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피아크족, 알래스카의 또 다른 얼굴 산하세계어린이 30
카롤린 나르디 지예타 & 클레르 메를로 퐁티 지음, 멜리장드 뤼트렝제 그림 / 산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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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고대 史를 찾아 읽다 보니 인류의 핏줄에 관한 이야기들도 가끔 만난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듣고 있던 이야기들과 고대 史속의 인류들이 접점을 이루면서 연결이 될 때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 중 우리네 몽골인종과 관련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운데 몽골인종이 베링해협을 건너 알래스카를 지나 아메리카 인디언과 연결되고 또한 남미의 인디오 들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하니 오래전 인류의 발걸음에 감탄할 따름이다.
 
이번에 만난 '알래스카의 또 다른 얼굴'인 "숙피아크족" 역시 우리 몽골족과 연관이 있는 인류는 아닐는지, 그들의 다양한 신화와 이야기들을 만나며 드는 생각이다.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새들의 이야기, 우리네 우렁각시 이야기를 꼭 빼닮은 '자고새 여인', 그리고 '선녀와 나무꾼'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자고새 여인의 비상까지. 세계의 모든 신화는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숙피아크족의 여러 이야기는 우리네 옛이야기랑 많이들 닮았다.
 
 까마귀는 가만히 앉아 때를 기다렸습니다. 특별한 누군가가 다가오기를요. 드디어 그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송자라는 아가씨였지요. 송자는 빛의 마을 촌장의 딸이었습니다. (17)
 
 까마귀가 전해주는 해와 달과 별 이야기라니…게다가 우연한 일치겠지만, 촌장의 딸 이름이 '송자'라니… 이래저래 숙피아크족이 더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흰 얼굴의 곰" 이야기는 곰의 등장만으로도 우리 이야기 같다. 게다가 곰을 잡던 사냥꾼이 곰이 된다는 이야기는 곰이 사람이 된다는 우리네 이야기의 변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숙피아크족의 삶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술사들의 이야기도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리라. 결국, 머나먼 곳의 다른 종족들의 이야기를 통하여서도 그네들이랑 우리랑 살아온 기억들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만나는 순간은 기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언젠가 우리 인류는 바벨탑 이전에는 한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공통의 핏줄이었으리라는 생각도 하여본다. 그렇게 인류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왔으므로 비슷한 추억과 신화를 공유하는 것이리라.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다시 하나가 되는 인류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한다. 이런 꿈도 꾸며 만나는 이야기들이니 어찌 재밌지 않으랴. 하여 우리는 선뜻 뛰어드는 것이다. 힘이 센 이야기 속으로! 
 
 
2009. 9. 6. 새벽, 알래스카 근처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
 
들풀처럼
*2009-2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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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X를 찾아라 - 한반도 최고의 발견
이동희 기획, 신동경 글, 연못 그림, 이융남 감수 / 웅진주니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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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추억이다. 어머니께서 공룡 만화 전집을 사주신다기에 설레는 맘으로 책을 기다렸다. 스무 권이 넘는 빳빳한 공룡 과학만화를 받았을 때는 천국에라도 오른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책은 일주일도 채 안되어 반납되었다. 어려운 경제력이 문제였다. 맛보기만 하였던 셈이다. 그때부터 공룡은 내게 가깝고도 먼 옛친구였다. 
 
 최근의 영화 속에서 현대 과학의 힘으로 공룡들은 살아왔지만, 왠지 그들을 만나기가 싫었다. 나는 책으로만 그들을 만나고 가상의 그래픽으로 형상화된 공룡들은 피해왔다. 그러던 차 우리나라의 공룡을 찾아 떠나는 TV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의 내용이 된 [공룡 X를 찾아라]이다. 
 
 우리 땅에서 발견된 공룡 X의 머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의 여정이 TV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에 담겨 있다. 차이점이라면 책에는 공룡 X가 이야기의 화자(話者)로 등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하여 고비사막으로 박사님과 함께 떠나는 공룡 X는 아주 오래전, 이 땅을 지배하던 공룡 중의 하나이다. 
 
 아 참, 내 소개를 잊었군!  난 프로토케라톱스야. 혹시 고비 사막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공룡이 누군지 아니? 바로 우리 프로토케라톱스야, 우리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번성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29)
 
 책은 공룡 X를 찾는 과정을 풍부한 사진과 해설로 보여준다. 마치 TV를 다시 보는 듯하다. 중간마다 등장하는 "공룡 박사의 비밀노트"를 통하여 '우리나라 공룡 발자국 화석' 이야기, '공룡'이 화석이 되는 과정 등을 상세히 만난다. 이 책 한 권이면 우리 땅의 공룡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노고가 어우러진 좋은 작품을 보는 기쁨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결국, 공룡 X는 '포로케라톱스'에서 '트리케라톱스'로 이어지는 공룡의 조상인 셈이 밝혀지고 그토록 찾아 해매던 머리도 찾게 되는데 처음 기대보다는 작고 귀엽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그만큼 공룡이라고 하면 크고 거대한 영화 속 장면들만 떠올려서 그런가 보다. 
 
