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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 신화 속에서 찾은 24가지 사랑 이야기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끊임없이 이야기 되어도, 끊임없이 탐구 되어도 정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사랑. 하면 할수록, 해보면 해 볼수록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는 어쩌면 미취학 아동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그저 좋은 것, 뽀뽀를 할 때 웃음이 나는 것, 자신의 장난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라면서 수 많은 경험을 하고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사랑은 점점 미궁으로 들어간다.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미궁 속으로 들어간 사랑을 찾아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하다. 이 책은 신화 속에서 사랑을 찾아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 준다. 실타래는 풀려 나가면서 우리는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25 가지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왜 인간이 사랑을 신화에서 찾는가?
그리스 신화 속 신은 인간을 닮고 있다. 그들은 분명 특별한 재주가 있고 불멸의 신이지만 완벽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늘 바람을 피는 것으로 삶을 보내는 제우스, 미의 여신 임에도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프로디테, 신이지만 호감보다는 비호감으로 통하는 헤파이스토스, 번번히 사랑에 실패하는 아폴론.
신이라고 완벽하지 않음을 우리는 신화를 통해서 알고 있으며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실수들을 통해 우리는 신들에게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을 이해함에 있어 직접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만 간혹 너무 아픈 경험도 있으니 신화 속 사랑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 뒤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후 사랑을 이야기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랑, 완벽하지 않기에 사랑.
신들의 사랑은 휘황찬란하고 행복만이 가득할 거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읽어 볼수록 그들도 사람과 똑같이 사랑에 두근거리고, 행복에 웃음 짓고, 이별에 눈물 흘리고, 미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끝마침일지도 모른다.
신화 속 세계의 사랑은 끝마침이 대체로 흐릿하다. 눈물에 젖어 흐릿하고, 한숨에 젖어 흐릿하다. 25 가지의 이야기 중 행복한 웃음으로 끝나는 사랑은 5 가지가 넘지 못한다. 한 순간의 실수, 한 순간의 의심이 사랑을 잃게 한다. 배려, 믿음이라는 단어가 이들에게 더 들어갈 수 있었다면 신화 속 사랑은 이처럼 눈물로만 가득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기에 우리는 신화 속 사랑에 끌린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을 잃은 후에 또 다시 사랑을 할 수도 있으며, 생애 단 한 번의 사랑을 하는 열정적인 사랑도 있기에 우리는 신화에 끌린다. 완벽한 사랑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내가 만들어 가는, 서로 맞춰가는 사랑 그것으로 된 거 아닐까?
사랑만을 원했던 아폴론, 사랑만은 아니 된다는 다프네. 그저 바람 부르기를 좋아했던 케팔로스, 한 순간 남편을 의심한 것으로 죽음을 얻은 프로크리스. 사랑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버렸던 스킬라, 가족을 버린 여자로 인해 승리했지만 배신자는 싫다며 내친 미노스. 처음으로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 이를 만났지만 잃어버린 아프로디테, 바람으로 폈다가 바람으로 지는 바람꽃이 된 아도니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나봐야 사랑을 정의할 수 있고 행복한 사랑을 배울 수 있을까. 25가지의 사랑을 만났음에도 아직 내게 사랑은 쉽지 않다. 그래도 책을 통해 달콤 쌉싸름한 사랑을 만난 나로서는 그것 만으로도 좋았다. 아쉬운 건 기존의 나와있는 신화 속 사랑을 다룬 -신화 읽어주는 남자- 책과 큰 차이가 없어 차별화 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