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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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 속 여자 주인공인 사라는 미국에서 자선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충실하게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가는, 겉보기로는 성공한 여성이지만 사실은 사생활이 불안불안하다. 현재 첫사랑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라는 심리적 불안을 안고 있는, 이제 마흔을 앞 둔 여성이다.


남자 주인공인 에디는 영국 런던의 외진 숲 속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취미삼아 축구 선수로 활약하는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동생에 대한 아픈 과거를 간직한채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보살피고 있는, 다소 외로운 남성이다.


낮선 남자와의 일주일의 짧은 만남에서 어떤 사랑의 감정이

사라를 집착녀로 만들었을까?

“전에는 페이스북은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하루 내내 페이스북에 붙어살면서

그가 살아 있다는 신호를 찾아

그의 페이스북 프로파일을 샅샅이 뒤졌다. 변심보다 더 끔찍한 일이지만

나 아닌 다른 여자가 있는지도 찾아봤다.”(p.39)


우연히 휴가지에 만나 7일간의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사라와 에디. 사라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 후 에디에게 아무 연락이 없다. 사라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린 에디를 찾기 위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본다.


“내 페이스북 때문에 알았죠. 그렇죠?

토미가 내 담벼락에 남긴 포스팅을 봤죠.

거기서 토미가 날 해링턴이라고 불렀으니까.”내가 물었다.(p. 334)


“사라가 그때 그랬던 건 알렉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란 걸 알았다.

그 때 그녀가 핸들을 확 비틀었던 이유는 사랑과 공포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 똑같은 사랑과 공포를 나는 사라에게 느끼고 있었다.(p.445)


사라는 에디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가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그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그녀가 했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에 대한 오해도 풀게 되어서 이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이 진실됨을 확인하게 된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잠깐만. 내가 얼른 저쪽으로 건너갈게. 전화 끊지 마 ???.”

남쪽으로 가는 차들의 흐름이 순간 끊겼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북쪽 방향 차선은 돌아보고 확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난 그냥 달렸다. 바다를 향해, 한나를 향해.


" 안돼!!!! " 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이 갑작스런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반전이 있었다. 이 책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서로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진실 " 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큰 의미를 되새겨 보고, 모두가 행복함에 감사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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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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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니발 은 양들의 침묵 의 속편이다. < 양들의 침묵 에서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함으로써 스탈링을 도와주었던 한니발이 조연급이었다면이 소설에는 주로 한니발의 활약 (?) 을 다루고 있다.  세상의 딱 1명 있을까 말까한 광기어린 천재 한니발 렉터그가 내뿜는 광기는 책장을 뚫고 나올 지경이다.  엽기적이고 변태적이긴 하지만 어쩐지 예술적이고 종교적이기까지 한 그의 기행은 생생한 장면 묘사를 통해 이 책에 등장한다.


< 양들의 침묵 에선 여자들을 잡아서 가죽을 벗겼던 연쇄 살인마를 추적한 스탈링이 주연급이었다면 이 책에선 한니발 렉터와 그의 뒤를 쫓는 메이슨 버저라는 갑부가 주연급이라고 할 수 있다그도 한니발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기행을 일삼은 사람이었으나 렉터에게 당한 이후로 얼굴 전체를 잃고 몸이 마비되어 호흡기에만 의존하고 있다눈꺼풀과 입술 그리고 코를 잃은 사람을 상상해보라...   소름끼칠 듯한 생생한 이미지가 나타난다그는 한니발 렉터의 목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어놓은 상태이다자신의 부하가 기르고 있는 사나운 돼지들에게 산채로 그를 집어넣는게 그의 꿈이라고나 할까?


 어느 돼지라도 죽은 사람은 먹을 수 있지만 산 채로 먹게 만들려면 훈련이 좀 필요했다

메이슨이 고용한 사르데냐인들이 그 일을 맡고 있었다

이제, 7년 동안의 노력과 숱한 고통 뒤에 찾아올 멋진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


한편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리날도 파치라는 이름의 수사반장이 카포니 궁 관장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러다 그는 실종된 관장 자리를 꿰챈 낯선 인물인 펠 박사를 만나게 된다그는 단테의 시를 매혹적으로 읊어내는 이 매력적인 인물이 위원회 사람들을 휘어잡는 장면을 보게 된다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그를 카포니 궁 관장으로 뽑지만 우수한 형사인 파치 수사반장은 펠 박사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우수한 형사답게 그는 상황 변화를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았다

전임 관장이 사라짐으로써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실종된 관장은 독신으로 단정하게 살아왔으며 조용한 성격의 존경받는 학자였다. (...) 

