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바다를 정복하라 - 생활 속 영어 바로 알기
하광호 지음 / 반석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영어를, 남의 나라말을 다시 배우려 생각한 것은 어릴 적처럼 어떤 시험에서 점수를 더 잘 받기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보고싶은 책이 기다려도 번역되어 나오지 않아서 원서로라도 읽어보고픈 소박한? 욕심때문이다. 하지만 원서를 앞에두고 술술 읽어나가는 것은 단지 바램일 뿐이고 그저 사전을 옆에 두고 단어를 찾아가면서라도 문장을 이해할수만 있다면 그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리하여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다. 
 
 그리고…. 다가와 부딪히는 문제는 단어가 아니었다. 단어는 널려있는 인터넷을 통하여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지만 낱낱의 뜻들을 조합하여도 이해가 가지않는 문장들은 역시 나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뒤적이다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영어의 바다를 정복하라]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은이이다.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대학생들에게 영어 교수법을 강의 하는' '단 한 명'의 '한국인 교수'가 바로 지은이이다. 그러니까 영어의 본고장에서 영어교육에 대하여 가르칠 정도로  확실한 실력을 갖춘 지은이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책 내용의 확실함에 대하여는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일단 믿고 시작한다.
 
 책 내용을 훑어보면 먼저 몸풀기, "워밍업: 문장의 기본 개념과 토대"로 시작하여 "제1부 품사편"과 "제2부 동사편"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각각의 상세내용에는 'Lesson 01,02,,,14,15'까지 강의가 이어지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도록 되어 있다. 어릴 적 만나보던 [성문 종합 영어]의 21세기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훨씬 시각적인 효과가 강화되어 배우고 익히기는 수월해보인다.
 
 게다가 각각의 'Lesson'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마무리 단계들, 'EXERCISE'에서의 복습,본문의 학습내용을 독해를 통하여 점검해보는 'READING WORKSHOP', 주어진 영어단어를 이용하여 우리말을 영작하여보는 'WRITING WORKSHOP',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잘못된 영어의 사례들을 전국에서 찾아내어 설명하고 바로잡아주는 'Take a Break'가 있다. 특히 'Take a Break'를 통하여 알게되는 사례들은 낯부끄럽기까지 하다.  
 
 <GRAND OPEN>  ☞ <GRAND OPENING> ( 'Lesson 01'의 'Take a Break'에서 ) (84)
 
 예를 들어 백화점 현수막 등에서 흔히 만나오던 <GRAND OPEN>이라는 말이 '웅대한,성대한 + 공터, 빈터'라는 뜻이라니….  결국 이 말은 콩글리쉬였다는 이야기이다. 개점을 맞이하여 진행하는 화려하고 성대한 오픈 행사를 나타내는 말이라면 당연히 <GRAND OPENING>이 되어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우리 실정이 어쩌면 참담하고 어쩌면 우리 영어 교육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하여 씁쓸하다. 'open'이라는 말이 동사로 쓰일 때와 명사로 쓰일 때의 뜻조차 제대로 모르는 영어공부라니..
 
 아직 이 책을 다 공부하지는 못하였지만 - 영어책을 다 공부한다는게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 이러한 간단한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신뢰감을 더하는 영어 공부의 좋은 교재라고 할 수 있다.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다시 시작하는 공부에도 탄력이 붙지않을까. 목표를 뚜렷이 하고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지만 강제하는 것이 없다보니 훌쩍 석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이 책을 밑바탕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가야겠다. 다시 한 번 다짐하여본다.
 
 
2009. 3.22. 공부를 방해하는 유혹들이 넘쳐나는 밤입니다.
 
