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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평점 :
"엽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으로 익히 알려진 신영복 선생의 "청구회 추억"이 책으로 발간되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개정판에서 추가되었던 글에 김세현 선생의 그림과 조병은님의 영역이 더해져서 예쁜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책 디자인은 깔끔하다. 소장가치를 더하기 위해 디자인과 그림 등에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책 안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발간 20주년을 기념하여 오디오북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신영복 선생의 책들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컬렉션 리스트에 오를 만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말해야겠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나는 신영복 선생을 인생의 손꼽는 스승으로 생각하고 존경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엽서" 재출판을 할 때에도 4만원에 육박하는 책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육필 원본을 영인했다는 사실에 의미부여를 하며 그냥 넘겼다. 선생이 출소 이후에 비교적 현실 정치 각론에 있어 어떤 부분에서도 힘을 실어주지 않음에도 나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대로 그 분의 존재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실망스럽다. 이미 컨텐츠 자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소개된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다. '청구회 추억' 부분만 추려서 책을 낸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134쪽의 책이 처음 글이 속해 있던 "감옥..."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발간된 데에는 '상술'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너무 극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전혀 상관도 없는 원본 책 다른 내용이 담긴 오디오북을 서비스로 준다는 것도 너무 구색이 맞질 않는다.
고전이 사랑받을수록 문고판의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재생지를 쓰거나 저렴하게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출판 컨셉트를 잡기 마련인데 우리의 스승인 신영복 선생의 책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자꾸만 나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마음이 쉽지 않았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선생의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신영복 선생이 출판하는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구입할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는 부디 '상술'이라는 느낌이 묻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