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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겠다고? ㅣ 높새바람 8
루이스 새커 지음, 윤소연 그림, 박수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지메나 왕따의 피해자는 대부분 선의의 피해자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미국인 주인공 브래들리는 본인이 주위 친구들을 왕따시키고 있다. 버려지거나 따돌림당하는 것이 싫어 자신이 먼저 주위의 친구들과 가족들, 선생님을 자신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다. 그런 행동의 한가운데는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런 브래들리에게 친구들과 가족들을 받아들이고,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일 때 얼마나 행복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신 분이 바로 학교에 새로 오신 상담 선생님이신 칼라 선생님이다. 칼라 선생님은 브래들리가 스스로 친구들 사이로 파고 들 때까지 기다려 주고, 브래들리가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을 지켜봐 주신다. 단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한 아이의 인생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훌륭한 선생님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나아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근시안적인 학부모들 때문에 결국 칼라 선생님은 유치원으로 전근가게 되지만, 브래들리와 칼라 선생님은 편지를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눈다. 브래들리가 학창시절 내내 칼라 선생님같은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과연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행동을 일삼는 청소년기를 거쳐 사회악에 가까운 존재로 자라게 될 것이다. 설사 그렇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해도, 자기 인생에 자신감이 없는 주체성 없는 나약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나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취급받고 있는 아이들을 무조건 나쁜 아이, 이상한 아이로 생각했던 과거의 내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랑과 관심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또 우리 아이는 칼라 선생님 같은 상담 선생님이 모든 학교에 한 분씩 계셔야 한다고도 했다.
이 책을 쓴 루이스 새커는 미국의 아동. 청소년 문학 작가이다. <구덩이>가 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이라면, <못 믿겠다고?>는 아이들의 심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자세히 묘사한 점이 놀라운 책이다. 평소, 여러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는 작가는 아이들의 세계를 잃어버린 어른들과 아이들을 이어주는 인간미 넘치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