들풀처럼
*2009-08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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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넌 할 수 있어!
클레르 프리드먼 지음, 양은진 옮김, 가비 한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우 스물 네 쪽의 이야기, 그것도 아이들 눈에 맞추어 예쁜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 그림책을 불혹(不惑)을 넘긴 이 나이에 본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저 아이들 보는 그림책일 뿐인데…. 이런 생각들을 하며 바라본 책들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미친 듯 책을 읽으며 한 달에 두어 권씩 만난 그림책들, 그런데 그 책들 속에서 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됩니다.
 
 처음엔 별 내용이 없는 것 같던 이야기들을 되씹고 생각해보는 동안 그동안 거칠게 혹은 바쁘게 살아오느라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가라앉아 있던 묵은 감성들까지 하나씩 살아나는 느낌들, 그 아릿하고 아련한 감정들이 아직도 내 몸 어딘가에 있다는 놀라움, 그러한 기쁨들을 어린이 그림책을 통하여 만나곤 하였답니다.
 
 그리고 오늘,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라고 엄마 토끼가 아기 토끼 데이지에게 들려주는 격려의 말을 듣다보니 저 역시 어릴 때 일들이 생각납니다. 이십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님이 살아 생전 제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들려주신 이야기가 바로 토끼 이야기입니다. 제가 여섯 살 쯤인가, 어머니에게 한글을 배우며 늘상 했던 말이라며 들려주신 이야기가 "하얀 토끼는 왜 눈이 빨갛나?"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흐릿한 제 기억 속에 어머니와 함께 한 이야기로 남아있는 얼마되지 않는 이야기중 최초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토끼의 이야기를 다시 책에서 만납니다. 역시 엄마는 엄마입니다. 
 
 "괜찮아. 다시 한 번 해보렴"
 "한번에 되는 게 어디 있니?"
 "걱정 마, 데이지. 너도 잘 뛰게 될 거야. "
 "그럼, 넌 더 높이 뛸 수 있어!"
 
 살아가는 날들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곁에서 따듯이 어깨를 두드리시며 들려주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탓에 오히려 지금도 듣고 싶은 위로와 다독임의 말씀들이 그립습니다. "넌 할 수 있어", "괜찮아,다시 한 번 해보렴"이라는 이야기를 저도 듣고싶지만 이제는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데이지의 엄마 토끼처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이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겠지요. "한번에 되는 게 어디 있니?"라며 우리들의 마음을 감싸안아주어 다시 한 번 일어설 힘을 주시는 그 말씀, 요즘같은 날들이면 더욱 그리운 말씀들입니다.  
 
 "그래, 우리 데이지 잘 하고 있어."
 "기운 내, 데이지. 엄마랑 같이 해 보자."
 "그래, 넌 해냈어."
 "반드시 (넌) 해낼거야."
 
 봄날입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우리 곁에도 희망의 시간들은 다가 올겁니다. "반드시 (넌) 해낼거야.", "그래, 넌 해냈어."라는 이야기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시간들 속에서도 우리가 나눠야 할 엄마의 말씀입니다. 따듯한 봄날, 귀엽고 예쁜 토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엄마생각에 잠겨 본 하루입니다. 그립고 또 그리운 내 어머니….
 
 

2009. 3.22. 비 개인 맑은 아침, 살아 계실 때 못한 이 말,

            "어머니, 사랑합니다."
 
들풀처럼
*2009-08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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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카민스키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3
다니엘 켈만 지음, 안성찬 옮김 / 들녘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비는 왔다가 가는 것이지요." 보고비치가 말했다. "그게 비가 하는 일입니다." (36)
 
Ⅰ.
 "이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 모두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는 통에 정신이 없어. 게다가 몇몇 이야기는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엇갈리는 부분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해야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거지?" (205)
 
 그렇지, 당연한 이야기이지. '진실'은 늘 곁에 있는 듯 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거나 내게 스스로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지. 그런데 우리는 이런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늘 그냥 안다고만 생각하지.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인 것을 잊으면 안되는 것이지.
 
