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깊이는 얕고 먹기는 엄청나게 먹어대는 - 박학다식(薄學多食)한, 나에게 제목만으로도 구미가 땅기는 책이었다. 먹는 것, 음식에 더해진 이야기라면 눈으로라도 먹을 게 많으리라는 속셈도 있었다. 그리하여 책을 펼쳐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레스토랑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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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하게 제본된 갖가지 음식의 향연이다. 책 내용은 놓아두고 일단 사진들만 뒤적거린다. 아름다운 레스토랑의 풍경들도 좋고 이름도 모르고 처음 만나보는 갖가지 음식들의 풍미도 좋다. 무엇보다 사진을 통하여 전해져오는 '깔끔함'. 그렇지, 깨끗하고 깔끔하여 더하거나 빼거나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음식들의 여행, 마치 여행기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아, 그렇지만 주의할 것 한가지가 있는데 배고플 때는 펼치면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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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근본적인 이유로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보다 손님이 먹고 싶어 하는 요리를 만든다' 는 친절한 배려 정신을 꼽을 수 있다.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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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일류의 자리에 올라선 요리장(셰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성공학 교과서의 모범 답안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으랴. 내가 원하는 음식이 아니라 고객이 드시고 싶어하는 요리, 답은 이 하나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이 사실을 망각한다. 내가 보기에 좋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말이다. 단순함이 답이라는 말처럼 성공의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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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고객 혹은 사람으로 표현되는 이 모든 말 사이에 '관계'가 있다. 고객과 요리사의 사이, 손님과 시중드는 사람들의 사이,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사이에 소통의 '관계'가 놓이는 것이다. 서로 뜻하는 바를 제대로 소통하는 '관계'가 되었을 때 고객도 레스토랑도 만족하는 법이다. 그것이 성공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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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문에 저는 '모든 것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고 확신합니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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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고객에 초점을 맞춘 '배려'와 '관심'이 모든 일에 첫 번째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과정'이겠지. 도전하고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는 그 '과정' 속에 우리가 바라는 성공의 길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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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에서 참다운 창의력이란, 접시에 담긴 완성품이 아니라 그 요리를 만드는 '프로세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재료를 찾는 데도 창의력이 필요하죠. ~ " ( "Part 3.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하다 - 산타 산타마리아 - 에서 ) (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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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발상'을 통한 '창의력'조차도 '요리를 만드는 프로세스 (과정) '에 있다는 얘기이다. 그저 샘솟거나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 하나라도 '최고'의 제품을 찾아나가는 그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말씀, 새겨들을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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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남은 성공의 비법 혹은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완성해주는 재료는 바로 '차이. 남과 다름'이다. 천편일률적인 그저 그런 음식들과 요만조만 한 사례들을 뚫고 고객의 눈과 마음에 들어가는 비법, 그것은 바로 '다양함에서 비롯되는 차이'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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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함이 곧 풍부함이다. 서로 다른 나라와 지방에서 각자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 "Part 3.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하다 - 산타 산타마리아 - 에서 ) (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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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우리 음식의 세계화가 논의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고객을 생각하면서 최고의 재료로 최선의 음식을 만들되 우리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창의적인 음식, 바로 이러한 음식이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우리 음식이 되리라. 최근에 일본까지 넘나드는 건강식품, 막걸리의 열풍에서도 배울 바가 있으리라.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술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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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객지에서 홀로 요리사 생활을 하는 아우를 생각하며 더욱 집중하여 만난 책이었다. 나름대로 솜씨가 있다는 녀석의 솜씨도 이러한 지침들을 거름 삼아 더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는 그런 작품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아우야, 한가위에 만나서 이 이야기, 함께 나눠보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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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19. 우리 회식도 단순히 먹는 데서 바뀌어야 합니다…. 딸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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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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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92-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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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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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무조건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 내가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지' - 피카소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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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먹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게 식사한다면 그 기억이 확실히 남기 마련이다. 형태가 있는 것보다 형태가 없는 기억이 오히려 더 영속성이 있는 것이다.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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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은 당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부디 행복하세요…."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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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요소란 기술과 재료, 그리고 손님이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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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현지 손님이다. 그렇기에 단골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레스토랑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 레스토랑과 손님 사이에 이러한 인간관계가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좋은 요리사가 배출될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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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고 싶은 것을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적당한 재료와 만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조리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평소의 생각과 고민이 요리 형태로 만들어지는 거죠." ( "Part 4. 요리로 감동을 전달하다 - 미셸 브라스 - 에서 ) (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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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어디서부터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 "Part 5. 세계화 전략, 그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 알랭 뒤카스 - 에서 ) (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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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모방에서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깨닫지 못하면 평생 모방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요리를 앞에 두고 그 요리의 배경에는 어떤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곱씹어봐야 한다. ( "Part 5. 세계화 전략, 그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 알랭 뒤카스 - 에서 )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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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테이의 요리'는 기본적으로는 다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계절감과 담는 법, 조리법 등 모든 면에서 겸양을 존중한다. ( "Part 6. 시대에 맞는 전통의 색깔을 지킨다 - 다카하시 에이이치 - 에서 ) (2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