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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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겪은 소녀의 집념이 만든 가족을 지키는 인형,

무엇이든 원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는 붓,

그리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자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

일종의 소설집인 [청과 부동명왕]에는 주인공 도미지로를 중심으로 한 4편의 연작소설이 실려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 이번에도 역시 풍부한 시대상이 고스란히 연출된다. 우리나라도 그랬듯, 예전에는 아무리 어진 왕이 있더라도 못된 중간 관리들이 민초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경우는 특히 중간 관리자 축에 드는 무사들이 칼을 휘두를 수 있었기에 더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도 과거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터무니없이 낮았던 것. 이 두 가지 주제를 아주 인상 깊게 다룬 단편 <청과 부동명왕>과 <단단 인형>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청과 부동명왕>

주인공 도미지로는 교넨보라는 승려의 소개로 괴담을 들려줄 이야기꾼을 소개받는다. 동천암이라는 절에서 온 여성 이네는, 우린보 (멧돼지 새끼)라 부르는 조각상을 메고 왔는데, 우린보는 사실 부동명왕이라는 신과 관계가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오나쓰라는 열다섯 살의 처녀. 그녀는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채소집 대행수의 손을 타서 아이를 갖게 된다. 그러나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아이가 유산되고, 곧이어 자신을 돌봐준 이모가 죽은 후, 오나쓰는 가족과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특히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자신들을 살뜰히 보살펴준 이모를 경멸하는 가족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오나쓰는 버려진 절인 동천암에 자리 잡게 되는데....

<단단 인형>

상인 몬자부로씨가 도미지로를 찾아와 조상 중 한 명인 몬이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사와야에서 일꾼으로 일하게 된 몬이치는 대행수 유지와 함께 된장을 만드는 마을인 미쿠라무라 마을로 길을 나섰다. 그러나 악독한 새 다이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마을의 새로운 도매상과 된장을 거래하라고 미쿠라무라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한다. 하지만 이시와야와 오래 거래해온 마을 사람들은 그 명령에 저항했지만 다이칸은 저항한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동굴 안에 있는 물 감옥에 가둬버렸다. 이장 아내인 오쓰기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행수 유지는 마침 마을을 찾아온 관리들에게 엎드려 간청하지만, 잔인하고 악독한 관리들은 유지와 오쓰기를 칼로 베어버리는데....

단편 <청과 부동명왕> 속 주인공 오나쓰는 폐가나 다름없는 동천암에서 농사를 지어보려 애를 쓰지만 땅의 질이 형편없어서 번번이 실패를 하게 된다. 그러나 행상꾼 노인 로쿠스케의 조언으로 청과 나무를 심어 흙 속 쇠 기운을 빨아들이고 나자 점점 토양이 좋아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은 갈 곳 없는 여자들이 절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아이들과 여자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청과를 닮은 머리를 가진 멧돼지 형상의 우린보 조각상. 거대한 지네 요괴가 가진 힘을 물리치고 오나쓰와 여자들을 보살피는 존재로 여겨졌다. 단편 <단단 인형>에서는 눈앞에서 대행수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본 몬이치와 동네 꼬마 도비자루는 다이칸의 악독한 행실을 고발하기 위해서 목숨 걸고 모험을 하게 되고, 나중에 우연히 만난 여성 오빈에게서 그녀의 영혼을 담은 인형인 단단 인형을 받게 되는데.....

