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동기들이 저녁먹으러 간다는 말에 하던 일도 접고 따라나섰다. 며칠째 개운하지 않은 날씨 탓인지 저녁 대신 치킨에 맥주 한잔 하러 갔다.
술자리에 앉아서 떠들다가 할 말이 없어지거나 조금 심심하면 동기들은 가차없이 나를 술안주로 올려놓는다. 아니, 나는 기꺼이 도마에 오른다. 서로 갈구면서 싹트는 동료애라고 해야할까. 오늘도 결론은 "그래서 어떻게 남자를 만날 것이며, 만난다한들 어떤 남자가 너를 견디겠냐"로 끝을 맺고 헤어졌다. 돌아오면서 나도 열심히 생각해본다. "그런가...?"
그래서인지 '홍반장'을 보다가 어쩐지 엄정화의 모습이 '어떤 남자가 견딜 수 있을까하는' 나와 닮아있는 것 같다. 비록 회장님의 딸이 아닌 것은 다르지만, 대책없이 나서고는 그나마 당당하지도 못하고 금새 후회하는 모습이 웃기지만은 않다. 그럼 나도 '홍반장'같은 남자를 만나야하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홍반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위태위태하다. 웃겨야하는 대목에서 웃음이 조금 나다가 말고, 감동받아야할 대목에서 감동하려다가 만다. 음...분명 이부분에서 웃기고, 이부분에서 찡해야한다는건 알겠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처음의 컨셉답게 홍반장은 영원히 만인을 위해 '엄정화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홍반장이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저그런 영화로 끝맺음을 하는게 아쉽다. (어쩌면 '홍반장'을 그녀가 차지하게 되는 부러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