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안타깝게도 게으른 탓에, 좀처럼 TV를 집중하여 보지 않는 탓에, 언젠가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것 같은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습니다. 덕분에 책으로 만나는 풍경들은 익숙한 곳의 풍경이면서도 새롭고 낯선 풍경들입니다. 16곳의 우리땅 가운데 절반정도는 발을 디뎌보았던 곳이고 나머지는 듣본적도 없는 곳입니다.
 
 그래도 이 책속의 풍경은 우리네 풍경입니다. 요즘 물밀듯이 쏟아져나온 여러나라의 낯선 풍광들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첫 이야기로 등장하는 '한계령'의 눈 이야기만으로도 메마른 남도의 이 곳에서는 그리운 눈 소식에 가슴 설렙니다. 올 겨울에 또 눈 한 번 제대로 만나지 못한 이 곳입니다. 
 
 사진 옆의 글들은 뒷전입니다. 책을 뒤적이며 몇 번을 사진들이 뿜어내는 혹은 전해주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서성였습니다. 눈 속의 황태덕장이 저를 한 번 다녀가라고 손짓 하고 있습니다.
 
 눈이 쌓일수록 그 속에 묻힌 것들은 더욱 생생해진다. ( '강원 한계령'에서 ) (16)
 
 어둠을 밝히는 것은 불빛만이 아니다. / 은빛 찬란한 멸치 떼가 이루는 빛의 향연! / 한참을 그렇게 이리저리 불 장단에 맟춰 / 멸치들이 춤을 춘다. ( '제주 추자도'에서 ) (55)
 
 멀리는 위로 서울,강원도에서 아래로는 제주도까지 그리고 바로 곁의 가야산,통영,거제까지 한번쯤은 다녀온 곳들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한 장소와 이야기들이 어우러지는 만남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옵니다. 그 속에 제가 태어난 영혼의 고향 태백도 있습니다.
 
 지금 어디야?/ 그렇게 너는 내게 자주 물었다. // 나는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여기저기 / 흘러 다니는 중. / 그러다 어느 한 곳 / 분명 머물고 싶은 곳이 있겠지…… // 내가 너였고 네가 곧 나였던 시간은 흘러갔다. // 이곳은 너를 닮은 크고 깊은 산 / 그 곳으로 들어서며 나 네게 묻는다. /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  ( '강원 태백'에서 ) (133) 
 
 '지금 어디야?'라고 제게 물어주는 산, 제 고향, 태어나 단 두 해를 살았다는 옛장성탄광이 있던 곳에, 몇 해전 아버지를 모시고 아내랑 아이랑 처음 다녀왔습니다. 이른바 '성지순례(聖地巡禮)'였지요.^^*  제가 태어났지만 자라지는 못하였던 곳, 신내림을 받았지만 제 본모습을 깨치기도 전에 떠나왔던 그 곳을 찾아가던 그날 밤, 하늘에서 쏟아지던 별빛 아래에서 저는, 가족들은, 특히 당시 7살이었던 딸아이는 너무도 먹먹한 감동을 받았답니다. 정말 새까만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던 별빛들을 보며 사람이 별에서 온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깨치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그런 태백입니다. 그냥 태백이 아니랍니다. 
 

 이 책을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이처럼 참으로 다양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그 다양함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책을 보며 너무 많은 기대나 바램을 갖지는 마세요. 저처럼 한 곳의,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살아온 한살이를 돌이켜볼 수 있을지니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하루에 단 한 순간이라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다독거리고 추스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비록 허물어진 나날들 속에 이 책을 통하여 만난 마음의 고향들을 꿈에서나 그리워할지라도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돌아갈 그 곳이 있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풍경이 있음을….           끝으로 '태백, 강원도, 겨울, 눈'…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詩 한 닢 띄웁니다. 고마운 책으로 좋은 여행 즐기시기를….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붇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니었던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 쪽으로 내 마음을 다 쏟아버리고
나도 당신 품을 따뜻해하며 나란히 식어갈 수 있는지
  *이병렬, <바람의 사생활>중에서
 
 
2009. 3. 8.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왔습니다. 고마운 봄날입니다.
 
들풀처럼
*2009-072-03-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판타지 : 그리스철학편 3 - 소크라테스의 재판 철학 판타지 3
좌백 지음, 강주연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대교출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철학판타지] 여행이었다. 이제는 6학년이 된 딸아이랑 함께 다퉈가며 본 유일무이한 책, [철학 판타지 논리편 ①②③]에 이어서 [철학판타지 그리스철학편 ①②③]이 이제 마무리 되었다. 좌백 원작의 철학여행은 3부작이니 이제 2부작이 끝난셈이다. 3부작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미리 고민하지는 않으련다. 지누애지의 여행길이라면 어디든 함께할 터이니. 

