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
츠지 요시키 지음, 김현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문의 깊이는 얕고 먹기는 엄청나게 먹어대는 - 박학다식(薄學多)한, 나에게 제목만으로도 구미가 땅기는 책이었다. 먹는 것, 음식에 더해진 이야기라면 눈으로라도 먹을 게 많으리라는 속셈도 있었다. 그리하여 책을 펼쳐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레스토랑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하게 제본된 갖가지 음식의 향연이다. 책 내용은 놓아두고 일단 사진들만 뒤적거린다. 아름다운 레스토랑의 풍경들도 좋고 이름도 모르고 처음 만나보는 갖가지 음식들의 풍미도 좋다. 무엇보다 사진을 통하여 전해져오는 '깔끔함'. 그렇지, 깨끗하고 깔끔하여 더하거나 빼거나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음식들의 여행, 마치 여행기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아, 그렇지만 주의할 것 한가지가 있는데 배고플 때는 펼치면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자.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근본적인 이유로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보다 손님이 먹고 싶어 하는 요리를 만든다' 는 친절한 배려 정신을 꼽을 수 있다.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33)
 
 역시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일류의 자리에 올라선 요리장(셰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성공학 교과서의 모범 답안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으랴. 내가 원하는 음식이 아니라 고객이 드시고 싶어하는 요리, 답은 이 하나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이 사실을 망각한다. 내가 보기에 좋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말이다. 단순함이 답이라는 말처럼 성공의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 고객 혹은 사람으로 표현되는 이 모든 말 사이에 '관계'가 있다. 고객과 요리사의 사이, 손님과 시중드는 사람들의 사이,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사이에 소통의 '관계'가 놓이는 것이다. 서로 뜻하는 바를 제대로 소통하는 '관계'가 되었을 때 고객도 레스토랑도 만족하는 법이다. 그것이 성공이리라.
 
 " ~ 때문에 저는 '모든 것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고 확신합니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98)
 
 그러니까 고객에 초점을 맞춘 '배려'와 '관심'이 모든 일에 첫 번째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과정'이겠지. 도전하고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는 그 '과정' 속에 우리가 바라는 성공의 길이 있다.
 
 " 요리에서 참다운 창의력이란, 접시에 담긴 완성품이 아니라 그 요리를 만드는 '프로세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재료를 찾는 데도 창의력이 필요하죠. ~ " ( "Part 3.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하다 - 산타 산타마리아 - 에서 ) (133)
 
 '유연한 발상'을 통한 '창의력'조차도 '요리를 만드는 프로세스 (과정) '에 있다는 얘기이다. 그저 샘솟거나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 하나라도 '최고'의 제품을 찾아나가는 그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말씀, 새겨들을만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성공의 비법 혹은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완성해주는 재료는 바로 '차이. 남과 다름'이다. 천편일률적인 그저 그런 음식들과 요만조만 한 사례들을 뚫고 고객의 눈과 마음에 들어가는 비법, 그것은 바로 '다양함에서 비롯되는 차이'인 것이다.
 
 다양함이 곧 풍부함이다. 서로 다른 나라와 지방에서 각자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 "Part 3.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하다 - 산타 산타마리아 - 에서 ) (143)
 
 한식, 우리 음식의 세계화가 논의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고객을 생각하면서 최고의 재료로 최선의 음식을 만들되 우리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창의적인 음식, 바로 이러한 음식이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우리 음식이 되리라. 최근에 일본까지 넘나드는 건강식품, 막걸리의 열풍에서도 배울 바가 있으리라.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술이라니….
 
 서울, 객지에서 홀로 요리사 생활을 하는 아우를 생각하며 더욱 집중하여 만난 책이었다. 나름대로 솜씨가 있다는 녀석의 솜씨도 이러한 지침들을 거름 삼아 더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는 그런 작품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아우야, 한가위에 만나서 이 이야기, 함께 나눠보자꾸나.
 
 
2009.8.19. 우리 회식도 단순히 먹는 데서 바뀌어야 합니다…. 딸꾹….
 
