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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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새벽 세시 사십일 분에 주인공은 마포대교 위에 서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두 시간 전부터 앉아 있었는데 이유는 으레 짐작 가능하듯 더 이상 세상에 폐 끼치지 않고 죽기 위해서였다. 가진 게 없어도 할아버지의 칭찬 하나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던 시절은 꿈만 같게 느껴지고, 수중에 남은 거라곤 아무 제약 없이 발급된 신용카드로 야금야금 써댔던 빚 삼백만 원뿐... 그것도 리볼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숨만 쉬어도 이자가 늘어가며 목 끝까지 죄여오는 느낌이고, 부끄러워 죽고 싶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고 있었다.
그러다 정말 끝이라고 생각할 때 자신 앞에 택시 한대가 서고, 그곳에 천사 같은 마법 소녀가 나타났다.
그러더니 
"당신은 지금 죽을 운명이 아니에요","당신은 마법 소녀가 될 운명이에요"라면서 주인공을 설득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박서련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왜냐고 물으면 조금 독특해서? 읽고 나면 뭔가 저 깊은 곳에서 군고구마 같은 따뜻함이 느껴져서? 여성 서사가 유독 많아서 개인적 호감을 더 샀을 수도..
이번 신간도 나오자마자 스포도 없이 냅다 구입부터 했고, 하루 좀 지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펼친 자리에서 마지막장까지 속도감 있게 넘겨졌다.
이번 소설은 워낙 소재가 소재인지라 내가 원한 결말이 있었는데, 역시나 내가 원한 결말과는 조금 달랐던 게 짧은 내 감상평이다. (매번 그런 느낌이긴 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마법 소녀 이야기가 지극히 현실적으로 끝났달까? 책 속의 마법 소녀는 정말 소녀에 한정되지 않는 누구나 마법 소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였고(기회가 있다고 모두 되는 건 아니다), 나도 열심히 바라면 어떤 마법 소녀가 될 수 있을까? 혼자 키득대며 읽었던 것 같다. 절대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평범하고 힘없는 소녀(?)가 주인공이 되었고, 나름 파란만장하게 마법 소녀 적응기를 거쳐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꽤 신선했고, 즐거웠다.
지구 멸망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마법 소녀로부터 마법 소녀가 마법 소녀 한 이야기지 않나 스포 하며, 

어릴 적 마법 소녀 만화를 좋아하고 아직도 그 소녀들을 사랑하는 몽글몽글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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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17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러블리땡님하고 잘 어울리는 책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전 몽글몽글한 마음이 이젠 없어서 좀 힘들거 같네요 ㅜㅜ

러블리땡 2022-05-08 10:04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해도 좀 그런것 같아요ㅋ 아직도 마법소녀 좋아하고 그러는것 보면요ㅎㅎ 몽글몽글 ㅜㅜ 그거 좀 어렵긴해요 오글오글이라곤 할 수 없어서..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