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작 100여쪽의 책이다. 그리고 오래된 조선전기의 한문소설이다. 그런데 이런 매력이 있는 줄 이제서야 알게된다. 우리말로 풀어쓴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예스러운 말투와 시어들.. 그리고 글에 맞춘듯한 고아한 느낌의 장정까지…겉모습과 분위기에서 벌써 70점은 먹고 들어간다. 이 책, 디자인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
| |
| 다섯 편의 이야기중 두 가지만 이 책에 담겨 있는데 <이생이 담을 엿보다>가 그 한 편이고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가 그 둘째 편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
| |
| 고려 선비 이생과 최씨 처녀의 사랑이야기는 비록 부인의 죽음이 홍건적의 난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득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케한다. 그리고 그만큼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안타까워도 행복하기에 '비극'이라 부르기에는 뭣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듯이 말이다. |
| |
| 그런데 두 사람이 고려 시대라는 옛날옛적에 감히 담을 넘고 양가부모의 허락도없이 살림?을 차리는 이야기라니…. 대담하고 또 대담하다. 게다가 그 발단 혹은 앞서서 손을 내미는 과감함이 최씨 처녀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조선시대 유교가 국교처럼 정착되기 전에는 우리네 여성들이 남성들 못지않게 활동적이고 자유로왔음을 짐작케한다. |
| |
|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처녀는 왜적으로 인하여 죽은 혼령임에도 죽은 원한을 해소해달라고 부처님께 적극적으로 갈구하고 부처님은 똑같은 소원을 내기로 건 양씨 선비를 만나게 해주어 그들 둘의 소원을 풀어주는데 이 과정에서도 비록 죽은 혼령이라 하더라도 처녀는 자신의 뜻을 똑똑하게 밝히고 스스로의 묵은 원혼을 풀어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역시 그만큼 여자들이 자유로왔다는 이야기리라. |
| |
| 소설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세속의 이야기들을 글로 남긴 것은 원작자인 매월당 김시습의 자유로운 '방랑자'정신덕분이리라.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한계 역시 당시의 시대정신이 자연스레 반영된 것이리라. 예를들면 두 편 다 맑고 밝은 이야기일 수 없던 것은 매월당이 처한 상황 자체가 그러하였고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하여 우리는 이 조그만 옛이야기들을 통하여서도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만나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
| |
| 그리고 이 책이 포함된 "샘깊은 오늘 고전" 시리즈는 '원전에서 길어 올린 고전의 깊은 맛과 멋을 오늘에 되살립니다'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책의 편집, 글과 그림의 어우러짐과 멋스런 표지까지 다 맘에 든다. 게다가 고전이라고 하여 부담가지 않도록 알맞게 다듬어진 분량의 책 두께도 모두가 접근하기에 수월하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만난 책이었는데 고마운 책읽기였다. |
| |
| 사실 다 알고 있다고 여겨지던 고전들중에는 원본 근처에도 못가보고 들어오던 이야기로만 만족하던 작품들이 많다. 특히 우리네 고전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우리 옛이야기부터 한 권씩 만나보아야겠다. 이처럼 좋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무얼 두려워하겟는가. |
| |
| |
| 2009. 3. 7. 밤, 하고픈 이야기는 많은데 벌써 잠이 쏟아집니다. |
| |
| 들풀처럼 |
|
| *2009-069-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