들풀처럼
*2009-192-08-20
 
*책에서 옮겨 둡니다.
 "매일매일 무조건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 내가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지' - 피카소 (30)
 
 요리는 먹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게 식사한다면 그 기억이 확실히 남기 마련이다. 형태가 있는 것보다 형태가 없는 기억이 오히려 더 영속성이 있는 것이다.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42)
 
 "레스토랑은 당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부디 행복하세요…."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51)
 
 레스토랑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요소란 기술과 재료, 그리고 손님이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57)
 
 레스토랑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현지 손님이다. 그렇기에 단골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레스토랑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 레스토랑과 손님 사이에 이러한 인간관계가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좋은 요리사가 배출될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83)
 
 "표현하고 싶은 것을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적당한 재료와 만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조리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평소의 생각과 고민이 요리 형태로 만들어지는 거죠." ( "Part 4. 요리로 감동을 전달하다 - 미셸 브라스 - 에서 ) (181)
 
 기억 :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어디서부터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 "Part 5. 세계화 전략, 그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 알랭 뒤카스 - 에서 ) (181)
 
 모든 것이 모방에서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깨닫지 못하면 평생 모방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요리를 앞에 두고 그 요리의 배경에는 어떤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곱씹어봐야 한다. ( "Part 5. 세계화 전략, 그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 알랭 뒤카스 - 에서 ) (236)
 
 '효테이의 요리'는 기본적으로는 다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계절감과 담는 법, 조리법 등 모든 면에서 겸양을 존중한다. ( "Part 6. 시대에 맞는 전통의 색깔을 지킨다 - 다카하시 에이이치 - 에서 )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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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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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흥미진진하다, 재미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바쁠 지경이다. 370여 쪽의 책을 세 시간 정도에 독파하다니, 참으로 오랜만의 경험이다. 마치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본 듯하다. 그리고 이제 극장 문을 나선다. 다시 그 장면들을 생각할 시간이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듯 책장을 덮고, 돌아보는 이야기는 씁쓸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져야 할 무엇인가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므로 빚어진 그 많은 사건과 죽음들, 입에 쓴 칡을 씹는 듯하다. 관계, 결국은 여기서도 관계가 문제이다. 인연 또는 업, 업보로도 표현되지만 명쾌한 낱말 한 가지만 고르라면 단연코 '관계'이다. 
 
 실수로 환자를 죽여버린 의사, 그리고 그 의사의 불의를 참지 못하여 뛰어나간 딸, 죽어버린 환자의 남편, 그 남편의 무모한 인질극에 희생되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엄마, 엄마의 사고로 결국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아빠, 망가진 이 가정의 두 아들, 두 아들과 연결된 소매치기, 평범한 가정주부가 된 암살자…. 이것만으로도 멋진 스릴러물이 탄생할 것 같지 않은가. 이 재료들을 종횡으로 섞어 얽히고설킨 관계의 그물망을 짜맞추어 독자들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그것이 작가의 실력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 정말 만만치않다. 일상의 틈새를 파고들어 앞으로 나아갈수록 엮이도록 짜놓은 과거의 인연들, 그 어쩔 수 없는 관계들, 책을 읽다 보면 누구도 온전한 악인은 없다. 서로 한쪽 발을 잡힌 채 이번 건만, 이번 일만 끝나면 다시 돌아가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그 삶의 길을 찾아가는 이는 몇 되지 않지만 말이다.
 
 "잘 들어, 모두. 이게 노래야. 전원이 힘을 합쳐서 확실하게 마음을 담으면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 거야. 여러분의 합창도 마찬가지야.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기분 좋게 불러 보자! 한 명이라도 딴 짓 하면 안 돼! 다 함께 하는 거야! 자, 기적을 일으키자!" (153)
 
 음악선생인 주인공(다이지로)의 엄마가 합창단원인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래를 부른다면 '기적'은 일어나는 법, 이 소설의 주제가 아마도 여기에 있으리라. 이어지고 꼬여 있지만 결국엔 하나씩 풀어지는 사건의 내용, 그리고 그 내용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기적의 합창'! 책을 읽으면 이 말뜻을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으리니 어서들, 달려가 이 "악몽의 관람차"를 타시기를…. 밀실 속임수에서부터 소소한 소시민의 가정사까지, 모두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이 흥미진진한 '기적의 합창'을 들어보시란 말이다.
 
