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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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좀비 떼

당신도 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일상에 미스터리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가족, 친구, 동료는 죽어도 죽지 못한 자들이 된다. 인간성이 모두 사라진 채 본능과 공격성만 드러내는 좀비가 된 그들이 당신에게 덤벼든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책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는 빠른 속도로 퍼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활약이 매우 생생하게 묘사된다. 생살이 다 뜯겨나가서 뼈가 보이고 장기를 대롱대롱 매단 채, 으르렁거리며 덤벼드는 좀비들과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순간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호러와 스릴러로 유명한 전건우 작가의 좀비 소설집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를 읽었다. 좀비를 주제로 한 5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각 작품의 배경으로 2002년 월드컵 축제와 편의점 그리고 고시원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경이 등장하여 친숙함이 느껴지는 소설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배경이 익숙한 만큼 좀비들의 공격이 더욱더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월드컵 축제 동안 들뜬 기분에 광기 어린 응원을 펼쳤던 사람들의 모습과 편의점에서 일바생을 몰아붙이는 갑질 손님들 모습 등등이 피 칠갑을 한 채 사람들을 덮치는 좀비들과 오버랩되면서 더욱더 실감 나는 공포를 자아낸다.

전건우 작가의 작품과의 첫 만남은 [고시원 기담] 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느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도 작가님이 사회 계층 간의 갈등과 소외층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위대와 시민들의 충돌 사이에서 말리느라 다치고 상처 입는 의경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사장과 손님들의 갑질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고시원 사람들 등등등 작가는 일상이 더 공포스러운 사람들의 삶에 좀비라는 예상치 못한 공포를 한 방울 떨어뜨려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공포스러워 죽고 싶었던 현실은, 최강의 공포스러운 존재인 좀비가 나타나면서 반드시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린다.

죽은 듯 자던 사이에 세상이 변했다.

감당할 수 없는 학자금 대출과 부모님이 물려준 빚과

좁아터진 고시원 생활과 거듭되는 취업 실패보다 더 끔찍한 현실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235쪽 낙오자들 중)

각 단편들은 좀비 월드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콜드 블러드]에는 정상인보다 체온이 더 낮은 탓에 좀비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연쇄 살인범을 이용해 백신을 전달하려는 정부 관계자들이 나오고 [Be the Reds]에는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을 격하게 응원하느라 광기를 보이는 시민들 사이로 보이지 않게 퍼져나간 바이러스가 더 광기 어린 좀비를 만들어낸다. [유통기한]은 좀비를 피해 편의점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두고 다투는 내용이고 [숨결]은 좀비의 출몰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세상에 아이를 낳으려는 한 강한 미혼모 엄마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단편 [낙오자들]은 경쟁적인 현실에 짓눌려 억눌린 채 살아왔지만 난데없는 좀비의 출몰로 오히려 삶의 의지를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k 좀비의 활약이 대단하다. 영상뿐 아니라 좀비를 주제로 하는 소설로 대단히 많이 쓰이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전건우 작가의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가 특별한 이유는, 좀비의 출몰 그리고 일반인들과의 대치가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의 특색을 보여주는 배경이 익숙함을 전달하는 덕분에 나도 언제든지 좀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욱더 느껴지는 것 같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작가라서 그런지,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좀비를 주제로 한 잘 만들어진 좀비 단편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다. 좀 더 한국적이고 가독성 높은 좀비물을 읽고 싶다면, 오늘 이 책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로!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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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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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 죽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좋은 엄마란 자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엄마다.

그러니 증명할게

죽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는걸.


10년 전, 상사인 코슨 라워리의 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킬러에게 쫓겼던 니나 모건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남편과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한다. 그녀는 이름을 리아 트렌턴으로 바꾸고 텍사스에서 멀리 떨어진 메인 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이제 각각 13살 11살이 된 딸 헤일리와 아들 닉은 엄마가 죽은 것으로만 알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더그가 사망을 하게 되면서 헤일리는 아빠가 생전에 가르쳐주었던 응급 상황 시에 해야 할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리아 고모"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리아,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그녀는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던 중 그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걸지 않겠다고 맹세한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는 바로 리아를 도와 위장 죽음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램킨 박사"였다. "니나 모건"은 이미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과거의 악몽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았던 코슨 라워리가 혹시나 다시 킬러를 풀지 않을까 두려워서 전화를 했던 것이었는데, 램킨 박사가 의외의 인물에게 연락을 취하며 리아와 추적자 간의 대결로만 계획되었던 이 게임에 미스터리한 인물인, 제3자 댁스 블랙웰이 끼어들게 된다.





