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5천만 원의 전쟁
이종룡 지음, 곽성규 구술정리 / 호랑나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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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하루 20시간 일하고 400킬로 이동한다 (4)
 
 나는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걸었다. (186)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걸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이 사람, 이 사람을 보라. 도대체 무엇이 이 사람을 '겨우' 아르바이트생에서 '전문' 아르바이트맨으로 거듭나게 하였을까? 기다리던 책을 받아들고 잠시만 훑어보자고 책을 들었다가 지은이의 생생한 실화가 전해주는 박력과 감동에 책을 놓지 못하고 만사 제쳐두고 끝까지 내달렸다.
 
 어떻게보면 개인사업의 부도로 어렵게 살면서 그 빚을 청산해나가는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전문 '구술정리' 작가의 능력이 도와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은이의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실화란 점이 우리를 더 자극하고 일깨우는 것이리라.
 
 3억 5천만원이라면 우리같은 일반인들에겐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리고 이 금액의 빚을 10년 동안 7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월 350만원정도씩 갚아서 다 상환을 하였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은이가 스스로 깨달아가는 삶의 지혜들이 우리가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통하여 익힌 뒤 실천하려는 실행항목들임을 알게 될 때, 이 사람이 걸어온 단계가 제대로된, 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하여 알게된 것을 다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통하여 삶의 지혜들을 이렇게나 많이 깨닫게 되다니. 누구도 지은이의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우리라.
 
 지은이의 생생한 육성을 자기계발서 형식으로 정리하며 만나는 실행덕목들은 어쩌면 늘 보아오고 들어오던 것이라 오히려 '뭐,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알바라고? 나한테는 직장이야!' -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 (42)
 '때밀이는 아무나 하나?' -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지금 당장 배워라 (50)
 '막하면 안 돼. 순서를 정리하지!' - 일의 순서도를 짜라 (140)
 '목욕탕? 나한테는 별장이야!' - 지옥도 즐겁다 생각하면 천당이 된다 (176)
 
 떡 배달 - 학원차 운전 - 야간 배달 - 목욕탕 청소 - 신문 배달 - 취침 으로 이어지는 쉴 틈 없는 지은이의 아르바이트는 3억5천의 빚을 다 갚은 지금부터 10년간 더 계속된다. 지은이는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셈이다. 방송으로까지 알려지고 아마 조금 있으면 아르바이트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넘겨주고 성공학 강사로 전국을 누비게 될 것이다. 고난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힘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다가서기 힘든 밑바닥의 삶에서 그는 일어섰고 오늘도 그 바닥에서 하루하루를 정말 '빡세게' 시작하고 있다.
 
 나도 고3때부터 직장 취직 전까지 여러종류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였고 나름대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을 대하였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목욕탕 아르바이트의 장점도 짧은 시간이지만 경험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한 일은 없었다. 그럼 최근에 나는 '목숨을 걸고' 일을 하고 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된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당연히 든다.
 
 '안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행동만이 변화를 이끌어 낼 뿐이다. 이종룡씨는 행동했다.' ("에필로그"에서, 구성작가 곽성규) (236) 모든 자기계발서에 통용되는 단 하나의 지침, 실천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이야기이다. 지은이, 이종룡씨의 지난 10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뛰면서 라면을 먹어 본 적이 있는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해 본 적이 있는가?
 신용에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아르바이트로 성공하기 위해 나는 이 모든 것을 철저히 실천했고 나만의 노하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나는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걸었다. 신문 배달, 떡 배달,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한 적이 없었다. (186)
 
 '나는 지금도 달린다'(226)는 지은이의 현재진행형 다짐을 뒤로하고 우리 역시 그 길에 나선다.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함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도 '목숨을 걸고' 일 할 수 있으리라.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우리, '오늘도 달리자 !'
2009. 4. 11. 가문 날 더욱 그리워지는 빗줄기를 기다리는 저녁입니다.
 
들풀처럼
*2009-10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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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올바른 글쓰기 33가지 방법
김하원 지음 / 민중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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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잘 쓰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5)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든 글을 잘 쓸 수 있다. (11)
 
 책을 한 번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가다듬고 서평을 작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꽤 많은 양의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글 내용의 품질은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글 자체의 형식이나 맞춤법은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 만큼 개선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여러 편의 글쓰기 책들을 섭렵중이다. 이번에 이 책을 만난 까닭도 그러하다.
 