 



 
 
 무엇보다 이 책을 딸아이랑 1년을 넘게 함께 읽으며 반갑고 고마운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의 중요함을 딸아이가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 13살이된 아이의 생각이 얼마나 참신하고 남다르겟냐만 그래도 혼자서 책을 찾고 보고싶어하고 읽어본 뒤에는 독후감도 작성하는 모습은 최근에야 정착된 좋은 습관이다. 아래는 이 책을 본 뒤 딸아이가 작성한 독후감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다 봐왔다.
점점 이야기가 재밌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점이 생겼다.
왜 소크라테스 할아버지를 작게 그려놓은 걸까?
그리고 소크라테스 할아버지의 말 중에
소매치기 소년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자넨 돈이 뭐라고 생각하지?" (소크라테스)
 "그야, 당연히 노동의 대가로 받는 거죠. 그걸로 밥도 사고 옷도 사고…." (소매치기)
 "그래 맞아! 노동의 대가로 받는 게 바로 돈이야! 그런데 이 노인이 일해서 번 돈을 아무 일도 하지않고 그냥 가져가려고 하는 게 옳은 일일까? " (소크라테스)
 
 라고 소크라테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 말을 8글자로 줄이면 "세상엔 공짜란 없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아리스토파네스의 연극 <구름>때문에 소크라테스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고 한다. 왜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안에 있는 내용중 소크라테스를 나쁘게 얘기했을까?  안좋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그 사람이었더라면 좀 더 좋은 얘기를 많이 적었을텐데….
 
이 책은 이해하기 좀 어려운 '철학'을 만화책에 표현하여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앞으로 이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볼 것이다. 

 2009. 3. 7     김 난

 



 
 
 
 이 책속에 등장하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파네스의 연극 '구름'', '프로타고라스와 고르기아스','무지의 지'에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한 이유'까지 모두가 알아두고 배워야 할 것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고 바라보는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해석이다. 그리고 그런 눈은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우쳐야만 하는 것, 이제 그 길에 발을 디딘 딸이 자랑스럽다, 
 
 끝으로 딸아이가 짚어준 사실 하나 더, 이 책 속의 주요인물인 '책의 역할을 하던 노예'  소크라테스=필로소피아가 마지막에는 다시 "1부 논리편"의 '책'으로 바뀐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 결국 '노예 필로소피아 = 소크라테스 = 책 '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멋지게 마무리 하는 것이리라. 고맙다, 딸아, 잘 자라주어서….
 
 
2009. 3. 8. 너무도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고맙습니다.
 
들풀처럼
*2009-071-0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들 때 들려주는 5분 구연동화 80가지 이야기 - 전래동화 구연동화 잠들 때 들려주는 5분 구연동화
세상모든책 편집부 엮음, 이시현 그림 / 세상모든책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잠들 때 들려주는 5분 구연동화 100가지 이야기](2007)는 이솝이야기를 '관찰력,사회성,탐구심,창의성,도덕성을 길러주는 이야기'로 나누어 아이에게 들려주도록 하였고 [내 아이에게 가장 들려주고픈 100가지 이야기](2000) 역시 '창의력,탐구력,언어인, 상상력,사고력,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로 나뉘어져 목적에 맞추어 이야기를 가려서 들려주도록 되어 있었다. 
 
 이런 나눔의 방식은 뜻하는 바를 확실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잇점은 있어도 이야기라는게 딱 한가지의 그러한 목적만을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상상력이나 가르침을 뭉떵그려 전달하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분류였다. 게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 남의 나라 이야기였으니….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우리 이야기를 가려뽑아 들려주도록 잘 편집되어 [잠들 때 들려주는 5분 구연동화 80가지 이야기](2009)로 책이 발간되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나 분량, 나눔의 양 등이 모두 전작과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이야기가 우리네 전래동화라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추려놓은 방법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기존의 책들이 부모님의 어떤 목적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어 놓았다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이야기 자체의 속성에 따라 나누어져 있다.
 
 '웃음이 피어나는, 지혜가 샘솟는,효자와 효녀 그리고 효부가 들려주는, 애틋한 사랑이 담긴, 도깨비와 귀신이 튀어나오는, 고향의 전설이 담긴, 동물이 숨어 있는, 꽃향기가 피어 있는, 물음표가 숨어 있는 옛날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따라 가다보면 지혜와 웃음이 담겨있는 재미난 우리 전래동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혼자 읽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역시 책에 나와 있는대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아이에게 들려주어야만 더 실감나고 재미있다. 실제 사례로 "55장 쌀아, 술술 나와라 쌀 바위"(253~257)에서 그 맛을 한 번 느껴보자. 이야기의 첫머리에 '등장인물 : 스님, 아주머니'가 소개되고 이야기의 '포인트'가 요약정리되어 있다.그리고 '아주 먼 옛날' 지리산의 '불일폭포'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천둥 소리와 번개 치는 모습을 실감나게 해 주세요.)'라는 '추임새' 다음에 이어지는 '우르릉 꽈르릉 꽝!', '빠직 빠지직 번쩍!'하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어지는 추임새들 '(의아해하며)','(손을 모아 기도하듯이)',(수다쟁이 아무머니 목소리로)','(음흉하고도 작은 목소리로)','(기쁨에 들떠서)'를 보고 아이에게 똑같은 투로 이야기를 읽어주다보면 시간을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아이는 이야기속에서 스스로 자라난다.
 
