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족, 하늘과 땅이 낳은 사람들 산하세계어린이 29
세실 모지코나치.클로드 퐁티 글, 조엘 졸리베 그림, 백선희 옮김 / 산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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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신화를 풀어쓴 이 책에서 우리는 먼 남쪽나라의 신화를 통하여 알게 되는 그들의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며 상상하는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만난다.
 
 그녀는 한참을 울다가, 어린 펑가를 데리고 하늘로 훌쩍 날아 올랐습니다. (51)
 
 "하늘여행"이라는 이야기 속의 한 장면이다. 하늘에 사는 '하나이'라는 여자가 인간인 '타와키'라는 청년과의 사랑으로 펑가라는 딸을 낳고 살다가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타와키는 나중에 포도나무를 타고 하늘나라로 가서 아내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 옛이야기의 "선녀와 나뭇꾼" 이랑 비슷하다. 땅에 내려온 하늘나라 사람(?)이 땅의 사람과 살다가 여차여차하여 하늘로 떠나가고 남은 남편은 아내를 따라 또 하늘로 가고......
 
 세계의 신화들을 만나며 점점 그 신화들의 유사성에 놀라게 되는 일이 늘어가는데 우리 인류의 기원과 발생은 비슷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리라. 여러나라에 흩어져 존재하지만 결국엔 비슷한 시기를 전해주는 '대홍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마오리족의 신화에 우리랑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그다지 놀라일은 아니다.
 
 마오리족의 신화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신화시대부터 강조한 "라타의 카누" 이야기이다. '조상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성한' 그들의 '원칙'은, 허락받지 않고 나무를 베면 나무는 죽지 않고 살아난다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나뭇잎 하나를 자르더라도 그 전에 식물들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나무나 식물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숲이 평화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59)
 
 신화에서까지 식물에 대한 소중함을 이처럼 강조하는 까닭은 그들의 삶에 그만큼 나무와 식물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는 이처럼 비슷하거나 또는 처음 만나는 신선한 마오리족의 신화와 전래동화들이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키위'하면 뉴질랜드산을 먼저 떠올리는데 그 키위와 이름이 똑같은 키위새의 유래도 재미나고 반신반인(半神半人)인 마오리족의 영웅, '마우이'를 둘러싼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하여서 마오리족의 풍습과 현재까지 전해오는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책의 왼쪽 곁과 오른쪽 곁에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내용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들이 보조자료로 첨부되어 있어 낯선 마오리족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도 어려워하거나 궁금해할 일이 별로 없다. 그만큼 세심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여 낯선 민족의 낯선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한 책이다.
 
 
2009. 4.25. 저녁, 어디론가 떠나고픈 봄밤이 오고 있습니다.^^*
 
들풀처럼
*2009-1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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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전윤호 지음, 부지영 원작 / 함께읽는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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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의 로드무비, 자신을 낳고 떠나가버린 아버지를 찾아가는 둘째 명은의 발길과 그 동생을 묵묵히 감싸안으며 함께 길을 떠나는 명주. 두 사람을 둘어싼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관계. 자칫 구질구질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가정사가 담백한 필체로 전개된다.
 
 살아 있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일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리를 낸다. (9)
 
 책을 펼치면 만나는 이 첫문장에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담겨있다. 그렇지 않은가? 부대끼며 다투기도 하며 살아가는, 버팅기는, 그 속에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는, 그것이 삶이 아니던가, 당연히 소리를 내면서….
 
 일찌감치 홀로 된 엄마와 혈연관계도 없이 함께 사는 이모, 두 자매 명주와 명은, 그리고 명주의 딸 승아. 다섯 여자가 만들어가는 행복한 이야기, 그런 거 없다. 이 책에는. 다만 반복되는 것 같은 아빠없는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아직도 우리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을 '틀린',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이들을 차별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의 정확한 반영이리라.
 
