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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다시는 이런류의 소설은 읽고 싶지 않다. 너무 무서웠다ㅠ.ㅠ '기시 유스케'가 대단한 작가라는 소리만 듣고 무턱대고 선택했는데, 그가 일본의 대표적 호러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따라 무작정 강남가면 큰일 난다는 사실을 배웠다. 호러라니ㅠ.ㅠ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악한 인간의 본성을 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화성의 미로를 흉내낸 오스트레일리아의 벙글벙글 국립공원에서 생존을 위한 제로섬 게임. <크림슨의 미궁>, 제목에 나오는 크림슨이 그곳 특유의 심홍색 바위색을 뜻한다는 것은 뒤에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들이 무슨 이유로 게임에 참여했나 싶었는데, 나중에는 왜 이렇게 변했는지가 궁금해 졌다.
결말을 보지 않은 공포영화가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되어 더욱 무서운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나 내눈으로 확인해야 했기에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4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을 쉬지않고 계속 읽을 수 있었다. 무서움을 뛰어넘는 흡입력이 있었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처음 읽었지만 책에 쉽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능력도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보니 생존을 위한 살인 게임을 그린 대표작 <배틀로얄>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는 영화가 먼저 개봉되었지만, <크림슨의 미궁>이 1998년작이고, <배틀로얄>이 1999년작이니 그 당시에는 흔해빠진 소재가 분명 아니였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먼저 출간 되었다면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켰을텐데...
<배틀로얄>보다 <크림슨의 미궁>이 무서웠던 이유는 아마도 식시귀(이런 단어는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때문일 것이다. 단 한번도 상상해 본적도 없는, 충격 그자체다. 생존을 위해 시체를 먹었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들어봤지만, 이건 그런 차원이 아니다. 그랬기 때문에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다.
이런 것을 보고 복선의 미학이라고 해야할까. 모든 것이 이해된다. 이들이 왜 이렇게 변할수 밖에 없었는지, 어떤 세력에 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단순히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공포를 느꼈나 보다. 표지에 보이는 검은 손이 나를 쫓아올까봐 두렵다.
마지막으로 <스너프 무비>라니, 재미로 실제 살인장면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