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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 력사 문법
홍기문 / 한국문화사 / 1999년 5월
평점 :
일제시대에 조선의 3대 천재로 춘원, 육당과 함께 이름을 드날렸던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을 참 감명깊게 보았었다.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나 전통한학을 익힌데다 현대인으로서는 알기 어려운 양반들의 어휘와 순우리말 구사력에 매우 흥분을 느꼈었다. 그의 글솜씨에 매료된 나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찾다가 벽초의 아들인 홍기문 선생을 알게 되었고 제목에 혹하여 도서관에서 홍기문 선생의 이 책을 찾아보았다. 북한에서 발간된 글자체 그대로인데다 글자가 선명하지 않아서 읽기에 불편하여 다음을 기약하였는데 이번에 필요해서 빌려 보았다.
거두절미하고 1966년에 인쇄된 이 책 400쪽 남짓한 분량 가운데에 50쪽 정도를 정독하고서 탄복하였다. 내가 어려서부터 매우 궁금했던 의문점을 명확하게 풀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글자는 읽기에 굉장히 불편하였으나 문장이 매끄러워 대단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소장하기 위해 이 책을 포함해서 알라딘에 검색되는 나머지 2책까지 모두 3책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국민학교(=초등학교)때에 늘 궁금하게 여겼던 한자어중의 하나가 부모님께서 결혼식에 가실 때마다 쓰시는 부주라는 낱말이었다. 분명히 한자로는 부조인데 어린 나로서는 더 이상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커서는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부조금이라고 말해왔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열심히 공부하였고 그 후로도 계속 조금씩 나름대로 국어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한자어의 모음조화'는 과문한 탓인지 처음 들었다. 왜 부조를 부주라고 읽으며 남사당패에서 볼 수 있는 무동을 태우면서 왜 어른들이 무둥-우리 고향에선 무등이라고 했다-이라고 했는지 속시원하게 의문점이 풀려 기쁘기 그지 없다.
또, <삼국유사>를 대총 몇 번 읽었지만 인명에 대한 한자표기가 왜 차이가 나는지 정확하게 몰랐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되었고 리두를 배우고 있지만 선생님들도 가르쳐 주지 못했던 것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내 머리속에 우리글 자음과 모음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이 생긴 것이다.
이 책이 오면 틈나는대로 몇 번이나 숙독하여 완전히 자득하는 기쁨을 누려야겠다. 특히나 후반부에 나오는 토에 대한 내용도 기대가 크다. 조만간 <삼국유사>를 정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어 더욱 더 기쁘다. 홍기문 선생께 큰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