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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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깃발을 휘두르며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네 나름의 방식으로 나만큼이나 망가져 있어."

숨가쁜 추격전과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과거 텍사스의 어느 지역의 모습 그리고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서부극이 탄생했다!! 추리나 스릴러와의 다른 매력이 있는 서부극, 정확히 말하면 현금 사냥꾼들의 추적기를 다룬 이야기 [빅티켓], 법이 통하지 않고 총을 빨리 쏘는 놈이 대장인 이 살벌한 곳에서, 오직 여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팀을 꾸린 주인공 잭과 등장인물들의 끈질긴 추격전이 펼쳐진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이 책의 경우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구현이 되어서 더욱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 머리가 좋은 난쟁이 쇼티가 약간 둔한 유스터스를 놀려먹는 장면이 흥미롭다. 유스터스를 폭발 직전까지 놀려먹는 고약한 쇼티가 알고 보면 매우 지적이고 철학자같은 면모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석유가 막 발견되고 자동차가 말과 경쟁하며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한 20세기 초 미국의 서부. 문명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주인공 잭이 등장하는 텍사스 지역은 악당이 활개치고 보안관이 벌벌 떠는 무법지대,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든 곳이다. 마을에 천연두가 퍼지면서 부모님이 그 병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잭은 여동생 룰라와 함께 할아버지를 따라 캔자스에 사는 이모댁으로 향한다. 고아가 되었지만 든든한 할아버지와 행복한 나날을 꿈꾸기도 전에, 그들은 강을 건너려는 한 무리와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무리들과 시비 끝에 할아버지는 총을 맞아 돌아가시고 룰라가 그들에게 납치된다. 마침 강에 불어닥친 태풍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 잭.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룰라를 구출할 수 없다. 그 지역 보안관에게 도움을 받고자 보안관실로 찾아가지만 이미 그는 은행 강도들에게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알고보니 그 무리가 은행강도들) 겁을 잔뜩 먹은 부보안관은 다른 직업을 갖겠다며 도망가버린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낙담한 책.... 그러나 신이 도우신건가? 잭 앞에 거대한 몸집의 흑인과 그의 반려돼지가 나타난다.


유스터스라는 이름의 그 흑인은 평소에는 시체 매장일을 하지만 원래는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를 좇는 사냥꾼이다. 그에게는 파트너인 쇼티라는 이름의 난쟁이가 있는데 그가 동의하는 조건으로 유스터스는 잭의 여동생을 구출하는 일에 함께 하기로 한다. 사실 난쟁이 쇼티는 대단히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고 실질적 리더라서 그가 빠지면 안된다. 잭이 할아버지가 남긴 토지 문서를 넘기기로 하자 그들은 기꺼이 추적에 참여하지만, 사실은 은행 강도들에게 걸린 현상금이 그들의 목표이다.

정체모를 흑인과 돼지... 그리고 난쟁이라... 무시무시한 악당들을 소탕하기에는 다소 믿음직스럽지 않은 구성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꽤 프로페셔널하다. 술에는 약하지만 유스터스의 경우, 라이플의 개머리판만으로 장정을 때려눕힐 수 있다. 반려돼지는 단단한 코와 억센 입으로 공격자들을 물어뜯는다. 쇼티는 서커스 출신이라는 다소 어두운 과거를 가졌지만 그만의 전략이 항상 있는, 한마디로 뛰어난 리더감이다. 당시 엄청난 차별과 놀림을 받던 이들은 서로를 연민으로 대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 놀려먹고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정말 친한 친구들끼리 욕(?)하고 놀려가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다소 순진한 십대 소년 잭은, 비꼬기 일쑤인 쇼티와 부딪치기도 하지만, 냉철한 현실의식을 가진 그로부터 한수 배우기도 한다.

