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 티베트에서 보낸 평범한 삶, 그 낯설고도 특별한 일 년
쑨수윈 지음, 이순주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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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갑작스러운 지인(知人)의 죽음으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기회가 되어 화장장에도 다녀왔습니다. 산자락 위로 꼬불꼬불 돌아가는 그 공원묘원에는 다다를 때까지 단 하나의 표지판도 없었습니다. '공원묘지'라든지 '화장장'이라든지 하는 안내판이 하나도 없는 길을 알음알음 찾아가며 문득 티베트인들의 장례를 떠올렸습니다.
 
 죽음에 빈부의 차이나 시대적 지역적 차별이 존재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은 그 시대, 그 지역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아마도 우리는 죽음을 부끄러워하는 시대에 살아가나 봅니다. '화장터'가, '공원묘지'가 어디인지도 떳떳하게 표기할 수 없는 상황의 죽음이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집값의 하락? 아니면 교육상의 문제? 뭐, 여러 가지 까닭이 있겠지만 죽음을 죽음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는 삶을 삶 자체로 바라보지 않는 현실과도 관계가 있을 겁니다.
 
 티베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조장(鳥葬)'을 지냅니다. 하늘의 새들에게 자신의 한 몸을 '공양'함으로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환생을 믿거나 말거나가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시대, 이곳의 장례문화도 서로의 영혼을 달래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태어나서 돌아가는 그 한 과정 모두를 똑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사라졌나 봅니다. 사실 누구라도 자신의 집 근처에 공원묘원이나 화장터가 들어온다면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조장은 어떤 종류의 폐기물이나 쓰레기도 남기지 않는다. 티베트인들은 자신의 몸을 독수리에게 줌으로써  생애 최후의 공양을 한다. 푼촉이 한 말이 생각난다. "보시는 티베트인들의 본성에 자리합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독수리는 시체만 먹는 동물이죠. 그런데 만약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한다면 독수리는 굶어 죽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 잔인한 일이 되겠지요." 영혼이 더 좋은 곳으로 가든 아니든, 조장은 내게 자연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  "2.조장(鳥葬)"  에서 ) (63)
 
 생전의 삶과 죽고 나서의 삶마저 일치하는 티베트인들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세 형제가 한 아내랑 살아가는 "일처다부제"의 문화도, 불교의 환생과 인과응보 등을 철저히 믿으며, 죽은 영혼을 위하여 슬픔을 참으며  '평온을 유지하는' (69) 풍습도, 겨울에는 순례의 길을 떠나는 모습들도 오랫동안 그들의 삶 속에서 걸러지고 다듬어진 모습입니다. 하여 낯선 문화라고 티베트 사람의 풍속에 대하여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중국인인 지은이가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1년간 함께 생활하며 바라본 티베트인들은 그저 욕심 없이 담담하게, 말 그대로 그냥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어떤 극적인 장치가 있어 우리를  끌어당기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구나 하며 편견 없이 그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성공! 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방식이니까요. 불교도들은 그렇게 삽니다." 불교도인 티베트인들은 업보를 믿는다. (  "6. 전통 혼례" 에서 ) (155)
 
 거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부모님이 짝 지워주는 데로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행복합니다. 그들은 특별히 고민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스트레스란 말을 모를 것입니다. 문득 왜들 그렇게 사느냐고 물어보려다 이런 삶에 무슨 문제가 있는데? 라고 반문하는 저를 봅니다. 때로는 인생 대부분을 술로 허비하는 이들도 있고 아버지와 아내를, 아들과 또 아내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습도 있습니다. 그저 그들은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 여기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일 크게 깨닫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나의 시각으로 특정한 기준을 세워두고 판단하거나 자르지 말자는 생각, 이상하게도 티베트의 사람을 만나며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저는 특정한 종교의 신자도 아닐뿐더러 무신론자입니다만, 그저 신이라는 크나큰 존재 안에서 이처럼 평화롭게 살아간다면 이런 삶도 행복하리라 인정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너무 아득바득 악착같이 살아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잠시 멈추어서 해봅니다. 사람과 신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들에 적응해가는 티베트 사람의 모습은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 속의 컬러 사진으로 만나는 몇 장의 풍경들과 우리랑 구별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주 삶과 믿음, 신과 행복에 대하여 물어보며, 생각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신앙 요법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대만 효과가 있어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질 테고 그러면 정말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죠." ( "9. 전통 요법" 에서 ) (252)
 