 아이를 둔 어버이들은 마땅히 이 책을 손에 들고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조분조분 나긋나긋 때로는 천둥소리까지 들려주면서 아이를 재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책들을 나는 아이가 10살 무렵에야 만났었다. 그게 3년전이다. 아이는 4학년이었다. 늦었지만 나는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났다. 이제는 6학년이 된 딸아이의 머리맡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아빠인 내가 잠자기 전에 아이에게 읽어달라고 해야겠다.
 
 많은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이 일주일에 두 어편이면 80가지 이야기를 1년동안 아이랑 함께 나눌 수 있다. 이처럼 쉽고도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곁에서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엄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 모두들 한 번씩은 꼭 이 책들을 만나보시기를….
 
 
2009. 3. 8. 너무도 화창한 봄날, 낮입니다만 ~ 
 
들풀처럼
*2009-070-03-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샘깊은 오늘고전 8
김이은 지음, 정정엽 그림, 김시습 원작 / 알마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작 100여쪽의 책이다. 그리고 오래된 조선전기의 한문소설이다. 그런데 이런 매력이 있는 줄 이제서야 알게된다. 우리말로 풀어쓴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예스러운 말투와 시어들.. 그리고 글에 맞춘듯한 고아한 느낌의 장정까지…겉모습과 분위기에서 벌써 70점은 먹고 들어간다. 이 책, 디자인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중 두 가지만 이 책에 담겨 있는데 <이생이 담을 엿보다>가 그 한 편이고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가 그 둘째 편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고려 선비 이생과 최씨 처녀의 사랑이야기는 비록 부인의 죽음이 홍건적의 난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득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케한다. 그리고 그만큼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안타까워도 행복하기에 '비극'이라 부르기에는 뭣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듯이 말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고려 시대라는 옛날옛적에 감히 담을 넘고 양가부모의 허락도없이 살림?을 차리는 이야기라니…. 대담하고 또 대담하다. 게다가 그 발단 혹은 앞서서 손을 내미는 과감함이 최씨 처녀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조선시대 유교가 국교처럼 정착되기 전에는 우리네 여성들이 남성들 못지않게 활동적이고 자유로왔음을 짐작케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처녀는 왜적으로 인하여 죽은 혼령임에도 죽은 원한을 해소해달라고 부처님께 적극적으로 갈구하고 부처님은 똑같은 소원을 내기로 건 양씨 선비를 만나게 해주어 그들 둘의 소원을 풀어주는데 이 과정에서도 비록 죽은 혼령이라 하더라도 처녀는 자신의 뜻을 똑똑하게 밝히고 스스로의 묵은 원혼을 풀어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역시 그만큼 여자들이 자유로왔다는 이야기리라.
 
 소설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세속의 이야기들을 글로 남긴 것은 원작자인 매월당 김시습의 자유로운 '방랑자'정신덕분이리라.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한계 역시 당시의 시대정신이 자연스레 반영된 것이리라. 예를들면 두 편 다 맑고 밝은 이야기일 수 없던 것은 매월당이 처한 상황 자체가 그러하였고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하여 우리는 이 조그만 옛이야기들을 통하여서도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만나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포함된 "샘깊은 오늘 고전" 시리즈는 '원전에서 길어 올린 고전의 깊은 맛과 멋을 오늘에 되살립니다'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책의 편집, 글과 그림의 어우러짐과 멋스런 표지까지 다 맘에 든다. 게다가 고전이라고 하여 부담가지 않도록 알맞게 다듬어진 분량의 책 두께도 모두가 접근하기에 수월하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만난 책이었는데 고마운 책읽기였다. 
 
 사실 다 알고 있다고 여겨지던 고전들중에는 원본 근처에도 못가보고 들어오던 이야기로만 만족하던 작품들이 많다. 특히 우리네 고전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우리 옛이야기부터 한 권씩 만나보아야겠다. 이처럼 좋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무얼 두려워하겟는가.  
 
 
2009. 3. 7. 밤, 하고픈 이야기는 많은데 벌써 잠이 쏟아집니다. 
 
