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금정연 외 지음 / 편않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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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친절하다. 책 덕후가 홀딱 빠져들만한 요소가 곳곳에 보였다. 우선 내가 한눈에 반한 표지부터 살펴보자면 이제껏 보지 못한 신선함이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다. 궁금하지만 쉽게 알려주지 않는 책의 정보를 표지에 한껏 자랑하듯 실어놓았다. 판형부터 표지와 내지 지질까지 알려주고, 제본 형식과 서체, 발행연도 ISBN까지 책의 안쪽이나 맨 뒷장에 실릴만한 정보가 겉표지에 빽빽이 드러나 있었다. 

표지만으로도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었다.

일단 이 책은 편집자, 디자이너, 서평가, 기자, 번역가, 서점 MD의 책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었다.

어둡고 축축한 숲속의 버섯처럼 자가 증식하는 책들로 골머리를 썩인 책 덕후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버리고 팔고 지인들에게 떠안기고 벼룩시장에 올리고 헌책방에 기증해도 책으로부터 도망치기는 작심삼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사방을 둘러싼 책들, 책을 못줄이면 정리라도 해야지라는 결심은 어쩜 나랑 비슷한지 내 주변을 둘러보게 했던 에피였다.

무한 증식하는 도서관을 갖고 싶다는 생각, 고여있는 책장이 아니라 순환하는 책장을 꿈꾸고 싶은 덕후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건 책 덕후가 아닐까 잠깐 고민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국제 표준 도서 번호 ISBN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와 책에 숫자를 부여하는 체계를 발명한 것은 포스터지만 자리 잡도록 만든 것은 휘태커였다는 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새 책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몇 사람의 손을 거치는지 처음 알았던 부분이었다. 새 책은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텍스트라는 정의와는 조금 먼 부분이 맞는다는 것과 주인 없는 책에 주인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MD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글도 기억에 남았다. 

책으로 수렴되는 삶을 살아온 서재 인간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야기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행복하지만 읽지 못하는 책이 늘어가는 것에 부채감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했다. 내용면에서는 다르지만 사재 끼는 속도와 읽어가는 속도 그리고 책을 읽고 나만의 속도로 풀어가는 게 맞춰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부채감과 스트레스는 개인적으로도 갖고 있는 고민거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넓고 깊은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한 호쾌한 독서를 하라는 것, 성큼성큼 읽기를 하고 어떤 책은 어떤 무게로 읽으라는 식의 치고 빠지기의 기술을 설명하는 이야기 등은 어떤 독서의 가르침보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고, 피와 살이 되는 책이 안될 것 같은 책도 읽는 독서를 하자라는 이야기도 어떤 책이든 읽고서 판단하자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져서 내게는 꼭 듣고 싶은 책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책은 뭐든 좋다. 동화책도 좋고 자기 계발서도 좋고, 소설도 좋고 시집도 좋고 동화책, 로맨스, 심지어 장르문학도 좋아하는 편이다. 맘껏 읽다 보면 자기만의 취향도 생기고 생각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느낌이 든다.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즐길 수 있는 책덕후가 되기 위해 나 이외의 다른 덕후들이 어떻게 책을 즐기는지 알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으며 이번 기회에 다른 의미로 책을 즐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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