그런데 그가 사라지자 혜성처럼 한 남자가 등장한 것이다. ” ( 201)


콴티코의 행동과학부에서 잠시 있었던 파치 수사반장은 그때 벽에서 봤던 한니발 렉터의 사진을 기억해낸다.   그 사진은 한니발이 정신병원의 감방에 있던 시절 그렸던 피렌체 그림 앞에 붙어있었다.  이제 그는 깨닫는다. 펠 박사가 한니발이고 한니발이 바로 펠 박사라는 사실을.


파치는 메이슨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죽이든 살리든 한니발을 메이슨에게 데려다 주는 것이다한니발 머리와 손을 가져다주면 미화 100만 달러.  메이슨이 한니발을 체포할 수 있도록 정보만 제공해도 1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한다.  그를 생포해서 넘겨주면 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수사반장 급이면 보다 합법적으로 예를 들자면 FBI 와 공조한다든지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야망가였던 파치는 그만 돈에 혹하고 만다그리고 또 하나, 과거 일 모스트로 연쇄 살인범 사건을 망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증거 조작이 드러나 명성이 추락함 이제 그는 연쇄 살인범을 잡은 수사관이라는 명예를 포기하고 돈을 택한다.


 한니발 렉터를 체포한 경관으로 알려진들 대체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런 명성은 금방 끝나고 말 것이다차라리 놈을 팔아넘겨그게 훨씬 나아. ” ( 226쪽 )


< 한니발 은 이제 한니발과 메이슨 버저 그리고 파치라는 삼각 구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메이슨 버저는 호흡기에만 유지하는 상태로 돈으로 사람들을 사서 한시라도 빨리 한니발을 돼지우리에 처넣는게 목표이다파치 수사반장은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떠올리며 렉터를 산채로 잡아 3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손에 넣는게 목표이다그들의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니발에선 렉터 박사의 이중성이 보다 사실적으로 그리고 정교하게 묘사된다지적이고 예술적이며 감각적인 한니발 렉터 그러나 인육을 먹는 엽기적인 살인마라는 면이 한편에 따로 존재한다.  마치 중세 시대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 느낌이었다다른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초인간적인 인간 영역을 넘어선 살인마 한니발그의 등장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공포스럽기도 하다내가 만약에 동시대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저자 토머스 해리스의 무의식이 궁금하다..  이렇게 이중적인 인물을 창조할 수 있었다니....


< 양들의 침묵 > 만큼 잔인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롭다!!   이중적인 인간 한니발의 활약을 보고 싶다면 오늘 < 한니발 > 로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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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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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몸이 고장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찾게 되는 장소가 병원이다. 어쨌든 그렇게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가 내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제대로 진단을 내려서 완벽하게 치료 해주길 모두들 바랄 것이다. 사실 의사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병원에 가는 것이라 우리는 의사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가 기대하는 의료진 ( 의자, 병원 ) 의 모습과 의사 본인이 생각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일치할까? 의대에 다녔을 때 품었던 이상이 병원에서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 의학적 소견이 높지 않은 인턴들은 더욱 더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를 느낄 것이다.

" 하우스 오브 갓 " 의 배경은 1970년대 미국 대형병원이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턴이 다른 동료들과 병동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현대의 병원이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소설 내용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했다. 이 소설엔 통칭 " 고머 " 라고 불리는, 요양 외에는 더 이상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고령의 환자가 등장한다. 더이상의 진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환자들에게, 병원은 요양원에 침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은 개인 병원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들에게 입원을 권유한다.

" 고머들은 인간일 수 있는 상태를 상실한, 대체로 나이든 사람들이지. 그들은 대부분 죽고 싶어해.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우리는 고머들한테 그렇게 하니깐 잔인한 거고, 고머들은 그들을 구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맞서니까 우리에게 잔인한 거야. " ( p. 56 )

고령의 환자들의 경우,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더 좋은 예후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의사의 개인적인 흥미나 병원의 영리 때문에 환자들을 마치 실험실 속의 쥐처럼 다루는 병원과 의사들. 환자들은 필요도 없는 검사를 받고 실험을 당하다가 합병증으로 죽어간다. 현재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시점에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설비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 과연 제대로 된 치료가 가해지고 있는지... 양심적인 의료진에 의한 정확한 진료가 행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쟁같은 이런 의료의 최전선에 햇병아리 인턴들이 있다. 힘들어서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 고머 "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인턴들의 몫으로 떨어진다. 책을 통해 이론을 습득했을 뿐 실전 경험이 매우 부족한 인턴들이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 던져지다니... 그들이 느끼는 업무에 대한 중압감은 아마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포츠의 자살 이후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하고, 무감각하고, 너무 두려워 울지도 못하고 좀비처럼 돌아다녔다. 우리 각자는 자신을 구하려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에디처럼 정신병에 걸리지 않게, 건물에서 뛰어내려 8층 아래 주차장 바닥에 철퍼덕 떨어져 자살하지 않으려 싸우면서, 우리는 우리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의사가 되어가고 의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p. 532)

