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 책 이야기를 해볼까. 로테라는 어린, 주인공 계집애와 문디라는 옆집 머스마, 그리고 잠시 들른 이웃집 도련님 슈를리의 삼각관계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늘 그렇듯이 옆집 머스마 문디는 조금 덜 떨어진 순정파이며 로떼를 좋아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로떼는 슈를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
|
그런데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으니 옆집 머스마 문디라는 이름이 경상도 말로 문둥이의 줄임말로, 이 책에 등장하는 문디의 개성 넘친 행동들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문디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상도 사람인 나는 이 캐릭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우연한 일치가 일어난 것이다. 문디…문디 머스마, 문디 가스나…. 내겐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옛말들이다. |
|
잠깐 딴 눈을 팔았지만, 책 제목에 명확히 나와있는 것처럼 로테는 '손안의 참새' 보다는 '지붕 위의 비둘기'를 바랐으나 비둘기는 날아가 버린다.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보니 참새는 뒤뚱거리고…. |
|
그들은 정말 비슷하게 생겼어. 로테는 생각했다. 모두가 비슷해. 내가 사는 곳에는 뚱뚱이와 말라깽이, 두 가지 종류 밖에 없어. 모든 뚱뚱이는 다 똑같이 생겼어. 모든 말라깽이는 다 똑같이 생겼어. 모두 보기 흉해. (42) |
|
한참을 예민한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난 사람과 사물에 얽힌 추억은 쉬 사라지지 않는 법, 그 추억이 살이 되고 뼈가 되어 우리를 키워간다. 로테 역시 그러하리라. 곁에 있는 문디와 친구로 남든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든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로테를 맘 편하게 하리라. 그러는 가운데 로테도 문디도 자라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고 자라남이라고 지은이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
|
자, 그럼 이미 자란 우리는 이제 '손안의 참새'와 '지붕위의 비둘기' 중 어떤 것을 택하려나? 로테는 과감히 비둘기를 쫓았건만 나이 든 우리는 그럴 수도 그럴 의지도 없다. 그저 손 안에 든 무엇이라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맘뿐이다. 다들 그렇지 아니한가? 이 물음에 "아니오, 나는 아직도 '지붕위의 비둘기'를 따라가려오." 라고 답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존경스럽다고 말할 따름이다. |
|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 ~ '손안의 참새가 지붕 위의 비둘기보다 낫다!" ~ "얻지 못할 것에는 손을 뻗지 마라!" ~ "그렇지 않으면 갖고 있는 것마저 잃어버릴 테니까!" (32,33) |
|
책을 읽고 손에서 내려놓으니, 갖가지 생각이 밀려온다. 다시 그날이 온다면, 다시 그때가 온다면 난 '참새'가 아니라 '비둘기'를 따라 날아오를 것인가? 지금도 늦지 않은 것은 아닌가? 아니, 이제는 손안의 조그마한 것이라도 잘 챙겨야 할 때가 아니던가? 아니다, 아니다, 도리질 쳐보지만 마흔의 고개를 넘은 내게, '지붕 위의 비둘기'는 아득하기만 하고…. |
|
문디야, 문디야, … 그날의 문디야….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싶구나…. |
|
|
2009. 11. 9. 따뜻해진 가을밤입니다. 건강이라도 챙깁시다. |
|
들풀처럼 |
|
*2009-237-11-06 |
|
|
가장 좋은 건 전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었다.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