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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화
C.P. 스노우 지음, 오영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평점 :
왜 고등학교에 가면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공부할까? 이것은 항상 내게 의문이었다. 의사가 되는데 거의 상관없는 수학을 공부하는 이과생들, 나중에 웬만한 수학과 학생만큼 수학을 보는 경제학도들, 자연과학같지만 문과생들만 지망할 수 있는 심리학과 지리학. 그런 구분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면 왜 그렇게 꼭 구분이 되어야 하는지 늘 궁금했다. 게다가 같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끼리는 정말 같은 범주안에 들어갈 만한 공통점이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전까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용을 이 책에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인문학과 자연과학 분야에 있는 지식인 집단이 서로 다른 문화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영국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몰이해의 골은 갈수록 그 깊이를 더하여 결국에는 가난하고 힘없는 빈민을 더욱 힘들게 하여 온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당시 영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주장에 대한 많은 논쟁도 있었으며, 이러한 생각은 아직까지 큰 해결책이나 협의가 없이 그냥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인 스노우는 1950-70년에 걸쳐 이 두 지식체계와 지식인 부류에 대한 정체성에 대하여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스노우는 당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최고 지식인들을 두루 알고 지냈으면, 자신이 또한 두 지식체계의 첨단에서 실제로 배우고 많은 경험을 갖은 사람이었다. 이 논의는 1959년 그가 리드 강연에서 이런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촉발되었다.
사실 20세기는 흔히 말하는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 팽창기였다. 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지식의 분화였던 것이고, 어찌 보면 이런 주장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많은 지식체계가 어찌 항상 같은 형태만을 유지할 것이며, 르네상스 시기도 아닌데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제는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생각을 늘여보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으로 나누어 본다고 하지만 이제는 같은 인문학, 같은 자연과학분야라도 서로 너무나 달라서 별 공통점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쉬운 책이 아니라서 길게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책 뒷부분에 있는 스테판 콜리니의 해제는 오히려 본문보다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원래 말하고자 했던 의도가 모호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노우는 두 문화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고 관용하는 정신으로 온 인류, 특히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돕자고 했다. 원칙적인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솔직히 그런 논쟁에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내가 먹고 사는 것에 큰 영향이 없을 듯 한데 누가 이 어려운 일에 손을 들고나설 것인가? 읽을 기회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서평들을 참고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