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재투성이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2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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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하고 고생하여 이룬 것들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내리는 이 알량한 정치 현실 앞에서, 옛이야기를 그것도 독일 옛이야기를 들춰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132)
 
 이 독일 이야기를 나도 위와 같이 생각하며 만난다. 그래, 도대체 '신데렐라''재투성이' 혹은 '부엌데기'라고 하여 뭐가 다를까? 라는 생각에 덤벼든 책이었다. 결과는 지은이의 전작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에서 만나보았던 장점이 고스란히 옮겨온 책에 현실적인 이야기가 덧대어져 더욱 만족스러운 책이 되었다.
 
 <우리말 풀이 + 독일 원전 + 영역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개도 같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다시 한 번 곱씹는 과정도 똑같다. 여전히 하나의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풀어 시와 소설, 철학으로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지은이의 해박함과 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알아듣기 쉽도록 자세히 풀어 말해주는 솜씨도 여전하다. 아래에 넉넉한 여백을 두어,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충분히 적을 수 있게 해 둔 편집도 맘에 든다. 그래서 이어지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책들에, 그리고 지은이에 대하여, 더욱 믿음이 간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한참을 읽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어 다시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그 까닭을 알았다. 예전의 지은이가 쓴 두 책 [백설공주는 공주는 아니다?!] 와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은 말투가 존댓말이었는데 이번엔 아니다. 그러니까 존댓말이 주는 어떤 부드러움과 떠먹여 주는 듯한 느낌이 사라지고 대신, 읽는이가 스스로 판 때리기하고 찾아가며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 늘어난 듯하다. 아마 지은이는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며 말투를 바꾸었으리라.
 
 신데렐라라고 하면 우리는 이른바 '한방 블루스!'로 표현되는 한탕주의와 연관지어 생각하는데 이는 동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오는 착각임을 이번 이야기에서도 깨닫는다. '재투성이'라는 존재감, 그리고 그 가 전해주는 빛깔과 정체성이 오롯이 살아나 '부활'과 '다시 피어남'의 바탕이 되는 , 그리고 스스로 일어서는 의 역할을 만난다. 그리하여 재투성이 아가씨는 마침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 속에 삶의 진실이 있다.
 
 분노와 굴욕 사이를, 열광과 냉소 사이를 그 아가씨는 살았던 것이다. (133)
 
 산다는 것, 살아낸다는 사실은 요즘의 화두(話頭)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지방 강연에서 신영복 선생님께서도 앞에 있는 어떤 특정한 길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불어, 함께 같은 방향을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 뒤에 길이 만들어진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께서도 이와 비슷한 관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씀이리라. 재투성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렇게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엄마 무덤 위에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불러들인 새들의 도움을 받고, 그 모든 기적 같은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가 신데렐라를 통하여 만나야 하는 진실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말미암은 '인생 한방'이라는 허상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 나가는 길에 답이 있다고 일러주고 있다. 삶은 살아가고, 살아 내고, 버팅기는 것, 그리하여 살아남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진정으로, 치열하게 살아 꿈틀대리라. 
 
 삶이 따르지 않는 말은 쓰잘 데 없는 말일 것이다.  (137)
 
 
2009. 11. 21. 가을, 가족 나들이로 들뜬 새벽을 깨웁니다. -.-;
 
들풀처럼
*2009-241-11-10
 
 
 
*책에서 옮겨 둡니다.
 영어 씬데르스Cinders - 프랑스어 쌍드리옹Cendrillon (그을음) / 독일어 원어 Aschnputtel = '재투성이' = (의역) '부엌데기' - 영어 씬데뤨라Cinderella - 우리말 '신데렐라'   (11)
 
 따라서 '신데렐라 = 재투성이' (11) 라는 뜻
 
 한 사람의 삶이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의 버무려짐이기 때문이다. (120)
 
 활자가 탁, 일어나서 걸어나오는 것 같은 감동 - 김제동
 
 재는 덧없음, 슬픔, 그리고 속죄의 상징이다. (122)
 
