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는 철학사인데 '미술' 철학사다. 미술철학은 무엇인가? 미학과 같은 것인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가? 갸우뚱하다면 이광래의 <미술 철학사>를 참고해보는것도 좋다. 본인은 출간되자마자 깡패같은 전체쪽수와 디자인에 혹해 통장의 잔고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매를 해버렸다.이책은 다만 철저히 서양중심의 서양미술철학사임을 인지해야 한다. 발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아닌, 르네상스 시대부터의 미술철학사임을 체크 후 구매해야 할 것이다. 서술 문제또한 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드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책의 겉표지만 보면 상당히 말랑하게 쓰였을 줄 알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소 딱딱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한 고개씩 넘다보면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예판 공지로 벼르고 있었지만 <미술 철학사> 구입여파로 아직은 침만 삼키고 있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다. 이번에는 풀컬로 도판에 세트구입시 특전까지 포함 돼 있어서 한층 구매욕을 자극한다. 초판이 소진되기전에 구입해야 할 터인데 서둘러야 할 듯 싶다. '문학','예술'의 사회사이니 <미술 철학사> 만큼의 내공과 난이도를 요하지 않을까 싶다. 학술적이나 대중적 요구 모두를 만족시킨 몇 안되는 책이니 당장 안읽더라도 구입해 둘 가치가 있다.
<혼자 읽는 세계 미술사>는 자매가 쓴 굉장히 친절한 미술사다. 이름과 경력을 봐서 자매라고 썼는데,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선사시대 미술부터 다룬다. 몇 장 지나지 않아 위에 언급한 발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나온다. 왜 그 작품이 미술사의 첫 머리에 놓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다채롭고 불분명한 현대미술까지를 다룬다. 여기서 관심이 조금 더 지나치다면 동시대미술까지 섭렵할 수 있을텐데, 나는 관련서를 탐독해보다 잠시 보류한 상태다. 배경지식이 달려서 도전하기가 조금 힘들었기 때문.
그렇다면 이주헌이 선택한 유럽미술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현실적으로 어지간하지 않으면 50일동안 유럽에 체류하기는 힘들다. 생업이 있고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한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전해 봄직한 50일간의 미술관 체험. 한 번 가보고 싶다. 학고재에서 이번에 새로 다듬어 펴냈다.
끝으로 조중걸의 '서양예술사' 시리즈도 완간됐다. 시원한 판형에다 양장이라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완간되길 바랐던 세트여서 구비된 도서관에서라도 먼저 책을 접해야봐야겠다. <혼자 읽는 세계 미술사>가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됐다면 조중걸 교수의 <고대 예술>은 구석기시대의 예술생활부터 거슬러 내려간다. 이정도면 예술대장정이라 불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