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전윤호 지음, 부지영 원작 / 함께읽는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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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의 로드무비, 자신을 낳고 떠나가버린 아버지를 찾아가는 둘째 명은의 발길과 그 동생을 묵묵히 감싸안으며 함께 길을 떠나는 명주. 두 사람을 둘어싼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관계. 자칫 구질구질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가정사가 담백한 필체로 전개된다.
 
 살아 있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일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리를 낸다. (9)
 
 책을 펼치면 만나는 이 첫문장에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담겨있다. 그렇지 않은가? 부대끼며 다투기도 하며 살아가는, 버팅기는, 그 속에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는, 그것이 삶이 아니던가, 당연히 소리를 내면서….
 
 일찌감치 홀로 된 엄마와 혈연관계도 없이 함께 사는 이모, 두 자매 명주와 명은, 그리고 명주의 딸 승아. 다섯 여자가 만들어가는 행복한 이야기, 그런 거 없다. 이 책에는. 다만 반복되는 것 같은 아빠없는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아직도 우리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을 '틀린',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이들을 차별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의 정확한 반영이리라.
 
 그래도 언니라고 엄마를 닮아 넉넉하고 푸짐한 성격의 명주와 자신의 태생에서 오는 불만을 오롯이 끄러안고 자라 빈틈없이 까칠한 명은의 아웅다웅은 나중에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과 함께 풀려가지만 우리 사는 게 그런거 아니던가.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살아가는 그런거. 하지만 언젠가는 진실은 알려지게 마련이고 놀라운 진실은 우리를 경악과 당혹감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부모 잘 못 만난 죄? 그딴 거 없어, 그냥 사는 거야. 승아도, 너도, 나도."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명주의 얼굴에 환한 빛을 반사했다. 
 "그래! 다들 잘 살고 있다."  (139)
 
 이만큼 달관하는 눈길을 갖게될 때까지 명주는 얼마만한 아픈 시간들을 거쳐왔을까? 다독이고 삭히고 묵혀오며 깨닫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일 것이다. 명은도 이제 그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엄마의 죽음과 두 자매의 여행, 그리고 놀라운 만남. 이야기나 사건의 전개가 크게 벗어나거나 어지러운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반전 하나로 앞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짜임새있는 구조. 잘 씌어진 작고 아담한 소품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공효진,신민아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곧 개봉할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옮겨놓은 때문인지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문득 이야기 속의 명주와 명은이 나타내는 느낌의 폭과 골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표현될런지 의문이다. 하지만 공효진이라는 배우의 명민한 연기는 익히 알려진 바라 영화로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쓴 감독과 소설가가 함께 지은 이 소설, 봄날, 제주도의 풍경과 함께 바라보면 좋은, 아담하지만 넓게 끌어안는 그런 가슴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 며칠 전 예고편을 보았다. 책의 내용과 예고편의 내용이 잘 어우러지는 듯 하다. 영화관으로 봄나들이 가야겠다.
 
 
2009. 4.22. 새벽, 근데 멋진 사내들은 도대체 어디에? ^^*
 
들풀처럼
*2009-1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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