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려면
이정숙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국내 최고의 대화법 전문가, 공채 아나운서 출신, 20년 경력, 현재 언어 및 스피치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이사…. 대략 요점만 간추린 지은이의 화려한 경력이다. 지난해에 [돌아서서 후외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 78]을 통하여 만나보았기에 믿음도 가는 글쟁이이다. 당연히 선뜻 손에 들고 읽어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좋은 책 -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고전과 철학, 명시같은 - 들을 많이 들려주고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도록, 책이 그냥 자신의 몸에 베이도록 하면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려'는 엄마들이 수월하게 아이들의 뇌에 언어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다는 이야기, 유대인들은 당연히 수천 년째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함부로 반박하기 힘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Lesson"은 1~10단계로 나뉘어있지만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부모가 아이가 아주 어릴때부터 열심히 책을 읽어주기만 하면, 그것도 쉬운 책들이 아니라 어려운 책들을, 아이는 기본적으로 두뇌의 언어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과학적 사례들도 최근 쏟아져나오고 있기에 지은이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고싶은 생각은 전혀없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면 잘 될 것 같다. 오히려 문제는 부모들이 지은이의 가족처럼 그런 기본 교양과 어려운 책들을 읽고 준비하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앞부분에 쏟아져나오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정확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말투가, 대화의 전문가답지않게 어설프고 이상하여 마치 번역된 책을 보는 듯한 어색함을 느꼈다. 이 부분은 짚어 보아야겠다. 왜냐면 아이의 언어능력과 관련한 교육방법에 대하여 자세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은이가 스스로의 말에서 제대로 어휘구사조차 되지 않는다면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보완되거나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1) 우리 친정아버지는 40대 후반에 상처하셨다. (18)
 
 '우리 친정아버지'라는 호칭은 그렇다치더라도 '상처(喪妻)'라는 표현은 너무 정중하다 못해 어머니라는 존재를 완전히 버리는 듯한 표현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버지께서 일찍 혼자 되셨음을 표현하는데 '상처하셨다'라는 표현은 제 3자 혹은 남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일 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도 제 3자라서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아무튼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래와 같은 표현이어야하지 않을까?
 
 1) 친정아버지(께서) v (는) 40대 후반이실 때 어머니가(께서?) 돌아가셨다.
 
 같은 쪽 아래부분에 이와 비슷하게 어색한 문장이 다시 등장하는데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 배우자에 대한 정이 사무쳐 재혼도 꿈조차 꾸지 않으셧다.'라는 글도 같은 관점에서 어색하게 다가온다. '돌아가신 어머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2) (우리 아버지, 당신께서는)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논다는 것이 애들이 말귀도 알아듣기 전부터 매일 애들에게 책 읽어주고 퀴즈 내고 해설해 주고 그러면서 혼자 웃고 찡그리고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이었다. (19)
 
 위 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주체는 당연히 '아버지'이시고 '읽어주고 퀴즈 내고 해설해 주고'의 주체도 '아버지'이시다. 하지만 '혼자 웃고 찡그리고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의 주체는 마땅히 '아이'일 것이다. 그런데 문장은 '아버지'께서 '~하고''~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문맥을 보면 당연히 아버지랑 아이는 구별되겠지만 문장만을 본다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아래처럼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2) (우리 아버지, 당신께서는)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논다는 것이 애들이 말귀도 알아듣기 전부터 매일 애들에게 책 읽어주고 퀴즈 내고 해설해 주고 그러는동안 아이는 혼자 웃고 찡그리고 소리 지르며 노는 것이었다. (19)
 
 이상하게 앞부분에 이와같은 어색한 문장들이 넘쳐난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은 불편하다. 다음 쪽에도 뭔가 어색한 문구가 등장한다.
 
 3) 여행을 마친 우리 아버지는 아이 작은아이가 철학책을 끼고 다니며 읽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지 매우 재미있어 하셨다. (20)
 
 물론 '작은아이' 앞의 '아이'는 교정상의 오류니 다음 인쇄시에 빼버리면 될 것이고, 문제는 나머지 문장의 느낌인데 소리내어 읽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나 역시도 구체적으로 문법적인 오류나 잘못을 콕 찝어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약간만 바꿔보면 조금은 더 자연스레 다가온다.
 
 3) 여행을 마친 우리 아버지는 작은아이가 철학책을 끼고 다니며 읽는 것을 보고 놀랍고 기특한지 매우 재미있어 하셨다. (20)
 
 이 밖에도 '청계천 헌책방은 지적 보고의 역할'(26) 이라는 낯선 표현 - '지식의 보고'?, 이 '~적(的)'의 오,남용에 대하여는 故이오덕 선생님께서도 여러 번 지적하신 바 있다. - '6개월을 꿀리거나', '꿀겠다고'(33) - '기다리거나' 혹은 '대기하거나'? ,여기서 쓰인 '꿀리다'는 '잠자다'라는 말의 은어임 - 등이 어색한 표현으로 눈에 띈다. 
 
 지금까지 지은이의 문장에 대하여 약간의 딴지를 걸어 보았는데 중요한 사실은 나의 지적처럼 지은이의 표현법이 틀리거나 아니면 순전히 내가 잘못 알고 있거나 하는 두 가지 경우 다, 틀리는 쪽이 어릴적 어휘공부를 제대로 못한 탓으로 여기시면 될 것이다. 그만큼 아이에게는 조기교육, 그것도 고전을 읽히는 교육히 필요하다는 반증으로 판단하시기를….
 
 
2009. 3.17. 밤, 우리말 우리글, 배우고 또 배웁시다.
 
들풀처럼
*2009-08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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