 이런, 이런 또 흥분하고 말았다.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요즈음 넘쳐난다고 한다. 특히 일본 추리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문득, 왜? 왜? 이런 책들이 많이 읽히는 걸까를 생각해본다. 몇 가지 까닭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적당히 재미있다는 사실, 두 번째는 우리에겐 이런 책들, 적당히 자극을 주면서도 그 수위를 조절하고 추리물의 맛까지 전해주는 이런 소설들이 적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맛있는 책들에 빠져들어야만 아픈 여러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것, 아마도 이런 까닭들이 우리를 일본式 추리소설 類에 빠져들게 하고 있으리라.
 
 하여 나는 극장을 다녀와서, 책을 덮고 나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재미도 있고 맛도 좋은 이런 이야기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데 더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말이다. 보장된 재미와 긴장감은 충분히 유혹적인데 계속 이 길로만 가도 되는지…. 답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야기의 갈림길을 막아놓지는 않으리라는 것, 다시 돌아보고 어린 날처럼 추리 소설의 세계에 밤낮으로 빠져들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파묻히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만져보리라 생각한다. 넓고 넓은 이야기의 세계에서 이쪽 이야기만 거부할 까닭은 없으리니......, 언젠가는 다시 '관람차'에 오르리라.
 
 
2009.8.16. 깊은 밤, 잠 좀 잡시다….
 
들풀처럼
*2009-19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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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 사람들의 풍류 옛 그림 학교 2
최석조 / 아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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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옛 그림을 곁에서 찬찬히 설명해주는 형태의 그림이야기이다. 그런데 부끄럽지만, 당연히 나도 학생이 된다. 왜냐고? 아는 것이 없으니 당연히 배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기꺼이 학생이 된다. 정규교육을 대학까지 마쳤지만 이처럼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가만, 이제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교육 중인데 나만 모르는 건가.
 
 서양에서는 알몸을 묘사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 인간이 만물의 중심이기 때문에 부끄러울 것이 없었거든요. 벌거벗은 몸이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하지만 우리는 달랐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중심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속한 부속물에 불과했지요. ~ 더구나 벗은 사람을 그린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신윤복이 이걸 깼습니다. ( <단오 풍경>을 보며 ) (17)
 
 신윤복의 그림을 모아놓은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에 나오는 그림들을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첫 마당에 등장하는 <단오 풍경>의 '누드화'에 대한 장면 이해를 돕는 말이다. 어린이들이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리고 이 설명의 아래쪽에는 '누드화'에 대한 별도 개념정리가 되어 있다. 옳거니, 궁금한 건 바로 그 자리에서 풀어주니 더욱 쉽게 배운다. 이 책에는 너무도 많은 장점이 넘쳐난다. 행복한 고민이다.
 
 첫 번째 작품인 <단오 풍경> 하나를 이야기하는 데 쓰인 분량이 모두 열일곱 쪽,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앞에 두고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을 듣는 듯하다. 이 책을 들고 미술관에 가서 아이들에게 그대로 들려주어도 좋은 만큼 구체적이고 자상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전개방식도 '입학식' 뒤 하루에 4시간씩, 그러니까 1,2,3,4교시로, 사흘 동안 진행된다. "차례"만으로도 사흘 동안의 강의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2교시가 끝나면 "신나는 중간놀이"가 소개되어 짬을 내어 책에서 눈을 떼고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한 시간이 끝날 때마다 "더 알아보아요", "옛날엔 이랬어요." 또는 "어떤 사람일까요?"라는 깊이 읽기가 더해져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한 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만나는 그림도 넘쳐난다. 주제가 되는 신윤복의 그림 외에도 비교하여 만나는 그림들이 서너 점 더 있다. 한 가지를 배우는 동안 더하여 두세 점의 그림들에 대한 이해도 가능해진다. 또한, 하루의 수업이 마무리되면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보충학습" 이 따로 진행된다.  그림과 관련된 '색', '제발과 낙관', '화폭'에 대한 상세한 공부로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정(情)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배우면 즐거워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생김새도 야무져요. 저런 사람에게는 덤벼보았자 질 게 뻔해요. ( <싸움>을 보며 ) (62)
 