한편, 자신이 살고 있던 메인 주로 아이들을 데려온 리아. 이모가 아니라 10년 전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엄마라고 밝히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아들 닉에 비해, 딸 헤일리는 경계심이 강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쨌든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꾸려나갈 미래를 꿈꾸는 리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두려움 없이 살아와서일까?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있는 도망자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리아는 아이들에게 와이파이 사용을 허락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결국 리아는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아주 익숙한 이름의 두 남자가 교도소를 가던 중 탈주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데....






손바닥 밑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 상판의 차가운 감촉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마음의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편이 더 말이 되지 않나? (...)

과거의 삶이 아니라 그 삶의 더 옛날 버전, 그러니까 곤경에 처한 선량한 사람이 

경찰에 연락하고 나쁜 사람들로부터 보호받는 삶, 모든 것의 경계가 선함과 악함, 

영웅과 악당 식으로 뚜렷하며 그 두 세력들이 교차하거나 겹치거나 

서로에게 스며들지 않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했다.

(273쪽)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이 조금씩 흘린 피 냄새를 맡으며 쫓아오는 하이에나들처럼, "니나 모건" 혹은 "리아 트랜턴"이 남긴 흔적을 찾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들이 그녀의 뒤를 쫓고 있다. 과거엔 운이 좋아서 죽음을 위장할 수 있었지만 그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리아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이들의 목숨이 그녀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킬러들의 포위망.... 여러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여가며 그녀를 쫓아오는 킬러들을 물리칠 계획이 과연 그녀에게 있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어떤 계획들인가?






여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죽음을 위장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왔던 여인이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으로 이제 그녀는 도망자 신세에서 자식을 지키는 전사로 변모하게 된다. 그동안 야생 가이드로 살아오며 배우게 된 생존 기술을 써먹어야 할 때가 왔다. 한편, 이야기는 과거 그녀의 죽음을 위장해 줬던 킬러의 아들인 댁스 블랙웰이 등장하게 되면서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킬러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면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완벽한 킬러 댁스 블랙웰, 그는 사람을 죽이는 기술뿐 아니라 IT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쉽게 찾아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싶을 정도로 감정이 없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 다루듯 하는 이 남자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녀를 도와서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추적자들처럼 돈을 노리고 그녀의 목을 따러 온 것일까?






<죽어 마땅한 자>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서스펜스가 넘치는, 설득력 있는 스릴러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에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리아 가족, 두 명의 킬러들 그리고 댁스 이 삼자 구도가 팽팽하게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과거 리아의 인생을 산산조각 냈던 어둠의 손길이 시시각각 그녀의 숨통을 조여오고, 독자들은 리아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까 손에 땀을 쥐며 소설을 읽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빵빵 터지면서 흥미로운 반전을 선사하는 <죽어 마땅한 자>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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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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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비극 앞에서 유리처럼 깨진 위태로운

삶의 조각들을 기괴하고 아름답게 모자이크 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걸작!

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 [글래스 호텔] 그러나 이 책은 사건을 뛰어넘는 삶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인간 본성을 꿰뚫는 듯한 이 소설은, 탐욕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삶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인간들의 복잡하면서도 자기 기만적인 내면, 그 황량함을 다루고 있다.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첫 도입부터 다소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등진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빈센트와 마약의 늪에서 헤매다가 결국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빈센트의 오빠 폴의 비참한 체험 등이 묘한 분위기에 한몫한다. 이 소설엔 주인공 격인 빈센트와 오빠 폴 그리고 폰지 사기의 설계자 조너선 알카이티스 외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각자의 삶이 다소 두서없이 전개된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소설 전반에 흐르는 몽환적 분위기가 압도적이라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다.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온 배다른 남매 빈센트와 폴은 밴쿠버 섬 최북단의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카이에트 호텔 동향 유리벽에 에칭 팬으로 '깨진 유리를 삼켜라'라는 다소 섬뜩하고 기괴한 문구를 새겨 넣는다. 호텔 직원들은 야간 청소 관리인인 폴이 수상하다고 지목하게 되고, 졸지에 범인으로 몰린 폴이 모든 책임을 지고 호텔을 떠나게 된다.

