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늦으면 안돼요, 지금 말해요. 사랑한다고!"
책을 읽는 중에 울어본 경험은 적지 않았지만, 책을 들고 표지만 보고도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였다. 나 역시도 5살과 2살인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여섯살 소녀 엘레나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힘들고 지친다는 이유로 짜증냈던 일들이 너무나 미안하게 느껴져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지나간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바보같은 인간의 전형이 바로 나다.
엘레나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분홍색으로 꾸민 땡땡이 무늬의 표지와 웃는 얼굴의 예쁜 여자아이의 사진이 나를 무척 슬프게 만들었지만,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에는 슬픔보다는 기쁨을 즐거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뇌종양에 걸린 여섯살 소녀 엘레나의 눈물겨운 투병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남겨진 쪽지>는 남아있는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보낼려는 가족들의 노력기였다.
사람들은 나를 '엘레나의 아빠'라고 부른다.
그 외에는 다른 무엇도 중요하지 않으며, 나는 이대로 만족한다.
갈색의 긴머리가 무척 예쁜 여자아이가 신체의 일부분을 하나씩 잃어가면서 병과 싸우는 모습이 무척 슬프고도 대견하다. 후에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쪽지를 쓰는 엘레나가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난 바보처럼 또 울고 말았다. 엘레나의 글씨가 삐뚤빼뚤하게 변해가듯이 엘레나의 모습도 변했다. 그런 자신보다 가족을 더 걱정하는 딸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마음은 오죽할까.
큰아이다운 차분함과 의젓함을 가지고 있는 엘레나와 혈기왕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순수한 그레이시의 모습에서 나의 두딸 소은이와 소율이가 보였다. 일상생활 속에서 내 아이들에게 충분히 많이 사랑을 전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책속의 책으로 <내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50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해 준 것이 얼마나 되나하는 마음으로 한장 한장 천천히 넘겨보았다. 그 중에 하나가 "쪽지로 가족에게 사랑한다 말해주기"인데, 요즘 한글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큰아이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해"라는 글자를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가 몰래 써놓은 쪽지를 보고 아이가 기뻐할 수 있을테니깐.
작은 천사 엘레나를 통해서 깨닫은 많은 것들을 잊지 않도록 삶의 매순간순간 실천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