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다! + 1점, 시리즈 연직물이 아니라 단 2권짜리 단행본 만화다! + 1점, 인터넷 사이트 DC인사이드에서 검증된 재밌는 만화다! 또 + 1점이다. 앗, 그러데 괴물이 등장하는 '괴기'만화다 - 1점, 때로는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괴)물들이 너무 흉칙스럽다 - 1점, 결국 남는 것은 + 1점, 단 1점의 추가점수 뿐이다. 일단, 으슬으슬 몸을 떨며 옷을 벗어두고 나도 괴기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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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들이 나오지만 더 징그럽고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임을 역설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에서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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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미리 밑천을 다 드러내놓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마물 혹은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우리 인간들 살아가는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고. 어쩌면 어떤 경우에는 괴물이라 불리우는 마물들보다 인간이 더 무섭고 추접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하리라. 우리는 매일 밤 9시면 퍼날라지는 텔레비전 뉴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소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 않던가. 정치판 부터 시장 좌판까지 들리나니 부정과 협잡의 이야기요 안타까운 죽음들이 넘쳐나는 시절이지 않은가, 여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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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고 - 절대로 빨간 종이는 달라고 하지 말 것! - 주인백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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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펼치고 첫이야기를 따라가본다. 입만 열면 말로써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한 녀석이 등장한다. 역시 함부로 말을 한다. 말 무서운줄 모른다. 녀석이 괴기목욕탕 화장실에 가니 떡하니 경고문이 붙여져 있다. 물론 읽을줄 안다. '빨간종이는 달라고 하지 말 것!'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녀석은 종이의 색깔을 묻는 변기!의 질문에 빨간 종이를 달라고 한다. 결과는 당연히 죽음이다. - 변기가 어떻게 질문을 하냐고 묻지 마시라. 그리고 예정된 지옥으로가서 혀가 뽑히는 형벌을 받는다. 착한 말, 좋은 말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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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괴기 목욕탕은 마계와 인간들의 연결통로이다. 이곳을 통하여 지옥으로 직행하는 인간들도 있고 마계에서 휴양차 내려와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인 마물들이라니…. 이러한 뚜렷한 대비를 통하여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의 추함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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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인,구두닦이, 카운터, 이발사, 때밀이'까지 세상에 내려온 그들, 마물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한다. 물론 마술도 부리고 변신도 하면서 말이다. 목욕탕에는 지옥에서 감찰도 나오고 때론 천사도 등장한다. 이야기는 확장되어 천사와 악마와의 싸움에까지 이어진다. 그 와중에 악마조차도 파멸시키는 전무후무한 무기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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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슨 맛이지? … 미치도록 맛있군!! …..크흐흐흐….이건 지옥보다 더욱 지옥스런 맛이야!! …이,이게 도대체 뭔데 인간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를 치는 거냐! 이게 뭔데….!! 끔찍해! 혼탁해! 추악해! 그리고…..완벽해!! (2권, 228~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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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극마물왕조차도 돈의 사악한 맛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얼마나 돈에 얽매여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너무 확실한 비유라 섭섭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만화가 갖는 장점 아니던가, 극마물왕과의 싸움에서 우리편!이 밀리고 있는데 돈 맛을 알게된 녀석은 끝내 무너지고 마는거다. 우하하핫! 그렇게 정의가 승리한다! 돈의 사악함이 극한의 악마를 이겨내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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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으로 작품의 전체 흐름을 살펴보았지만 여러분들은 이미 아시리라. 만화는 눈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그 형상화에 실패하면 만화작품으로서는 실패라는 것을. 그런 면에서 이미 검증 단계를 넘어 출판된 이 책은 그 존재의 이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단계에 서있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에피소드까지. 만화 그림체에 대한 좋고 나쁨과는 전혀 상관없이도 아주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는 스토리의 작품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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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에휴, 이 사람들아. 뻔한 이야기지만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자. 말도 행동도 사랑마저도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레 이뤄지기를 기다리며 살아가자. 욕심을 부린다고 해결될 일은 없는 법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면 될 것이다. 자신이 가는 목욕탕이 마물들이 운용하는 괴기 목욕탕이 될 것인지 천사들의 하부조직?인 백색탕이 될 것인지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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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9. 선선한 바람불어 벌써 가을냄새 풍겨오는 저녁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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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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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0-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