거칠고 사악한 범죄자들 손에 여동생 룰라가 잡혀 있다. 그녀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모를 상황... 잭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잭을 비롯한 추적자들은 범죄자들이 향한 것으로 보이는 [빅티켓]이라는 흉흉한 장소로 향한다. 쉽게 잡힐 줄 알았던 무리의 흔적은 잘 보이지도 않고 추적은 매우 길고 지루하고 힘들다. 하지만 저자 랜스데일이 매우 기발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을 창조한 덕분에 소설 자체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토지 문서와 현상금이라는 이해관계를 통해 뭉쳤지만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우정을 꽃피워나가는 무리들. 저자 랜스데일은 어둡고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서부지대와 그 속에서 정의를 실천하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매우 현장감있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하루에도 몇 사람이나 죽어나가는 거칠고 황량한 황무지 속 엉뚱한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유머가 배꼽을 잡는, 이 소설은 좀 단짠단짠, 냉탕온탕 같은 매력이 있다. 저자 조 R. 랜스데일이라는 작가의 세계가 궁금하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거칠고 냉정하지만 다소 엉뚱한 사나이들의 추격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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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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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이 어디에 있듯 나는 이해한다.”

[가장자리]는 단편 소설집이다. 위태롭게 삶의 가장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곳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이들의 삶은 위험하고 힘들고 불안하고 어둡다. 각 단편들은 충분히 묘사되고 서술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의 한 장면을 마치 사진 찍듯이 포착해 내는 작가. 글은 온통 이미지로 가득하다. 어떤 이야기들은 불온하지만 동시에 매우 아름답다.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기를 원하는 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 그녀는 우리가 읽기보다는 경험하고 느끼길 바란다. 물처럼 유연하지만 몸처럼 감각적인 그녀의 글.


우리는 삶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삶의 가장자리에서 헤매고 있을까? 책을 읽다 보니 가장자리에서 허둥대는 것은 책의 등장인물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든지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비주류라고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저자 리디아 유크나비치는 매일매일 고비를 느끼며 경계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전쟁 피난민, 장기 배달자, 성매매 여성, 학대받는 여성, 성 소수자, 마약 중독자, 노숙자들의 충격적인 삶이 걸러지지 않은 채 여러 단편 속에서 검은 꽃처럼 피어나고,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 정확히 말해서, 나는 심장이 찔리는 듯한 신체적 고통을 실제로 느낀다. 그녀는 비극과 불행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다.

단편들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을 살펴보자면


The pull [이끌림] 은 대단히 아름답게 묘사된 소설이다. 우리는 물에서 태어나 물로 되돌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듯한 작품. 물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물과 한 몸이 되길 즐기던 소녀는 탱크와 미사일이 수영장과 그녀의 세상을 파괴한 후 피난길에 나선다. 피난선은 바다 중간에서 멈춰버리고 멀리 떨어진 해안가를 향해 용감하게 헤엄치는 소녀와 언니.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바닷속 그녀들은 살기 위해 싸운다. 누가 그녀들을 바다로 빠뜨린 건가?


“ 헤엄치는 여자아이와 언니의 아름다운 몸, 그 밑의 거대한 물을 향한 이끌림, 뗏목 위에서 가망 없이 희망하는 사람들의 눈동자와 심장을 향한 이끌림, 그들 주변에서 끓어오르는 거대하고 그릇된 세계를 향한 이끌림의 끝은 - 이 이야기는 결말이 없다 ”

The organ runner [장기 배달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주인공 아나스타샤는 8살 때 손목 절단 사고를 당해 한쪽 손을 거의 못 쓴다. 사고 이후 가족들에게 버려진 채 다른 가족에게 입양된 그녀. 세상은 불친절했고 그녀는 장기 배달부로 자라나게 된다. 인위적으로 맺어진 가족들 중 키릴이라는 남자애는 오랫동안 아나스타샤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장기를 팔고 다른 누군가는 이식을 받는다.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강하게 자라나 희망을 엿보는 아나스타샤가 대단하게 보였던 작품. 그러나 결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미국을 생각했다. 잔혹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찢어지고 꿰매어진 그 기이하고 기형적인 소위 ‘주(state)’라는 것들을, 발 위에 꿰매놓은 손처럼 여전히 위태로운 주와 주 사이의 경계선을 생각했다. ”