 그래도 언니라고 엄마를 닮아 넉넉하고 푸짐한 성격의 명주와 자신의 태생에서 오는 불만을 오롯이 끄러안고 자라 빈틈없이 까칠한 명은의 아웅다웅은 나중에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과 함께 풀려가지만 우리 사는 게 그런거 아니던가.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살아가는 그런거. 하지만 언젠가는 진실은 알려지게 마련이고 놀라운 진실은 우리를 경악과 당혹감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부모 잘 못 만난 죄? 그딴 거 없어, 그냥 사는 거야. 승아도, 너도, 나도."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명주의 얼굴에 환한 빛을 반사했다. 
 "그래! 다들 잘 살고 있다."  (139)
 
 이만큼 달관하는 눈길을 갖게될 때까지 명주는 얼마만한 아픈 시간들을 거쳐왔을까? 다독이고 삭히고 묵혀오며 깨닫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일 것이다. 명은도 이제 그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엄마의 죽음과 두 자매의 여행, 그리고 놀라운 만남. 이야기나 사건의 전개가 크게 벗어나거나 어지러운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반전 하나로 앞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짜임새있는 구조. 잘 씌어진 작고 아담한 소품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공효진,신민아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곧 개봉할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옮겨놓은 때문인지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문득 이야기 속의 명주와 명은이 나타내는 느낌의 폭과 골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표현될런지 의문이다. 하지만 공효진이라는 배우의 명민한 연기는 익히 알려진 바라 영화로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쓴 감독과 소설가가 함께 지은 이 소설, 봄날, 제주도의 풍경과 함께 바라보면 좋은, 아담하지만 넓게 끌어안는 그런 가슴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 며칠 전 예고편을 보았다. 책의 내용과 예고편의 내용이 잘 어우러지는 듯 하다. 영화관으로 봄나들이 가야겠다.
 
 
2009. 4.22. 새벽, 근데 멋진 사내들은 도대체 어디에? ^^*
 
들풀처럼
*2009-1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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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창비시선 284
신경림 지음 / 창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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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1년전 이맘 때다. 그해 봄날,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며 만난 시집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신경림의 이 시집,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묵묵히 한 시대를 건너온 시인의 말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 '낙타'에서 (10)
 
 저 굵은 주름투성이 늙은이는 - '이역(異域)'에서 (11)
 
 내 발자국 끝나는 곳에서 - '허공'에서 (12)
 
 완전히 버려져 - '나의 신발이'에서 (15)
 
 너무 오래 되어서 그 교실 / 너무 오래 되어서 - '너무 오래된 교실'에서 (43)
 
 시집의 시어(詩語)들이 시인의 나이들어감을 함께 슬퍼하는 듯하다. 하지만 신/경/림/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그냥 생긴게 아니듯 그의 시는 '단지 늙고 쓸쓸함'을 훌쩍 넘어선다. 그리고 퍼뜩! 눈에 들어오는 이런 시들, 불러도 소리쳐도 대답하지 않는 신(神)에 대한 원망과 질타를 토로한 시들, 어쩌면 가장 그다운 시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사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의 존재와도 우리의 생각과도 우리의 증오와도 우리의 사랑과도 그밖의 우리의 아무것과도 상관이 없는 그 거대한 존재를 향해, 오오 주여, 용서하소서, 끊임없이 울부짓기만 하는.
 
 누가 누구를 용서하고, 무엇 때문에 용서하는지도 모르면서. 
 - '용서'에서 (50)
 
 집을 잃고 이웃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엎드려 오오 하느님 울부짖기만 할 뿐, 감히 질문하지 못하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빨리 말하시지 않는다는 것인지, 하느님이.
 - '*하느님은 알지만 빨리 말하시지 않는다'에서 (53)
 *똘스또이의 동화 제목에서 따왔음.
 
