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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서평을 쓸려고 보니, 이 책 <리버튼>을 읽은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지독한 감기 때문에 근 일주일 동안 끙끙 앓았는데, 간간히 정신이 있을때 읽고 싶은 부분만 찾아서 읽곤 했다. 그래서 읽은지 오래 되었지만 비교적 이 책에 대해 많은 것들이 기억 나는 것 같다.
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참 좋아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각기 다르겠지만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리버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읽을 때 보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으니 더 좋아졌다. 스토리만 따라서 급히 읽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거 리버튼의 하녀였던 그레이스가 화자다. 아흔 여덟의 할머니인 그레이스가 손자인 마커스에게 오래된 비밀을 테이프에 녹음해서 남긴 것이다. 그레이스는 영화감독에게 편지를 받은 후 악몽을 꾼다. 영화감독인 우슐라가 리버튼 호숫가에서 자살한 젊은 시인 로비 헌터에 관한 영화를 찍는데, 세트장을 둘러보고 오래전 그때의 일과 장소에 관해 자문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레이스가 악몽을 꿨다는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사건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14살에 처음 리버튼의 하녀로 들어간 그레이스가 자신과 주인집 아가씨인 해너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생에 대한 비밀, 사랑, 불륜, 죽음 등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소설 <리버튼>은 막장의 향기를 내뿜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내서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무려 700페이지에 가까운 많은 분량인데 무척 빠르게 읽혔다.
1924년 6월 21일 오랫만에 파티를 벌였던 리버튼에서 벌어진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 <리버튼>을 읽어 보기 바란다. 촉망받는 젊은 시인의 자살 사건은 나비효과를 떠오르게 한다.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처럼 사소한 비밀 하나가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처음 <리버튼>을 읽었을 때는 그레이스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반복해서 읽으니 그레이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레이스는 인생에 있어서 실수를 약간 했을 뿐이다. 오히려 해너가 이해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순간 해너는 늘 어리석은 선택은 한 것 같다. 누굴 원망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