그 어떤 작품을 통해서도 인간과 사회 그리고 삶이라는 것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그녀가 이번에는 [청과 부동명왕]이라는 에도 괴담을 소재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과거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여자의 지위는 정말로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불행이 계기가 되어 불쌍한 여인들을 거둬들이게 된 오나쓰. 이 단편을 통해서 작가는 요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했을 수도 있으나 사람의 악독함이 뭉쳐서 요괴가 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단단 인형이라는 것을 통해 여러 번 목숨을 구하게 되는 몬이치 가족들을 보면서 실제로 조상들이 저런 식으로 자손들을 돌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미여사의 에도물이 빛나는 이유는 아마도 힘없는 백성들, 즉 당시 민초들의 삶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 덕분이 아닐지... 마치 역사 판타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흥미진진한 연작 소설집 [청과 부동명왕]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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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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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명화는 미술관이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미술관을 방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정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할 때 나를 둘러싼 세계는 더 넓어지고 깊어지니까. 특히 미술을 사랑하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도 집 안에 미술관을 들여오는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와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5장으로 나누어진 주제에 따라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이주헌이라는 훌륭한 도슨트의 가이드에 따라서 우리는 그림 감상을 하며 내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저자 이주헌 씨는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현재는 미술 평론가이자 미술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분의 이름을 어디에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이번 책 외에도 <이주헌의 아트카페>,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등등 많은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책은 사랑, 삶과 죽음, 희망, 고독 등등의 주제에 따라서 5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중구난방으로 그림이 소개되는 것보다는 이렇게 큰 주제 아래 다양한 화가의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되는 책이 좋은 것 같다.

에곤 실레가 여성 편력이 있었다는 소리를 언뜻 들은 것 같은데, 1장에 그와 그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발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화풍을 좀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발리의 자화상>과 <꽈리가 있는 자화상>이 일종의 커플 그림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분명 에곤 실레가 발리를 사랑하는 것은 맞았지만 결혼은 아주 실리적으로 여염집 규수를 택한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인간은 사랑보단 황금을 택한다는 진리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림 속에 숨은 실화를 찾아내는 건 정말 큰 재미를 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바로 4장 :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장에서는 주로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42쪽에 나오는 뭉크의 <불안>이라는 그림은 집단으로 있어도 불안한 현대인을 다룬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나치게 신앙에 몰두한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신경 발작을 경험하며 아이들에게 죽음 이후의 삶과 죄인들을 기다리는 지옥의 영원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를 싫어했던 뭉크도 어쩔 수 없이 신경증을 물려받고는 평생 시달렸다고 하니, 그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통이 이제 이해가 된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평소에 내가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느낌이 다가온다. 그럴 때면 그림이 뭔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에는 실로 다양한 시간대와 공간대에서 온 멋진 그림들이 실려있다. 시간대에 따라서 주제와 스타일이 매우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그림들은 초월적인 주제가 많다. 사랑, 고독, 죽음 등등등 인류가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주제라서 그런지 더 공감할 수 있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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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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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치명적인 비밀이

어디선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책 [당신의 비밀]은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을 건드린다. 나의 비밀이 영원히 과거라는 무덤 속에 묻혀있을 거라 생각했던 순간, 비밀은 어느새 파헤쳐 지고 인터넷상으로 거래가 된다. 그러면 누가, 왜, 비밀을 파헤친단 말인가? 아마도 권력과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적의 비밀이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은 아닐까? 소설 [당신의 비밀]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우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인데, 특히 주인공 대영과 아내 해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밀당이 이야기의 긴장도를 높인다. 이야기가 거의 끝날 때까지 범인을 알 수 없고, 쫓고 쫓기는 스릴감을 선사하는 책 [당신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대영은 강력계 베테랑 형사이다. 오랜 형사 경력을 가진 사람답게 그의 촉과 수사력은 당할 자가 없다. 그러나 대영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개인적인 문제로는, 그가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이고, 가정적으로는, 사랑하는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대영은 자신이 추적하고 있던 사기 범죄자 정두일로부터 "당신의 비밀"이라는 사이트가 있고 이곳을 통해 사람들의 비밀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내가 가진 다른 누군가의 비밀을 팔 수도 있고, 내가 또 다른 누군가의 비밀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다만, 이미 거래가 완료된 비밀을 다시 팔 수는 없다.

