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지도 - 위대한 정신을 길러낸 도시들에서 배우다
에릭 와이너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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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아이큐 200이 넘는 골턴이라는 당대의 천재가 <천재는 유전된다>라는 저서를 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명한 창작가, 지도자, 운동선수의 족보를 파고들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재의 존재를 객관화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 에릭 와이너는 천재는 유전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고 천재는 타고난다는 속설은 천재를 설명하기에 뭔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어 부족한 것을 찾으러 직접 여행을 떠나며 이 책을 시작하게 된다.

에릭은 천재들의 집단은 특정 장소뿐 아니라 특정 시기에 나타났음을 주목하며, 그 시기의 시대정신이 시들해진 뒤에는 천재성이 증발했을지 흔적이 남았을지가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남기고 간 천재들의 에너지를 집중하며 유명한 천재들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아테네, 항저우, 피렌체, 에든버러, 콜카타, 빈, 실리콘밸리로 떠나게 된다. 

'천재란 무엇인가?' 정말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였다. 

일단 천재는 나와 관련이 없는 단어였고, 과거 지식으로 유명한 사람을 뜻하는 명칭이었으며,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인정받은 소수의 사람을 뜻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다만 천재는 시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후 몇백 년이 흐른 뒤 인정받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의 존재이기도 했다.

이런 천재들을 찾아 헤매는 첫 번째 장소는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괴상한 축제를 일 년 내내 열고 포도주를 어마하게 마셔댔고 성행위도 여러 방식을 추구했으며 이런 기행이 있었기에 모든 문명에 우뚝 섰다고 소개했다.

특히 아테네는 소크라테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지성인을 배출해낸 자랑할 만한 곳이라고 여겨 제일 처음 이곳에서 천재들의 발자취를 쫓게 된다.

 그리스 사람들은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 디킨스는 25~30킬로씩 걸으면서 스토리를 고쳤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모든 일을 밖에서 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집 마당 대로에서 볼일을 보고 똥이 널브러져 있는 더러운 도시였다고 한다. 천재들의 도시라고 생각하면 멋진 건축물로 둘러싸인 낙원이 떠오를 수 있는데 그리스는 척박한 토양, 적대적인 주변국이 있어 그리스의 건축은 복잡한 지형에 대처한 결과라는 실망적인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리스 철학은 불확실한 시대에 대처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산책과 지대를 보면 그리스는 낙원이 아닌 걸로 보고 낙원이 천재를 만든다는 우선 아닌 걸로 생각하고 넘어가자고 했다. 그럼 아름다움이 천재를 만드는 것인가? 싶었는데 지독한 추남이었던 소크라테스를 보며 이것 또한 아닌 것으로 자체 결론짓고 그나마 타협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집단적 천재성의 매개는 대화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이해될만한 이유였다. 이외에도 아테네인의 천재성을 설명하는 술에 대한 이야기와 시적이면서 섬세한 언어인 그리스어에 대한 이야기, 외국 문물에 호의적이었던 아테네인들의 특성, 아테네인들의 자부심인 영광과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특이한 추방 기준 등 문화로서의 아테네가 천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장소는 아시아의 황금기를 보여줬던 항저우였다. 부, 위생, 교육, 문해력 등 모든 지표에서 서양을 능가했고, 최초의 지폐의 도입과 거대한 범선을 출항 시키는 능력을 가졌으며, 세계 최초의 해도와 천문도 일부를 제작했고, 고고학 분야도 개척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뛰어난 문화를 보여줬던 항저우에서는 어디서 천재적 기운을 발전시켰을까?

우선 항저우는 아테네처럼 무역의 도시였다. 중국 안팎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 목적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고 한다. 뛰어난 목판 인쇄술로 해마다 수천 종의 책이 출간되어 있었고 황궁에는 두루마리 8000권가량이 소장되어 있던 시기로 당대 유명한 시를 적은 종이는 술값이나 찻값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시기 소동파는 일곱 살에 뛰어난 시를 선보였고 엄청난 다작을 통해 그의 천재성을 선보였다고 했다.
중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심괄은 수학자, 천문학자, 기상, 지질 동•식물학자 등 명함으로 조그마한 종이로는 다 적지 못할 분야를 섭렵했다고 한다. 그리고 몽계필담이라는 저서를 남겼고 그런 그에게서 뛰어났던 관찰에 대해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천재들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특수성을 이야기하며 창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높게 평가를 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왜 더 이상 창의적이지 못한 것일까? 중국인들은 지도자를 본뜨는데 능숙하다고 한다.
지도자가 독재자인 경우 독재적으로 행동하고 시적인 사람이면 시적으로 행동한다고 한다. 창의성 전염의 단절은 지금의 중국을 보니 왠지 이해하게 하는 특성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르네상스와 메디치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렌체에서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시절 책의 가치와 가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돈과 천재의 상호적인 관계를 보여준 피렌체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스코틀랜드의 행동과 개선 그리고 흄의 철학적 행동들과 그들의 계몽주의를 접하고 이곳에서의 천재성은 아직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콜카타, 빈, 그리고 실리콘 밸리까지 각 시기의 황금기와 그 시기의 창조성의 연료가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접하며 창조적 도시의 특징은 기술, 재능, 관용이 그리고 창조적 장소의 특징으론 무질서, 다양성, 감식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 유전과 상관없다는 천재의 조건, 하지만 정말 많은 다양한 주변 요인이 작용한다는 걸 여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후대에 평가받는 천재, 현시대에 평가받는 천재들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창조적인 기술보다 더 주목해야 할 창조적 인물에 대해 시대마다 왜 중요하게 평가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게 했던 여행이었다.

책으로 떠나는 작가의 두 번째 여행책이었는데, 다음번에는 좀 더 두툼한 방석과 카페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두툼한 분량과 색다른 내용의 독서 여행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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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1-12-09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관심이 가서 읽어볼까 했는데.. 천재는 유전이 아니라는
게 과학자들을 보면 알 수 있더라구요. 아인슈타인이아 리처드 파인만같이 우리가 천재라고 알려진 사람들 대부분 자식들은 평범한 삶을 영위한 것 같어요…. 근데 디킨스가 25-30 킬로미터를 산책하면서 글을 쓰기엔 너무 먼거리 아닐까,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하루 세시간을 넘게 걸었다는 건데… 다리 작살났겠어요.!!!!!

러블리땡 2021-12-10 01:44   좋아요 1 | URL
유전은 아닌거 같긴 해요 업적이 뛰어나지 삶은 대부분 평범했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아요 ㅎㅎ 25-30킬로면 진짜 저 출퇴근하는 거리보다 먼데 정말 무릎 연골 나갔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