돈맹' 에서 탈출하라!

 돈을 제대로 다룰 줄 안다고, 돈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쩐의 전쟁" 에서 사채업자을 오랜 세월하며 돈에 통달한 신구를 따라다니는 박신양이 되면 돈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걸린다. 저자는 우리에게 '돈맹'에서 탈출하라고 말한다. 돈맹이란 돈의 기본 개념을 잘 모르거나 아예 돈 문제를 무시하는 경우를 말한다. 막연하게 부자만을 쫓는 경우가 돈맹을 더욱 양산하고,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괴리감이 돈맹을 부추긴다. 부자가 되기 위한 막연한 감정이 돈맹을 만들고, 부자가 될 수 없으리란 실망감이 돈맹을 만든다. 왜 두 경우다 돈맹을 양산하는 걸까?

 

 돈맹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로또 당첨을 꿈꾸는 '대박형 돈맹', 돈 관리를 귀찮아하는 '귀찮이형 돈맹', 양극을 이루는 '초연형 돈맹', 미래에 지나친 낙관주의를 내세우는 '낙관형 돈맹' 버는 돈이 작기에 아무 생각 없는 '자포자기형 돈맹' 도 있다. 돈맹들은 현실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기에 막연한 미래를 꿈꾼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다면 행복한 미래가 구체적으로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 돈맹에게도 미래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미래가 있다!

 

  돈맹 자가진단 테스트지가 들어가 있어 스스로 자신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각 유형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책을 말해주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귀찮이형 돈맹' 과 '낙관형 돈맹' 사이쯤 되는 것 같다. 돈에 집착하는 건 속물이라는 생각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던 내 마음을 콕 찝어서 그건 돈에 관심이 없는, 스스로가 번 돈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행위임을 말해준다. 또한 현실은 비관적임에도 미래는 낙관적이라는 생각에 돈에 대한 관심을 끊으며 부정하는 성향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속마음을 들킨듯, 돈에 대한 가면을 벗기자 창피함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내가 있다. 

 

#금융맹이여! 당당해져라!

  돈맹에서 탈출한 당신, 이제 돈의 소중함을 알았으니 그 돈을 불리고 싶은 마음,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막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그렇다면 당신이 탈출해야 하는 한단계가 더 남았다. 바로 '금융맹'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금융맹' 이란 점점 복잡해지는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하도 많아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재테크 상품, 보장이 뭔지도 모르겠는 보험들, 그저 은행에서 추천해주는 대로 하는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믿게 된다. 왜?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여기서 잠깐! 왜 내 미래를 보장 받으려 하는데 나보다 그들이 더 많이 알아야 하는건가? 상식적으로라도 내가 더 많이 알아야 한다. 그런데 왜? 귀찮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도 조금 복잡하다 싶으면 똑똑한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주겠거니 한다. 하지만 절대 누가 내 미래를 대신 보장해 줄 수 없다.

 

 금융맹에서 벗어나는 첫번째는 "당당해져라!" 이다. 무식함을 가장한 당당함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고 이해가 될 때까지 묻고 또 묻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꼭 물어봐야 하는 질문과 펀드에 가입할 때 물어볼 사항들, 대출시 할 질문, 변액보험을 신청할 때의 질문을 알려주고 있다. 이것만 복사해서 가도 당신은 그 누구보다 당당한 고객이 될 수 있다. 고객은 의무가 아니다. 고객은 은행의 봉이 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 은행과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금융공부를 하는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은 금융공부에서는 가장 확실한 말이다. 펀드 관련 사이트, 경제 금융 신문, 어린이 펀드에 해보는 실전연습, 인터넷 신문의 메일링 서비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재무주치의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책에서 말해주듯 부동산 신드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책을 통해서 나는 지독한 금융맹과 돈맹임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 돈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던 것과 커서도 돈에 대한 관심 부족이 나를 돈맹으로 만든 것 같다. 돈맹은 대물림 된다. 지금 내가 아니면 내 자식들도 돈맹에서 허우적 거리며 돈을 쫓아 살게 된다. 사람 나고 돈이 난거라면 돈을 쫓기보다 돈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다룰 수 없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돈과 금융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정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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