“이 경험이 자기를 일깨워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는지 몰라. (중략) 이제 드디어 자기 안에서부터 성장하는 거야,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될 거야. 로이, 아는 알아. 완전히 새로운 삶이 펄쳐질 거야.”(p.614)

신입 사원이 회사에 들어가면, 말단 직원에서 점점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승진을 하듯 의사도 그런 단계를 거칠 것이다. 인턴-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하는 의사들. 그 과정에서 의료기술을 연마하고 많은 환자를 대하며 진정한 의사가 된다. 사실 이 책엔 의사들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다. 그러나 애벌레가 매미가 되기 위해서 7년이라는 땅 속 생활을 견뎌내듯이, 각각의 햇병아리 인턴들은 전공의가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수련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시간을 포기한 채 환자에게 매달린다. 그 와중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니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전에 응급실에 몇 번이나 실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땐 의사들이 왜 이리 불친절하고 정신없어 보이고 무뚝뚝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 환자의 입장이었으니 ) 의사들의 눈으로 병원 상황을 보니,, 참 그들은 매일매일 힘든 삶을 견뎌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고 있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들이 왜 그리 다 젊은지도 이제 알게 되었고 ( 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들이었던 것!!! ) 가족 중 의사와 간호사가 있어서 그 삶의 고단함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고단한 삶이구나 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의학 드라마 [ 하우스 오브 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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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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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도 탐정도 아닌 " 인권위 조사관들 " 이 벌이는 통쾌한 추적과 조사 이야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예전에 TV에서 봤던 한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 재산이 어마 무시하게 많음에도 불구 ) 지방세를 체납한 고액 상습 체납자들. 그들의 가택을 수색하여 부동산 압류 등을 통해 세금 징수를 위한 노력을 서슴지 않았던 386 기동대!! 그들의 활약이 떠올랐다.

국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설립된 독립기관 " 인권 증진 위원회." 그곳에는 진정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공무원 " 인권위 조사관들 " 이 있다. 그들은 경찰도 탐정도 아니라서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다는 제약은 있지만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준사법 기관이다. 따라서 사건을 다루는 모든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작품의 조사관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매사에 너무 신중한 나머지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 베테랑 "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조사관 한윤서,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감정 이입을 잘하는 열혈 아줌마 조사관 이말숙,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채, 독단과 정의 사이를 줄타기하는 조사관 배홍태, 사법고시 출신으로 변호사 특채 사무관으로 인권위에 입사했지만 조사관들 사이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부지훈...


이 소설은 이렇게 성격과 사고방식 그리고 조사 스타일도 뚜렷이 다른 네 명이 성실함을 무기로 하여 진정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연을 다루고 있다.

“권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집단에서 윗선의 의중을 미루어 짐작하는 동안, 권력은 눈덩이처럼 커져 어이없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되지.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은 권력의 이러한 속성을 잘 알고 있어서

아주 작은 몸짓 하나로도 수백만 수천만을 통제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하는 거야.”(p. 42)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대중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 수집과 의견 교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면 이것을 감추기 위해 간혹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매체를 통해 일제히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연예인 관련 내용에 관심을 가지긴 하지만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시선을 정치와는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건 아닐까?라고... " 민간인 사찰 ", " 연예인 사찰 " 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기사 내용이 기억난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사실을 다르게 주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허용되는 일이다. 항소심은 진행 중이다.

인권위가 조사활동 중에 형사사건의 비틀린 진실을 알아챘다고 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증언하고 나서는 것은 곤란했다.

피고인이 무죄라면 모를까 유죄라는 주장은 인권위가 뒷받침해주는 건 본분에도 맞지 않았다.”(p.386)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본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여러 사건을 조사하는 와중에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되었지만, 사실 그들은 유죄나 무죄라고 판단을 내리거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진술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진정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었는지 살펴본 뒤 보고서를 작성하는 쪽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다.