폴이 그만둔 이후 빈센트도 갑자기 호텔을 떠나게 되는데, 야간 매니저인 월터는 이후 신문 기사를 통해 빈센트가 호텔의 소유주인 백만장자 조너선 알카이티스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던 빈센트는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라는 자리에 서게 되고 그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막 시작된 사치와 소비의 향연이 끝나기도 전에 조너선 알카이티스가 쌓아올린 신기루, 즉 폰지 사기 행각으로 일군 그의 이른바 [돈의 제국]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글래스 호텔]은 나에겐 다소 낯선 개념인 폰지 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돈과 관련해서 거대한 속임수가 있었고 사람들은 실체 없는 막대한 이익에 이끌려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를 해버린다. 돈 앞에 이성이 마비되었다고 할까? 결국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고 가진 것을 한순간에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은 박탈감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지거나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모두가 갈망했던 [돈의 제국]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사람들이 거주하는 [어둠의 제국]이 되어버린다.

폰지 사기 사건의 주동자인 조너선 알카이티스를 비롯해서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어딘가 고장이 나 있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기도 하고 아무런 인생의 목표가 없이 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인생을 연기하듯 살아간다. 그런데 이게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작가 에밀리 존 세인트 맨델은 복잡 미묘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본모습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과거에 저지른 일로 인해 후회하고 회한에 젖으며 죄책감에 잠 못 이루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처음엔 [글래스 호텔]이 폰지 사기 사건을 주제로 한 스릴러 소설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내 예상과는 달랐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대신 이 책은 신기루 같은 욕망의 제국이 무너진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비록 나락으로 떨어졌으나 계속되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옥에 갇힌 조너선은 죽은 투자자들의 유령과 마주치거나 카운터 라이프 (평행우주 속 또 다른 삶)을 꿈꾸며 회한에 젖는다. 빈센트는 한 컨테이너 선의 요리사로 취직을 하여 바다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모든 재산을 투자했다가 잃은 리언은 집을 버리고 캠핑카를 사서 아내와 전국을 떠돈다.

과연 "깨진 유리를 삼켜라"라는 괴이한 문구를 유리창에 새겨 넣은 사람은 폴이 맞을까? 복잡한 퍼즐 같은 이 소설은 과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까? 폰지 사기 사건이라는 폭탄이 떨어진 후 밑바닥 삶을 전전하던 리언에게 전에 있던 회사에서 일감이 하나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공해를 지나던 컨테이너선의 갑판에서 한 여성이 실종된 의문의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 과연 그녀는 누구이고 결론은 과연 무엇일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었던 소설 [글래스 호텔] 전개가 다소 느리고 호흡이 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끝까지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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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고개 비화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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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짓누르는 원초적인 공포!

비밀의 문이 열리고

사상 최악의 악마들이 몰려온다

SF 와 호러가 만나 매우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 탄생했다. 이 [외눈 고개 비화]는 만약 조선에도 인간 사회에 섞여 살아가는 외계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된 소설인 것 같다. 그러나 주제는 흥미진진할지 몰라도 내용은 공포 그 자체이다.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외모를 가진 원린자들이 파괴와 죽음을 숭상하며 잔혹하게 인간들을 해하는 장면을 보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뭐랄까? 독자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 세계와 이질적 존재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고 다소 엽기적이고 잔인한 장면에 반감보다는 반가움을 느낄 독자들이라면 너무나 좋아할 책이랄까?

이 책은 소개 글에 살짝 나온 조선 러브 크래프트 코즈믹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미국의 호러/위어드 픽션 소설가인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책 속에 나오는 가상의 예언서 [귀경 잡록]은 러브 크래프트가 탄생시킨 가상의 서적 [네크로노미콘]과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 조정은 비밀스럽게 미래를 예언하는 [귀경 잡록]이 삿되다 하여 이를 금서로 지정했지만 이 서적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백성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육십오능음양군자>라는 절대신의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인 힘에 대해 경고한다. 이 책 [외눈 고개 비화]는 이 책 [귀경 잡록]에 나오는 <육십오능음양군자>의 부하들인 원린자들이 어떤 식으로 평화로웠던 조선과 조선 백성들을 유린하고 난도질하는지 보여주는 증언이라고 하겠다.