 
2009.8.14.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까? "그럴 필요가 있으니까요." (215) ^^*
들풀처럼
*2009-18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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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이 황금알을 낳는 경제 이야기 - 올바른 경제개념을 심어주는 어린이 경제 풀과바람 지식나무 13
김남길 글, 심차섭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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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넉넉한 그림과 설명으로 시작한다. 도대체 '경제가 무엇'인지에서 시작하여 '사람 낳고 돈 낳' 는 이야기를 거쳐 '가난한 나라, 부자 나라' 까지 달려간다. 그리고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까요?' 로 공부를 마치면 "도전! 골든벨 100"까지 펼쳐진다. 경제의 기본 개념에서 확인하는 복습까지….
 
 랑딸은 책을 빨리 보고는 문제에 도전한다. 그러나 곧 급! 좌절한다. 객관식은 그럭저럭 풀어내는데 주관식은 거의 다 포기한다.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었던가? 어쩌면 이해만 하고 넘어갔으니 낱말쯤은 모르는 게 당연한 건가?  이렇게 고민하며 아이랑 같이 책을 본다. 책 자체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끝에는 "경제 용어 해설"까지 더하여져 있다.
 

 그러니까 경제상식을 많이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상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적용하는 삶을 살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아이를 이끄는 공부가 아니라 아이랑 함께 배워가는 공부, 이제는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모자라고 부족한 느낌이지만 아이의 글도 옮겨두고 나도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래는 아이의 독후감이다.

 

 

 



 
 
  이 책은 경제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적어 놓은 것 같다.
 경제는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이다'.
 51p에 있는 짧은 만화 이야기는 마음에 정말 들었다.
 10원이 100원이 되고 100원이 1,000원이 될 수도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주식은 사람 체온과도 같은 것 같다.
 사람이 더울 때 체온이 오르고 추울 때 체온이 떨어지는 것처럼 주식도 경기가 불황일 때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가 좋은 호황일 때 주가가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난 '뛰는 물가, 내리는 물가'(69~)의 내용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보고 뒤에 문제를 풀어 보았다.
 맞춘 문제가 많지 않았다.
 특히 주관식 문제를 많이 틀려 책을 찾아보았다.
 
 공부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것 중에 내가 새로 알게 된 것은 철 문화를 가장 먼저 일으킨 민족이 중국인데 이때까지 우리나라인 줄 알고 있었다. (상식부족) 
 ( ^^* ☞30~31쪽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임, 따로 설명하여 바로잡음)
 
 그리고 코스피에는 주로 큰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고, 코스닥에는 중소벤처 기업들이 모여 있다는 걸 새로 알았다. 평소 주식에 대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재미있는 것 같다. 
 
 2009. 8.11
 김난  
 
 지금까지는 아이에게 스스로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을 강조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래, 책 한 권 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이 더더욱 소중한 것이다. 기다려라, 랑딸, 아빠랑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아빠가 더 노력할게 ~  …. 
 
 


2009. 8.12. 그래요 '꿈은 도둑맞지 않아요(216),                                                      그래서 오늘도 꿈꾸는 밤이랍니다.   밝고 건강한 꿈 말입니다. 하하하!

 
들풀처럼
*2009-18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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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스타 4집 - Renaissance [2CD]
김마스타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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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도 그러하지만 음반을 들을 때면 더욱 더, 가급적 사전 정보를 손에 넣지 않고 몸에 와 부딪히는 날 것 그대로의 음악으로 즐기려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경우에는 오나전히 내 취향이 아닌 노래들을 듣고 있을 때도 있고 반대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맘에들어 오랬동안 듣고 다니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번에 만나게 된 [김마스타 4집 - 르네상스]는 다행히도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포크와 블루스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 문구만 보고 귀에 잘 맞으리라 생각하였는데 들어보니 그 이상이다. 때론 이문세 같기도 때론 김현식 같기도 한 노래풍에 간간이 들려오는 가사없는 연주곡도 좋다. 
 