 책은 대체로 평이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명확하게 '직장인'으로 한정지은 탓에 지난 번 만났던 작가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과는 달리 일상적인 표현법, 맞춤법 등에 중점이 두어져 있다. 그만큼 다가서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따라하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33가지의 지침중 많은 부분은 형식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까 맞춤법, 문법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 부분은 최근에는 인터넷상의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면 쉽게 걸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인터넷 접속환경이 되어야겠지만. 나 역시 이 글을 쓰면서도 맞춤법을 확인하곤 한다. 하지만 공개적이긴해도 공식적인 출판물도 아니기에 스스로 작성하던 중 '어, 이건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만 확인을 거쳐 낱말이나 문장을 쓰고 있다. 하여 100% 문법이나 맞춤법에 맞는 문장만을 사용중인 것은 아니다.  http://164.125.36.47/urimal-spellcheck.html
 
 이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만 잘 챙겨도 기본적인 글쓰기에 적지않은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가 주의깊게 보고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은  33가지중 뒷부분에 해당하는 22~33번에 해당하는 지침들이다. 그 지침들을 다시 한 번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될 것이다.
 
 '글의 얼굴'인 '제목'을 신중하게 설정하고, '쉬운 글','자연스러운 글'을 '항상 볼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쓴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줄이면 '쉽고, 간단하고, 분명하게!' 이다.
 
 하지만 지은이의 지적처럼 이 말을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적으리라. 하여 우리 앞에 남는 과제는 역시 '실천'의 문제이다. 아는 만큼 그대로 행동하는 것만이 좋은 글을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 뻔한 이야기지만 다시 만나는 중요한 지적이다. 자, 그럼 그만 주절거리고 나만의 글을 쓰러 가야겠다. 제대로된 나만의 글쓰기를 위하여!
 
 
2009. 4. 5. 낮, 더 쉽고 더 간단하고 더 분명한 글을 위하여!
 
들풀처럼
*2009-10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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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과나무 - 단숨에 읽는 10분 동화
남미영 지음 / 세상모든책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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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머리 속에는 커다란 생각 주머니가 하나 있는데, 그 속에는 우리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갖가지 생각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들은 샘물과 같아서 꺼내면 꺼낼수록 자꾸만 샘솟는답니다. (1)
 
 단순히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핵심을 간단히 두세줄로 요약하여 정리하여주고 다시 아이들에게 두어 가지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도와준다. 정말 책 제목처럼 '단숨에 읽는 10분 동화' 한 편과 스스로 '생각하는 사과나무'가 되어 자라나는 느낌이다. 아이도 이러한 책의 편집과 진행방식이 맘에 들었나보다. 모처럼 선선히 책을 앞으로 당겨 읽어내려간다. 아침 자습시간마다 한 두 편씩 이야기를 읽고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아래는 아이의 독후감이다. 
 
 
*소의 임자는 누구일까?
(▶소도둑은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이라는데?) 소도둑은 미리 소의 주인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와야 참깨죽을 먹였다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다른 방법으로 소주인을 가려내는 방법은?) 나라면 소에게 토하는 약을 먹이는 것(은) 소의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이 소가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그 장터에 가서 확인을 하겠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
(▶진짜 엄마는 왜 아기를 다른 여자에게 주라고 했나요?) 진짜 엄마는 자기 아이를 죽일 수 없었기 때문에 죽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이 데려가 키워주길 바랬을 것이니까요
(▶진짜 엄마를 찾아낼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솔로몬 왕이 아이가 몇 살인지 물어보거나 요즘에는 DNA를 확인해 보면 된다.
 