Ⅱ.
 젊고 명민한 작가가 들려주는, 유쾌한 반전이 있는 예술과 삶에 대한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책은 마누엘 카민스키라는 당대의 유명한 화가의 전기를 집필하여 성공을 꿈꾸는 예술사가 세바스티안 쵤너의 좌충우돌 여행기?이다. 심리소설처럼 때로는 스릴러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예술에 대한 우리들의 기대치를 한껏 비웃고 뒤틀어서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눈이 멀어가며 은둔하는 老화가의 생활 속에 난데없이 뛰어든 주인공 '나', '쵤너'의 고군분투는 찻잔 속 태풍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살아있는 화가의 전기를 써두었다가 사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보겠다는 성공에 대한 집착이 우스워보이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 주인공 쵤너는 애인에게서도 헤어질 것을 통보받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다가 진행하는 이 일조차 뜻한바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죽도록 어려운 일입니다. 한 마디로 나는 눈이 멀어 가고 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49)
 
 " ~  쵤너 씨, 세상 모든 일에는 갖가지 사연과 이유가 깃들어 있기 마련이오. 하지만 진실은 항상 가장 진부한 이야기 중 하나라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의 생각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몰라. ~ " (69)
 
 "어떤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건 간에 나는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네. 자네도 그럴거야. 안 그런가? 인생이란게 뿌린 대로 거두기 나름 아닌가?" (173)
 
 화가 카민스키가 쵤너에게 들려주는 몇마디 이야기들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평상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그런 말들이다. 지역도 다르고 세대는 달라도 사람 사는 속내는 같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여기서 느낀다. 
 
 그런 삶, 그러니까, 좌충우돌,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쵤너의 삶은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다. 하여 카민스키와 쵤너의 동행중 일어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우리를 웃기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만들면서 삶의 진실에 가깝게 우리를 데려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늙은 - 아니 늙었지만 주인공보다 훨씬 똑똑하고 현명한 카민스키의 입을 통하여 우리가 듣는 이런 이야기는 삶의 지표로 삶아도 좋을 만한 선언같은 것이다.
 
 "나는 위대한 화가는 못 돼. 벨라스케스, 고야, 렘브란트와 같은 급의 화가는 못 된다는 뜻일세. 하지만 때때로 나는 매우 뛰어난 그림들을 그렸지. 이건 그리 작은 일이 아닐세. 그 모든 것이 바로 그 닷새 덕분이었어." "그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쵤너, 자네가 해야 일은 인용이 아니라 느끼는 것일세! " ~ "우리는 도약을 통해서만 인생의 중요한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네." (176)
 
 그런 것이다. 우리는, 특히 나는,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재단하고 비평하는데만 몰두해왔다.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의 진실에 한걸음 다가서는 길이라 생각하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삶이란, 삶의 진실이란 아는만큼 움직이고 실천하는 것이고 그 속에서 즐기고 느끼는 것이다. 카민스키의 지적처럼 명확하게 '인용이 아니라 느끼는 것'만이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바른 길이자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해두어야 할 것은 '도약'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약은 순간, 어느 순간 훌쩍 이뤄진다.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말이다. 물은 빗금으로 사다리처럼 끓어 오르지 않는다. 99.9℃에서 100℃로 가며 어느 순간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것이다. 80℃에서 30%, 90℃에서 50%..... 이런 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필요한 것은 뭐? 끓어오를 때까지 풀무질을 하는 것이다. 책에는 그 정답까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소." 카민스키가 말했다. "그리는 게 중요하지." (189)
 
 이처럼 화가에게 중요한 것은 명성이나 명예, 옛날에 잘 나가던 추억이 아닌 것이다. 카민스키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로 그 것,  '그리는' 것, 그래, 그리는 사람이 화가의 존재 이유가 아니던가. 여기에 물을 끊게 하는 원칙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일, 자기가 하는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 그 일이 어떠한 일이더라도 말이다. 
 