 그런데 음반이 2장이나 들어있는 앨범 얘기는 아니할 수 없다. 가사집은 커녕 속지도 없이 양쪽 종이 케이스에 달랑 CD 2장이 좌우로 사이좋게 들어있다니…. 조금은 섭섭했다. 앨범자켓과 담겨있는 노래와의 부조화라니…. 아마 그런 느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 속지도 없는 불친절한 앨범이지만 노래는 귀에 익숙하게 다가오다니….바로 이런 것이 앨범제목의 [르네상스]가 주는 느낌일까.
 
 두 장의 CD는 'BESTSONG'과 'NEWSONG'으로 나눠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더 밝은 느낌의 'NEWSONG'이 귀에 더 감겨온다. 그러니까 'BESTSONG'이 아직은 덜 다듬어진 포크락풍이라면 'NEWSONG'에 담긴 음악들은 조금은 세련된 맛이 풍겨오는 곡들이다. 특히 이문세+봄여름가을겨울을 더한 노래같이 부드러운 허스키한 소리가 잘 어울리는 읊조림이 좋은 '재규는 개구장이'야가 귀에 와서 감기운다. 레게풍의 '꽐라송'도 이 여름에 흥얼거리기에 좋고 이어지는 '록커의 순정'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분위기도 맘에 든다. 게다가 잇달아 있는 '쿠바의 순정', '그대와 광합성'의 연주곡도 여름밤 창가에 앉아 귀기울이고 술 한잔 마시면 어울릴 듯하다.
 
 이번에 처음만난 김마스타의 음반을 이 정도라도 즐길 수 있음은 그나마 최근에 한 음반 한 음반씩 집중하여 들으며 듣기 능력을 키워온 덕분이리라. 하여 요즈음엔 낯설거나 거의 모르는 앨범이나 노래를 대하여도 당황하지는 않는다. 그저 주어진 시간 속을 항해하면서 곁에 함께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고 같이 가는 노래들을, 연주곡들을 데리고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마스타 4집 [르네상스]는 저무는 여름날, 이 맘때쯤, 함께 하기에 아주 좋은 음반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한번쯤 만나 보시기를.....
 
 
2009. 8. 9. 저녁, 가을이 벌써 와서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들풀처럼
*2009-18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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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 목욕탕 1
김경일 글.그림 / 함께읽는책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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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다! + 1점, 시리즈 연직물이 아니라 단 2권짜리 단행본 만화다! + 1점, 인터넷 사이트 DC인사이드에서 검증된 재밌는 만화다! 또 + 1점이다. 앗, 그러데 괴물이 등장하는 '괴기'만화다  - 1점, 때로는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괴)물들이 너무 흉칙스럽다 - 1점, 결국 남는 것은 + 1점, 단 1점의 추가점수 뿐이다. 일단, 으슬으슬 몸을 떨며 옷을 벗어두고 나도 괴기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마물들이 나오지만 더 징그럽고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임을 역설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에서 ) (6) 
 
 들어가며 미리 밑천을 다 드러내놓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마물 혹은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우리 인간들 살아가는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고. 어쩌면 어떤 경우에는 괴물이라 불리우는 마물들보다 인간이 더 무섭고 추접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하리라. 우리는 매일 밤 9시면 퍼날라지는 텔레비전 뉴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소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 않던가. 정치판 부터 시장 좌판까지 들리나니 부정과 협잡의 이야기요 안타까운 죽음들이 넘쳐나는 시절이지 않은가, 여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경 고 - 절대로 빨간 종이는 달라고 하지 말 것! - 주인백 (17)
 
 만화책을 펼치고 첫이야기를 따라가본다. 입만 열면 말로써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한 녀석이 등장한다. 역시 함부로 말을 한다. 말 무서운줄 모른다. 녀석이 괴기목욕탕 화장실에 가니 떡하니 경고문이 붙여져 있다. 물론 읽을줄 안다. '빨간종이는 달라고 하지 말 것!'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녀석은 종이의 색깔을 묻는 변기!의 질문에 빨간 종이를 달라고 한다. 결과는 당연히 죽음이다. - 변기가 어떻게 질문을 하냐고 묻지 마시라.  그리고 예정된 지옥으로가서 혀가 뽑히는 형벌을 받는다. 착한 말, 좋은 말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그렇다. 괴기 목욕탕은 마계와 인간들의 연결통로이다. 이곳을 통하여 지옥으로 직행하는 인간들도 있고 마계에서 휴양차 내려와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인 마물들이라니…. 이러한 뚜렷한 대비를 통하여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의 추함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지배인,구두닦이, 카운터, 이발사, 때밀이'까지 세상에 내려온 그들, 마물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한다. 물론 마술도 부리고 변신도 하면서 말이다. 목욕탕에는 지옥에서 감찰도 나오고 때론 천사도 등장한다. 이야기는 확장되어 천사와 악마와의 싸움에까지 이어진다. 그 와중에 악마조차도 파멸시키는 전무후무한 무기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다.  
 