Street Walker [거리 위의 사람들] 안전하고 한가로운 동네. 언젠가부터 피 묻은 주사기가 발견되고 거리를 떠도는 남녀가 눈에 띈다. 한때 마약 중독자였던 주인공은 떠돌며 살 수밖에 없는 성매매 여성의 힘든 삶에 깊이 공감하고 그녀를 집으로 초대해 1시간의 휴식을 준다. 동네 사람들은 마약과 성매매를 퇴치하려고 순찰대까지 조직하지만 수선 떠는 그들의 모습이 두려움에 몸과 정신이 마비된 좀비 같다고 느끼는 주인공.

"우리는 전부 균열을 품고 살아간다. 균열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아니면 균열이 모든 것을 허물어트리면 켜켜이 쌓인 살갗과 지방과 주택 보유자의 삶이, 깔끔한 머리 모양과 잘 먹은 화장이 남는다."


충격적이고 불편하지만 동시에 기괴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작품 [가장자리] 이 책 속 단편들은 물처럼 어둡고 물처럼 무의식적이며 물처럼 유연하다. 문장은 물처럼 흐르고 물처럼 강렬하고 물처럼 리드미컬하다. 스토리라기보다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각 단편들은 날것 그대로의 표현과 강렬한 묘사로 독자들의 마음속에 쑥 하고 들어온다. 누군가에게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불행과 비극을 외면하지 말라고 하는 듯한 저자.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고통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가장자리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헤엄쳐서 삶에 도달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쓰인 책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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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마켓 셜록
박희종 지음 / 메이드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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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 그러나 그 일상에 스며드는 불길함.. 과연 우리는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언뜻 보기에 무해해 보이는 이웃들,, 혹시 그들이 감추고 있는 건 없을까? 중고 거래 앱인 감귤 마켓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찔한 추적과 추리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감귤 마켓 셜록]. 우리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동네 아저씨들이 갑작스럽게 탐정으로 변해서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은 어느 탐정 못지않은 훌륭한 추리력으로 독자들을 감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감귤 마켓 셜록]의 장르를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하면 좋을 듯하다. 그만큼 잔잔한 일상이라는 호수에 난데없이 중대 범죄라는 돌멩이가 던져진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사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시체가 등장하고 이상한 것을 파묻는 사람이 있다. 사실 가장 평범한 장소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추리 소설과 영화를 통해 보곤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연이 궁금했다가 탐정들의 활약에 손에 땀을 쥐었다가 또 갑자기 뭉클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종잡을 수 없었던 이야기 [감귤 마켓 셜록]으로 들어가 본다.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인 선록은 퇴근 운전 길에 마주치게 된 한 냉동 탑차에서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오래된 차인지 먼지로 뒤덮여있는 차의 문 손잡이에서 이상한 손가락 표식을 발견한 것. 왠지 누군가가 짐칸으로 강제로 끌려들어 가다가 버둥대면서 남긴 것 같은, 그런 모양의 손자국이다. 게다가 그 냉동 탑차는 밤 10시를 넘긴 시간에 으슥한 곳에 위치한 폐공장 쪽으로 향한다.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부인하며 잊어버리고 산 지 며칠 후, 선록은 경기도 한 폐공장에서 2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한편, 선록과 동서 지간인 완수는 장사 수완이랄까? 어쨌건 협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감귤 마켓에서 육아용품이나 게임기가 올라오면 적당한 시간대를 물색했다가 판매자를 잘 구슬려서 싸게 구매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싸게 구입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되팔기도 한다. 감귤 마켓이 낳은 협상의 달인이랄까? 그러던 어느 날, 완수는 거래를 하다가 독특한 일을 겪게 된다. 다른 물건을 거래했는데 계속 같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게임기, 낚싯대, 태블릿, 노트북 그리고 텐트 등등 실로 다양한 물건을 팔고 거래할 때마다 그는 다른 동네에 위치한 집에서 각기 다른 여성과 함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자는 냉동 탑차의 소유자???? 불륜에 미스터리한 냉동 탑차까지...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

