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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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깃발을 휘두르며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네 나름의 방식으로 나만큼이나 망가져 있어."

숨가쁜 추격전과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과거 텍사스의 어느 지역의 모습 그리고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서부극이 탄생했다!! 추리나 스릴러와의 다른 매력이 있는 서부극, 정확히 말하면 현금 사냥꾼들의 추적기를 다룬 이야기 [빅티켓], 법이 통하지 않고 총을 빨리 쏘는 놈이 대장인 이 살벌한 곳에서, 오직 여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팀을 꾸린 주인공 잭과 등장인물들의 끈질긴 추격전이 펼쳐진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이 책의 경우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구현이 되어서 더욱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 머리가 좋은 난쟁이 쇼티가 약간 둔한 유스터스를 놀려먹는 장면이 흥미롭다. 유스터스를 폭발 직전까지 놀려먹는 고약한 쇼티가 알고 보면 매우 지적이고 철학자같은 면모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석유가 막 발견되고 자동차가 말과 경쟁하며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한 20세기 초 미국의 서부. 문명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주인공 잭이 등장하는 텍사스 지역은 악당이 활개치고 보안관이 벌벌 떠는 무법지대,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든 곳이다. 마을에 천연두가 퍼지면서 부모님이 그 병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잭은 여동생 룰라와 함께 할아버지를 따라 캔자스에 사는 이모댁으로 향한다. 고아가 되었지만 든든한 할아버지와 행복한 나날을 꿈꾸기도 전에, 그들은 강을 건너려는 한 무리와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무리들과 시비 끝에 할아버지는 총을 맞아 돌아가시고 룰라가 그들에게 납치된다. 마침 강에 불어닥친 태풍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 잭.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룰라를 구출할 수 없다. 그 지역 보안관에게 도움을 받고자 보안관실로 찾아가지만 이미 그는 은행 강도들에게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알고보니 그 무리가 은행강도들) 겁을 잔뜩 먹은 부보안관은 다른 직업을 갖겠다며 도망가버린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낙담한 책.... 그러나 신이 도우신건가? 잭 앞에 거대한 몸집의 흑인과 그의 반려돼지가 나타난다.


유스터스라는 이름의 그 흑인은 평소에는 시체 매장일을 하지만 원래는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를 좇는 사냥꾼이다. 그에게는 파트너인 쇼티라는 이름의 난쟁이가 있는데 그가 동의하는 조건으로 유스터스는 잭의 여동생을 구출하는 일에 함께 하기로 한다. 사실 난쟁이 쇼티는 대단히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고 실질적 리더라서 그가 빠지면 안된다. 잭이 할아버지가 남긴 토지 문서를 넘기기로 하자 그들은 기꺼이 추적에 참여하지만, 사실은 은행 강도들에게 걸린 현상금이 그들의 목표이다.

정체모를 흑인과 돼지... 그리고 난쟁이라... 무시무시한 악당들을 소탕하기에는 다소 믿음직스럽지 않은 구성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꽤 프로페셔널하다. 술에는 약하지만 유스터스의 경우, 라이플의 개머리판만으로 장정을 때려눕힐 수 있다. 반려돼지는 단단한 코와 억센 입으로 공격자들을 물어뜯는다. 쇼티는 서커스 출신이라는 다소 어두운 과거를 가졌지만 그만의 전략이 항상 있는, 한마디로 뛰어난 리더감이다. 당시 엄청난 차별과 놀림을 받던 이들은 서로를 연민으로 대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 놀려먹고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정말 친한 친구들끼리 욕(?)하고 놀려가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다소 순진한 십대 소년 잭은, 비꼬기 일쑤인 쇼티와 부딪치기도 하지만, 냉철한 현실의식을 가진 그로부터 한수 배우기도 한다.

거칠고 사악한 범죄자들 손에 여동생 룰라가 잡혀 있다. 그녀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모를 상황... 잭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잭을 비롯한 추적자들은 범죄자들이 향한 것으로 보이는 [빅티켓]이라는 흉흉한 장소로 향한다. 쉽게 잡힐 줄 알았던 무리의 흔적은 잘 보이지도 않고 추적은 매우 길고 지루하고 힘들다. 하지만 저자 랜스데일이 매우 기발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을 창조한 덕분에 소설 자체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토지 문서와 현상금이라는 이해관계를 통해 뭉쳤지만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우정을 꽃피워나가는 무리들. 저자 랜스데일은 어둡고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서부지대와 그 속에서 정의를 실천하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매우 현장감있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하루에도 몇 사람이나 죽어나가는 거칠고 황량한 황무지 속 엉뚱한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유머가 배꼽을 잡는, 이 소설은 좀 단짠단짠, 냉탕온탕 같은 매력이 있다. 저자 조 R. 랜스데일이라는 작가의 세계가 궁금하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거칠고 냉정하지만 다소 엉뚱한 사나이들의 추격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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