Ⅲ.
 참, 잊지 마시라. 어쩌다보니 마치 자기계발서를 읽은 듯하지만 이 책은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다. 그림과 화가에 얽힌 이야기들, 전시회, 주인공과 화가의 탈출?, 수 십년 전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 휴게소에서 도난당하는 BMW, 옛사랑과의 만남,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동굴 속 헤매임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가 이어지기에 실제 읽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지난 번에 만난 [엉덩이에 입맞춤을]과는 또 다른 모습의 웃음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이야기, 자신있게 권해드린다. 마지막 반전은 각자 즐기시기를….
 
 "진실은 오로지 분위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려진 형태가 아니라 색채 속에서. 정확하게 포착된 소실점은 진실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어. ~ " (167)
 
 
2009. 3.21. 깊은밤, "나도 어딘가로 향해 가야만 한다." (210) 
 
들풀처럼
*2009-08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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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려면
이정숙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국내 최고의 대화법 전문가, 공채 아나운서 출신, 20년 경력, 현재 언어 및 스피치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이사…. 대략 요점만 간추린 지은이의 화려한 경력이다. 지난해에 [돌아서서 후외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 78]을 통하여 만나보았기에 믿음도 가는 글쟁이이다. 당연히 선뜻 손에 들고 읽어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좋은 책 -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고전과 철학, 명시같은 - 들을 많이 들려주고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도록, 책이 그냥 자신의 몸에 베이도록 하면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려'는 엄마들이 수월하게 아이들의 뇌에 언어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다는 이야기, 유대인들은 당연히 수천 년째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함부로 반박하기 힘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Lesson"은 1~10단계로 나뉘어있지만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부모가 아이가 아주 어릴때부터 열심히 책을 읽어주기만 하면, 그것도 쉬운 책들이 아니라 어려운 책들을, 아이는 기본적으로 두뇌의 언어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과학적 사례들도 최근 쏟아져나오고 있기에 지은이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고싶은 생각은 전혀없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면 잘 될 것 같다. 오히려 문제는 부모들이 지은이의 가족처럼 그런 기본 교양과 어려운 책들을 읽고 준비하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앞부분에 쏟아져나오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정확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말투가, 대화의 전문가답지않게 어설프고 이상하여 마치 번역된 책을 보는 듯한 어색함을 느꼈다. 이 부분은 짚어 보아야겠다. 왜냐면 아이의 언어능력과 관련한 교육방법에 대하여 자세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은이가 스스로의 말에서 제대로 어휘구사조차 되지 않는다면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보완되거나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1) 우리 친정아버지는 40대 후반에 상처하셨다. (18)
 
 '우리 친정아버지'라는 호칭은 그렇다치더라도 '상처(喪妻)'라는 표현은 너무 정중하다 못해 어머니라는 존재를 완전히 버리는 듯한 표현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버지께서 일찍 혼자 되셨음을 표현하는데 '상처하셨다'라는 표현은 제 3자 혹은 남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일 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도 제 3자라서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아무튼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래와 같은 표현이어야하지 않을까?
 
 1) 친정아버지(께서) v (는) 40대 후반이실 때 어머니가(께서?) 돌아가셨다.
 
 같은 쪽 아래부분에 이와 비슷하게 어색한 문장이 다시 등장하는데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 배우자에 대한 정이 사무쳐 재혼도 꿈조차 꾸지 않으셧다.'라는 글도 같은 관점에서 어색하게 다가온다. '돌아가신 어머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2) (우리 아버지, 당신께서는)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논다는 것이 애들이 말귀도 알아듣기 전부터 매일 애들에게 책 읽어주고 퀴즈 내고 해설해 주고 그러면서 혼자 웃고 찡그리고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이었다. (19)
 
