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넌 할 수 있어!
클레르 프리드먼 지음, 양은진 옮김, 가비 한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우 스물 네 쪽의 이야기, 그것도 아이들 눈에 맞추어 예쁜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 그림책을 불혹(不惑)을 넘긴 이 나이에 본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저 아이들 보는 그림책일 뿐인데…. 이런 생각들을 하며 바라본 책들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미친 듯 책을 읽으며 한 달에 두어 권씩 만난 그림책들, 그런데 그 책들 속에서 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됩니다.
 
 처음엔 별 내용이 없는 것 같던 이야기들을 되씹고 생각해보는 동안 그동안 거칠게 혹은 바쁘게 살아오느라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가라앉아 있던 묵은 감성들까지 하나씩 살아나는 느낌들, 그 아릿하고 아련한 감정들이 아직도 내 몸 어딘가에 있다는 놀라움, 그러한 기쁨들을 어린이 그림책을 통하여 만나곤 하였답니다.
 
 그리고 오늘,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라고 엄마 토끼가 아기 토끼 데이지에게 들려주는 격려의 말을 듣다보니 저 역시 어릴 때 일들이 생각납니다. 이십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님이 살아 생전 제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들려주신 이야기가 바로 토끼 이야기입니다. 제가 여섯 살 쯤인가, 어머니에게 한글을 배우며 늘상 했던 말이라며 들려주신 이야기가 "하얀 토끼는 왜 눈이 빨갛나?"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흐릿한 제 기억 속에 어머니와 함께 한 이야기로 남아있는 얼마되지 않는 이야기중 최초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토끼의 이야기를 다시 책에서 만납니다. 역시 엄마는 엄마입니다. 
 
 "괜찮아. 다시 한 번 해보렴"
 "한번에 되는 게 어디 있니?"
 "걱정 마, 데이지. 너도 잘 뛰게 될 거야. "
 "그럼, 넌 더 높이 뛸 수 있어!"
 
 살아가는 날들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곁에서 따듯이 어깨를 두드리시며 들려주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탓에 오히려 지금도 듣고 싶은 위로와 다독임의 말씀들이 그립습니다. "넌 할 수 있어", "괜찮아,다시 한 번 해보렴"이라는 이야기를 저도 듣고싶지만 이제는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데이지의 엄마 토끼처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이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겠지요. "한번에 되는 게 어디 있니?"라며 우리들의 마음을 감싸안아주어 다시 한 번 일어설 힘을 주시는 그 말씀, 요즘같은 날들이면 더욱 그리운 말씀들입니다.  
 
 "그래, 우리 데이지 잘 하고 있어."
 "기운 내, 데이지. 엄마랑 같이 해 보자."
 "그래, 넌 해냈어."
 "반드시 (넌) 해낼거야."
 
 봄날입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우리 곁에도 희망의 시간들은 다가 올겁니다. "반드시 (넌) 해낼거야.", "그래, 넌 해냈어."라는 이야기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시간들 속에서도 우리가 나눠야 할 엄마의 말씀입니다. 따듯한 봄날, 귀엽고 예쁜 토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엄마생각에 잠겨 본 하루입니다. 그립고 또 그리운 내 어머니….
 
 

2009. 3.22. 비 개인 맑은 아침, 살아 계실 때 못한 이 말,

            "어머니, 사랑합니다."
 
들풀처럼
*2009-08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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