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저편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쓰 유메이, 주인공의 직업은 작가이다. 키우는 고양이 곤부가 갑자기 사라진 일, 그것이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매사에 흥미가 없고 국가에 절망한 탓에 최근 티브이나 신문도 잘 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총무성 문화국 문화예술 윤리 향상위원회'라고 적힌 봉투를 받게 된다. 소환장이라고 적힌 내용물에는 독자들의 제소로 심의회에 출석해야 했으나 지정된 날짜가 지나버려 표기된 장소에 출두하여 약간의 기간 동안 숙박하여 강습을 들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무시하기에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마쓰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기관에 대해 물어봤으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래도 출두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속된 장소로 향하게 된다.


해안 도로를 따라 한참 깊숙이 들어간 곳에 자리 잡은 요양소. 이곳 담당자의 태도는 조금 거만하고 권위적이었다. 요양소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며 마쓰의 궁금함을 아주 조금 해소해 주고 벌점을 3점이나 줘버려서 우선 3주의 기간을 확정받게 한다. 

일단 요양소에서는 필명이나 이름 대신 죄수번호 같은 자신의 등급과 숫자가 적힌 번호로 불린다고 했다. 마쓰는 그래서 B89로 불리게 되었으며 자신이 이곳에 수감된 이유가 강간이나 폭력, 범죄를 긍정하는 것처럼 작품을 썼다는 독자의 고발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게 되었고, 입소 기간 동안 그들이 원하는 글들을 써서 자신이 갱생과 교정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회개하면 이 끔찍한 섬을 탈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정말 유명한 작가들을 가두어 사상교육을 하는 끔찍한 창작가들의 감옥이었다. 
수감자들끼리 대화도 금지되어 있고, 핸드폰과 인터넷은 당연히 금지, 자유라는 것이 박탈되어 계속 감시당하는 입장이 되어 주인공은 꼭 죄수 같은 대우를 받고 지내게 된다. 요양이란 말과 다르게 관계자들은 자신들에게 입소자들이 말 걸거나 거친 행동을 하면 벌점으로 복수하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입소 기간을 연장시켜 버리는 모습이 지독하게 느껴졌다.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이 섬을 탈출하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자살을 시도하고, 마쓰 역시 상황이 처음에는 관리자에게 도전적이고 당당한 모습이었으나, 상황에 적응할수록 그들의 입맛에 맞춰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쯤 만나게 되는 의문의 편지로 이 섬의 관계자들에 대해 정보를 듣게 되고, 관계자들이 원하는 글을 쓰고 순응적으로 변하여 출소를 꿈꾸다 다시 이 요양원의 인물들을 의심하고 탈출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행동과 계획을 수정하며 마지막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계속되는 소설이었다. 자유를 누리다가 빼앗겨버린 작가들, 펜이 무기인 그들을 굴복하게 만드는 요양소의 사람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정치수용소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일반인의 사상을 강요받는 법과 장소가 합법적으로 생겨난다면 정말 이렇게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내가 작가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의문의 편지의 정보를 믿고 행동할 것인가? 눈앞의 달콤함을 따라가 요양소의 관리자들을 믿고 따를 것인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이야기였다.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였기에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0-24 0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리 소설이라니
오랫만에 기리노 나츠오 신간을 읽어야 겠습니다(한때는 기리노 책 출간 즉시 읽어봄)

러블리님 주말 따숩게 ^^

러블리땡 2021-10-25 0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기리노 나츠오 팬이시군요!! 그럼 당연히 추천 입니당ㅎㅎ scott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