 이건 또 어떤 설명일까? 바로 "자유토론"의 내용이다. 매일 4교시에는 '함께 얘기해봐요' 라는 형식으로 아이들 스스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지은이- 은 중간마다 끼어들어 방향만 이끌어 갈 뿐 이 시간 동안의 그림 해석은 오로지 아이들 몫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림 이야기를 만난다. 이 역시 새롭고 신선한 발상의 진행이다. 
 
 그림 한 점을 놓고 이처럼 세세하게 살펴보고 이해를 하는 동안 시간은 훌쩍 흘러간다. 신윤복이라는 화가가 놀라운 파격으로 보여주었던 당시의 시대 풍경과 정취들이 가슴 속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그만의 '섬세한 표현', '뛰어난 사실성', '양반들의 놀이 문화' 그리고 '충격적'인 '내용' (197)들까지….  '[단원풍속화첩]이 서민들 세상이라면 [혜원전신첩]은 여인들 세상' (198) 이라는 명쾌한 설명 그대로다.
 
 이 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지은이가 들려주는 "옛그림 학교"의 두 번째 책이다. 그럼 첫 번째는? 당연히 김홍도의 [옛사람들의 삶]이겠지…. 이렇게 좋은 책을 인제야 만나다니. 1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다. 우리 그림에 대한 입문서로 반드시 만나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옛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처럼 잘 정제되어 소개된다면 그림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당연히 깊어지리라. 하여 행복한 책읽기는 계속 된다.
 
 
2009.8.16. 늦은 밤, 배워서 즐기는 시간입니다.
 
들풀처럼
*2009-18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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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2 : 희망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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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봄 [내 마음의 여행 1]을 보며 그리워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고향의 내음과 풍경을 만나며 올해가 가기 전 한 번쯤은 떠나보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8월의 한가운데입니다. 오랜 빗줄기 속에 무더위도 물러가 버린 날이지만 여태 어디로도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한 번이라도 떠나야지 늘 생각은 하고 있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하여 다시 [내 마음의 여행 2]을 떠납니다.

 

 



 
 
 풍경도 철 따라 변해가지만 바라보는 우리네 마음이 더 계절 따라 움직이나 봅니다. 봄에 바라본 이야기들은 고향의 소식을 애달파하듯 뭉클뭉클 다가왔는데  지금은 나들이의 시절답게 아무래도 시원하고 넓은 곳으로,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집니다. 사진 한 장, 글 한 줄이 다 떠남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다녀오든, 우리는 흔들리는 시간 속에 살아가겠지요.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 가야 할 길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 얼마나 더 많이 흔들려야 하는 것일까. ( '전북 고창'에서 ) (25)
 
  2권의 주제는 "희망"입니다. 희망! 이란 말처럼 좋아하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낱말이 또 있을까요? 비록 책을 따라 떠나는 여행이지만 마음은 '희망'을 찾아 사진 속에서 헤맵니다. '갯벌의 저녁노을' (21), '두물머리 나룻터'(67)의 풍경, 신안 앞바다의 섬들의 속삭임(121)도 놀랍거나 어마어마한 절경이 아닙니다. 다만, 나긋나긋 속삭이며 곁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그 속삭임들이 우리네 것이기에 책장을 아무 곳이나 펼쳐도 들뜬 여름날의 마음들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가을을 준비하게 합니다.
 
 속도에 떠밀리듯 살다가 문득 멈춰서면 / 시간의 바깥에 서 있던 섬이 바람결에 속삭이는 말 / 어서 오라고, / 기다리고 있었다고.  (121)
 
 살다 보면 바로 곁에 두고도 무심히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그러하고 주변의 풍경도 그러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책에 등장하는 '경남 창원'의 여러 풍경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장면들입니다.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 저수지' 는 몇 해 전 지나가며 흘깃 들러보았지만 '이원수 생가', '솟대공예'는 처음 만납니다. 차로 20여 분이면 가닿는 곳의 속살도 제대로 모르고 이렇게 살아갑니다. 
 