 이, 이게 무슨 맛이지?  … 미치도록 맛있군!!  …..크흐흐흐….이건 지옥보다 더욱 지옥스런 맛이야!! …이,이게 도대체 뭔데 인간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를 치는 거냐! 이게 뭔데….!!  끔찍해! 혼탁해! 추악해! 그리고…..완벽해!!   (2권, 228~232)
 
 지옥에서 온 극마물왕조차도 돈의 사악한 맛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얼마나 돈에 얽매여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너무 확실한 비유라 섭섭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만화가 갖는 장점 아니던가, 극마물왕과의 싸움에서 우리편!이 밀리고 있는데 돈 맛을 알게된 녀석은 끝내 무너지고 마는거다. 우하하핫! 그렇게 정의가 승리한다! 돈의 사악함이 극한의 악마를 이겨내다니…
 
 대략적으로 작품의 전체 흐름을 살펴보았지만 여러분들은 이미 아시리라. 만화는 눈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그 형상화에 실패하면 만화작품으로서는 실패라는 것을. 그런 면에서 이미 검증 단계를 넘어 출판된 이 책은 그 존재의 이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단계에 서있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에피소드까지. 만화 그림체에 대한 좋고 나쁨과는 전혀 상관없이도 아주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는 스토리의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 에휴, 이 사람들아. 뻔한 이야기지만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자. 말도 행동도 사랑마저도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레 이뤄지기를 기다리며 살아가자. 욕심을 부린다고 해결될 일은 없는 법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면 될 것이다. 자신이 가는 목욕탕이 마물들이 운용하는 괴기 목욕탕이 될 것인지 천사들의 하부조직?인 백색탕이 될 것인지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거늘…
 
 
2009. 8. 9. 선선한 바람불어 벌써 가을냄새 풍겨오는 저녁무렵….
 
들풀처럼
*2009-18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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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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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많이 읽고 빨리 읽고 급하게 읽는 편이다. 때론 쉬었다 가기도 하지만 2007년 년말부터 다시 책과 친해진 이후로는 흘려버린 시간이 아까워서인지 악착같이 읽어댄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끌리는 책들은 곁에 확보해두고 읽어나가지만 다시 읽고픈 책이 나오면 그 책을 손에 들고 우선 만나본다. 그래야 더 깊이 읽고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임꺽정이라니, 한 두권도 아니고 10권이나 되는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라니, 이거 읽다가 발동이 걸리면 어쩌지,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10권이라면 2주일 꼬박인데…. 잠시 생각하다 이 책을 손에 든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라는 긴 제목의 이 책,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지, 임꺽정 다시 읽기는 나중에 생각하자구, 저요,저요 손을 들고 일단 따라나선다.
 
 먼저 지은이 고미숙에 대한 이야기부터 잠깐하자면 [열하일기] 3종세트로 연암에 대한 전문 연구자이자 저술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나 역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上,下]를 통하여 그 꾀임에 빠져들었다. 하여 올해에도 발을 제대로 담그지도 못하였지만 내 독서의 목표는 [열하일기] 완역본 3권, 정독이다. 그만큼 지은이 덕분에 연암의 매력에 젖어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여차저차하여 그가 이번에는 홍명희 원작의 미완의 대작+걸작인 [임꺽정 10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책을 펼치니 역시 그의 글답게 재미있다. - (지은이가 비록 '여성'이지만 '그녀'라는 호칭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 계속 '그'로 표현한다. 3인칭 대명사!)
 