 그분은 저 높은 데서 다 보고 계실 거다, 또 알고 계실 거다. 채널을 돌리지 않고도, 신문을 뒤적이지않고도.
 그러나 무얼 하랴, 그분한테 세상을 바로 고칠 의지도 뜻도 없는 데야.
 - '그분은 저 높은 데서'에서 (57)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지못하게 된 순간부터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신에게 의지하게 될진데 위와 같은 진술을 보고 있자면 가슴 아프다. 한 시대를 이끌어온 원로시인의 입에서도 '그분은 저 높은 데서' 단지 보고만 계실 뿐이라는 '선언'을 듣는 것은 괴롭다. 그래도 혹, 이 구절들을 신에 대한, 아니면 우리가 아닌 누군가에 대한, 믿음과 의지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음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이렇듯저렇듯 예전처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는 목소리보다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시집을 잘못 이해하는 것일까? 시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결국 남이 못하는 것을 보고 듣고 만지기 위해, 생각 속에서 현실 속에서 힘껏 내달려, 그것을 남들이 가지지 못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내 시의 길이었던 것이다. ( "나는 왜 시를 쓰는가"에서 ) (126)
 
 위의 이야기가 기존의 시인이 달려온 모습이었다면 기존의 시들도 그런 달음박질에 해당한다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시집에는 [낙타]라는 표제시처럼 터벅터벅 생의 마지막을 걸어가는 노시인의 모습이 충분히 담겨있고 우리는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잔잔한 일렁임속에 우리도 시인을 따라 곱게 나이 들어가면 되는걸까?
 
 나는 근래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간다는 생각으로 시를 쓴다. ( "나는 왜 시를 쓰는가"에서 ) (127)
 
 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이 시집을 만날 수 있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이런 얘기들 말이다.
 
 어느새 할아버지보다도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아지면서 나는 나의 이 집이 좋아졌다. - '즐거운 나의 집'에서 (17)
 
 세상은 즐겁고 서러워 살 만하다고, 그것이 지금 노을이 내게 들려주는 말이리 - '귀로(歸路)에'에서 (30)
 
 그 집이 아름답다, 그가 이룬 것이 없어 아름답고 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어서 더욱 아름답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아름답고 아무것도 남길 것이 없어 아름답다.
 그 집이 아름답다, 구름처럼 가벼워서 아름답다.
 내 젊은 날의 꿈처럼 허망해서 아름답다.
 - '그 집이 아름답다'에서 (33)
 
 그리고, 이윽고, 우리는 우리 '가슴속의 별이 되'는 절창(絶唱)을 한 편 또 만나게 된다.
 
 
 그녀의 삶
 광부의 아내가 되었을 게다,
 낙반으로 허리를 다친 아버지를 닮은
 광대뼈 불거진 사내의 아내가.
 탄가루 시커먼 울타리에 호박 심고
 강냉이 심고 고추 심고,
 아들 낳고 딸 낳고.
 삼십촉 흐린 전등 아래서
 남편의 떨어진 양말을 꿰매다가
 문득 비벼보는 침침해진 눈.
 더러는 남편을 따라나가
 삼겹살에 소주도 한두 잔 기울이면서.
 떠올려보았을 게다, 별이 되어 가슴에 박힌
 그림자처럼 스쳐간 사람들의 모습을,
 어떤 사람은 흐리게 또 어떤 사람은 진하게,
 기쁨을 준 사람을 또 슬픔을 준 사람을.
 호박잎 강냉이잎 고춧잎에
 탄가루가 날아와 앉는 사이
 오년이 가고 십년이 가고 이십년이 가고,
 아이들은 자라고 남편은 늙고,
 어떤 별은 아예 사라지고 어떤 별은 
 더 크고 밝아지고 세월 따라.
 아이들은 객지로 가고 대처로 가고
 마침내 남편도 가슴속의 별이 되면서.
 
 행복했을 게다, 아니 불행했을 게다,
 긴 세월 뒤 제 자란 주막 자리로 돌아와
 제 어미처럼 쭈그리고 앉아서.
 끝내는 스스로 제 가슴속의 별이 되면서. 
 