 그냥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남은 재 속에서 다시 솟구쳐 오르는 생명이기에, 불사조라고 한다. 이 새는 크리스천에겐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24)
 
  '재'는 슬픔, 죽음, 회개의 자리다. 그렇지만 '피닉스'에 비추면, 재는 부활의 바탕이다. (124)
 
 사람이건 낱말이건 간에, 그 사람 그 낱말과 어긋나 있는 것을 그것에 맞세울 때에야, 그것들은 또렷이 드러난다. 아무리 존엄성을 내세우고 절대성을 내세우더라도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은 인연 속에 있고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과의 인연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간에, 읽히지 않고는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1)
 
 남보다 천하게 태어난 사람도 없고 남보다 귀하게 태어난 사람도 없다. 이거야말로 모든 종교가 알려주는 복음이다. 이 복음 때문에, 태어남은 이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문제는 삶이다. 거룩하고 영웅적인 삶을 사는가 못사는가가 있을 뿐이다. (153)
 
 그렇긴 하지만, 날씨가 아무리 험상궂더라도 길을 내면서 제 갈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진흙탕 속에 있는 맑은 물줄기를 기어이 찾아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 같은 사람들이다.  맹자가 말한 대장부이고, 우리 옛 분들의 이상이었던 군자이고, 오늘날의 선비다. 이분들 마음에는 '우주 나무'가 자라고 있음에 틀림없다. (154)
 
 저 땅을 딛고 선 재투성이는, "적은 年輪으로 이스라엘의 二千年을 헤아려" (정지용, <나무>에서) 아름드리 개암나무가 되었는데, 이 땅을 딛고 선 재투성이는, 반 만 년을 헤아리지 못한, 아직도 안쓰러운 나뭇가지일 뿐이다.  (158)
 
 이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침대가 많은데, 그것을 모르고 제가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침대만 알았던 보수꼴통과 극좌파가 프로크루스테스가 아닌가? 프로크루스테스는 큰일을 꿈꾸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물리쳐야 할 적이다. 이념에 매몰되기 쉬운 게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166)
 
 하이데거 지음, 박정자의 책, <빈센트의 구두>에 대한 설명 (171)
 
 다른 나라 왕에게 제 나라의 젊은이를 넘겨주는 사람도 왕이라 할 수 있는가?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가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왕이 못난이이면 백성은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172)
 
 왜, 한 짝은 벗고 한 짝은 신어야 할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잊어야 할 것과 찾아야 할 것, 그 사이에 서 있는 인간의 운명 때문일까? 
 우리의 왼쪽 신발은 무엇일까? 여럿일 것이다. 재투성이와 테세우스가 벗었던 신발은, 어릴 적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설 때 신었던 것이다. 이 신발을 벗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벗어야 한다. 벗지 않으면, 신발이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177)
 
 온 세상에 스며들어 '비어 있음'을 보여준 관음보살도, 신발 하나는 따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땅을 딛고 산 삶이기에, 땅 위에 새겨진 흔적은 보살도 어찌할 수 없다는 속삭임이었으리라. (184)
 
 완전하고 이상적인 것 즉 불멸의 존재에 다가가 하나가 되려는 것을 '사랑'이라고 그(플라톤)는 말했다. (192)
 
 이제 예수의 각시들이 말을 받을 차례다. '예수의 신부들이 사는 모습'은 어떤가를,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예수가 죽어 있는가 살아 있는가를 세상에 알려줄 차례인 것이다.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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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타일로 공부하라 - 성공하고 싶다면
다케나카 헤이조 지음, 나지윤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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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비즈니스세상>에서 출간하는 책들의 특징을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서들이다. 결코,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게 바로 활용하며 개선할 수 있는 행동지침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지난번 만나 보았던 [전략적 사고를 키우는 업무의 기술], [뇌를 움직이는 메모]도 한가지 주제를 목표로 정하여두고 집중하여 실천방안들을 다루며 소개한 책들이었다.
 