 직업적인 특성상 여름여행을 삼갈 수밖에 없는 터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무렵에 가족 여행을 여름휴가 대신 떠나곤 합니다. 올해 가을은 칠순을 맞으신 아버님을 모시고 다녀오려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만난 남도의 풍경 중 한군데로 떠나와야지요. '바다에 취해 마음을 묻는 전남 보길도' (31) 또는 '기다림도 사랑'이라는 '전남 신안'(118)의 섬들 사이로 말입니다. 혹 여러 가지 상황으로 멀리 떠날 수 없다면 가까이 있는 새들의 낙원이라도 다시 한번 보고 오렵니다. 그 풍경들 속에서 잊고 있던 고향과 삶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만나고 오겠습니다. 

 

 



 
 
 두 번째 책을 보면서 달라진 점은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설명들입니다. 1권에서 보았던 좋은 음악의 소개들이 꼭지마다 더해져 조금의 노력을 더한다면 풍경에 맞는 음악을 뽑아 들을 수 있도록 곡의 출처와 음반 제목까지, 그리고 음악감독의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그래도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선곡으로 더해진 부록 CD 1장이 있다면 책을 읽는 동안 들으며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의 문제라면 홍보용으로 잘 풀어서 도움을 받아 3권 출간 때에는 꼭 배경음악 CD가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열대야도, 한낮의 무더위도 제대로 없이 그렇게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이제 곧 가을입니다. 몸이 비록 떠나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이라도 떠날 수 있는 그런 가을, 준비하렵니다. 그 길에 [내 마음의 여행 1,2]이 있어 한결 수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고마운 책, 행복한 시간여행이었습니다.

 

 



 
 
 
2009.8.15. 밤바람, 벌써 가을이 묻어옵니다. 설레고 있습니다.
 
들풀처럼
*2009-18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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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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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집가'라는 말처럼 다정한 듯하면서도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낱말이 있을까. 스스로 '책 수집가'라 자처하며 다 읽지도 못하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그러모으는 나로서는 '기담 수집가의 마음을 100%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야기야. 그것도 소중히 간직해온 기담. 나는 그것을 찾고 있어. 도저히 이 세상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뒤집어 놓을 만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허황한 이야기, 당신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나?"  (181)
 
 이처럼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으랴. 하여 설레는 맘으로 이 책 속으로 달려들어 간다. 신가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여 어서 내게로 오라. 어, 그런데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하나같이 한 뼘씩 모자란다. '의뢰인 No.1'이 들려주는 처음 이야기인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에서 잠시 흘깃하였지만, 칼 같은 분석에 정신이 번쩍 든다. 페르소나, 섀도 (43)의 개념까지 등장하고도 현실 속의 일로, 자기 그림자가 자신을 찌른 엽기적인 '기담'이 아니라 단순한 직장 후배에 의한 피습임이 드러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다섯 이야기는 스스로 추리하고 생각하며 만난 탓에 기담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단지 그럭저럭 재미있는 추리물로서의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거울 속에 사는 소년" 에서 "겨울 장미의 비밀" 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들은 솔깃하게 땅기도록 재미있지만 읽는 순간 기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 세계에서는 인간의 논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불가능해요." (167)
 
 그렇지. 당연한 이야기 아니던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간의 논리가 먼저 적용된다면 해석되지 않을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은 마치 그 본보기를 보여주듯 이야기 하나하나를 철저히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의뢰인들이 생각하는 기담이 그저 단순한 현실 속 이야기일 뿐임을 드러낸다. 물론 그 과정만으로도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그 정도로 끝나는 줄 알았다. 어, 그런데, 마지막 의뢰인의 이야기에 와서 또 한 번 뒤집히는데…. 어떻게?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  그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 [기담 수집가]에 담겨 있다.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하시기를…. 으흐흐….
 
 
2009.8.14. 자이언츠 야구는 '기담'보다 더 살 떨립니다. ^^;;
 
들풀처럼
*2009-18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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