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 사람들의 풍류 옛 그림 학교 2
최석조 / 아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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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옛 그림을 곁에서 찬찬히 설명해주는 형태의 그림이야기이다. 그런데 부끄럽지만, 당연히 나도 학생이 된다. 왜냐고? 아는 것이 없으니 당연히 배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기꺼이 학생이 된다. 정규교육을 대학까지 마쳤지만 이처럼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가만, 이제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교육 중인데 나만 모르는 건가.
 
 서양에서는 알몸을 묘사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 인간이 만물의 중심이기 때문에 부끄러울 것이 없었거든요. 벌거벗은 몸이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하지만 우리는 달랐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중심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속한 부속물에 불과했지요. ~ 더구나 벗은 사람을 그린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신윤복이 이걸 깼습니다. ( <단오 풍경>을 보며 ) (17)
 
 신윤복의 그림을 모아놓은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에 나오는 그림들을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첫 마당에 등장하는 <단오 풍경>의 '누드화'에 대한 장면 이해를 돕는 말이다. 어린이들이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리고 이 설명의 아래쪽에는 '누드화'에 대한 별도 개념정리가 되어 있다. 옳거니, 궁금한 건 바로 그 자리에서 풀어주니 더욱 쉽게 배운다. 이 책에는 너무도 많은 장점이 넘쳐난다. 행복한 고민이다.
 
 첫 번째 작품인 <단오 풍경> 하나를 이야기하는 데 쓰인 분량이 모두 열일곱 쪽,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앞에 두고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을 듣는 듯하다. 이 책을 들고 미술관에 가서 아이들에게 그대로 들려주어도 좋은 만큼 구체적이고 자상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전개방식도 '입학식' 뒤 하루에 4시간씩, 그러니까 1,2,3,4교시로, 사흘 동안 진행된다. "차례"만으로도 사흘 동안의 강의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2교시가 끝나면 "신나는 중간놀이"가 소개되어 짬을 내어 책에서 눈을 떼고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한 시간이 끝날 때마다 "더 알아보아요", "옛날엔 이랬어요." 또는 "어떤 사람일까요?"라는 깊이 읽기가 더해져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한 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만나는 그림도 넘쳐난다. 주제가 되는 신윤복의 그림 외에도 비교하여 만나는 그림들이 서너 점 더 있다. 한 가지를 배우는 동안 더하여 두세 점의 그림들에 대한 이해도 가능해진다. 또한, 하루의 수업이 마무리되면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보충학습" 이 따로 진행된다.  그림과 관련된 '색', '제발과 낙관', '화폭'에 대한 상세한 공부로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정(情)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배우면 즐거워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생김새도 야무져요. 저런 사람에게는 덤벼보았자 질 게 뻔해요. ( <싸움>을 보며 ) (62)
 
 이건 또 어떤 설명일까? 바로 "자유토론"의 내용이다. 매일 4교시에는 '함께 얘기해봐요' 라는 형식으로 아이들 스스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지은이- 은 중간마다 끼어들어 방향만 이끌어 갈 뿐 이 시간 동안의 그림 해석은 오로지 아이들 몫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림 이야기를 만난다. 이 역시 새롭고 신선한 발상의 진행이다. 
 
 그림 한 점을 놓고 이처럼 세세하게 살펴보고 이해를 하는 동안 시간은 훌쩍 흘러간다. 신윤복이라는 화가가 놀라운 파격으로 보여주었던 당시의 시대 풍경과 정취들이 가슴 속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그만의 '섬세한 표현', '뛰어난 사실성', '양반들의 놀이 문화' 그리고 '충격적'인 '내용' (197)들까지….  '[단원풍속화첩]이 서민들 세상이라면 [혜원전신첩]은 여인들 세상' (198) 이라는 명쾌한 설명 그대로다.
 
 이 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지은이가 들려주는 "옛그림 학교"의 두 번째 책이다. 그럼 첫 번째는? 당연히 김홍도의 [옛사람들의 삶]이겠지…. 이렇게 좋은 책을 인제야 만나다니. 1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다. 우리 그림에 대한 입문서로 반드시 만나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옛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처럼 잘 정제되어 소개된다면 그림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당연히 깊어지리라. 하여 행복한 책읽기는 계속 된다.
 
 
2009.8.16. 늦은 밤, 배워서 즐기는 시간입니다.
 
들풀처럼
*2009-18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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