 이 책, [성공하고 싶다면 나만의 STYLE로 공부하라]도 그 흐름에 있다. "공부"라는 화두를 정하여두고 업무상 공부이던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던 공부와 관련하여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망라되어 있다. 역시, 목차만 제대로 이해하여도 좋은 깔끔한 편집은 이 시리즈 책의 장점이다. 그러면 도대체 공부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은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제관료 출신이며 대학교수인 지은이가 들려주는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는 스스로 추려놓았듯, '다케나카식 공부 9대 비법', '암기 공부 5대 비법',  '영어 공부 7대 비법', '경제 공부 9대 비법', '세계에 통용되는 공부 5대 비법'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그 세부내용을 돌아 보지는 않으련다. 각자 책을 통하여 만나보시라.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들이 꽤 많이 등장하며 공부의 맥을 잘 짚어주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매트릭스 공부법"의 구분이 신선하고 좋다. 공부를 '천장(끝)이 있는 공부'와 '천장이 없는 공부'로 나누고 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공부'와 '교양을 쌓고 인격을 수양하는 지혜가 되는 공부'로 나누어 가로세로의 씨줄 날줄을 짜 네 가지의 공부로 구분해 놓았다.
 
 그러니까 '천장이 있으면서 무기가 되는 공부'는 'A 암기공부' - 승진시험, 자격시험, 토익, 입학시험 - 로, '천장이 있으면서 지혜가 되는 공부'는 'C 취미 공부' - 다도, 무도 자격증, 다이빙 자격증 등 - 로, '천장이 없으면서 무기가 되는 공부'는 'B 업무 공부' - 경제학, 영어 회화 등 -로, '천장이 없으면서 지혜가 되는 공부'는 'D 인생 공부' - 고전, 음악 등 - 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네 가지 매트릭스로 나누어 놓으니 (18쪽 그림) 내가 지금 하는 공부가 어디에 속하는지 한눈에 들어오고, 무엇을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공부를 더 하여야 하는지도 퍼뜩 떠오른다. 나는 최근에 '천장이 없는 공부'만 하였음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지난 한 달처럼 멍하니 보내는 시간도 가능했던 것이리라. 
 
 앞으로는 '천장이 있는 공부'로 시간과의 싸움에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그때, 이 책에서 일러주는 여러 가지 공부법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책장에 꽂아놓지 않고 회사 책상 옆에 비치해두고 날마다 조금씩 만나보며 자극제로, 영양제로 활용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나도 지은이와는 또 다른 '나만의 스타일'로 공부하는 나를 스스로 만들게 될 것이다.
 
 
2009. 11. 20. 가을 나들이 출발 하루 前, 설렙니다. ^^*
 
들풀처럼
*2009-239-11-08
 
 
*책에서 옮겨 둡니다.
 꿈을 꾸면서 밭을 일구는 사람이 되라 (38)
 
 예정대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수첩을 사용하면 스케줄을 관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42)
 
 정보수집과 관리의 포인트는 하루도 빼먹지 않는 꾸준함이다. (54)
 
 패트로니지(patronage) : 예술, 문화, 과학에 대한지원과 육성 (65)
 
 자신이 곧바로 찾을 수 있는 책이나 자료의 범위를 넘어버린다면 과감히 버리는 것도 결과적으로 유용한 방법이다. (73)
 
 큰 일을 도모하려면 우선 자신의 서랍 속을 정리하라. - 토마스 칼라일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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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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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 책 이야기를 해볼까. 로테라는 어린, 주인공 계집애와 문디라는 옆집 머스마, 그리고 잠시 들른 이웃집 도련님 슈를리의 삼각관계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늘 그렇듯이 옆집 머스마 문디는 조금 덜 떨어진 순정파이며 로떼를 좋아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로떼는 슈를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런데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으니 옆집 머스마 문디라는 이름이 경상도 말로 문둥이의 줄임말로, 이 책에 등장하는 문디의 개성 넘친 행동들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문디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상도 사람인 나는 이 캐릭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우연한 일치가 일어난 것이다. 문디…문디 머스마, 문디 가스나…. 내겐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옛말들이다.
 
