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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속이려 해도 글은 인격이며,

   거울보다도 맑은 칼날이라고. 단지 정신적 '자위'에 지나지 않는

   글들이 있으며 그런 것들이 육체적 자위와 다른 점은 한 가지.

   육제적 자위라는 것은 누구에게 보이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만,

   정신적 자위라는 것은 우습게도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치스럽기는 커녕 더욱 우쭐해지며

   오히려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는 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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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는 전혀 다른 감성을 타고 난 여자의 공간에서 읽은 적이 있는 글인데,

   이 글을 읽을 당시 난, 찰나적으로 욕지기를 했다.

   그때의 난 글쓰기의 한계에 부딪혀 자괴감에 괴로워 내가 아는 모든 단어와

   지식들을 경멸하며 국어사전과 시집을 뒤적이며 새롭고 아름다운 단어들을 끌어

   모으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정신적 자위를 남들이 쉽게 시도치 않는 테크닉까지 구사하며 즐기고 있었다.

   빌어먹을 신음까지 간드러지게 내뱉으며 말이다.

   도태 직전의 외설 그리고 퇴색 된 감성과 마른 정신이 현재의 내 글쓰기란 걸,

   나는 모르지 않고 있다. 해서,슬프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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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nowman .

 

해리 홀레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조약돌로 만든 눈.

그를 농락하는 듯 해리 홀레를 가르키는 당근으로 만든 코.

이 전쟁과도 같은 사건 아니, 게임은 끝끝내 자신이

이길거라 웃고 있는 한 없이 올라간 입꼬리.

 

아주 단호하게 ,어떠한 수식없이

나는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추천한다.

 

 

 

 

 

 

 

 

 꼬마는 자신이 힘겹게 만든 눈사람을 타고 올라 어깨 부근에 앉아 창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남자의 벗은 상체를, 자신과 꼭 닮은 젖꼭지가 없는 남자의 발가벗은 상체, 그리고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양 옆으로 벌어진 꼬마의 엄마 다리를. 그렇게 눈이 내리던 1980년 11월 5일, 스노우 맨은 누구도 알지 못하고, 범인 없는 완벽한 살인을 한다. 그리고 2004년 11월 2일, 오슬로에 다시 첫 눈이 내린다. 그리고 그 눈 내리는 거리, 눈 쌓인 그 곳에, 눈으로 만든 그것이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지나치게 입꼬리가 올라 간 거대한 눈사람이.    

 

 

 

내가 제일 처음 죽인 여자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였어.

우리 엄마는 거짓말쟁이에다 창녀니까.

 

 

 

 

 사건을 맡은 해리 홀레 반장은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진 비르테 베케르의 실종에 이어 쉴비아 오테르센의 잔혹한 살인 현장을 발견하고는 베르겐 경찰청에서 전근을 온 매력적인 카트리네 브라트 여경관과 망누스 스카레, 비에른 홀름과 팀을 꾸린다. 눈사람 몸통에 숨겨져 있던 비르테 베케르의 휴대전화와 쉴비아 오테르센의 잘린 목이 올려져있던 눈사람 그리고 해리 홀레 반장에게 불명으로 온 눈사람을 가르키는 누군가의 편지가, 이 사건은 연쇄 살인이며 앞으로 더 비극적인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은 해리 홀레 반장, 당신이라고 스노우 맨은 손짓하고 있었다. 실종 된 비르테 베케르와 죽은 쉴비아 오테르센의 아이들이 현재의 남편이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두 여자는 아이들을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들의 친부가 모두 같은 남자라는 것을 밝혀내면서 스노우 맨의 정체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른다. 무언지 모르게 비밀스러웠던 의사, 그리고 두 여자의 아이들 친부인 호색꾼 언론인. 그러나 이 진실들을 뒤집는 베르겐 경찰청에서 전근을 온 매력적인 여경관, 카트리네 브라트의 행동은 이 모든 전반적인 것들을 흐트려놓는다. 그리고 그 뒤에서 스노우 맨은 웃고 있다. 이제부터 진짜라고, 앞서 했던 살인들은 모두 이 마지막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노라고. 해리 홀레 반장, 여지껏 당신이 파헤친 모든것에 엑스표를 치라고.

 

  미국의 '그린리버 연쇄 살인범'으로 악명을 떨친 게리 리지웨이는 '난 범행 대상으로 창녀를을 선택했다. 난 원래부터 창녀들을 미워했다. 그들은 살 가치도 없는 여자들이다'라며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다. 소설의 스노우 맨은 몸통과 몸통 가까운 쪽의 사지 피부가 두꺼워지고 수축되는 경피증을 앓고 있다. 이 경피증은 유전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외부의 사건이나 자극에 반응하여 발병하는 것이라 추정되고 있는데, 어린 시절 눈사람을 타고 올라간 곳에서 자신의 엄마가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는 모습과 여태 믿어왔던 자신의 아빠가 친부가 아니라는사실에 목이 졸리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후에, 스노우 맨은 자신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젖꼭지없는 몸은 전신이 그 병에 수축되어지리라는 걸 스노우 맨은 알고있었다. 정해진 죽음, 그 앞에서 스노우 맨은 자신의 엄마와 같은 창녀들을 죽여버리고 또한 마지막은 자신을 쫓는 경찰, 바로 해리 홀레 반장으로 계획을 세운다. 스노우 맨이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의 연쇄 살인을 계획하기 전 이와 같은 패턴으로 행했던 1992년 눈 내리는 11월의 베르겐의 그 겨울의 첫 눈 내리던 날과 같이.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당신이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누가 눈사람들을 만들지? 누가 무리Murri를 낳았지? 눈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해리 홀레 반장에게로 전해진 의문의 편지, 첫 눈, 눈사람 그리고 스노우 맨.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를 쫓는 홀레 반장의 가볍고도 빈틈없는 걸음은 완벽한 스토리를 낳는다. 해리 홀레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조약돌로 만든 눈, 그를 농락하는 듯 그를 바로 가르키는 당근으로 만든 코, 그리고 이 전쟁과도 같은 아니, 게임은 결국 자신이 이길거라 웃고 있는 올라간 입꼬리. 해리 홀레 반장이 범인을 찾을 때 까지는 그 어느 누구도 결코, 범인을 알지 못 할 것이다. 또한, 읽는 도중 누군가가 범인일것이다, 라고 추정한 순간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것과 동시에 팔 전체를 감싸는 소름에 웃고 말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별 다섯개 그리고 다섯을 더 더해본다. 간략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나는 어떠한 수식없이 요 네스뵈의 스노의 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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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난, 지키고 싶었고 지켜주고 싶었던 모든것들에게 이젠 안녕을

   고해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이런 이별은 익숙하지만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가끔씩

   안녕이란 말 없이도 떠나기 때문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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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1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2-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준님 정말 오랜만이어요!
아, 눈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준님만의 매력이 묻어나는 글을 읽으니
오랜만에 기분이 통통튑니다. 앞으로도 자주들려주셔요~

2012-02-21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3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도둑 2012-02-2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님, 오랜만이네요..^^
정신적 자위,,신음소리까지?,,,ㅎㅎ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2012-02-23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3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