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 목욕탕 1
김경일 글.그림 / 함께읽는책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다! + 1점, 시리즈 연직물이 아니라 단 2권짜리 단행본 만화다! + 1점, 인터넷 사이트 DC인사이드에서 검증된 재밌는 만화다! 또 + 1점이다. 앗, 그러데 괴물이 등장하는 '괴기'만화다  - 1점, 때로는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괴)물들이 너무 흉칙스럽다 - 1점, 결국 남는 것은 + 1점, 단 1점의 추가점수 뿐이다. 일단, 으슬으슬 몸을 떨며 옷을 벗어두고 나도 괴기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마물들이 나오지만 더 징그럽고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임을 역설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에서 ) (6) 
 
 들어가며 미리 밑천을 다 드러내놓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마물 혹은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우리 인간들 살아가는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고. 어쩌면 어떤 경우에는 괴물이라 불리우는 마물들보다 인간이 더 무섭고 추접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하리라. 우리는 매일 밤 9시면 퍼날라지는 텔레비전 뉴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소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 않던가. 정치판 부터 시장 좌판까지 들리나니 부정과 협잡의 이야기요 안타까운 죽음들이 넘쳐나는 시절이지 않은가, 여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경 고 - 절대로 빨간 종이는 달라고 하지 말 것! - 주인백 (17)
 
 만화책을 펼치고 첫이야기를 따라가본다. 입만 열면 말로써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한 녀석이 등장한다. 역시 함부로 말을 한다. 말 무서운줄 모른다. 녀석이 괴기목욕탕 화장실에 가니 떡하니 경고문이 붙여져 있다. 물론 읽을줄 안다. '빨간종이는 달라고 하지 말 것!'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녀석은 종이의 색깔을 묻는 변기!의 질문에 빨간 종이를 달라고 한다. 결과는 당연히 죽음이다. - 변기가 어떻게 질문을 하냐고 묻지 마시라.  그리고 예정된 지옥으로가서 혀가 뽑히는 형벌을 받는다. 착한 말, 좋은 말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그렇다. 괴기 목욕탕은 마계와 인간들의 연결통로이다. 이곳을 통하여 지옥으로 직행하는 인간들도 있고 마계에서 휴양차 내려와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인 마물들이라니…. 이러한 뚜렷한 대비를 통하여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의 추함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지배인,구두닦이, 카운터, 이발사, 때밀이'까지 세상에 내려온 그들, 마물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한다. 물론 마술도 부리고 변신도 하면서 말이다. 목욕탕에는 지옥에서 감찰도 나오고 때론 천사도 등장한다. 이야기는 확장되어 천사와 악마와의 싸움에까지 이어진다. 그 와중에 악마조차도 파멸시키는 전무후무한 무기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다.  
 
 이, 이게 무슨 맛이지?  … 미치도록 맛있군!!  …..크흐흐흐….이건 지옥보다 더욱 지옥스런 맛이야!! …이,이게 도대체 뭔데 인간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를 치는 거냐! 이게 뭔데….!!  끔찍해! 혼탁해! 추악해! 그리고…..완벽해!!   (2권, 228~232)
 
 지옥에서 온 극마물왕조차도 돈의 사악한 맛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얼마나 돈에 얽매여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너무 확실한 비유라 섭섭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만화가 갖는 장점 아니던가, 극마물왕과의 싸움에서 우리편!이 밀리고 있는데 돈 맛을 알게된 녀석은 끝내 무너지고 마는거다. 우하하핫! 그렇게 정의가 승리한다! 돈의 사악함이 극한의 악마를 이겨내다니…
 
 대략적으로 작품의 전체 흐름을 살펴보았지만 여러분들은 이미 아시리라. 만화는 눈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그 형상화에 실패하면 만화작품으로서는 실패라는 것을. 그런 면에서 이미 검증 단계를 넘어 출판된 이 책은 그 존재의 이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단계에 서있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에피소드까지. 만화 그림체에 대한 좋고 나쁨과는 전혀 상관없이도 아주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는 스토리의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 에휴, 이 사람들아. 뻔한 이야기지만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자. 말도 행동도 사랑마저도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레 이뤄지기를 기다리며 살아가자. 욕심을 부린다고 해결될 일은 없는 법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면 될 것이다. 자신이 가는 목욕탕이 마물들이 운용하는 괴기 목욕탕이 될 것인지 천사들의 하부조직?인 백색탕이 될 것인지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거늘…
 
 
2009. 8. 9. 선선한 바람불어 벌써 가을냄새 풍겨오는 저녁무렵….
 
들풀처럼
*2009-18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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