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지 않았다. 



   분명,
   많은 비가 쏟아질거라는 일기예보를 잠결에 들었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눈을 감은 채
   며칠 전 노래방에 두고 온 우산을 걱정하며 신발장 위의 남색 삼단
   우산을 떠올렸다. 오후에 약속이 있던터라 침대 위에 준비해 놓은
   얇은 카키색 원피스를 제쳐두고, 청치마에 후드티를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내리면 구두를 벗고 길 위를 걸어야지, 생각했고
   그런데 그 비는 봄 비인지 아니면 여름을 두드리는 비인지
   궁금해하며 기분이 좋아 그를 향해 돌아누운 채   
오늘 비가 내린데,
   했다.    음,    하고 그가 무의식적으로 내는 소리륻 들으며
   다시 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출근 시간에 늦어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재빠르게
   신고 현관문을 튀어나왔다. 
 

   

 


 

   
 

     「히든」 헤더 구덴커프

   하릴없이,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
   감격적으로 마주친 신간 서적이다. 제목보다는
   표지에서에서 작가 이름으로 멈춘 시선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침묵의 무게」를 툴툴거리며
   펼쳤는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어 동이 틀때 쯤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던 책이다. 유일했다.
   밤을 새워 읽어냈던 책은, 말이다.
   아동 성폭행과 학대를 다룬 가족 소설이었고
   제법 흥미진지했으며 흡입력이 굉장했다.


      



   이번에 출간 된 소설 역시 아이들을 주제로 한
   가족 소설이라는데 이번 소설은 어떤식으로 이야기
   풀어나갈지 꽤 기대된다. 조금은 진부한 어투로
   이야기하지만 손사래치며 밀어내는 다른 영미권
   소설과는 다르게 끈덕진면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 표지 역시도 매력적이며 같은 출판사다.
   주문을 넣어 둔 상태고 오늘 도착 예정이다.
   읽고있는 책이 있지만, 이번 주말은 구덴커프의
   소설로 아침 해를 맞이 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나는 약속한 비가 오지 않아,
   의기소침해진 상태로 술을 먹다 내키지않아 그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가방을 들고 일어서 먼저 밖으로 나왔다. 술 집으로 들어 올 때는
   몰랐는데 술 집들이 꽤 있었고 듬성듬성 주택도 자리잡은 작은 번화가였다.
   아무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아 그이를 기다리며 담배를 꺼내 물고는
   하늘을 한 번, 땅을 한 번, 발을 한 번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아무렇지않은 어느 날 밤이었고 나는 그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고상한 척, 나를 쳐다보며 눈을 흘겼다.
   씨발,   이라고 읊조리며 의미없이   이건 기호식품이야,   
   혼잣말을 하며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껐다.
   가방에서 동전을 꺼내 땅을 긁어대기도 했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카카오를 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멀리, 그이의 차가 라이트를 비추며 달려오는
   걸 보고는 황급히 일어나 멈춘 차에 올라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다짜고짜 화를 내 그이를 당혹스럽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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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작품 잘 안 읽는다더니, 곧잘 읽는군요.ㅎ

아직도 여자가 담배 핀다고 뭐라는 인간이 있나요?
적절치 않은데...
하지만 저는 늘 담배는 권장할만한 기호식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ㅋ

June* 2011-05-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기회가 닿아, 마음에 드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어요.
 구덴커프도 그런 작가 중에 하나구요. 잊고 있다가 이름을 보면 기억나요.
 
 태우던 담배의 값이 올라 다른 담배로 바꾸었는데,
 익숙해지려고 노력중이예요. 참, 우습죠.. . 몸에 해로운 것에 익숙해지려는 게.
 그러고 보며 , 나는 결코 친화적이지 않아요.
 

마녀고양이 2011-05-2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준별님의 그이께서 괜한 화풀이를 당하셨군요,
비가 오지 않는 화풀이를...

저는여, 오늘 약속 시간에 일찍 도착하여
가랑비 속에서 30분을 오들오들 떨었답니다. 그래서 비에게 화가 났어요. 헤헤.

2011-05-2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비가 몹시 올 듯한 바람이 거칠게 불어요. 그 바람이 시원해서 오늘 좋았어요. / 그 작가, 저도 기억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