 이 책을 통하여 공룡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공룡 X를 찾아 많은 이들이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을 만나는 것도 또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쉽게 바라보는 한 마리의 공룡이 어떠한 복원 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을 지나 우리 곁에 다가오는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의 관심도 더욱 깊어지리라.
 
 [TV스페셜]로 만난 공룡 X  선명한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생물이었지만 TV를 끄면 다시 만나기 어려운 추억 속의 공룡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책 속의 공룡 X는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곁에 두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책으로 만나는 이점이리라. 아이도 나도 두고두고 만나보리라. 녀석, 공룡 X ~
 
 
2009. 9. 5. 어릴 적 그 녀석을 찾아서, 공룡 X ?!
 
들풀처럼
*2009-20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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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길을 가라
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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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여름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어느새 선선한 바람 불어 어느 젊은이의 가슴을 흩트리는 중이겠지요. 가을입니다. 쉼 없이 달려온 읽기의 과정에서 문득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납니다. [가고 싶은 길을 가라]라는 제목만으로는 여느 성공학 서적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은 내면의 자신을 만나 제대로 된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내면의 나'를 마주하고 바라는 '꿈'을 마주하고 그 꿈의 실행을 막는 '두려움'을 마주하고서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행복'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주인이 되어 '가고 싶은 길을 가라'라는 이야기지요. 늘 듣던 이야기랑 비슷하시다고요? 그럴겁니다.
 
 늘 그러하듯이 진리는, 진실은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참 쉽고도 편안한 모습으로 머무르는 것입니다. 다만, 일상에 쫓겨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갈 뿐이지요. 책에서 들려주는 스무 가지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길에 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길을 가는 건 때로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습니다.  등산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힘들게 올라갈수록 정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커진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올라가는 데 기울인 노력이 클수록 더 큰 행복을 맛보게 되고, 그 행복한 느낌이 더 오래도록 기억되지요." (132)
 
 그렇지요. 아시다시피 산은 한 번에, 훌쩍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지요. 천천히 차근차근 길을 밟아 가며 하나씩 이루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거지요. 그래야 그 행복도 오래가겠지요. 어쩌면 평범한 이런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넘쳐납니다. 아래에도 스무 편의 잠언들을 옮겨 놓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우리 삶은 행복해지는 길을 스스로 일러주고 있습니다.
 
  8. 그대의 꿈이 한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라.
     정말 슬픈 것은 한 번도 꿈을 꿔 보지 않은 것이다. 
 
 13.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 스무 편의 짧은 글들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을 바로 대하는 길로 접어듭니다. 행복, 꿈, 두려움… 우리를 일깨우고 좌절시키는 그 모든 것들이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깨달음, 그 깨달음의 끝에 행복이 있습니다.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그 마음 없이는 하나도 이룰 수 없음도 이제는 압니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스스로 길을 간다면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말은 분명히 우리 곁에 실재(實在)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자신' 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내용이 한가지 등장하는데 그것은 '도움을 청하라'라는 말씀입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주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당연한데 우리는 여러 가지 까닭으로 자제하곤 하지요. 하여 그런 두려움을 깨고 언제든, 누구에게든,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하라고 우리를 손잡아 이끌고 있습니다.
 
 " ~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지지와 도움, 조언, 만남 등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큰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 " (127)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도움을 청하는 순간,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안으로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이든 긍정적인 것이지요." (155)
 
 그렇지요.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통'만큼 관계의 기본이자 중심이 되는 것은 없겠지요. 하여 우리는 묻고 답하며 서로 이끌어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의 그 첫걸음이 '도움을 청하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저도 여러분도 넓고 깊은 세상살이 혹은 행복한 책읽기 중간마다 만나는 의문이나 어려움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도움을 청합시다. '도와주세요!'라고 먼저 손을 내밀면 '그러지요.' 웃으며 손잡아 끌어줍시다. 그리고 '가고 싶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 갑시다.
 
 
2009. 9. 5. 새벽, 찬바람이 반가운 날입니다.
 
들풀처럼
 
*2009-208-09-05
 
 
*책에서 옮겨 둡니다.
 