 잠깐 딴 눈을 팔았지만, 책 제목에 명확히 나와있는 것처럼 로테는 '손안의 참새' 보다는 '지붕 위의 비둘기'를 바랐으나 비둘기는 날아가 버린다.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보니 참새는 뒤뚱거리고….
 
 그들은 정말 비슷하게 생겼어. 로테는 생각했다. 모두가 비슷해. 내가 사는 곳에는 뚱뚱이와 말라깽이, 두 가지 종류 밖에 없어. 모든 뚱뚱이는 다 똑같이 생겼어. 모든 말라깽이는 다 똑같이 생겼어. 모두 보기 흉해. (42)
 
 한참을 예민한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난 사람과 사물에 얽힌 추억은 쉬 사라지지 않는 법, 그 추억이 살이 되고 뼈가 되어 우리를 키워간다. 로테 역시 그러하리라. 곁에 있는 문디와 친구로 남든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든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로테를 맘 편하게 하리라. 그러는 가운데 로테도 문디도 자라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고 자라남이라고 지은이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 그럼 이미 자란 우리는 이제 '손안의 참새'와 '지붕위의 비둘기' 중 어떤 것을 택하려나? 로테는 과감히 비둘기를 쫓았건만 나이 든 우리는 그럴 수도 그럴 의지도 없다. 그저 손 안에 든 무엇이라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맘뿐이다. 다들 그렇지 아니한가?  이 물음에 "아니오, 나는 아직도 '지붕위의 비둘기'를 따라가려오."  라고 답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존경스럽다고 말할 따름이다.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  ~   '손안의 참새가 지붕 위의 비둘기보다 낫다!" ~  "얻지 못할 것에는 손을 뻗지 마라!"  ~  "그렇지 않으면 갖고 있는 것마저 잃어버릴 테니까!" (32,33)
 
 책을 읽고 손에서 내려놓으니, 갖가지 생각이 밀려온다. 다시 그날이 온다면, 다시 그때가 온다면 난 '참새'가 아니라 '비둘기'를 따라 날아오를 것인가? 지금도 늦지 않은 것은 아닌가?  아니, 이제는 손안의 조그마한 것이라도 잘 챙겨야 할 때가 아니던가?  아니다, 아니다, 도리질 쳐보지만 마흔의 고개를 넘은 내게, '지붕 위의 비둘기'는 아득하기만 하고…. 
 
 문디야, 문디야, … 그날의 문디야….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싶구나…. 
 
 
2009. 11. 9. 따뜻해진 가을밤입니다. 건강이라도 챙깁시다.
 
들풀처럼
*2009-237-11-06
 
 
 가장 좋은 건 전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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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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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4일 토요일 밤, <KBS 역사스페셜>은 [안중근 의거 100년 이토 저격 영상을 찾아라]로 저격 당시의 촬영화면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방송되었습니다. 비록 결정적인, 그 통쾌한 순간은 찾지 못하였지만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의연히 포박되어가는 장면은 감동이었습니다.
 
 1909년 10월, 이 땅의 젊은이가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행한 의거에 동아시아 민중들은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오늘 제가 만난 이 책은 그 역사의 주인공인 안중근 선생께서 직접 들려주는 형식의 위인전입니다. 더하거나 덜어낼 필요도 없이 당신께서 살아오신 그대로를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단지 의거로만 기억해오던 안중근 의사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보여준 일화들보다  저격 후 구속되고 나서 죽기 전까지 살아가신 의연함에 더욱 고개를 숙입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자신의 목숨이 눈앞에 달렸는데도 '평균 영하 10도'(140)의 '뤼순 감옥'에서 '평상시와 다름' 없는 '모든 행동'으로 일본인 간수까지 감동시킴은 놀랍고 또 존경스러운 일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던 애국지사를 만나는 기쁨도 더해집니다.
 