*채송화가 된 보석
(▶이상한 노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여왕의 사치에 백성들이 모든 보석을 잃게되고 여왕이 보석에 눈이 팔려 나라를 다스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여왕이라면 백성들을 어떻게 다스릴지?)
 내가 만약 여왕이라면 백성들과 한마음이 되어서 나라를 잘 보살피고 여왕의 자리가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 한번쯤은 편하게 다가가 고민상담과 힘든 일을 도와주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 것이다.
이 책은 (긴)줄글도 아닌 소설도 아닌 동화 이야기를 읽기 쉽게 마지막엔 질문으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재치가 있어 더 편하게 읽은 것 같다.
기억에 남은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처음들은 이야기를 적었다.
독후감이 아닌 이제 책에 그냥 몇 문제를 더 풀어보아야겠다. 
                                                                       2009. 4. 5. 김 난
 책의 뒷부분에 등장하는 "나의 독서타입은?"에서 자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보라고 하니 너무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딸아이는 '대충대충 읽기'형이란다. 시험에서 그래서 틀리는 문제들도 꽤 된다고…. 허. 이 솔직하고 당당함에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랑딸, 아빠는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너를 믿는다는 것, 이 사실만은 알아다오. 
 
 6학년이 되고는 아이의 생각도, 글쓰는 솜씨도 많이 달라지고 있슴을 직접 이처럼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아빠가 먼저 만나보고 자신있게 권하면 아이가 읽고 독후감으로 화답하는 이런 글쓰기가 매주 습관처럼 정착되는 날까지 아이곁에서 계속 북돋우리라. 맞춤법 부분이 아직 조금 모자라지만 이 부분은 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기에 우선은 차근차근 책을 읽도록 격려해야겠다. 
 
 스스로 읽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춤한 형태의 이 책, 이야기도 질문도 그림도 다 맘에 든다. 한참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랑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꼭 한 번 만나보시라.
 
 
2009. 4. 5. 아침, 랑딸과 어울려 이야기하며 다투며 ~ 
 
들풀처럼
*2009-10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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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세상을 날다
소피 라구나 지음, 황보석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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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딱 스물 다섯 해 전, 그러니까 1984년 겨울, 고향 부산에서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던 우리는 아직 어렸었다. 아니, 나는 어렸었다. 죽마고우(竹馬故友) 혹은 지음(知音)으로 일컫는 내 가장 오래된 벗, 녀석과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의 겨울을 보내며 어디에 진학해야 할 지 고민중이었다. 그러던중 우리가 같은 대학을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여러가지 정황 - 경제적인 형편이나 앞으로의 전망 등- 을 고려할 때 기숙사 생활이 제공되고 취직이 보장되는 '항해학과'가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고등학교 동창들이 각자 따로 있었고 나는 그 와중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따라 얼떨결에 무리수를 두고 서울로 가버렸다. 당시 나는 서울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만 흥분하여 - 9명중 나를 포함한 6명이 서울로 갔으니 ~ -  녀석에게 이와 관련한 별도의 상의도 없이 그냥 떠났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녀석의 어머니께서 내게 들려주신 말씀은 그 때 녀석이 많이 서러워하였다는, 함께 같은 대학을 다닐 수 있을거라 기대하였는데 나만 떠나버려 울기도 하였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던 순간 나의 모자람에 갑자기 부끄러움이 확 밀려왔다. 
 
 떠나는 사람은 남겨진 사람의 심정을 결코 알 수 없다. 다행히 나처럼 곁에서 지켜보고 전해주신 어머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녀석의 그 때 그 감정을 나는 지금도, 아니 평생을 모른 채 지냈으리라. 아마도 그 일 이후 나는 녀석을 더 자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도, 멀리 떨어져 살아도 더욱 그리운 벗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Ⅱ.
 모든 일들은 동시에 일어난다. 어떤 삶이 자기 삶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동시에 삶을 살아가고 누구나 다 자기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39)
 
  주인공 버드슈거의 우정 이야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슈거의 갑작스런 이사로 인한 헤어짐을 앞에두고 버드가 겪는 세상사의 모든 고민들 - 가장 친한 친구의 떠남에서 비롯된 오래전 엄마가 떠난 사실, 학교생활의 흔들림, 아빠와의 불화 그리고 가출! - 을 읽으며 이번에는 내가 울었다. 
 
