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회 5
파스칼 피크 외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인류의 미래인 인간이 그렇게 독보적인 존재는 아님을 이제 막 깨달았을 뿐이다. 그렇게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 "인류 태동기의 인간"에서, 파스칼 피크 ) (65)
 
 최근에 나름 책을 읽고 있지만 바탕이 한 쪽으로 쏠린지라 과학같은 이과 계통 학문에는 좀처럼 눈길이 가지 않는다. 세상살기에도 팍팍한데 어렵고 힘든 뿌리학문까지 알아서 무엇하랴라는 생각이었다. 문학예술쪽에 주로 눈길을 두고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기 위하여 어린이 책도 보고 가끔 경제경영인문사회쪽 책들도 섭렵하였지만 과학쪽은 정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세상이 달라졌다. 다시 위기는 닥쳐오고 기껏! 알량한 지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단계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흔들리고 뒤척이는 시간들속에 헤메이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난다. 그렇게 위기가 깊어지니 생각도 변해간다. 문화적인 지식차원이 아니라 세상과 사회를 이루는 뿌리에대한 관심도 깊어지고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다시 익히고 싶은 소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만나게된 이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 '과학'이야기였다면 만나지 않았으리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만나는 것이,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과학과 사회'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그 화음 속에서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지혜까지는 아니라도 앞으로의 방향성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도전하게된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시작이 길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고인류학자,신경생물학자,철학자 세 사람이 들려주는,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칫 무거울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힌다. 아마도 일반 대중들을 고려한 눈높이 조정을 거친 탓이리라. 처음 접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나란 존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생물학자가 볼 때 인간의 동물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인간, 세상에 대한 열정적인 해석자"에서, 장 디디에 뱅상 ) (19) 
 
 신경생물학자인 지은이(장 디디에 뱅상)는 인간은 동물임을 단정짓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만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인간 영혼의 문제까지 언급한다. 물론 영혼이 있다없다고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지만 이렇게까지 표현한다면 우리는 어쩌란말인지…. 
 
 하지만 나는 분명 영혼이 과도한  증오나 과도한 사랑도 견뎌내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가장 견고한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영원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영혼은 타인의 기억 속에 일정 기간 살아남지 않던가. ( "인간, 세상에 대한 열정적인 해석자"에서, 장 디디에 뱅상 ) (32)
 
 그리고 고인류학자인 지은이(파스칼 피크)는 우리에게 인간만이 지닌 동물과의 차이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들려준다. 오히려 그는 우리 '인간이 일종의 우발적 진화로써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어느 날 인지 능력이 변화된 인간이 갑자기 튀어나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59)까지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언젠가 만났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은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물과 우리가 아직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잊혀진 超고대문명의 결합 - 구체적으로는 유전자 조작!-의 결과물의 성공적인 유산이라는 이야기인데, 나는 논리적 타당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아직은 근거가 부족한 얘기지만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하여 간결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원숭이로 태어난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교육이다. (60)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교육'조차도 침팬지나 고등 유인원들사이에서 가능함이 밝혀지고 있다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겨우 이제서야 우리는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는'(65) 단계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인간과 고등 유인원과의 경계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철학자인 지은이(미셸 세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보자.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이란 자연의 갈래들로 한정된 부분집합'(74) 이라고도 하고 '자기 진화의 길을 가는 생물'(91)이라고 한정짓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철학자는 우리 인간을 이렇게 정리한다.
 
 따라서 나는 인간자가 진화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유일한 생명체로 본다. ( "인류의 시대: 창조적 진화에서 진화의 창조자로" 에서, 미셸 세르 ) (93)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세계를 만들고 열어가는 '그 자신의 원인'(98)이 됨을 깨닫게 된다. 생물학적으로는 동물과, 고등 유인원들과 구분할 수 있는 독창성을 잃은지 오래지만 '관계''교육'속에서 종족을 '진화시켜 나가는 유일한 생명체'가 이 책의 세 가지 이야기를 얼버무린 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아직까지 우리 인간은 세계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묻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 물음이 영원히 존재하는 한 인간이라는 존재도 영원할 것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본 정통 인문과학서이다. 내용은 고작 100여 쪽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 담긴 질문과 답변의 내용들은 한 두번 만남으로 그칠 것이 아님을, 그쳐서는 아니됨을 깨닫는다. 이제 다시 내디딘 발걸음이다. 늘 그래왔듯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이 길을 걸어가리라.
 
 
2009. 4.19. 너무너무 맑은 봄날, 우리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들풀처럼
*2009-1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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