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 미국, 미국 문화 읽기
강인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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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10년 전에 썼던 "한국이 미국에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떠올랐다. 소재도 비슷하고 논조도 비슷해서 아마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며 미디어학자로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한 강인규 기자(?)의 오마이뉴스 연재글을 정리 보완하여 출판한 책이다.

이 책을 적절하게 설명하려면 우선은 재미가 있고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읽은 책들을 통틀어 편집이 잘 된 책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구성이 깔끔하다. 그리고 톡톡 튀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충실하다. 비교적 짧은 글들 속에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최근의 미국 문화까지도 수용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글들이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 마치 트로이 목마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깔끔한 사진들 속에 숨겨진 비판적인 시각들이 적나라하게 미국 문화의 어두운 면들을 파헤친다. 하지만, 미시적인 미국인들의 삶에 긍정할 부분들과 배울 부분들도 많지 않던가. 치우치지만 않았다면 더욱 좋았겠다. 그래도 적극 추천한다.

p.s
오마이뉴스 연재글을 보려면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시라.
http://www.ohmynews.com/NWS_Web/ArticlePage/Series/Repoter_List.aspx?pSRS_CD=00000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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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그리스도인 - 현대 기독교 이미지 평가 보고서
데이비드 키네먼.게이브 라이언 지음, 이혜진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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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가 눈에 확 띄는 책이었다. 그간 기독교 비판서적들은 참으로 많았다. 예수 출생의 비밀을 캐낸다거나, 역사 속의 기독교 죄악들을 담은 책들로부터 최근에는 안티 기독교 카페에서 출판한 책까지, 기독교를 비판하는 책들은 호기심에 사서 읽기는 했어도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해왔다. 물론 이 말이, 내가 몸담고 있는 복음주의권을 향한 세상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읽게 된 <나쁜 그리스도인 Unchristian>은 내가 그간 헛다리를 짚은 듯이 느꼈던 복음주의권 비판이 제대로 이뤄진 책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곧 교계에서 계속해서 들을 듯 하니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몇 부분만 인용할까 한다.

“외부인들은 복음주의자들에 대해 가장 큰 반감을 보였다. ‘복음주의자’라는 표현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복음주의자’에 대해 유별날 정도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40쪽) “외부인들이 그리스도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에게 반감을 느끼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어떤 신학적 입장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잘난 척’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를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의 행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외부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41쪽) “이번 조사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봉사와 온정과 겸손과 용서와 인내와 친절과 화평과 기쁨과 선함과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61쪽)

아직 절반도 채 읽지 않은 이 책이 내겐, 송곳이 심장을 향해 깊이 박힌 듯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다. 이번에는 내가 할 변명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아내를 심하게 학대를 하면서도 성경공부를 인도하며 아내 사랑을 말하는 남편, 미혼모에게 남편 없음을 지적하며 매사에 충고를 하지만 그 충고대로 살지 못하는 교인들, 침례를 고집하다가 좋은 조건의 장로교회로 이직한 후 머리에 물을 뿌리는 것으로도 세례가 가능하다고 말을 바꾼 목사를 경험한 비기독교인들의 인터뷰 내용도 등장한다. 이는 비단 미국의 복음주의권이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 한국의 복음주의권, 그리고 그 안에 속해 있는 나의 신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모든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경청해야 할 성 싶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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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뚱한 균형 - 동요하는 우파와 좌파에게 권하는 우충좌돌 정치철학
김진석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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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뚱한 균형'은 인하대 철학과 김진석 교수의 지난 4년간의 매체 기고글들을 모은 사회비평집이다. 기우뚱한 균형은 서로가 모순되지만 헤겔의 변증법과는 달리 극단이 긴장감을 가지고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양시양비론이나 정반합과는 다른 해결책으로 우리를 이끈다.

'포월'과 '소내'라는 신조어를 만들만큼 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주던 김진석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많은 현안들을 특유의 긴 호흡과 유머섞인 어투로 풀어나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유익은 좌파 혹은 우파의 틀에 갇혀있는 많은 '중도 무리들'의 흑백논리 속에서 기우뚱하게나마 균형을 유지하게 만드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노무현을 뽑은 이들이 다시 이명박을 뽑을만큼 중도파들이 많아졌다. 한미FTA 문제에서도 찬성과 반대 사이에 다양한 견해의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한쪽에 완전히 편입될 수 없는 어정쩡함을 불편하게 여겨왔는데, 이 책에서 김진석 교수는 중도 세력들에게 있어 현실적이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고민들을 풀어낸 셈이다.

'인물과사상'이 폐간되지 않고 계속 나왔다면, 그래서 강준만이나 김진석, 홍세화나 고종석의 정치사회 비평들을 지금까지 계속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갑자기 김진석 교수의 본서를 읽으면서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과 상관없이 한편으론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어쨌든 본서는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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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지 마세요 - 마주이야기 시 1
박문희 / 고슴도치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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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시를 쓰라고 하면 나는 대체로 반공적인 내용의 소재로 글을 쓰거나 흔히 말하는 '바른 소리'나 '착한 척'하는 시를 쓰거나 그것도 아니면 의성어, 의태어로 뒤범벅이 된 시를 쓰곤 했다. 사실 선생님들도 그런 시들을 좋아해서 주로 모범생 스타일의 동시들에 상을 주곤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시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어른스럽게 흉내를 낸 모조적 시일 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정서를 전혀 대변하고 있지 못했다. 어린시절 일기장이나 시집들을 펼쳐보면 동심으로 대변되는 그 시절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글들이 많아 못내 아쉽다.

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쓴 동시들을, 마주이야기 교육연구소의 소장인 박문희 선생이 엮었고 어린이 문학, 글쓰기로 평생을 헌신한 이오덕 선생이 정리를 한 책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은 시들에 그림도 더했다.

단적으로 말해 이 책은 훌륭하다. 내 어린 시절에 펼쳐보이지 못한 동심의 세계가 어른들의 잣대나 필터같은 것들에 걸러지지 않은 채로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마음 속에 정리가 된다. 그렇지, 아이들은 아이들 답게 생각하고 표현하고 글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동심을 회상하고 웃으며 자유롭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의 성글은 생각과 그림들을 어른의 잣대로 '순화'시키고 틀에 규정짓는 것은 동심에 대한 폭력이고 상상력에 대한 거세일 수 있다. 자신의 눈으로 아이들을 규정하고 과도하게 공부를 시키고 논술을 가르쳐서 훌륭한 어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오히려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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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동시집
김용택 동시집, 이혜란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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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집이라고는 감수성이 예민하던 스무살 시절에 읽은 용혜원 시인과 이정하의 시집 몇 권과 노동 운동에 관심을 가질 때 즈음에 읽은 박노해 시인의 시 몇 편밖에 읽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섬진강 시인의 시집은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한 건 <사람>이라는 에세이집이니, 명성에 비해 늦게 그 분을 만난 셈이지만 김용택 시인의 글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아니 그의 글은 그의 삶 그 자체이니 그의 생각, 삶, 글 모두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서 이번 동시집은 내용도 보지 않고 샀다.

이 동시집은 김용택 시인의 40년 교단 생활을 마치면서 내 놓은 것으로 아이들의 일상과 생각, 그리고 시골 학교의 정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맑은 감수성이 담긴 글들은 시를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는 동안에 내면을 깨끗하게 씻겨주는 듯 하다. 이혜란 선생의 그림은 시인의 글에 은은한 웃음을 선사하며 적절한 대목에서 시집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일에, 도시에, 정치에, 그리고 마음의 벽을 쌓는 데에 찌들은 이들에게 정말 귀중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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