태산이 무너지는 기운과 함께 나무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산악이 거대한 움직임으로 뿌리를 드러내며 회전했다.

인고의 세월 끝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된 비천자들의 흥분은 격렬했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반골이던 본래의 기질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이제 세상은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첫 번째 소설인 [외눈 고개 비화]는 섭주 현의 사또인 "나"의 친구가 무려 40년 동안 실종 상태였다가 갑자기 나타난 지점에서 시작된다. 불운으로 인해 감옥에 갇혔던 친구 정겸은 조정에 반감을 품은 한 장군의 말을 듣고 가공할 공격력을 가진 무기를 구하러 외눈 고개로 향한다. 그러나 외눈 고개는 수백 년 전 조선의 장군인 박고헌과 전투를 벌이다가 사라진 원린자들이 만들어낸 이계의 공간!! 그로테스크한 외모에 파괴 본능만 도사린 외계 존재인 비천자들과 그들이 만든 이계 세상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정겸과 장군 무리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정겸이 이계에서 보낸 하루는 어느새 40년이 넘어 있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살아남은 비천자들의 조선 파괴 욕망은 더욱더 커져있다는 사실인데....

▶ 40년간 실종되었다가 갑자기 나타난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며 이 나라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경고를 날린다. 과연 그가 경험한 것은 현실인가? 정신적 이상으로 인간 환각인가? 악귀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괴물들이 득시글대는 세상에서 공포스러운 하루 혹은 40년을 보낸 한 남자의 이야기!

육십오능음양군자는 우주의 기운을 지배하는 자다!

너희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은 물론, 100 년 전의 나에게도 생명을 주신 분이다.

그분이 바로 천지신명이란 말이다! (...)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이제 곧 후회하게 될 거다.

나의 경고를 무시한 너희 미련한 것들!

이제 잔혹하게 처단 받을 것이다.

두 번째 소설 [우상 숭배]는 비리와 수탈을 일삼다가 함경도 함흥이라는 외지로 발령이 난 조정 대신 권윤헌의 이야기이다. 그는 관노인 바우와 함께 첩첩산중을 헤매다가 마치 원시 종교를 연상하게 만드는 열두 채의 움집을 발견하게 된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압도된 그는 움집들 옆에 있던 한 오두막집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조정에서 금지한 사특한 책인 [귀경 잡록]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삿된 책들의 존재에 놀란 것도 잠시, 여섯 개의 눈알이 달린 기괴한 탈을 쓴 낯선 남자가 도끼와 사냥한 노루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오는데...

▶ 한번 쓰면 죽기 전까지 벗을 수 없는 탈과 밭에서 자라는 식인 식물들이라는 기괴한 설정에 소름이 돋았던 에피소드. 앞서 [외눈 고개 비화]에서도 느꼈지만 원시 부족의 습성을 가진 원린자들은 아주 기괴하고 기묘한 형태로 인간을 지배하고 파괴한다. 이 소설을 읽으니 육십오능음양군자의 존재가 더욱더 미스터리하게 다가왔다. 혹시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외계에서 온 존재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

이 [외눈 고개 비화]를 읽는 내내 여러 영화들이나 미드들이 떠올랐다. 엽기적인 외모를 가진 외계 종족들이 소개되는 장면에서는 [제5원소]가 떠올랐고 그들이 만들어낸 음산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이계 세상을 봤을 때는 미드 [기묘한 이야기]도 떠올랐다. 전체적으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영화들 - 판의 미로, 헬 보이 등등등-이 떠올랐달까? 사실 소설보다는 웹툰이나 영화로 제작되면 공포가 더 실감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도 흥미진진하지만 그로테스크한 외모의 원린자들과 어둡고 축축하고 음산한 이계 세상이 너무나 잘 표현되었기 때문에 영상미가 남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물론 그 영상미에 대한 해석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말이다) 평온한 삶을 뒤집고 파괴하는 원린자들, 신비롭고 강력한 힘을 잔혹하게 사용하는 절대신의 존재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들을 보며 두려움과 동시에 이상한 환희도 느껴진다. 마치 고대 문명의 제사장과 부족들이 잔인한 신을 향해 올리는 제사와 제물들을 보고 온 느낌이 든다. 뭔가 기괴하고 낯설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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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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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니!! 이런 장르 너무 좋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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