그러던 와중에 선록과 완수의 장인어른이 소유한 과수원 건너편에 있는 밭에서 심상치 않은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한다. 그 냄새를 맡은 장인어른이 밭을 주시하기 시작하면서 이상야릇한 장면이 목격된다. 밭의 주인이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가 어두컴컴한 밤에 몰래 와서 누군가와 비밀리에 접선한 뒤 땅에 이상한 것들을 묻는 장면을 장인어른이 목격하게 된 것. 장인어른은 추리에 일가견이 있고 협상에 능한 사위들, 선록과 완수를 소집하여 사건 해결에 나선다. 그런데 진상 파악에 나선 그들은 그 외국인 노동자가 접선한 사람은 일전에 선록과 완수가 만났던 미묘한 분위기를 풍겼던 냉동 탑차 주인이 아닌가? 이 평화로운 동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오늘도 평화로운 감귤 마켓... 운이 좋으면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물건을 건질 수도 있는, 이 다정하기 그지없는 장터에 엄습한 이 어둡고 불길한 분위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 이웃들이 마냥 선하고 착한 보통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번쯤 의심해 볼 때가 왔다!! 게임기를 구매해간 서글서글한 아저씨, 육아용품을 구매해간 반달눈의 새댁 그리고 반려견에게 줄 장난감을 얻어 간 착하게 보이는 여고생을 모두 의심할지어다. 가족과 이웃을 걱정하는 보통 아저씨들인 장인과 사위 둘은 끈질긴 추적과 추리 끝에 미스터리를 조금씩 밝혀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 미스터리의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본격 중고 거래 미스터리 [감귤 마켓 셜록] 굉장히 유쾌하지만 동시에 불길하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미스터리...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가족이 뭉쳐서 사건 해결에 힘쓴다는 면이 좋았던 것 같다. 100 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치면 100개의 사연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미스터리라는 생각도 든다. 끊임없이 떡밥을 던지며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감귤 마켓 셜록],, 과하지 않은 전개!! 흥미진진한 추리!! 개성 만점의 등장인물들이 있는 추리 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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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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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배는 저주했다.

제130회 나오키상 수상 작품인 단편소설집 [울 준비는 되어있다]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로 여성의 사랑과 삶을 이야기한다. 다소 드라이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대단히 세련되고 감각적인 필체가 돋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인 틀은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인간 실존을 말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저자는 사랑 앞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의 고독과 불안 그리고 외로움을 담아내고 있다. 활짝 피었다가도 어느 순간에 저버린 꽃잎처럼 찰나의 생명력을 가진 사랑..... 우리는 가끔 그것 앞에서 절망하기도 한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에는 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격렬한 감정이 동반되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저자는 시종일관 남과 거리 두듯이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에 거리를 둔다. 이야기는 담백하고 가볍고 깔끔하게 전개가 된다.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의 좌절이나 고통이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치 날카로운 면도칼에 베이면 처음에는 상처가 보이지 않다가 점점 피가 번지듯, 이야기를 읽고 나면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지면서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이 올라온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에서 주인공 야요이는 요양병원에 계신 시어머니를 외면하고 끝내는 시어머니가 맡긴 고양이마저 내다 버린 남편이 낯설기만 하다. 남편이 고양이를 버렸다는 사실보다 그가 농담처럼 던진, 바다에 버렸다는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더 놀랍기만 하다.

" 문제는 고양이의 소재가 아니다.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을 텐데."