  1.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짐을 지고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2. 운명의 여신이 당신에게 나쁜 카드를 주었는가?
     그렇다면 지혜를 발휘하여 이겨라. 
 
  3.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조심하라.
     엉뚱한 곳으로 갈지도 모르니까.
 
  4.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없다.
 
  5. 바람이 부는 방향을 보고 서 있으면 역풍이지만 
     바람을 등지면 순풍이 된다.
     인생의 순풍과 역풍은 내가 행동하기에 따라 다르다.
 
  6. 악이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분별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7. 타인에게 배운 진리는 그저 몸에 살짝 붙어 있지만
     스스로 발견한 진리는 몸의 일부가 된다.
 
  8. 그대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라.
     정말 슬픈 것은 한 번도 꿈을 꿔 보지 않은 것이다. 
 
  9. 날지 못하는 것은 운명이지만,
     날아오르려 하지 않는 것은 타락이다.
 
 10. 무언가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다.
 
 11. 무언가 두렵다면 그 이유가 바깥이 아닌
     바로 자기 안에 있음을 기억하라.
 
 12. 행운은 눈먼 장님이 아니다.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영원히 가지 않을 것이다. 
 
 13.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14. 포기하지 마라.
     저 모퉁이만 돌면 희망이라는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15. 떠밀려 가는 길, 마지못해 가는 길도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길이다.
     그러니 가고 싶은 길을 가라.
 
 16.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성공한 삶이란 어떤 걸까요?"
 "자신의 바람과 일치하는 삶입니다. 언제나 가치관과 배치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삶 말입니다.  가능하다면,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삶,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삶, 아주 작고 소박한 것이라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삶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새의 깃털 하나, 다른 이를 향한 수줍은 미소 하나라도 베풀 수 있는 삶이지요." (184)
 
 습관적으로 한 일의 칠십 퍼센트가 죽을 걸 알면서도 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192)
 
 "언제나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겁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선택이 폭이 넓지 않을 때도 있고, 선택 자체가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때도 선택은 해야 합니다. 결,국 삶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입니다. 언제나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세요." (193)
 
 17.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강하길 원했지만,
     신은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18.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닫힌 문만 멍하니 바라보다간
     우리를 향해 열려 있는 다른 문을 못 본다. 
 
 19.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20.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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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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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고 또 달립니다. 책을 놓고 드는 느낌을 줄이고 줄인다면 이것입니다. 그냥 머물러서는 안될 것 같은 절박함이 시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첫 느낌입니다. 책을 손에서 놓고 며칠 동안 그렇게 꼼짝도 않던 몸을 움직여 저녁 산책이라도 다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걸어야 뛸 수 있으니까요, 걷지 못하면 시간 여행도 없으니까요.
 
 유전자 이상? 으로 시간 장애인이 된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때가 아닌 언제 어디인지도 모를 곳으로 다녀옵니다. 머무는 시간도 일정치 않고 다녀오는 곳도, 때도 모릅니다. 그저 다녀올 뿐입니다. 처음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지 하며 따라만 갔습니다. [백 투 더 퓨쳐] 와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떠오르면서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시간여행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지 잠시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도 잠시, 곧 이야기의 마력에 빠져 주인공 헨리클레어의 이야기 속으로, 그들의 시간 여행 속으로 따라갑니다. 그렇습니다. 시간 여행자는 분명히 남편인 주인공 헨리이지만 책 제목처럼 [시간 여행자의 아내]인 클레어도 그 시간여행의 한 축입니다. 어쩌면 헨리는 단순히 시간을 떠도는 여행자이지만 클레어는 시간 여행을 바라보고 정리해나가는 실재(實在)의 인물이기에, 시간 여행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아내, 클레어인 셈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기다림이 어울리며 빚어내는 이야기들이 시간여행의 전부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뿜어내는 빛깔은 다양합니다. 처음엔 신기한 느낌으로 다가서다가 이윽고 한 곳에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조차 없는 주인공의 서글픈 상황에 동화되고 마침내 그의 '떠나고 돌아옴'에 가슴 찡하게 눈물짓게 됩니다. 낯선 시간, 낯선 곳에 알몸으로 나타나는 주인공의 첫 번째 행동은 옷을 찾아 달리는 것입니다. 알몸으로 시대를 오갈 수는 없으니까요.
 
