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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 구경은 됐다, 신나는 나만의 예술하기!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4
채운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니, 몇 주 전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한 미술관이 생각난다. 내가 즐기러 간 게 아니라, 체험 학습하는 기분으로 간 셈이다. 낯설고 신기한 그림들 앞에서 아이들은 재밌어 하기도 했고, 또 지루해 하기도 했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 안 보고 지나쳐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에 가까이 다가 설 때 마다 미술관 안에 서 있던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날카롭게 주의를 주었다. 이런 일이 몇 번 이어지자, 큰 아이는 기분이 상했고, 작은 아이는 직원들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면서 대충 보더니 빨리 가자고 졸라댔다. 돌아오는 길 초등학생인 딸애는 이 곳엔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좀더 일찍 읽었더라면, 그런 미술관에 그림을 ‘구경하러’ 가는 대신 아이들과 좀더 예술적으로 놀 궁리를 했을텐데....
이 책의 지은이는 예술은 기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가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또한 기이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란다. 예술가는 단지 미련할 정도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 존재이며, 주어진 명령 자체를 의심하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바깥 세계를 꿈꾸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지은이의 설명을 좇다보면 예술은 결과물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 때문에 우리 모두는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새롭고 낯선 것을 만났을 때, 주눅 들지 않고 조금은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척 하지 말고 느껴! 따지려 들지 말고, 긴장 풀고, 자자 웃어보라구!”하며 우리들의 어깨를 툭툭 쳐준다.
도대체 알 수 없는 형태의 제목도 없는 그림 앞에서도 나만의 리듬으로 다양하고 또 상대적인 진실을 찾아보려는 용기를 준다.
예술은 닮게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데 사로잡히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걸 좀더 진작 알았더라면 어린시절의 미술시간은 좀더 즐거울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기도 하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닫힌 세계를 열어주는 예술적인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책을 통해 예술을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 단순히 어른들의 책보다 쉬운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읽어 재미없는 책이 청소년에게 재미있을 리가 없다. 이 책은 재미있다. 물론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하고 말랑말랑한 건 아니지만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청소년들에게 다가서려는 시도가 참 고마웠다. 이 책뿐 아니라, 함께 출판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모두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번 여름, 학교 도서관 신간 구입도서로 신청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