  - '그녀의 삶' 전문(全文) (40~41)
 
 어쩌면 너무도 밋밋하고 보잘 것 없는 평범한 한 사람,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이었던  '그녀의 삶'이 묵직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문득, 1년 전 그날의 봄밤이 다시 떠오른다. 아내랑 아이랑 처음떠난 4박5일의 길고도 멋진 나들이, 물론 우리 모두는 '행복했을 게다', 그리고 그 추억만으로도 1년을 아니 몇 년을 너끈히 버팅기는 거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우리는.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면서'….
 
 
2009. 4.21. 맑은 봄밤, 시인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들풀처럼
*2009-1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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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 영악한 자본주의 뒤집기
전병길.고영 지음 / 꿈꾸는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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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 자본주의의 키워드는 '우리(We)'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며, 동시에 자본주의는 '우리'를 위해 공헌하는 공생·협력의 패러다임이다. 이기적이고 파편화된 개인(나)이 아니라, 협력하고 참여하고 공존하는 '우리'가 21세기형 자본주의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올라 자본주의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31)
 
 지은이들이 이야기하는 '위코노미'(Weconomy)'는 다른 이름들인 '공동체 자유주의(Communitarian Liberalism),  '공동체 자본주의(Community Capitalism)' 와 함께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밑바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자본주의'를 이뤄가자는 희망의 이름이다.
 
 근본적으로 세계를 변혁하기에는 힘들어진 지금의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몸부림들이 단순한 자선이나 기부의 차원을 넘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만나오는 좋은 이야기들을 여기서 다시 만난다. 
 
 사회적 기업 ([달라지는 세계]), 사회적 기업가 ([아름다운 부자 척 피니]), 공정무역 ([자바 트래커]), 마이크로 크레딧([무지개 가게]), 그리고 사회책임투자까지…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일궈가고 있는 모습들이 이 책 속에 있다.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두 젊은 지은이가 정리해낸 이 시대의 대안 경제의 모범답안들이 오롯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만큼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대안경제에 대한 차근차근한 설명과 사례들, 그리고 그 길을 앞서 걸어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로버트 오웬에서 무하마드 유누스를 거쳐 우리나라의 박원순 변호사, 그리고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까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대안 자본주의의 모습들은 자기만을 위한 자본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약간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길에 함께 한다면 우리곁에도 또 다른 모습의 자본주의가 함께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책은 딱 여기까지다. 다양한 사례들과 대안들을 소개하고는 거기서 더 나아가는 이야기가 없다. 책을 둘러싸고 있는 띠지에 적혀있는 문구처럼 '21C 대안경제 교과서'의 역할에서 머무르는 것이다. 이 역할도 괜찮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던 내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뒷부분에서 만나는 공정무역 제품들을 사용하는 '착한 소비'와 개인의 재능을 사회적 기업들에 기부하는 '프로보노' - 공익을 위하여!라는 라틴어 프로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임말 -  의 사례는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깊게 고민하고 정리하여 개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책상을 박차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회로 나가 그 재능을 겸허히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 청년들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열정을 쏟아 자신감을 가지고 이 시대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336)
 
 이런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기를….
 
 
2009. 4.19. 오늘은 4.19민주혁명기념일이었습니다. 잊지는 않으셨는지?
 
들풀처럼
*2009-11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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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회 5
파스칼 피크 외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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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인류의 미래인 인간이 그렇게 독보적인 존재는 아님을 이제 막 깨달았을 뿐이다. 그렇게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 "인류 태동기의 인간"에서, 파스칼 피크 ) (65)
 