 이야기 속에는 주인공의 달리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건강을 위하여가 아닌, 낯선 시대,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달려야만 하는 주인공 헨리의 달음질은 경쾌하지 않습니다. 다만, 살기 위하여 달리고 또 달릴 뿐입니다. 하여 책을 덮고 일어선 다음무터 무의식적으로 저도 달리기 위하여 걷습니다. 책 속에서 무거워진 몸을 털어내기 위하여 걷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거스르고 장소를 옮겨다녀도 자신의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는 쓸쓸한 이야기가 휘몰아쳐 오는 저녁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애도는 어머니의 생명을 단 일 초도 연장하지 못했고, 단 한 번도 더 뛰게 하지 못했고, 단 한 번도 더 숨을 몰아쉬게 하지 못했다. 내 욕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나 스스로를 어머니에게 데려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 버리고 나면 클레어는 어쩌란 말인가? 내가 아내를 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 (2권, 321)
 
 자신이 죽는 날짜까지 미리 알아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고리 속에서 헨리가 느끼는 이 괴로움은 어찌해야 될까요? 미리 알면 알수록 괴로운 시간 속에서 주인공의 시간은, 삶은 사라져 갑니다. 당연히 예상되는 결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글을 읽다 눈물 한 방울 또 찔끔, 흘립니다. 이미 예상하고 알고 있다고 하여 슬픈 일이 기쁜 일이 되는 건 아니지요. 아마도 우리네 삶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자, 그러니 우리가 이 시간들, 비록 헨리처럼 오가지 못하는 시공간이라지만, 이 시간,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은 또 어떠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이들이 가지런히 숨을 쉬는 곁에서 문득 떠나버렸다 돌아오지 못하는 그 순간이 내게도 온다면…. 그 순간만큼 가슴 아프고 괴로운 시간은 없겠지요. 하여 다시 우리는 지금, 이 곳에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돌아보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시간 여행자인 주인공을 바라보며 우리가 배우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만.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또 사랑하렵니다. 그렇게 가고 싶은 길을 가렵니다.
 
 
2009. 9. 4. 밤, 가을 바람이 손 흔들어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만….
 
들풀처럼
*2009-207-09-04
 
 
*책에서 옮겨 둡니다.
 책 속의 밑줄 친 구절들을 1시간가량 옮기는 중 노트북이 갑자기 꺼지며 다 사라져버립니다.
 지금 사라진 구절들은 시간 속을 떠돌다 언젠가 다시 내게 돌아오겠지요.
 헨리처럼 말입니다. 
 다시 옮기려다 책을 덮고 가을 속으로 산책하러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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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경제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4
석혜원 지음, 유남영 그림 / 풀빛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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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200여 쪽도 되지 않는 작은 책이다. 그런데 여기 담겨 있는 이야기는 알차고 또 귀하다. 그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나라별 경제 이야기만 추려도 이만큼은 되련만 거기에 경제를 바로 보는 시각까지 배울 수 있도록 빈틈없이 갈무리해 놓았다. 이는 지은이의 능력이리라. 고마운 일이다.
 
 여섯 대륙으로 나뉘어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도입부에 전체적인 조감도로 대륙의 지도가 나오고 개략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라별, 지역별 경제 상황과 현황들, 따라가기만 해도 다양한 경제 현상에 지역적인 특색들까지 배울 거리가 그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이야기들은 지은이가 세심하게 배려해놓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계은행이 짐작하기로는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하루에 2천 원 조금 넘는 돈인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고 있고, 약 20퍼센트에 해당하는 12억 명의 사람이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살아간다고 해. (73)
 
 이야기는 이처럼 세세하게 전개된다. 아시아에서는 '친디아'의 부상이, 유럽에서는 그네들의 복지사회가, 북아메리카에서는 사회환원을 이룬 부자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그리고 중남부 아메리카에서는 이제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을, 오세아니아에서는 키위프루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아프리카에서는 다시 아픈 그들의 현실을 만난다. 그 속에서 세계의 경제는 돌고 돌아간다. 
 
 지은이는 나라별, 지역별 사례들을 비교적 풍부하게 전해주면서 곳곳에 쪽지형 메모를 통하여 주요 낱말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전해준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유럽 경제 공동체', '남미 공동 시장'  같은 말들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놓았다. 그리고 중간마다 등장하는 적절한 그림들도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다.
 
 유니세프의 발표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의 어린이 중 약 30퍼센트가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대. (177)
 
 지은이는 이야기의 틈틈이 연관된 지표들과 함께 그곳 아이들의 생활상을 전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은 우리보다 어렵게 지내는 다른 나라 아이들의 실상도 알게 되는 것이다. 자라나며 아프고 힘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접하는 것이 먼 미래에 지구촌 아이들을 이어주리라 꿈꾸어본다.
 
 
2009. 9. 3. 둥글둥글 지구촌, 함께 살아갑니다.
 
들풀처럼
*2009-20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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