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
츠지 요시키 지음, 김현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문의 깊이는 얕고 먹기는 엄청나게 먹어대는 - 박학다식(薄學多)한, 나에게 제목만으로도 구미가 땅기는 책이었다. 먹는 것, 음식에 더해진 이야기라면 눈으로라도 먹을 게 많으리라는 속셈도 있었다. 그리하여 책을 펼쳐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레스토랑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하게 제본된 갖가지 음식의 향연이다. 책 내용은 놓아두고 일단 사진들만 뒤적거린다. 아름다운 레스토랑의 풍경들도 좋고 이름도 모르고 처음 만나보는 갖가지 음식들의 풍미도 좋다. 무엇보다 사진을 통하여 전해져오는 '깔끔함'. 그렇지, 깨끗하고 깔끔하여 더하거나 빼거나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음식들의 여행, 마치 여행기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아, 그렇지만 주의할 것 한가지가 있는데 배고플 때는 펼치면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자.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근본적인 이유로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보다 손님이 먹고 싶어 하는 요리를 만든다' 는 친절한 배려 정신을 꼽을 수 있다.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33)
 
 역시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일류의 자리에 올라선 요리장(셰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성공학 교과서의 모범 답안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으랴. 내가 원하는 음식이 아니라 고객이 드시고 싶어하는 요리, 답은 이 하나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이 사실을 망각한다. 내가 보기에 좋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말이다. 단순함이 답이라는 말처럼 성공의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 고객 혹은 사람으로 표현되는 이 모든 말 사이에 '관계'가 있다. 고객과 요리사의 사이, 손님과 시중드는 사람들의 사이,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사이에 소통의 '관계'가 놓이는 것이다. 서로 뜻하는 바를 제대로 소통하는 '관계'가 되었을 때 고객도 레스토랑도 만족하는 법이다. 그것이 성공이리라.
 
 " ~ 때문에 저는 '모든 것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고 확신합니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98)
 
 그러니까 고객에 초점을 맞춘 '배려'와 '관심'이 모든 일에 첫 번째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과정'이겠지. 도전하고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는 그 '과정' 속에 우리가 바라는 성공의 길이 있다.
 
 " 요리에서 참다운 창의력이란, 접시에 담긴 완성품이 아니라 그 요리를 만드는 '프로세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재료를 찾는 데도 창의력이 필요하죠. ~ " ( "Part 3.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하다 - 산타 산타마리아 - 에서 ) (133)
 
 '유연한 발상'을 통한 '창의력'조차도 '요리를 만드는 프로세스 (과정) '에 있다는 얘기이다. 그저 샘솟거나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 하나라도 '최고'의 제품을 찾아나가는 그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말씀, 새겨들을만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성공의 비법 혹은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완성해주는 재료는 바로 '차이. 남과 다름'이다. 천편일률적인 그저 그런 음식들과 요만조만 한 사례들을 뚫고 고객의 눈과 마음에 들어가는 비법, 그것은 바로 '다양함에서 비롯되는 차이'인 것이다.
 
 다양함이 곧 풍부함이다. 서로 다른 나라와 지방에서 각자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 "Part 3.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하다 - 산타 산타마리아 - 에서 ) (143)
 
 한식, 우리 음식의 세계화가 논의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고객을 생각하면서 최고의 재료로 최선의 음식을 만들되 우리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창의적인 음식, 바로 이러한 음식이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우리 음식이 되리라. 최근에 일본까지 넘나드는 건강식품, 막걸리의 열풍에서도 배울 바가 있으리라.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술이라니….
 
 서울, 객지에서 홀로 요리사 생활을 하는 아우를 생각하며 더욱 집중하여 만난 책이었다. 나름대로 솜씨가 있다는 녀석의 솜씨도 이러한 지침들을 거름 삼아 더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는 그런 작품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아우야, 한가위에 만나서 이 이야기, 함께 나눠보자꾸나.
 
 
2009.8.19. 우리 회식도 단순히 먹는 데서 바뀌어야 합니다…. 딸꾹….
 
들풀처럼
*2009-192-08-20
 
*책에서 옮겨 둡니다.
 "매일매일 무조건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 내가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지' - 피카소 (30)
 
 요리는 먹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게 식사한다면 그 기억이 확실히 남기 마련이다. 형태가 있는 것보다 형태가 없는 기억이 오히려 더 영속성이 있는 것이다.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42)
 
 "레스토랑은 당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부디 행복하세요…."  ( "Part 1. 배려심에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다" - 데이비드 블레이 - 에서 ) (51)
 
 레스토랑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요소란 기술과 재료, 그리고 손님이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57)
 
 레스토랑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현지 손님이다. 그렇기에 단골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레스토랑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 레스토랑과 손님 사이에 이러한 인간관계가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좋은 요리사가 배출될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art 2. 역경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다." - 와쿠다 데쓰야 - 에서 ) (83)
 
 "표현하고 싶은 것을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적당한 재료와 만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조리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평소의 생각과 고민이 요리 형태로 만들어지는 거죠." ( "Part 4. 요리로 감동을 전달하다 - 미셸 브라스 - 에서 ) (181)
 
 기억 :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어디서부터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 "Part 5. 세계화 전략, 그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 알랭 뒤카스 - 에서 ) (181)
 
 모든 것이 모방에서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깨닫지 못하면 평생 모방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요리를 앞에 두고 그 요리의 배경에는 어떤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곱씹어봐야 한다. ( "Part 5. 세계화 전략, 그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 알랭 뒤카스 - 에서 ) (236)
 
 '효테이의 요리'는 기본적으로는 다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계절감과 담는 법, 조리법 등 모든 면에서 겸양을 존중한다. ( "Part 6. 시대에 맞는 전통의 색깔을 지킨다 - 다카하시 에이이치 - 에서 )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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