 최근에 나름 책을 읽고 있지만 바탕이 한 쪽으로 쏠린지라 과학같은 이과 계통 학문에는 좀처럼 눈길이 가지 않는다. 세상살기에도 팍팍한데 어렵고 힘든 뿌리학문까지 알아서 무엇하랴라는 생각이었다. 문학예술쪽에 주로 눈길을 두고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기 위하여 어린이 책도 보고 가끔 경제경영인문사회쪽 책들도 섭렵하였지만 과학쪽은 정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세상이 달라졌다. 다시 위기는 닥쳐오고 기껏! 알량한 지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단계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흔들리고 뒤척이는 시간들속에 헤메이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난다. 그렇게 위기가 깊어지니 생각도 변해간다. 문화적인 지식차원이 아니라 세상과 사회를 이루는 뿌리에대한 관심도 깊어지고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다시 익히고 싶은 소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만나게된 이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 '과학'이야기였다면 만나지 않았으리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만나는 것이,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과학과 사회'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그 화음 속에서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지혜까지는 아니라도 앞으로의 방향성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도전하게된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시작이 길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고인류학자,신경생물학자,철학자 세 사람이 들려주는,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칫 무거울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힌다. 아마도 일반 대중들을 고려한 눈높이 조정을 거친 탓이리라. 처음 접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나란 존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생물학자가 볼 때 인간의 동물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인간, 세상에 대한 열정적인 해석자"에서, 장 디디에 뱅상 ) (19) 
 
 신경생물학자인 지은이(장 디디에 뱅상)는 인간은 동물임을 단정짓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만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인간 영혼의 문제까지 언급한다. 물론 영혼이 있다없다고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지만 이렇게까지 표현한다면 우리는 어쩌란말인지…. 
 
 하지만 나는 분명 영혼이 과도한  증오나 과도한 사랑도 견뎌내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가장 견고한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영원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영혼은 타인의 기억 속에 일정 기간 살아남지 않던가. ( "인간, 세상에 대한 열정적인 해석자"에서, 장 디디에 뱅상 ) (32)
 
 그리고 고인류학자인 지은이(파스칼 피크)는 우리에게 인간만이 지닌 동물과의 차이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들려준다. 오히려 그는 우리 '인간이 일종의 우발적 진화로써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어느 날 인지 능력이 변화된 인간이 갑자기 튀어나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59)까지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언젠가 만났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은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물과 우리가 아직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잊혀진 超고대문명의 결합 - 구체적으로는 유전자 조작!-의 결과물의 성공적인 유산이라는 이야기인데, 나는 논리적 타당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아직은 근거가 부족한 얘기지만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하여 간결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원숭이로 태어난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교육이다. (60)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교육'조차도 침팬지나 고등 유인원들사이에서 가능함이 밝혀지고 있다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겨우 이제서야 우리는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는'(65) 단계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인간과 고등 유인원과의 경계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철학자인 지은이(미셸 세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보자.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이란 자연의 갈래들로 한정된 부분집합'(74) 이라고도 하고 '자기 진화의 길을 가는 생물'(91)이라고 한정짓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철학자는 우리 인간을 이렇게 정리한다.
 
 따라서 나는 인간자가 진화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유일한 생명체로 본다. ( "인류의 시대: 창조적 진화에서 진화의 창조자로" 에서, 미셸 세르 ) (93)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세계를 만들고 열어가는 '그 자신의 원인'(98)이 됨을 깨닫게 된다. 생물학적으로는 동물과, 고등 유인원들과 구분할 수 있는 독창성을 잃은지 오래지만 '관계''교육'속에서 종족을 '진화시켜 나가는 유일한 생명체'가 이 책의 세 가지 이야기를 얼버무린 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아직까지 우리 인간은 세계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묻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 물음이 영원히 존재하는 한 인간이라는 존재도 영원할 것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본 정통 인문과학서이다. 내용은 고작 100여 쪽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 담긴 질문과 답변의 내용들은 한 두번 만남으로 그칠 것이 아님을, 그쳐서는 아니됨을 깨닫는다. 이제 다시 내디딘 발걸음이다. 늘 그래왔듯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이 길을 걸어가리라.
 
 
2009. 4.19. 너무너무 맑은 봄날, 우리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들풀처럼
*2009-1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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