 모든 시작은 우연이다. 그런데 우연은 또다른 우연을 낳는다. 이런 우연의 연쇄고리들이 어느 길목에서 문득 '시절인연'을 만나면? 그때 우연은 필연이 된다. 아니, 운명이 된다! (18)
 
 지은이는 임꺽정에서 '사랑과 우정, 자유와 열정, 그리고 반역과 투쟁의 여정을'(17) 즐기며 우리에게 전해준다. '우정'과 '의리'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칠두령의 이야기들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그러니까 임꺽정이라는 텍스트를 여러 부분으로 쪼개고 나누어 그 핵심적인 부분들을 짚어서 일러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사전 지식이 거의 없이도 대하소설 임꺽정을 즐길 수 있게된다. 물론 나처럼 평생 단 한번이라도 임꺽정을 만난 이들은 더 즐겁게 '길위의 향연'에 동참할 수 있다.
 
 지은이는 소설 속 이야기들을 통하여 현대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밝혀준다.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가면 된다. 덕분에 '핏줄과 경제의 기묘한 네트워크' (29) 덕분에 주인공 칠두령을 포함한 당시의 사내들이 '노는 남자'로 '놀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을 알게되고 '같은 공간에서 먹고 놀고 자고, 공부하고 생활하고, 얼마든지 공존'(47)하는 신천지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 서로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나누어 쓰는 공동체라니…. 정말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공부와 우정과 밥의 대향연'! (48)
 
 책 속에서 지은이가 들려주는 수많은 공동체적 이야기는 단지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은이의 실제 생활 속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하니 스스로 말하듯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어가나보다. 임꺽정의 이야기에서 공동체 세상의 기본 원리들을 깨치고 그 깨친 원리들로 사람들을 깨우치고 다시 실생활에 '공부와 우정과 밥'의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는 모습, 아름답고 부러운 현실이다. 하여 드디어 나는 큰일이 났다. 이 책을 통하여 결국 다시 임꺽정 10권을 읽어야겠다는 욕망이 끓어오르는데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제대로 된 공부를 나도 해보고 싶다는 갈망까지 더해지니 이를 어쩐다?
 
 공부란 무엇인가? 존재와 세계에 대한 비전 탐구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아주 낯선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것, 이전과는 아주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고향으로부터 떠나 있어야 한다. ~ ~ 중요한 건 발원이다. 지금의 나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 지금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이하고자 하는 열정! 그것이 내 몸과 일상을 꽉 채우게 될 때, 그때 비로소 떠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떠날 수 있는 인연이 찾아온다. 어느 날 문득 느닷없이. (87)
 
 유쾌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읽어내고 풀어서 들려주니 읽고 따라가는 발걸음도 경쾌하다. 이 책을 임꺽정 읽기의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으리라. 영웅 혹은 대하 소설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는 사건들과 사람들을 이토록 밝고 활기차게 불러내어 보여주는 책읽기라니, 마땅히 책읽기의 모범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또 따라가야지라고 생각한다. 여태 [열하]에 발 한 짝 겨우 담그었는데... 떠나서 하는 공부는 또 언제 내게 다가오랴. 그래도 나는 가리라.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들의 '향연'속으로. 가서 즐기고 또 배우리라. 
 
 
2009. 8. 9. 맑고 상쾌한 아침, 즐거운 책읽기, 행복합니다. ^^*
 
들풀처럼
*2009-179-08-07
 
 
* 책에서 옮겨두다
 민중의 수난, 저항과 반역, 장렬한 최후 따위. 알다시피 [임꺽정]은 80년대에 주목받은 베스트셀러다. (15)
 
 [임꺽정]은 소설이 아니다. 대하소설 [임꺽정]이 소설이 아니라구? 그렇다.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다. 이야기란 근대 이전 구술문화 시대의 서사양식이다. (16)
 
 조선의 선비들도 그렇지만, 그리스 시대에도 자유인은 직업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 시절 노예란 정규직을 가진 이들이었다. 평생 한 가지 직장과 일에 붙박여야 하는 것, 그것이 노예의 저주받은 숙명이었다. (20)
 
 핵심은 역시 네트워크다.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속하여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길 위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이게 관건이다. 우정과 의리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정과 의리는 기본적으로 수평적 윤리다. 이 윤리를 능동적으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건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조직할 수 있다. (21)
 
 존재의 참을 수 없는 유동성, 낡은 가치들을 교란하는 불안정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역동적인 야생성 등 이것이 이들이 창조해낸 새로운 특이성이다. (21)
 
 추방과 탈주의 동시성 - 백수의 향연이 '마이너리그'가 되는 건 바로 이 순간이다. (21)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자만이 언제든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법 (34)
 
