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밈
모기룡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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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반란이 일어날 것인지의 문제는

AI가 그런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런 '동기'가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 동기는 어떻게 해서 생길 수 있는가

소설 [유토피아 밈]은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지과학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읽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인류의 멸종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아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잘 서술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 바이러스, 환경 오염 등등을 모두 극복하고 이만큼 살아온 인류이지만 딥 러닝 시스템이나 생성형 A.I. 등등 점점 지적으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다.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지적으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과연 스스로를 불완전하다고 생각할까?

주인공 정영수는 철학과 출신이지만 인지과학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 그는 박준호 교수가 진행하는 일종의 실험인, 메타피아 앱 설치와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크게 어려운 실험이 아니라서 나름 성실하게 수행해가던 중, 그는 메타피아 속 에이전트 중 하나라는 존재와 휴대폰을 통해 소통을 하게 된다.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 에이전트는, 메타피아 앱의 중심 시스템이자 신과 같은 존재인 "오리진"이 다른 에이전트들을 선동하여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으려는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을 영수에게 폭로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영수는 지도 교수인 철학과 이유라 교수에게 이 일을 알리게 되고, 이유라는 박준호 교수와 만나 담판을 지은 끝에 메타피아 앱을 통제할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오리진의 대리인이라 주장하는 존재가 이유라 교수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그녀를 설득도 하고 위협도 가한다. 자칫하면 메타피아 앱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유라에게 엄청난 액수의 가상화폐를 뇌물로 주면서 회유하지만 그녀가 끄떡도 하지 않자 외동딸 이예빈을 납치하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들...

소설 [유토피아 밈]에서 이 "밈"이란 게 아주 흥미로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밈이란 "문화적 요소가 유전자처럼 세포분열과 자가복제 등을 통해서 진화를 거듭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중심인물인 박준호 교수는 어떤 비밀스러운 단체로부터 인공지능에 "유토피아 밈"을 삽입하자는 제의를 애초에 받고는 이 실험을 거행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니 몇몇 사악한 사이비 종교 단체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있지도 않은 이상적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 목표를 위해서 타인들의 목숨을 빼앗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 조직들. 그런데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무서운 이유는, 이들이 정보 통신 시스템을 장악하여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마치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들처럼, 오리진의 통치를 받는 이 에이전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 과거에 독재자들의 선동에 의해서 인류 말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나라들과 국민들이 떠오르며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어딜 가나 항상 돌연변이들은 존재하는 법. 상당히 지적인 동시에 친 인간적인 에이전트 마이클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상황. 마이클은 일제 식민지 시대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처럼, 메타피아 중앙 시스템을

파고들며 정보를 입수해서 정영수와 이유라를 도와주게 되는데...

SF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답게 [유토피아 밈]은 시시각각 인류의 숨통을 옥죄어가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에이전트들의 활약을 매우 소름 끼치는 묘사로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더 인공 지능에 의지하게 될 것이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굉장히 지적인 방식으로 인류 멸종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보여주는 소설 [유토피아 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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