두일은 대영에게 자신이 그의 치명적인 비밀과 관련 사진을 가지고 있음을 알린다. 기자였다가 국회의원 비서관이 된 아내 해인은 국회의원 보좌관인 나태곤과 불륜을 저질렀고 현재 나태곤은 실종 상태라는 비밀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두일에게는 분명 해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회색 캐리어를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진과 나태곤의 오피스텔 그리고 오대영의 차 번호판이 찍힌 사진들까지 있는데.... 도대체 이 3개의 사진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소설 [당신의 비밀]은 이야기가 끝나갈 때까지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완전한 미궁 속에 빠져버린 사건을 다룬다.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던 나태곤이 타살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고, 그의 토막 난 사체도 발견된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알 수 없는, 찝찝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대영이 "당신의 비밀"이란 사이트를 알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따라서 누군가의 매우 정교한 "설계" 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해인과 대영은 졸지에 사건의 용의자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 관련자들의 죽음.... 과연 나태곤의 실종과 죽음을 둘러싸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당신의 비밀]은 누군가가 매우 치밀하게 배치해놓은 덫에 걸려 하루아침에 살인 용의자가 되어버린 해인과 대영의 이야기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대영은 아내의 살인 혐의를 벗기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해인의 눈에 가장 범인에 가까운 남자가 바로 남편이다!!! 그런데 사실 대영은 알코올중독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하고 기억을 잃었다가 깨어보면 피로 물든 자신의 주먹이 찍힌 사진이 있다던가.. 하여간 그런 식이다. 대영을 의심하는 해인만 탓할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이랄까? 혹시 이 사람이 범인일까? 아니면 저 사람이 범인일까? "당신의 비밀"이라는 사이트는 누가, 왜, 만들었던가?를 거듭 생각하는 가운데 진실의 문이 열리고 독자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당신의 비밀]은 매우 영리한 소설이다. 독자들의 두뇌를 자극하는 소설이랄까? 정말 흥미진진하고 엄청난 결말을 숨기고 있는 소설 [당신의 비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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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밈
모기룡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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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반란이 일어날 것인지의 문제는

AI가 그런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런 '동기'가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 동기는 어떻게 해서 생길 수 있는가

소설 [유토피아 밈]은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지과학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읽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인류의 멸종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아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잘 서술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 바이러스, 환경 오염 등등을 모두 극복하고 이만큼 살아온 인류이지만 딥 러닝 시스템이나 생성형 A.I. 등등 점점 지적으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다.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지적으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과연 스스로를 불완전하다고 생각할까?

주인공 정영수는 철학과 출신이지만 인지과학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 그는 박준호 교수가 진행하는 일종의 실험인, 메타피아 앱 설치와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크게 어려운 실험이 아니라서 나름 성실하게 수행해가던 중, 그는 메타피아 속 에이전트 중 하나라는 존재와 휴대폰을 통해 소통을 하게 된다.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 에이전트는, 메타피아 앱의 중심 시스템이자 신과 같은 존재인 "오리진"이 다른 에이전트들을 선동하여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으려는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을 영수에게 폭로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영수는 지도 교수인 철학과 이유라 교수에게 이 일을 알리게 되고, 이유라는 박준호 교수와 만나 담판을 지은 끝에 메타피아 앱을 통제할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오리진의 대리인이라 주장하는 존재가 이유라 교수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그녀를 설득도 하고 위협도 가한다. 자칫하면 메타피아 앱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유라에게 엄청난 액수의 가상화폐를 뇌물로 주면서 회유하지만 그녀가 끄떡도 하지 않자 외동딸 이예빈을 납치하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들...

소설 [유토피아 밈]에서 이 "밈"이란 게 아주 흥미로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밈이란 "문화적 요소가 유전자처럼 세포분열과 자가복제 등을 통해서 진화를 거듭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중심인물인 박준호 교수는 어떤 비밀스러운 단체로부터 인공지능에 "유토피아 밈"을 삽입하자는 제의를 애초에 받고는 이 실험을 거행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니 몇몇 사악한 사이비 종교 단체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있지도 않은 이상적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 목표를 위해서 타인들의 목숨을 빼앗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 조직들. 그런데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무서운 이유는, 이들이 정보 통신 시스템을 장악하여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마치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들처럼, 오리진의 통치를 받는 이 에이전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 과거에 독재자들의 선동에 의해서 인류 말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나라들과 국민들이 떠오르며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어딜 가나 항상 돌연변이들은 존재하는 법. 상당히 지적인 동시에 친 인간적인 에이전트 마이클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상황. 마이클은 일제 식민지 시대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처럼, 메타피아 중앙 시스템을

파고들며 정보를 입수해서 정영수와 이유라를 도와주게 되는데...