 요컨대 모든 인간이 정착민으로 살아가기를 열망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좋건 나쁘건 뭔가에 매여 사는 건 구속이요 억압이다. (40)
 
 새삼스런 말이지만, 사회적 장벽과 경계를 가로지를 수 있는 가치는 공부와 앎, 오직 이것뿐이다. (42)
 
 공부와 우정이 있는 곳엔 반드시 밥과 선물이 있다! (44)
 
 의식주가 해결되고, 맘에 맞는 동무들이 있고, 인생의 비전과 지혜를 전해주는 스승이 둘(갖바치와 심의)이나 있다. 오, 세상에 이보다 더 기막힌 행운이 또 있을까. (46)
 
 핵심은 역시 순환이다. 우주의 모든 것이 그렇지만, 돈과 재물이야말로 돌고 돌아야 한다. 돌면서 막힌 데를 팍팍 뚫어주어야 한다. 순환의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  '지금, 순환 혹은 증여에 참여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47)
 
 스승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이라기보다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최대한 끌어내는 존재일 뿐이다. (89)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스승을 부르는 것이지, 좋은 스승이 있어서 잘 배우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91)
 
 쓸고 빨고 닦고. 모든 공부와 수행의 기초, 그건 바로 청소다. 스승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재능이나 선물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소박한 실천이다. (98)
 
 사랑하는 사람은 보상이 필요없다. 사랑하는 순간 이미 천국을 경험하게 되니까. 그렇다면 공부에도 목적이나 이유, 대가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 공부하는 순간, 이미 삶은 축제가 되니까. 그리고 그 축제의 절정이 바로 평상심이다. 일상이 곧 공부요 도(道)가 될 때, 생사의 문턱 역시 가분히 넘나들 수 있다. 평상심이란 무릇 그런 것이리라. (105)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사람이건 일이건 내가 마음을 여는 딱 그만큼 '인연의 장'이 열린다. 친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대체 친구가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온단 말인가? 진정 좋은 친구를 원한다면 자신이 먼저 좋은 친구가 되면 된다. (115)
 
 삶의 모든 과정을 친구와 함께하다 보니 친구 없이는 살 수가 없고, 그래서 친구를 위해선 부귀공명도, 목숨도 기꺼이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117)
 
 몸과 몸의 어울림과 맞섬에도 수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머리로, 입으로 재지 말고 몸으로 부대껴보라는 것. 그럴 수만 있으면 친구를 사귀는 건 정말 일도 아니다. 꺽정이네들처럼. (123)
 
 "술 양푼을 연해 갈아 들이는 동안 한방에 가득한 술김은 무지개가 되고 여러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꽃이 피었다. 밤이 이슥하여 안식구가 아랫방에 가서 잔들 잔 뒤에도 안방의 웃고 떠드는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디."(4권 327면) (124)
 
 이렇듯 이야기는 벗을 부르고 그 벗은 곧 새로운 삶을 불러온다. 아주 낯선 존재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우정의 가교, 그것은 다름아닌 이야기였던 것. (127)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들은 절대 착하고 좋은 '놈'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서로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사람들이라 서로 친구가 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기에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129)
 
 ~ 천왕동이 경우야 넉넉한 처가에 꽃 같은 색시, 그럴듯한 직장 등 갖출 건 다 갖췄는데 대체 뭐가 아쉬워 그따위 불량한 친구를 사귀고, 또 그 친구를 구하겠다고 그렇게 설치는거지? 별 미친 놈 다 보겠군! 모르긴 해도 이제 우리 시대의 통념일 것이다. 하지만 천왕동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래, 미쳤다! 하지만 친구한테 미치지 않으면 대체 뭐에 미친담? 친구 없는 인생, 그건 정말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나 다름없는걸. (138)
 
 연암은 말한다. "벗이란 '제 2의 나'다. 벗이 없다면 대체 누구와 함께 보며, 누구와 함께 들으며, 입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맛보며, 누구와 함께 냄새 맡으며, 장차 누구와 함께 지혜와 깨달음을 나눌 수 있겠는다? (140)
 