[뒤죽박죽 17살 소녀] 평범했던 17살 소녀 마유미의 어색했던 첫 데이트 이야기. 날씨는 좋았지만 데이트 상대의 형편없는 운전 실력과 이상한 태도 때문에 모든 게 최악으로 느껴졌던 데이트이다. 그러나 아름답지도 않았고 푸근하지도 않았던 그때가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결국은 모든 것이 즐겁지 않았다. 우리는 할 일도, 할 얘기도 없었다. 히로토와 같이 어디를 가기는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골] 이혼하기로 한 부부 시호와 히로키 부부는 이혼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시댁에 방문한다. 시댁 식구들은 시호와 히로키가 좋아하지도 않는 마작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하고 시호에게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겨우 자리를 파하고 홀가분함을 느끼는 시호와 히로키. 시호는 누군가의 허물처럼 보이는 잠수복, 차갑고 텅 비었지만 주인의 체온을 상상하게 만드는 그것을 히로키에게 선물한다.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울 준비는 되어 있다] 건강한 영혼을 가진 다카시와 풍요롭고 행복한 연애를 했던 주인공 아야노. 하지만 다카시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뒤 그런 감정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 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 맹세한 사랑이었는데....

" 나는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다카시도 나도 변했는데 어느 쪽도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둘 다 영원히, 사막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프링클러일 수 있다고, 쉬 믿었다."

[울 준비는 되어있다]에 나오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눈물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고 슬픔의 바다를 건너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에 성공하여 결혼이라는 제도에 안착했든, 뜨거운 사랑 끝에 이별하고 혼자 남았든, 그들은 상실과 고독이라는 단어를 온몸에 더덕더덕 붙인 채 살아간다. 한때는 자유롭게 사랑했고 그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었으며 사랑이 끝난 후에도 외로움과 고독이 마치 거기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들. 어색하고 서투른 그녀들의 몸짓 속에서 나 자신의 자화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참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인간은 혼자라는 말이 떠오르게 만든 소설집이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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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이저벨 윌커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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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아무것도 구별하지 않은 곳에서 카스트는 인간을 차별한다 "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이런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 같지 않지만 저자 이사벨 윌커슨은 놀랍고 슬프게도 미국에서 인도와 같은 카스트 제도가 엄연히 존재함을 밝히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아주 촘촘하게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계층은 생활, 행동, 자유 그리고 고용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미국에도 지배 카스트와 종속 카스트가 있는데 어쨌건 맨 하위 계층에는 흑인들이 존재한다. 너무나 명백하고 불편하고 거슬리는 이러한 사실들..,,, 저자는 심지어 다른 나라의 흑인들조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자신은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의 자세와 태도로만 카스트를 구별할 수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피부색으로 쉽게 카스트를 구분해낼 수 있다. 너무나 명백하기에 미국의 카스트 제도의 경우 법률과 사회 운동에 의해 잘 통제되거나 제어되지 않는다. 충격적이면서도 대단히 설득력 있는 책 [카스트]를 통해 윌커슨은 이 시스템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분석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미국 내 보이지 않는 카스트 제도는 사람들의 시간과 잠재력을 낭비하게 만든다고 한다. 어디에도 써먹지 못하는 쓸데없는 시스템이면서 사회적 비용만 많이 든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미국의 카스트제도에서 인상적인 것들 중 하나는 흑인으로 살면서 느껴야 하는 나날의 공포이다. 인도에서처럼 지배적 카스트에 속하는 구성원이 화를 내지 않도록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2020년 5월 센트럴 파크에서 새를 관찰하던 한 흑인은 규정대로 한 백인 여성에게 개 목줄을 묶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단순 요청에 불과했던 이것을 두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한다. 이런 허위 신고로 인해서 많은 흑인들은 경찰에 구타를 당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것이 현 미국의 상황이다.

