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라는 말처럼 다정한 듯하면서도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낱말이 있을까. 스스로 '책 수집가'라 자처하며 다 읽지도 못하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그러모으는 나로서는 '기담 수집가의 마음을 100%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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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야. 그것도 소중히 간직해온 기담. 나는 그것을 찾고 있어. 도저히 이 세상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뒤집어 놓을 만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허황한 이야기, 당신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나?" (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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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으랴. 하여 설레는 맘으로 이 책 속으로 달려들어 간다. 신가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여 어서 내게로 오라. 어, 그런데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하나같이 한 뼘씩 모자란다. '의뢰인 No.1'이 들려주는 처음 이야기인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에서 잠시 흘깃하였지만, 칼 같은 분석에 정신이 번쩍 든다. 페르소나, 섀도 (43)의 개념까지 등장하고도 현실 속의 일로, 자기 그림자가 자신을 찌른 엽기적인 '기담'이 아니라 단순한 직장 후배에 의한 피습임이 드러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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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이어지는 다섯 이야기는 스스로 추리하고 생각하며 만난 탓에 기담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단지 그럭저럭 재미있는 추리물로서의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거울 속에 사는 소년" 에서 "겨울 장미의 비밀" 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들은 솔깃하게 땅기도록 재미있지만 읽는 순간 기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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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계에서는 인간의 논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불가능해요." (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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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당연한 이야기 아니던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간의 논리가 먼저 적용된다면 해석되지 않을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은 마치 그 본보기를 보여주듯 이야기 하나하나를 철저히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의뢰인들이 생각하는 기담이 그저 단순한 현실 속 이야기일 뿐임을 드러낸다. 물론 그 과정만으로도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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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정도로 끝나는 줄 알았다. 어, 그런데, 마지막 의뢰인의 이야기에 와서 또 한 번 뒤집히는데…. 어떻게?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 그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 [기담 수집가]에 담겨 있다.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하시기를…. 으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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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14. 자이언츠 야구는 '기담'보다 더 살 떨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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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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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5-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