 위 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주체는 당연히 '아버지'이시고 '읽어주고 퀴즈 내고 해설해 주고'의 주체도 '아버지'이시다. 하지만 '혼자 웃고 찡그리고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의 주체는 마땅히 '아이'일 것이다. 그런데 문장은 '아버지'께서 '~하고''~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문맥을 보면 당연히 아버지랑 아이는 구별되겠지만 문장만을 본다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아래처럼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2) (우리 아버지, 당신께서는)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논다는 것이 애들이 말귀도 알아듣기 전부터 매일 애들에게 책 읽어주고 퀴즈 내고 해설해 주고 그러는동안 아이는 혼자 웃고 찡그리고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이었다. (19)
 
 이상하게 앞부분에 이와같은 어색한 문장들이 넘쳐난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은 불편하다. 다음 쪽에도 뭔가 어색한 문구가 등장한다.
 
 3) 여행을 마친 우리 아버지는 아이 작은아이가 철학책을 끼고 다니며 읽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지 매우 재미있어 하셨다. (20)
 
 물론 '작은아이' 앞의 '아이'는 교정상의 오류니 다음 인쇄시에 빼버리면 될 것이고, 문제는 나머지 문장의 느낌인데 소리내어 읽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나 역시도 구체적으로 문법적인 오류나 잘못을 콕 찝어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약간만 바꿔보면 조금은 더 자연스레 다가온다.
 
 3) 여행을 마친 우리 아버지는 작은아이가 철학책을 끼고 다니며 읽는 것을 보고 놀랍고 기특한지 매우 재미있어 하셨다. (20)
 
 이 밖에도 '청계천 헌책방은 지적 보고의 역할'(26) 이라는 낯선 표현 - '지식의 보고'?, 이 '~적(的)'의 오,남용에 대하여는 故이오덕 선생님께서도 여러 번 지적하신 바 있다. - '6개월을 꿀리거나', '꿀겠다고'(33) - '기다리거나' 혹은 '대기하거나'? ,여기서 쓰인 '꿀리다'는 '잠자다'라는 말의 은어임 - 등이 어색한 표현으로 눈에 띈다. 
 
 지금까지 지은이의 문장에 대하여 약간의 딴지를 걸어 보았는데 중요한 사실은 나의 지적처럼 지은이의 표현법이 틀리거나 아니면 순전히 내가 잘못 알고 있거나 하는 두 가지 경우 다, 틀리는 쪽이 어릴적 어휘공부를 제대로 못한 탓으로 여기시면 될 것이다. 그만큼 아이에게는 조기교육, 그것도 고전을 읽히는 교육히 필요하다는 반증으로 판단하시기를….
 
 
2009. 3.17. 밤, 우리말 우리글, 배우고 또 배웁시다.
 
들풀처럼
*2009-08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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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공책의 비밀 - 오달지기 풍물굿 이야기 눈높이 어린이 문고 19
윤미숙 글, 박지훈 그림 / 대교출판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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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경우는 없었다. 사람들의 즐거운 마음을 위해서, 풍물이 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굿판이 마당에 벌어지려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했다. 상쇠에서부터 굿패들,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심지어 길 가는 구경꾼까지도 흥에 겨워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날의 햇살도, 지나가는 바람도, 마당의 풀 한 포기까지도 서로 다른 마음으로 굿판에 뛰어들 순 없었다. (136)
 
 짧은 몇 줄로 우리 풍물굿을 이처럼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글이 또 있을까. "제16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마춤한 문장이다. '오달지기 마을'의 풍물굿과 그 내림,전승에 관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면서도 전혀 낯설거나 어색함이 없이 한 판 굿거리장단처럼 우리를 이끌고간다. 이 책, 거/두/절/미, 무조건 만나보시기를….
 먹이가 없어지면 좋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먹이진성이에게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던 것처럼 함께 즐겁기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바로 그것이다. (122)
 
 오달지기 마을의 '상쇠'자리를 둘러싼 주인공 진성이 아버지의 마음씀- 자신의 아들 진성이를 다음세대의 상쇠로 키우려는 - 과 아이들의 자라남, 주인공 진성이와 마을의 업동이 먹이의 꽹과리 소리, 친구 금옥이판동이까지…. 마을 전체가 풍물굿판으로 어우러지는 흐뭇한 풍경들…그 속에서 오가는 자리를 둘러싼 약간의 해프닝조차 함께 어우러져 넘어가는 가락처럼 들려온다.
 