 자신의 취미이자 거의 전부인 '새 이야기' 책을 들고 떠난 난생 처음의 여행길에서 소년은 책도 잃어버리고 심지어는 기차역에서 목숨까지 잃을 뻔하다가 구조되어 일상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그 어린시절들, 좋아하던 벗들과 헤어지던 순간들을 이처럼 생생히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도 슈거버드는 서로 만나는, 그런 아름다운 우정을 간직한 사이일까? 그러리라, 그러하리라…. 나는 믿는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우정만큼 순수한 것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나이가 들고 세파에 휩쓸리고 흔들리고 부대끼며 허청거릴수록 우리가 돌아가야할 곳은 가족의 품과 벗들의 어깨동무뿐이지 않던가? 아버지를 따라 멀리 떠나가는 벗에대한 찬가(讚歌)처럼 내게 다가온 이 책, 새에 대한 모든 것을 좋아하여 그림도 곧잘 그리고 심지어는 새들처럼 생각하고 날 수도 있었던 소년의 이야기, 잊혀졌던 우정을 떠올리며 중년의 아빠가 읽는다면 얻을 것이 더욱 많은 그런 책이다.
 
Ⅲ.
 몇 년 전 내가 무척 힘들어할 때 곁에서 많은 격려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누구보다 많은 도움을 주었던 녀석이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오히려 지금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릴 적 그 때부터 나보다 더 철들고 어른스러웠던 녀석답게 지금의 어려움도 극복해 나가리라. 곁에서 큰 도움은 주지 못할지라도 틈틈이 메신저로 대화하며 우리는 이 '떨어짐'을 끝내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서로를 격려한다. 하루하루 버팅기는 날들 속에서 버드슈거같은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남은 삶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니...... 
 
 토요일에 나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그렌펠 강으로 갔다. 그리고 버드나무 동굴로 기어 올라가 안으로 들어갔다. 슈거가 없으니 모든 것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햇살이,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느리게 흐르는 강물이 곧장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들리는 모든 소리들도 모두 내 안으로 그대로 스며들었다. (65)
 
 
2009. 4. 5. 새벽, 서른 해, 스며든 우정, '녀석, 또 보고싶구나 !'
들풀처럼
*2009-09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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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가 마리화나를 피운다
김류 지음 / 굿북(GoodBook)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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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책의 제목과 이야기 속 주인공의 듣도보도 못한 직업에 이끌려 손에 든 책이었다. 그리고는 약 세시간 가량, 쉽게 읽으며 넘어가던 이야기였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글읽는 재미로만 이야기하자면 부족한 점이 없어보이는 글솜씨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짜임새가 어설픈 느낌이라면 건방진 평일까?
 
 '알레바티스트'(안식을 주는 사람)으로 소개된 주인공 신아현의 직업은 병원에서 삶의 가망이 없는 마지막 환자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갖도록 성적인 자극을 지원해주는 특수한 일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독일에서조차 비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존재, 공식적으로는 매매춘의 여성들이 하는 행동과 거의 차이가 없는 행위들이 벌어지는 병동의 203호실은 그녀의 생존공간이자 삶의 유지 이유처럼 보인다.
 
 간호학과 학생시절에 있었던 스캔들의 책임을 혼자 오롯이 지고 도망치듯 독일로 가는 과정도 조금 무리수가 따르는 설정으로 보였지만 독일에 와서 사고로 화상을 입고 피부이식수술을 받기위하여 택한 직업이 '알레바티스트'라니…. 결말이 어느정도 예측되는 수순이었다.
 
 쉬쉬 할 망정 부끄럽지 않다. 윤리,도덕,체면이 부끄럽게 만들 뿐이다. 자위는 쾌락의 도구다. 인간에게 쾌락을 선사한 건 신이다. 신은 각자의 가슴 속에 존재하며 심장박동이 그 증거다. (25)
 
 이처럼 변명을 해놓았지만 지은이의 마음속에도, 주인공 아현에게도 이러한 직업 또는 행위의 정당성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을게다. 그러니까 이야기꺼리의 파격성에 비하여 이야기는 오히려 평이하게 아현의 고군분투와 급작스런 좌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던가? 현실이 그러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현실을 비틀고 뒤집어 보여주어야하는 것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이 아닐까?
 
 좀 더 파격적이거나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오히려 특수한 이 직업의 존재가치가 더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읽기는 쉽지만 그뿐이었다면 내가 책을 제대로 만나보지 못한 것일까? 이루지못한 꿈과 함께 주인공은 떠난다. 바라는 만큼 읽어내지 못한 채 나도 책에서 벗어난다.
 
 
2009. 4.4. 밤,  다시 끊은지 2년째, 담배 생각이 아직도….쩝….
 
들풀처럼
*2009-09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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