상점 점원, 의사 그리고 경찰들은 흑인들을 차별 대우한다. 그들이 매일 겪는 모욕과 굴욕은 다른 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것이다. 경찰은 흑인이면 무조건 불러 세워서 신체검사를 하고 잘못 걸리면 큰 상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흑인들의 경우 밖으로 나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흑인들이 상점으로 들어가게 되면 잠재적인 도둑으로 취급받아 내내 감시를 당한다. 흑인들에게 더 많은 교통 위반 딱지가 날라오고 잘못하면 경찰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흑인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주택 대출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대출을 받더라도 금리 혜택을 받지 못하며 학생들은 교육의 질이 낮은 주정부 지원 학교로 가게 된다.

미국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흑인에 대한 차별은 지금보다 더 공고했다. 분수대부터 호텔, 식당, 화장실, 교회, 기차에 이르기까지 카스트 제도에 맞게 모든 것들이 따로 있었다. 일등석 표를 가졌더라도 흑인은 백인 사이에 앉거나 뷔페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어떤 흑인 건물주는 임대료를 받기 위해 뒷문으로 자신의 건물로 들어가야 했다. 과거는 과거에 불과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도 이러한 일들은 미 전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옛 남부 연합 국가들은 여전히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있고 주로 흑인들에게 집행된다. 흑인들을 위한 투표소는 적게 배치되고 그들이 쉽게 갈 수 없도록 먼 곳에 배치되었다.

카스트가 단순 인종 차별주의와는 다른 점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윌커슨은 독일 나치 사례를 들고 있다. 거기서 그녀는 미국의 사례를 보고 나치가 인종 순결 정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미국의 카스트제도나 독일의 인종 순결 정책 둘 다 같은 종류의 분리를 시행했다. 독일인들은 유대인이 특정 직접을 갖는 것을 금지시켰고 백인들이 유대인과 결혼하거나 그들과 어울리는 것도 금지시켰다. 일반 사람들도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3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대인 관련 없음을 증명해야 했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 시스템은 너무나 기괴하고 모욕적인 것들이 많았지만 나치들은 그것조차도 소중하게 여기면서 자신들만의 공고한 정책을 이루어나갔던 것이다.

나치들은 유대인을 노예로 만들었고, 그들의 가족들을 해체했으며 재산을 모두 빼앗고 그들을 굶겨 죽이기도 했다. 주요 독일 기업에 무료 노동력으로 팔아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독일인들은 유대인의 인간성을 없애면서 동시에 그들을 필요악으로 만들어버린다. 유대인에 대한 일반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던 증오와 혐오는 온 나라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했다. 유대인이 존재했기에 히틀러의 독일 장악이 쉽지 않았을까? 유대인이라는 희생양이 없었다면 히틀러는 그만한 권력을 얻지 못하고 허둥지둥했을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발생했던 유대인에 대한 차별 정책은 지금도 미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서 흑인들을 대하고 대다수의 흑인들은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으며 희생양이 필요할 땐 언제나 흑인들이 대두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 책 [카스트]는 대단히 잘 짜인 책이다. 그녀는 각 장에서 다루는 여러 측면을 분석하기에 앞서서 여러 이야기와 예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 사례들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에게는 매우 평범한 일상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우 잔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여러 다양한 흑인에 대한 차별의 사례를 인용하며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모욕적이면서도 기이하기까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 정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직접 자신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되어보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독자들은 미국의 지배적인 카스트가 하위 계층, 즉 흑인들에게 가하는 억압이 얼마나 상당한지, 그로 인해 흑인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경악하고 놀라고 슬펐다가 분노하게 되는, 여러 감정의 그러데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윌커슨이 이 책 [카스트]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 전체가 카스트 제도 때문에 시달린다는 것. 모두가 평등한 나라가 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게 그녀의 주장이다. 현재 흑인들이 유일하게 활동이 허락된 분야인 스포츠와 오락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다면 미국은 흑인들의 기술과 재능으로 큰 이익을 얻고 국제 무대에서도 훨씬 앞서가게 될 것이라는 게 그녀의 의견이다. 카스트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윌커슨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외친다.

" 카스트가 없는 세상은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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