 분위기가 오르자 할아버지도 웃으셨다. 기운이 없어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바로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힘으로 살아오셨다. 그 힘은 농사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주었다. (27)
 
 우리 풍물의 가락에 한번쯤 빠져본 경험이 있거나 곁에서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그 소리가, 그 가락이 우리네 가슴을 흔들어 어깨를 들썩이게 하거나 함께 손 내밀어 더덩실 춤을 추게 하는지 알 것이다. 어울려 노는 놀이를 통한 즐거움이 집단의 '신명'으로 표출되는 순간은 어느 시대에나 어느 사회에서나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되는 것이다.
 
 "진성아, 풍물은 하늘이 내린 음악이여. 온 마음을 다했을 때, 비로소 곧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겨." (30)
 
 진성이 할아버지가 진성이에게 들려주는 말씀이다. 다른 일도 그러하듯이 풍물 역시 '온 마음을 다했을 때, 비로소 곧은 소리'로 내게 다가 오는 것이다. 이 깨달음을 얻는 바로 그 때가 득음하는 순간이며 진성이가 친구와의 경쟁심을 뛰어넘어 풍물 자체에 매혹되는 순간인 것이다. 소리는 그처럼 온마음을 다해야만 만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귀가 막혔어도 먹이처럼 듣는 아이도 있다. 들으려고 하면 어떻게든 듣는 것이다. 진정으로 듣는 것은 마음으로 듣는 것이지 귀로 듣는 게 아니었다. (170)
 
 책에 등장하는 진성이의 친구, 진성이보다 꽹가리 가락을 더 잘하던 친구 먹이는 어릴적 귀머거리가 되었지만 소리를 낼 줄 안다. 여럿이 어우러지는 풍물 속의 어려운 꽹가리 가락까지 똑같이 다룰 줄 아는데 그 비밀이 풍물굿의 장면 장면을 하나하나 그려놓은 '소리 공책'에 있었다는 사실, 함부로 따라하거나 어설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한 박자 한 박자까지 느끼고 체현할 수 있도록 그려놓은 공책인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노력하는 사람을 쉬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하여 끝내 진성이의 아버지까지 먹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 아이에겐 혼이 담겨 있어. 저 아이가 들을 수 있는 것은 풍물을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이야. 먹이에겐 소리를 지켜 나가려는 혼이 담겨 있어. 혼은 노력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있는게 아니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절실함에서 그 혼 또한 생겨나고 사라지고 하는 것이지.' (179)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것은 이야기의 소재가 우리 것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진성이의 마음과 아버지와의 갈등, 먹이를 이해하고 보듬어 나가는 진성이의 자라남 등이 따듯하게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함께하는 그림이 이야기의 장면들을 제대로 받쳐주며 살갑게 어울리고, 다루어지는 우리말도 무척이나 풍요롭다. 풍물굿 자체가 우리네 옛선조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오랜 풍습이기도 하거니와 풍물 자체와 관련된 낱말들도 이 책을 통하여 두루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끝부분에 그 낱말들만 따로 정리가 된다면 더 더욱 좋으리라.
 
 먹이 집으로 가는 길에, 반달이었던 달 몸에 살이 오르고 있었다. (128)
 
 '달 몸에 살이 오르고 있었다'는 표현이 너무 멋지고 맘에 든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노니, 이 책, 얼른 만나보시기를….
 
2009. 3. 16. 우리네 이야기에도 '살이 오르고 있'는 기쁜 밤입니다.
 
들풀처럼
*2009-08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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