 그리고, 엊그제  "반민특위(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해체되고 60년이 흐른 지금에야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었습니다. 박정희를 비롯한 수많은 친일 인사들의 행적이 정확한 근거하에 공개된 것입니다. 이 책의 출간 목적이 친일 행적이 공개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을 징벌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과거 중 잘못된 부분과 잘된 부분을 정확히 짚어 두어야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기에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겨우 책 한 권 출간되었는데 호들갑을 떠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이 책의 안중근 의사처럼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항일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보신다면 저 하늘에서도 혀를 차실 일입니다. 하여 우리는 좀 더 명확하고 적확한 자료들을 기초로 과거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기록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건네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그 첫 발걸음이 이제서야 이뤄진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도 조국의 발전과 '동양 평화'를 갈구하시고 희망하셨습니다. 이 책이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애국에 대한 조그마한 생각이라도 일깨운다면 기쁜 일이겠지요. 끝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언 중 일부를 옮겨봅니다.  
 
 동포에게 고함
 내가 한국 독립을 회복하고 동양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는다. 우리 이천만 형제자매는 각자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는 자로서 유한이 없을 것이다. (151)
 
 
2009. 11. 9. 인제야 한걸음입니다. 갈 길은 멉니다.
 
들풀처럼
*2009-23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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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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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약간의 의아함이 드는 읽기였다. 여행을 다룬 글만이 갖는 특유의 매혹적인 장면들, 그러니까 멋진 풍경 사진들과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반갑게 손을 흔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소설 같은 전개방식에 오히려 당황하던 여행 記였다.
 
 하지만, 결국 어떤 여행이든지 자신이 속한 곳과 떠나가본 곳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이야기와 그 속에서 건져 올린 낯선 만남이 전해주는 재미있고 맛깔스런 풍광들이 있는 법,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야기 속 여러 인물의 개인 史가 빚어내는 일상의 괴로움과 어지러움이 게스트하우스 OJ에서 모여 얽혔다가 풀어지며 우리는 여행만이 가져다주는 '찾거나 버리' 게되는 삶의 진실을 충분히 만난다. 그래, 어디를 가든 시작과 끝이 있고, 어디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있다.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떠오른다.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는다면 이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책 속의 나작가, OK김, 김프로, 그리고 박벤처까지 이들이 드러내는 각자의 상처는 그때의 개인에게 중요하고 큰 상처일 뿐, 이 역시 어떤 형태로든 아물고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건, 기대할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다. 다시 시작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그럴만한 낙관적인 전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작이라는 것. (207)
 
 눈에 보이는 '낙관적인 전망'이 없어도 여행을 떠나본 사람들은 안다. 가서 버릴 수만 있다면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행히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처음엔 뭐, 역시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고 잠깐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지 않으면 또 삶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일어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야할 이 삶은, 살아내는 이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이겠는가. 그러니 주인공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일어나 지신의 길을 가야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박벤처의 운동권 출신 아내의 변모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잠깐의 회상처럼 등장하였다가 나중에 박벤처를 찾아 게스트하우스까지 오지만 열렬한 운동권이었다가 변신? 하여 악다구니를 부리는 중상층 아줌마가 된 모습은 착잡하다 못해 참담하다. 완전한 꾸밈이 아닌 그네의 변신은 우리네 삶의 허망함을 단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히여 그런 이도 있는 것이 우리 삶의 참모습이다. 그렇지 않은가? 젊은 날 자신이 뜻하고자 하던 길을 모든 사람이, 딱 그대로 걸어간다면 그 사회는, 우리 삶은 또 얼마나 희한한 것인가? 아쉽지만 그런 사람도 이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삶이다. 이 책은 곧 영화화가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삶에 대한 꾸미지 않은 진실성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고 믿은 까닭이리라.
 
 "사금을 찾을 때는 말이지. 체에 거르고 다시 거르고 또 걸러야 아주 조금 건져낼 수 있어. 좋은 인연도 마찬가지야. 평생에 걸쳐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작은 좋은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지. 좋은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지는 거야." (247)
 
 그러니 게스트하우스OJ의 OJ여사님 말씀처럼 우리는 조금씩 변해가며 맞춰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너무 똑똑하면 불행' 하다니... 쉬는 것도 노는 것도 열심히, 부에노스아이레스 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 잊지 말지어다. 비록 평범하고 또 당연한 말씀일지라도….
 
