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자, 이 책 이야기를 해볼까. 로테라는 어린, 주인공 계집애와 문디라는 옆집 머스마, 그리고 잠시 들른 이웃집 도련님 슈를리의 삼각관계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늘 그렇듯이 옆집 머스마 문디는 조금 덜 떨어진 순정파이며 로떼를 좋아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로떼는 슈를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런데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으니 옆집 머스마 문디라는 이름이 경상도 말로 문둥이의 줄임말로, 이 책에 등장하는 문디의 개성 넘친 행동들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문디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상도 사람인 나는 이 캐릭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우연한 일치가 일어난 것이다. 문디…문디 머스마, 문디 가스나…. 내겐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옛말들이다.
 
 잠깐 딴 눈을 팔았지만, 책 제목에 명확히 나와있는 것처럼 로테는 '손안의 참새' 보다는 '지붕 위의 비둘기'를 바랐으나 비둘기는 날아가 버린다.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보니 참새는 뒤뚱거리고….
 
 그들은 정말 비슷하게 생겼어. 로테는 생각했다. 모두가 비슷해. 내가 사는 곳에는 뚱뚱이와 말라깽이, 두 가지 종류 밖에 없어. 모든 뚱뚱이는 다 똑같이 생겼어. 모든 말라깽이는 다 똑같이 생겼어. 모두 보기 흉해. (42)
 
 한참을 예민한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난 사람과 사물에 얽힌 추억은 쉬 사라지지 않는 법, 그 추억이 살이 되고 뼈가 되어 우리를 키워간다. 로테 역시 그러하리라. 곁에 있는 문디와 친구로 남든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든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로테를 맘 편하게 하리라. 그러는 가운데 로테도 문디도 자라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고 자라남이라고 지은이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 그럼 이미 자란 우리는 이제 '손안의 참새'와 '지붕위의 비둘기' 중 어떤 것을 택하려나? 로테는 과감히 비둘기를 쫓았건만 나이 든 우리는 그럴 수도 그럴 의지도 없다. 그저 손 안에 든 무엇이라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맘뿐이다. 다들 그렇지 아니한가?  이 물음에 "아니오, 나는 아직도 '지붕위의 비둘기'를 따라가려오."  라고 답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존경스럽다고 말할 따름이다.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  ~   '손안의 참새가 지붕 위의 비둘기보다 낫다!" ~  "얻지 못할 것에는 손을 뻗지 마라!"  ~  "그렇지 않으면 갖고 있는 것마저 잃어버릴 테니까!" (32,33)
 
 책을 읽고 손에서 내려놓으니, 갖가지 생각이 밀려온다. 다시 그날이 온다면, 다시 그때가 온다면 난 '참새'가 아니라 '비둘기'를 따라 날아오를 것인가? 지금도 늦지 않은 것은 아닌가?  아니, 이제는 손안의 조그마한 것이라도 잘 챙겨야 할 때가 아니던가?  아니다, 아니다, 도리질 쳐보지만 마흔의 고개를 넘은 내게, '지붕 위의 비둘기'는 아득하기만 하고…. 
 
 문디야, 문디야, … 그날의 문디야….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싶구나…. 
 
 
2009. 11. 9. 따뜻해진 가을밤입니다. 건강이라도 챙깁시다.
 
들풀처럼
*2009-237-11-06
 
 
 가장 좋은 건 전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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