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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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의 작가님은 현재 스위스에서 거주 중이며 유럽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을 주제로 여러 글을 써오신 분이라고 했다.
이번 코로나19로 유럽의 코로나 대처 방식들이 화두에 오르며 우리가 서양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지금의 시각이 옳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해서 궁금해졌다.
 
코로나19로 유럽은 방향감각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동양권 나라에 비해 여러 대처들이 부족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스크 무용론을 나라에서 직접 부추기고 있어서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렸고, 초두 효과로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 첫인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것에 대한 인식 변화를 극복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흐르게 했으며, 그것은 감염전파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였다.
한 스위스 일간지에 따르면 마스크 효능을 정부에서 부인한 것은 마스크 공급이 달려 있어서란 보도도 충격적이었다. 처음부터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으면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였을 텐데, 불신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니 사람들은 가뜩이나 불안하고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신뢰도를 많이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빌 게이츠의 음모론과 백신 음모론 등 사람들의 불신이 쌓여 넘쳐나던 여러 거짓 정보들로 지난 2년간 많은 혼란을 겪었던 것들도 기억에 남지만 코로나19로 불붙은 아시아인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번진 아시아 인종 혐오 논란은 코로나19 기사에 한동안 헤드를 장식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우한 폐렴이라고 불렸던 초기 언론 보도들과 중국이라는 단어로 코로나19를 연관시키는 보도들로 중국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들을 외형적으로 잘 구분 못하는 서양인들로 인해 포괄적으로 동양인에 대한 혐오로 번져버린 여러 사건들도 떠올랐다.
작가는 아시아인 혐오뿐 아니라 유럽인들의 뿌리 깊은 혐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흑인들이 당한 혐오 역사에 대한 설명도 함께 담아, 우리가 유럽인들의 인식에 대해 조금이나 알 수 있도록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고 이 상황들은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님이 사는 스위스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굉장히 이상적인 나라일 것 같지만 여성이 민주주의 투표권을 얻은 것은 1971년밖에 안 되었다는 것, 국민 투표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결정일지, 소수의 의견은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소외되는 것은 어떤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했던 파트였다.
 
일찍이 자신의 적성을 결정하는 스위스식 교육방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들의 입시경쟁 역시 우리나라 못지않은 경쟁이 있다는 것과 계급 세습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적 한계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 여러 대통령이 벤치 마케팅하려 했던 직업 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의 모델이 되었던 시스템 등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고, 유럽 교육의 민낯을 본 것 같아 교육적인 문제에서는 어느 나라던 고민이 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스위스의 국민투표의 주제들은 여러 시사점에 대한 이슈들을 엿볼 수 있게 했는데(정당한 인세 증가, 백만장자 세금 특혜 중지, 구걸 금지법)에 대한 이야기는 벌어져가는 빈부격차에 대한 주제로 여러 토론거리를 가져다줬고 투표의 결과도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여러 시험대에 오른 각 나라의 기본소득에 대한 보장 법률들과 시행 방향들은 현재도 정답이 없는 고민거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차별 금지를 위한 they에 대한 사용에 관한 이야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디까지 지켜야 하고 지킬 수 있을 건지에 대한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동선 파악에 관한 이슈와 미국 국토 안보부 산하 조직 교통 보안청의 TSA의 만능 키에 관한 이야기들, 유럽의 경제와 방역 간의 갈등을 다룬 생겐 협정 등 알지 못했던 사실들과 알고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여러 방향점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여러 문제에 대한 시선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해줬던 좋은 글들이 많아 여러 부분에서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유럽 사회는 더는 표준이 아니라고 했다. 섣부른 찬사가 아닌 여러 질문과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참 좋은 책이었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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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12-04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서 읽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요약 정리가 잘 된 감상평이라 생각합니다. 책 살 돈을 아껴주심 ㅎㅎㅎ 농담이구요… 신간 정리하면서 보았지만 외국에 사는 한국인의 정착기 정도로 여겼는데 다시 눈여겨 보게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러블리땡 2021-12-05 04: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관심 있어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진짜 재밌게 봤어요 저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왠지 오거서님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ㅎㅎ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