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이저벨 윌커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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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아무것도 구별하지 않은 곳에서 카스트는 인간을 차별한다 "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이런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 같지 않지만 저자 이사벨 윌커슨은 놀랍고 슬프게도 미국에서 인도와 같은 카스트 제도가 엄연히 존재함을 밝히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아주 촘촘하게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계층은 생활, 행동, 자유 그리고 고용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미국에도 지배 카스트와 종속 카스트가 있는데 어쨌건 맨 하위 계층에는 흑인들이 존재한다. 너무나 명백하고 불편하고 거슬리는 이러한 사실들..,,, 저자는 심지어 다른 나라의 흑인들조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자신은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의 자세와 태도로만 카스트를 구별할 수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피부색으로 쉽게 카스트를 구분해낼 수 있다. 너무나 명백하기에 미국의 카스트 제도의 경우 법률과 사회 운동에 의해 잘 통제되거나 제어되지 않는다. 충격적이면서도 대단히 설득력 있는 책 [카스트]를 통해 윌커슨은 이 시스템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분석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미국 내 보이지 않는 카스트 제도는 사람들의 시간과 잠재력을 낭비하게 만든다고 한다. 어디에도 써먹지 못하는 쓸데없는 시스템이면서 사회적 비용만 많이 든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미국의 카스트제도에서 인상적인 것들 중 하나는 흑인으로 살면서 느껴야 하는 나날의 공포이다. 인도에서처럼 지배적 카스트에 속하는 구성원이 화를 내지 않도록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2020년 5월 센트럴 파크에서 새를 관찰하던 한 흑인은 규정대로 한 백인 여성에게 개 목줄을 묶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단순 요청에 불과했던 이것을 두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한다. 이런 허위 신고로 인해서 많은 흑인들은 경찰에 구타를 당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것이 현 미국의 상황이다.

상점 점원, 의사 그리고 경찰들은 흑인들을 차별 대우한다. 그들이 매일 겪는 모욕과 굴욕은 다른 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것이다. 경찰은 흑인이면 무조건 불러 세워서 신체검사를 하고 잘못 걸리면 큰 상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흑인들의 경우 밖으로 나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흑인들이 상점으로 들어가게 되면 잠재적인 도둑으로 취급받아 내내 감시를 당한다. 흑인들에게 더 많은 교통 위반 딱지가 날라오고 잘못하면 경찰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흑인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주택 대출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대출을 받더라도 금리 혜택을 받지 못하며 학생들은 교육의 질이 낮은 주정부 지원 학교로 가게 된다.

미국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흑인에 대한 차별은 지금보다 더 공고했다. 분수대부터 호텔, 식당, 화장실, 교회, 기차에 이르기까지 카스트 제도에 맞게 모든 것들이 따로 있었다. 일등석 표를 가졌더라도 흑인은 백인 사이에 앉거나 뷔페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어떤 흑인 건물주는 임대료를 받기 위해 뒷문으로 자신의 건물로 들어가야 했다. 과거는 과거에 불과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도 이러한 일들은 미 전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옛 남부 연합 국가들은 여전히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있고 주로 흑인들에게 집행된다. 흑인들을 위한 투표소는 적게 배치되고 그들이 쉽게 갈 수 없도록 먼 곳에 배치되었다.

카스트가 단순 인종 차별주의와는 다른 점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윌커슨은 독일 나치 사례를 들고 있다. 거기서 그녀는 미국의 사례를 보고 나치가 인종 순결 정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미국의 카스트제도나 독일의 인종 순결 정책 둘 다 같은 종류의 분리를 시행했다. 독일인들은 유대인이 특정 직접을 갖는 것을 금지시켰고 백인들이 유대인과 결혼하거나 그들과 어울리는 것도 금지시켰다. 일반 사람들도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3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대인 관련 없음을 증명해야 했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 시스템은 너무나 기괴하고 모욕적인 것들이 많았지만 나치들은 그것조차도 소중하게 여기면서 자신들만의 공고한 정책을 이루어나갔던 것이다.

나치들은 유대인을 노예로 만들었고, 그들의 가족들을 해체했으며 재산을 모두 빼앗고 그들을 굶겨 죽이기도 했다. 주요 독일 기업에 무료 노동력으로 팔아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독일인들은 유대인의 인간성을 없애면서 동시에 그들을 필요악으로 만들어버린다. 유대인에 대한 일반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던 증오와 혐오는 온 나라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했다. 유대인이 존재했기에 히틀러의 독일 장악이 쉽지 않았을까? 유대인이라는 희생양이 없었다면 히틀러는 그만한 권력을 얻지 못하고 허둥지둥했을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발생했던 유대인에 대한 차별 정책은 지금도 미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서 흑인들을 대하고 대다수의 흑인들은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으며 희생양이 필요할 땐 언제나 흑인들이 대두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 책 [카스트]는 대단히 잘 짜인 책이다. 그녀는 각 장에서 다루는 여러 측면을 분석하기에 앞서서 여러 이야기와 예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 사례들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에게는 매우 평범한 일상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우 잔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여러 다양한 흑인에 대한 차별의 사례를 인용하며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모욕적이면서도 기이하기까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 정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직접 자신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되어보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독자들은 미국의 지배적인 카스트가 하위 계층, 즉 흑인들에게 가하는 억압이 얼마나 상당한지, 그로 인해 흑인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경악하고 놀라고 슬펐다가 분노하게 되는, 여러 감정의 그러데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윌커슨이 이 책 [카스트]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 전체가 카스트 제도 때문에 시달린다는 것. 모두가 평등한 나라가 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게 그녀의 주장이다. 현재 흑인들이 유일하게 활동이 허락된 분야인 스포츠와 오락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다면 미국은 흑인들의 기술과 재능으로 큰 이익을 얻고 국제 무대에서도 훨씬 앞서가게 될 것이라는 게 그녀의 의견이다. 카스트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윌커슨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외친다.

" 카스트가 없는 세상은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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