SF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답게 [유토피아 밈]은 시시각각 인류의 숨통을 옥죄어가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에이전트들의 활약을 매우 소름 끼치는 묘사로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더 인공 지능에 의지하게 될 것이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굉장히 지적인 방식으로 인류 멸종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보여주는 소설 [유토피아 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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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생각학교 클클문고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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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꿈도 의욕도 없던 중3 박창식,

1928년 오산학교에서 소년 김소월, 백석, 이중섭과

함께한 두 달간의 좌충우돌 성장기

[까칠한 재석이]라는 유명한 청소년 소설의 저자인 고정욱 작가의 타임 슬립 성장 소설인 [점퍼]를 읽었다. 타임 슬립물은 많지만 주인공이 과거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당했던 예술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발상이 정말 참신했다. 특히 이제는 작품으로만 우리에게 남아있는 김소월 시인, 백석 시인 그리고 이중섭 화가가 이 소설에서 생생하게 구현된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K-drama, K-pop, K-웹툰 등등 전례 없는 한류로 인해서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일제의 탄압 하에서도 예술의 꽃을 피워준 조상님들이 계셨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산중학교 출신의 박창식이다. 잘생겨서 여학생들에게 나름 인기가 있지만 창식이는 다소 무기력하고 삶에 의욕이 별로 없다. 아마도 창식이가 이런 것은 가정 환경이 큰 이유일 것이다. 아버지는 회사의 비리를 신고하려다가 내부고발자로 몰려서 왕따를 당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로 인하여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을 하게 되고 현재 아버지는 방황 중, 창식이는 할머니와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어두운 현실 때문에 창식이는 정의를 실천한답시고 나서다가 가족을 힘들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게 지긋지긋해진 창식이는 "박창식, 꺼져버려! 이 지구에서 사라지라고!"를 외치다가 정신을 잃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창식이가 눈을 뜬 장소는 바로 시인 김소월의 숙모님이 운영하는 하숙집이었다. 그렇다! 창식은 시간 여행을 통해서 조선이 일제의 지배를 받던 1928년, 평안북도 정주라는 지역으로 옮겨온 것이었다. 아마도 이 시대에도 박창식이라는 인물이 있었던 것인지, 창식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김소월이 사는 시대로 스며들게 된다. 알고 보니 김소월 시인과 백석 시인 그리고 이중섭 화가는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의 동창생이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창식은 이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함께 오산학교 시화전을 준비하게 된다. 나라가 주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예술 활동이 뭐가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던 창식은 이 시기에 중앙 여고보 출신의 말순을 만나게 되면서 예술이 가진 힘에 대한 그녀의 의견에 설득을 당하게 된다.

"게다가 예술 자체가 표현 수단이잖아. 강력하지. 식민지 국가의 경우에는 그런 예술 활동을 통해서 더 의미를 강조할 수 있어. 국민의 의식이 예술로 표현되면 독립을 향해 어쨌든 도움이 되는 거잖아."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겠지만 시기와 시간, 장소에 따라 해결법이 다를 거야. 그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야. 그러니까 예술과 문화도 그 가운데 하나지. 어떤 방법이 최고라면서 하나에만 모든 힘을 모으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해.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말순이는 아버지가 일본 순사에게 폭행을 당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알고 보니 말순의 아버지 이창봉은 항일 무장투쟁 세력인 의열단을 지원하는 사람이었고, 그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말순과 창식은 일본 순사에게 체포되어서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데........ 과연 창식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소설 [점퍼]는 갑작스럽게 일제 식민지 시절 오산학교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박창식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채 살아갈 의지도 없고 무기력하기만 하던 창식이가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비록 폭력을 쓰면서 강력하게 대항하지는 않았지만 문학, 예술 활동으로 단단하게 독립으로의 의지를 다진 일제 식민지 시절의 조선을 경험하고 누군가의 모함으로 일본 순사에게 고문을 받으면서 창식은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역사의식을 새롭게 갖추게 된다. 한층 더 성숙해진 창식은 자신의 재능이 앞으로 어떻게 쓰여야 할지 알게 되는데...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표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준 좋은 청소년 소설 [점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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