들풀처럼
*2009-069-03-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책을 읽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쓴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그 일로 밥벌어 먹고사는 정도가 아니라  인정받는 생활을 한다. 참 행복한 사람이다. 부럽고 또 부럽다. 이런 사람의 글에서 우울이나 비관 혹은 실망이나 혐오같은 부정적인 낱말들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당연한 일이리라. 글은 그 사람 자체이므로.
 
 나로서는 뒤늦게 만난 '글쟁이' 마이클 더다, 그는 미국의 최고 유명한 서평꾼 아니 서평쟁이이다. 그리고 서평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그가 차려놓은 맛난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으면 된다. 요즘말로 '참~ 쉽죠.!'이다.
 
 전반적으로 보아, 나의 접근 방식은 비평가나 학자의 그것이 아니라 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독자의 그것이다.  ~  자, 이제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 보라. 여기에 시험 따위는 없다. 그냥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이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 "들어가는 글"에서 )
 
 그렇다.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알듯말듯한 혹은 덜 알려진 고전의 향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책을 가장 잘 읽는 사람'인 지은이가 들려주는 나즈막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는 좋은 책에 대한 소개와 아울러 그 자신의 글자체에서 풍겨나오는 미묘한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너그러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가 책 한 권 혹은 작가를 소개하며 들려주는 가려뽑은  이야기 한 줄 한 줄에서 우리는 그 책의 정수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혼자 보았으면 허투루 넘겨버릴 그런 문장들을 만나고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잠언같은 그 말들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투' 혹은 '글의 맛'을 - 그가 가려 뽑은 글까지 포함하여 -  '너그러움'이라 말하는 것이다.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소극(笑劇)이야. 가장 많이 웃는 사람이 그 소극을 가장 즐긴 자야. ( "3. 토머스 러브 피콕"에서 다시 옮김 ) (35)
 
 섹스와 읽기의 유사점은 그 두 행위 사이에 탁 트인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측정 가능한 시공간과는 아주 다른 어떤 것이다. ( "8. 이탈로 칼비노"에서 다시 옮김 ) (58)
 
 사실 한 사람의 개인이 책 한 권을 통하여 만날 수 있는 이야기는 살아온 경험안에서 한정지어진다. 우리는 그 한정지음의 틀을 벗어나기 위하여 여러졸류, 여러가지의 책을 찾아다니고 심지어는 서평들을 모아놓은 책들까지 뒤적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혼자 읽다 놓쳐버린 구절들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가르킴을 통하여 눈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경험을 하게되는 순간, 우리는 놀라움과 함께 가슴벅참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결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고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지적하여도 스스로의 가슴에서 우러나 깨우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한마디로 너무도 달콤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고작 몇 줄의 문장만으로 말이다. 
 
 "아티스, 나는 오래전 한때 당신을 사랑했어요." ( "17. 사포"에서 다시 옮김 ) (111)
 
 "소수의 사람들이 사치를 마음껏 향락하는 동안 배고픈 대중이 생활필수품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이런 세상은 분명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 ( 44. 장 자크 루소"에서 다시 옮김 ) (243)
 
 그런데 우리가 이 맛난 책을 읽으며 부딪히는 문제는 미리 예견되었듯이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의 목록들이 자꾸 늘어만 가는 것이다. 배부른 고민이라고나 할까? 하여 책을 읽다가 멈추고 읽다가 멈추고 그냥 책 자체를 바라보는 시간들이 늘어만 가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끝끝내 다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온전하게 다 읽는다는 것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가들과 그들의 책들을 다 만난다는 것인데 어찌 쉬운 일이랴. 그냥 켵에 두고 막힐 때 마다 뒤적이며 길찾는 지팡이로 쓰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는 있는 그대로이고 달라질 것이 없다.  많은 통로, 문, 경계지 등이 있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 시절은 어디론가 가 버렸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오래되었다. 우리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날씨도 예전에는 달랐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여름날은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구름은 아주 하얗고, 물은 아주 향기롭고, 그늘은 아주 깊고, 많은 약속으로 가득 차 있던 여름날….. 분명 과거 한때 그런 여름날이 있었다. " ( "제 5부 일상의 마법"에 들어가며 ) (186)
 
 이토록 가슴저미도록 아름답고 설레이는 글들에 취하여 지은이가 일부러 나누어놓은 작가들의 구획도 내겐 별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고전의 향취만 이 책에서 머무를 뿐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리라. '간단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아주 강력한 힘을 풍기는가 하면 아름답고 현명한 분위기를 띄우고,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195) 그렇다. 그의 글,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그러하였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2009. 3. 7. 저녁,

     ' "우리 인생에는 부모,애인,열정적 체험과 맞잡이인 책들이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끝내는 글"에서 ) (476)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들풀처럼
*2009-068-0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