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 40년차 간호사가 기록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마음들
전지은 지음 / 라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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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작가님은 간호사로 40년간 근무하셨다고 한다.
특히 간호사 파트 중에 손꼽히는 중증도를 자랑하는 중환자실에서 그 세월을 보냈다니 읽기 전부터 존경스러웠다. 한국에서는 낯선 직업인 케이스 매니저라는 특수한 일을 하며 만나게 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과의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했다.

작가님의 직업은 내게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는데, 작가님이 현장에서 일하며 겪은 여러 이야기들은 같은 간호사로서 많은 울림을 줬고, 특히 생과 사를 오가는 순간. 손길이 되어주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해줬다.

작가님은 중환자실에서 20년간 일을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케이스 매니저 일을 11년간 했다고 한다. 케이스 매니저는 일반 간호사와 달리 환자의 전체적인 상담가와 매니저 역할을 한다는 걸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케이스 매니저는 환자의 의료보험 상황이라든지, 퇴원 후 갈 곳을 알아보는 일, 환자를 챙겨줄 친구나 가까운 보호자가 있는지 등 전반적인 사후 관리에 대해서도 챙겨줄 수 있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그 자리에서 환자와의 깊은 라포 형성으로 중환자실 너머의 이야기들을 겪었던 것으로 보였다.

기억에 남는 에피로는 옥자 스미스 할머니 이야기가 있다.
항암의 부작용으로 전날 중환자실에 들어온 환자. 환자 차트에서 익숙한 한국 이름이 느껴져 환자 의식 확인을 위해 부른 이름에 환자가 반응을 했다고 했다. 아무리 당직 간호사가 부르고 활력징후를 재기 위해 기계를 들이대도 반응이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타국에서 익숙한 한국어가 들리자 반응한 것이었다 간신히 의식은 차렸지만, 항암 치료 중이기에 언제든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 위급 시 연락할 가족 인적 사항에 대해 물어가던 중, 낯설고 넓은 땅 미국에 오게 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렇게 라포를 형성했고, 타국에서 만난 고향 사람에게 부탁한 흰죽 한 그릇을 드시고 호스피스로 옮긴 후, 지역 신문의 부고란에서 부고를 알게 한 그녀의 이야기. 사후에 남편의 부탁으로 한국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아 고통스럽지 않은 삶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주며 케이스 매니저로써 사명을 다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여든다섯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할머니 스스로의 선택으로 연명치료를 포기하자마자, 치료에 적극적이었던 할아버지는 곧바로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는 타코쓰보 증후군을 보이셨고, 결국 두 분이 마지막을 같이 호스피스 병실로 옮겨 같은 날. 단 두 시간 차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 이야기는 정말 소설과도 같은 현실의 이야기여서 믿기지 않았는데, 이 케이스로 연명치료에 대해, 그리고 가족들과 환자의 입장에서의 차이를 생각하며 임종이라는 마지막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외에도 삶과 죽음의 다양한 경계에서 사람들의 마지막을 위해 노력했던 간호사로서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많은 기계음이 들려오며,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중환자실이라는 장소에서 40년이나 근무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웠고,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일을 하는 케이스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어떤 삶의 마지막에서도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환자의 가족이나 의료진 모두가 한마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의 간절한 마음들이 모아져 커다란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서 이 책을 간호사 동기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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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7 23: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 직업을 40년간 한다는건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같은 직업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 감동적인 책읽기를 하셨을거 같아요 ^^ 러블리땡님도 멋지고 존경받는 간호사 이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러블리땡 2021-10-28 16:07   좋아요 1 | URL
한 직업을 40년 진짜 대단하신거죠 근데 전 새파랑님 댓글이 더 감동이네요 ㅎㅎㅎ 멋지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항상 좋은 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