결국 이 소설에서 말하자고하는 부분은 "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가 과연 침해되었는가 아닌가? " 의 문제였다. 선입견에 구애받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만을 따지는 조사관들의 성실한 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소설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러한 태도 ( 치우치지 않은 태도로 수사에 임하는 모습 ) 가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무리로부터 사회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 형사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물만 보다가 인권위라는 새로운 조직을 보게되어 신선했다. TV에서도 곧 방영될 동명의 제목을 가진 드라마가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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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
이정섭 지음, 최진영 그림 / 허밍버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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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나 인간 사회에 안 맞는 거 같아

 

개복치의 소심함을 표현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고 한다.

1. 거북이와의 충돌을 예감하고 겁이 나서 죽음.

2. 일광욕하다 새한테 쪼여 상처 곪아 죽음.

3. 바닷속 공기 방울이 눈에 들어가 스트레스로 죽는다고 한다.

혀를 차게 만드는 이러한 사소한 이유로 죽을 수도 있다니,,,,, 극도로 소심한 사람이 개복치에 비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 사회와 안 맞는 인간이라... 너무 소심해서 개복치에 비유되는 인간이라... 그 비유법이 완전 재미있다!! ( 나만큼 소심한 분인가? ) 너무나 궁금해서 펼쳐든 책 <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평범한 에세이는 가라! 이 에세이는 너무너무 재미있고 독특하다. 작가의 냉소 넘치는 위트와 살짝 비튼 유머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책을 읽었다. 전체적으로 감정이 과해서 흘러넘치는, ( 내가 생각하기에 ) 요즘 유행하는 힐링, 치유 에세이가 아니라서 다행, 작가가 기자 시절 경험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다행. 그리고 작가가 좋아하는 영화나 책의 장르가 나와 비슷해서 다행. ( SF 책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었다 )

이 책 곳곳엔 너무나 공감이 가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내용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34쪽 " 알아보면 부담스럽고 몰라보면 서러워한다 "에서는 저자가 자주 가던 카페에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된 사연이 나온다. 그 당시 잡지사에 다니던 저자는 맛있는 스콘이 나오던 카페를 잡지에 소개했는데, 기사를 너무 좋아하게 된 주인아저씨가 저자를 과하게 좋아하게 된 것. 소통 없는 고독을 즐기고자 간 카페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선물까지 안겨주는 주인아저씨가 너무 부담스러운 나머지 그는 다른 카페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런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다니! 내가 세상에 얼마 없는 개복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나의 경우도 " 군중 속의 고독 " 그리고 " 익명성 " 을 즐기는 편이다. 자주 가는 장소에서 만약 주인아저씨가 아줌마가 나를 아는 척하는 순간 다른 장소로 향하게 되는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도 저자와 같은 개복치, 소심한 인간, 다른 사람의 지나친 관심을 못 견디는 유별난 인간이었구나...

이 책에는 이외에도 작가가 초보 기자 시절 겪었던 일화나 좋아하는 영화와 책에 대한 감상을 맛깔나게 그려낸다. 54쪽 : 서대문 경찰서의 카이저 소제 편에서는 눈 깜짝 하나 안 하고 거짓 정보를 줄줄 읊었던 다방 누님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술값을 안 내고 도망갔다가 잡혀온 그녀는 자신을 30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소개하지만 알고 보니 40대 다방 누님이었다. 일화 마지막에 기자에게 천진하고 해맑은 미소를 날리는 그녀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다.

67쪽에서는 영화 Her 속에 나오는 테오도르와 OS인 사만다와의 관계를 짚어보면서 진실한 사랑이 뭔지, 사랑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하는지를 짚어내는 저자. 85쪽에서는 SF 영화 < 노인의 전쟁 > 소개를 하면서 크고 켤 수 있는 감정 장치를 가진 오빈 종족의 예를 들면서 " 감정 "이라는 것에 익숙지 않은 " 극소심자들"의 폭주와 주위 사람들과의 충돌을 익살스럽게 그려낸다. 저자의 글로 인해서 이 두 영화와 책을 보고 읽고 싶다고 느꼈다.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일종의 " 개복치 "이니까.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위기의식을 느껴서 이런 제목을 붙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비록 소심하지만 나름대로 " 소확행 " 을 즐기며 잘 살아가고 있는 저자. 어떻게 하면 소심한 자들이 이 험한 세상을 잘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는지 위트 있게 보여준 일종의 여행 가이드였다. 인생철학을 이렇게 찰지게 표현할 수 있다니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기만 하다.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싣고 계시다니 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에세이 같지 않은 에세이 ( 지루하지 않다는 이야기 )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신선했던 에세이 {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몇 번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근래에 보기 드문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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