 
2009. 10. 18. 늦은 밤, 오랜만에 글을 쓰다. 이게 다 가을 때문이다.
 
들풀처럼
*2009-230-10-06
 
 
*책에서 옮겨 둡니다.
 "당신 때문에 하루 종일 엉망이었어" 머피가 대답했다.
 "당신이 만든 하루였잖아." (26)
 
 잡것이 섞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공기 (38)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좋은 공기'라는 뜻이다. (40)
 "똑똑한 사람이네. 근데 너무 똑똑하면 불행해. 적당히 릴렉스~ 여긴 아르헨티나야!" (64)
 
 버티는 것조차 힘들어
 끝내 돌아서 보지만
 문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도앙치기 위해 몸부림을 쳐보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뿐이다.
 오히려 도움을 구할 때
 문은 쉽게 열린다. (73)
 
 "그 애는 그 애 인생, 나는 내 인생이야. 그 룰을 깨는 순간 삶이 힘들어져." (118)
 
 스스로 잊을 수 없다면 모두에게서 잊히는 쪽이 낫다. (130)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성실한 자세로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육체가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프로의 길로 가는 가이드.
 그러나 이런 가이드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전형적인룰 위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프로다. (154)
 
 나를 억누르는 모든 것들아 사라져라!
 미지의 신세계여, 나에게로 오라!
 거기서 새로운 나를 만나고,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고……
 그것으로 족하다.
 다시 그것들과 헤어져 여행을 떠나라!
 영원한 것은 없고, 머무르는 자는 퇴보한다, 
 새로운 미래여, 나와 만나다오! (202)
 
 기억은 사랑을 확인하는 인증서와 같다. 기억을 통해서 사람들은 '아, 내가 사랑하고 있었구나'하고 인정한다. 사랑의 기억은 추억이라는 창고 속으로 깊숙이 저장된 채 언제든 필요할 때 현실 속으로 호출된다. (226)
 
 수퍼맨은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산 적이 없다. (235)
 
 아무런 고생없이 갑자기 이뤄지는 건 없다. 기회라는 건 충분한 고생을 한 후에야 찾아오는 것이고, 그 후에도 쉽게 성공의 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 무언가를 이루기도 어렵지만, 이룬 걸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239)
 
 사람들은 두가지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첫 번째는 잊기 위해서다. ~ 두 번째는 자신 안에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기 위해서다.  (265)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챙겨야 할 것.
 복잡하게 널브러져 있는 현실의 생각들을 지우개로 밀어버리기!
 사랑, 미움, 증오, 그리고 관계.  남김없이 모두 지워야 한다.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
 비워진 공간에 꽉꽉 담을 무언가를 찾기!
 자연, 문화, 정서, 그리고 사람. 조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여행 후에 반드시 남겨야 할 것.
 담아온 추억들을 삶의 현장에 투영시키기!
 찾아온 무언가가 현실에서 느껴질 때 우리는 이미 또 다른 여행지에 서 있다. (268)
 
 '끝이라면, 정말 끝이라면, 그건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279)
 
 "그런데 가장 먼 곳으로 도망을 와도 그곳 역시 또 하나의 일상일 뿐이야. 거기 사는 사람들에겐 신기할 게 하나도 없는 지루한 일상……." (290)
 
 세상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못 다한 말을 보낸다.
 그러면 그것은 지구의 반대편에 전달되고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메아리에 반응하는 순간,
 불완전한 것은 완전한 것으로 다시 시작된다. (292)
 
 누가 감히 탓할 수 있으랴?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도 돌아보면 벌써 지나 있다.
 
 찰나의 소중함을 받아들이는 사람 앞에서만 세월은 겸허해진다.  (298)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때론 남에게 상처를 주고, 그 자신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그 아픔을 걸머지고 평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때문에 그 상처를 보듬어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 이것 또한 세상의 섭리다. (314)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
 '가족'  (322)
 
 좋은 일이 있으면 거기엔 그만큼 나쁜 일이 붙어서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야. (326)
 
 사랑은 끊임없이 극복하는 것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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