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무슨 국내 저자 책이 표절이라 해서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했는데, 뒤늦게 궁금해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돌베개에서 2023년 7월에 간행한 윤여일의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라고 나온다.
그런데 어떤 내용을 다룬 책인가 궁금해서 알라딘에서 제목으로 검색해 보니 나오지 않는다. 혹시 제목을 잘못 썼나 싶어서 이번에는 저자명으로 검색해 보니 죽내호 번역서까지 포함해서 여럿 나오는데 그 책만 없다.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윤여일 + 1990년대"로 통합 검색해 보니, 국내도서에 2건이 있다고 나오지만 막상 클릭해 보니 <동아시아 담론>이라는 책 1건만 나온다. 이쯤 되니 알라딘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게 아닐까 싶었다.
확인차 구글에 들어가서 "윤여일 + 1990년대"로 검색해 보니, 교보문고며 예스24 같은 서점의 해당 상품 링크가 줄줄이 나오고, 심지어 출판사인 돌베개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책 정보 링크까지도 줄줄이 검색되었다.
의외로 알라딘의 해당 상품 링크도 검색되기에 눌러보았더니, 어째서인지 "비공개 상태입니다"라는 팝업창만 뜨고 접속되지 않는다. 결국 알라딘에서 해당 상품에 접근하지 못하게 뭔가 조치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품을 판매하거나 말거나가 판매자인 서점의 재량이라면, 상품 정보조차 공개하지 말지도 서점의 재량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표절 논란이 생긴 책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지우는 게 낫다고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보나 예스 같은 다른 서점, 심지어 출판사인 돌베개조차도 그 책에 대한 정보만큼은 그냥 남겨두는 상황에서, 유독 알라딘만이 비공개 조치라는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점은 유난히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알라딘은 이전부터도 이런 식으로 절판본의 서지 정보를 말살하는 조치를 줄곧 취해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훈의 <공차는 아이들>인데, 매그넘 사진을 곁들인 초판본은 알라딘에서 아예 없는 책 취급을 받는다.
이 책은 원래 월드컵 기념으로 나온 매그넘 축구 사진집에 김훈이 일종의 감상문을 덧붙인 방식으로 간행되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나중에는 국내 작가의 사진과 김훈의 글을 결합한 다른 책이 같은 제목으로 나왔다.
알라딘에서 <공차는 아이들>로 검색하면 국내도서로는 나중의 책만 검색되고, 먼저 나온 매그넘 사진집은 누군가가 올린 중고로만 검색된다. 하지만 중고 상품에 걸린 링크를 통해 사라진 책으로도 거슬러 갈 수 있다.
김훈 + 매그넘의 <공차는 아이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445
결국 서지 정보를 완전 말살한 것이 아니라 검색이 불가능한 비공개로 돌린 셈이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라딘에서 의도적으로 그랬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단순히 구판과 신판의 구분 목적이라 보기에는 뭔가 미심쩍다.
이런 선례를 감안했을 때, 유독 알라딘만 윤여일의 표절 도서를 비공개까지 하며 예민하게 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다른 서점이나 심지어 출판사보다도 뭔가 더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서는 아닐까?
혹시 북펀드나 강연회나 사인회처럼 뭔가 요란한 이벤트를 통해 저자 띄워주기에 공모하고 나서 제 발이 저려서 그랬던 걸까? 하지만 그런 홍보에 가장 열을 올렸을 출판사 돌베개도 태연한 상황이니 더 이상스럽다.
상식적으로 출판사보다 서점이 저자와 더 밀착되었을 리는 없으니, 결국 알라딘의 판단 착오라고 봐야 맞을 법하다. 절판 공지와 판매 중지만 하면 그만인 사안을 과대평가한 까닭에 기록 말살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결국 알라딘의 행동은 어떤 의도라기보다는 그냥 담당자가 오버해 저지른 실수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물론 표절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는 책 취급을 하는 것은 무리이며, 어쩌면 사실 왜곡이기도 하니까.
흔히 말하듯 '알아서 기었다'고도 할 수 있을 터인데, 최근 중고 품질 이슈로 알라딘과 첨예한 대립각을 일방적으로 세워 왔던 나귀님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이라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평소에 잘못을 먼저 저질러 놓고도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던 양아치 놈이 뭔가 더 큰 일에 휘말렸다 싶자 남들 모두 멀쩡히 서 있는데 혼자서만 잽싸게 엎드려 버린 셈이 되었으니 우습지 않을 리가...
[*] 글을 올리고 나서 다시 보니 뭔가 허전해서 죽내호 책이라도 몇 권 집어넣으려고 알라딘 상품 넣기에서 검색해 보니, 어찌 된 일인지 여기서는 문제의 표절작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가 버젓이 검색된다. 뒤늦게라도 접근 금지 조치가 해제된 것인가 궁금해서 내 페이퍼에 집어넣고 나서 클릭해 보니, 역시나 이전처럼 비공개 경고창이 뜬다. 결국 상품 검색은 막았지만 서재의 상품 추가 검색은 막지 않았던 셈이니, 이래저래 손발이 맞지 않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알라딘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