 이처럼 시공간을 넘어 주류적  사상의 지형에서 탈주한 이들의 윤리적 무기는 언제나 우정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류적 질서란 늘 수직적 위계를 중심으로 구축된다. 따라서 그로부터 탈주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연대로 이동해야 한다. 수직적 위계에서 수평적 연대로! 탈주와 전복은 거의 예외없이 이런 흐름을 탄다. 우정의 윤리가 부각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우정보다 더 수평적이고 역동적인 가치는 없는 법이다. (141)
 
 오직 우정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적 네트워크,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이보다 더 멋진 길은 없으리라. (149)
 
 그렇다. 사랑은 아무나 한다! 소유나 출신, 외모와 학벌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필요한 건 낯선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충만할 몸뿐이다. 그런 점에서길이야말로 에로스의 거처다. (164)
 
 역시 사랑은 몸의 문제다. 몸과 몸이 통하는 순간, 폭풍이 일어나고 지진이 일어나는 법이므로. (193)
 
 유머는 ~ 반드시 통념을 뒤엎는 반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196)
 
 거듭 말하지만, 성과 육체에 내밀한 쾌락과 비극의 정조가 깔리게 된 건 어디까지나 근대 이후다. (198)
 
 배울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208)
 
 무조건 가야 한다고 조르고 또 조른다. 그러면 결국 그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무식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뭐든 가장 절박한 사람의 뜻이 관철되게 마련이니까. (218) 
 
 꿈도 희망도 없지만, 절망도 좌절도 없는, 생존이 곧 진리인, 오직 생활이 있을 뿐인 그런 삶, 이게 진정 민중적 저력, 아니 여성의 생명력이 아닐까. (227)
 
 용서는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와 능력의 문제다. 정말로 용서하려면 납치와 죽음을 둘러싼 인과를 완전히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 (234)
 
 둘이 깊이, 오래 사랑하기 위해선 반드시 드넓은 배경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빛나게 해주는 우정과 의리라는 배경이. (242)
 
 수양과 수행,  그리고 수련~분명히 다른 코스다. 하지만 이 공부들이 전제하는 공통 기반이 하나 있다. 존재와 세계의 간극 없는 일치. 그 길 위에서 터득하는 '대자유의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250)
 
 살아서는 청렴결백하게 세상을 경륜하고, 죽음 앞에선 아무런 원망도 미련도 없이 의연하고 태평하게 대처하는 것. (256)
 
 군자와 소인의 차이란 부귀도 공명도 아니고, 성공도 실패도 아니고, 요절도 장수도 아닌, 삶과 죽음 사이에서 누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에 있을 뿐이라고. 물론 이 자유의 공간은 배움의 능력과 정확히 비례한다. (263)
 
 생명의 토대인 '정기신(精氣神)'을 잘 보존하는 것. 방법은? 감정을 다스리고, 섹스를 절제하며, 담백한 음식을 먹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지 말 것 등이다. 핵심은 욕망의 금기가 아니라,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왜? 그 거품이 곧 번뇌와 질병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267)
 
 우리 시대의 공부에는 존재와 운명에 대한 탐구라는 영역이 완전히 증발되어버렸다. ~ 요컨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공부에는 수행이 필요하다. 쾌락을 중심으로 세팅된 욕망의 지도를 변환하는, 그리하여 무아의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수행이. (275)
 
 점을 치는 원칙 ~ 먼저, 반드시 공명정대한 일이어야 하고, 둘째, 그걸 이루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헷갈릴 때라야 한다. (282)
 
 중요한 건 배짱과 의기다. (298)
 
 예나 지금이나 밥과 술이 있는 곳엔 사람이 꼬이게 마련이다. (314)
 
 축제가 일상화되면 부의 축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상하가 자연스럽게 뒤섞이게 된다. (315)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외부와 접속할 수 있는 유연성 혹은 탄력성이다. (328)
 
 강령이나 체제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현장, 중요한 건 오직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330)
 
 접속과 변신, 잠행과 유목을 통해서 (332)
 
 리얼리즘과 노마디즘, 그리고 [임꺽정]에 관한 농담 한 토막. (332)
 
 좋은 책은 사유의 지도를 다시 그려준다. 그리고 그 지도는 나의 일상을 이전과는 아주 다른 길로 이끌어준다. ~ 궁극적으로 사유와 걸음 사이에 한치의 간격도 없어야 한다는 것. 사유가 곧 길이어야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 책과 삶은 나란히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334)
 
 우리에게 필요한 건 ~ 배짱과 호기, 다만 그것뿐!이다.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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