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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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몸이 고장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찾게 되는 장소가 병원이다. 어쨌든 그렇게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가 내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제대로 진단을 내려서 완벽하게 치료 해주길 모두들 바랄 것이다. 사실 의사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병원에 가는 것이라 우리는 의사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가 기대하는 의료진 ( 의자, 병원 ) 의 모습과 의사 본인이 생각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일치할까? 의대에 다녔을 때 품었던 이상이 병원에서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 의학적 소견이 높지 않은 인턴들은 더욱 더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를 느낄 것이다.

" 하우스 오브 갓 " 의 배경은 1970년대 미국 대형병원이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턴이 다른 동료들과 병동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현대의 병원이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소설 내용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했다. 이 소설엔 통칭 " 고머 " 라고 불리는, 요양 외에는 더 이상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고령의 환자가 등장한다. 더이상의 진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환자들에게, 병원은 요양원에 침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은 개인 병원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들에게 입원을 권유한다.

" 고머들은 인간일 수 있는 상태를 상실한, 대체로 나이든 사람들이지. 그들은 대부분 죽고 싶어해.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우리는 고머들한테 그렇게 하니깐 잔인한 거고, 고머들은 그들을 구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맞서니까 우리에게 잔인한 거야. " ( p. 56 )

고령의 환자들의 경우,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더 좋은 예후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의사의 개인적인 흥미나 병원의 영리 때문에 환자들을 마치 실험실 속의 쥐처럼 다루는 병원과 의사들. 환자들은 필요도 없는 검사를 받고 실험을 당하다가 합병증으로 죽어간다. 현재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시점에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설비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 과연 제대로 된 치료가 가해지고 있는지... 양심적인 의료진에 의한 정확한 진료가 행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쟁같은 이런 의료의 최전선에 햇병아리 인턴들이 있다. 힘들어서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 고머 "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인턴들의 몫으로 떨어진다. 책을 통해 이론을 습득했을 뿐 실전 경험이 매우 부족한 인턴들이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 던져지다니... 그들이 느끼는 업무에 대한 중압감은 아마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포츠의 자살 이후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하고, 무감각하고, 너무 두려워 울지도 못하고 좀비처럼 돌아다녔다. 우리 각자는 자신을 구하려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에디처럼 정신병에 걸리지 않게, 건물에서 뛰어내려 8층 아래 주차장 바닥에 철퍼덕 떨어져 자살하지 않으려 싸우면서, 우리는 우리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의사가 되어가고 의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p. 532)

“이 경험이 자기를 일깨워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는지 몰라. (중략) 이제 드디어 자기 안에서부터 성장하는 거야,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될 거야. 로이, 아는 알아. 완전히 새로운 삶이 펄쳐질 거야.”(p.614)

신입 사원이 회사에 들어가면, 말단 직원에서 점점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승진을 하듯 의사도 그런 단계를 거칠 것이다. 인턴-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하는 의사들. 그 과정에서 의료기술을 연마하고 많은 환자를 대하며 진정한 의사가 된다. 사실 이 책엔 의사들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다. 그러나 애벌레가 매미가 되기 위해서 7년이라는 땅 속 생활을 견뎌내듯이, 각각의 햇병아리 인턴들은 전공의가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수련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시간을 포기한 채 환자에게 매달린다. 그 와중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니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전에 응급실에 몇 번이나 실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땐 의사들이 왜 이리 불친절하고 정신없어 보이고 무뚝뚝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 환자의 입장이었으니 ) 의사들의 눈으로 병원 상황을 보니,, 참 그들은 매일매일 힘든 삶을 견뎌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고 있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들이 왜 그리 다 젊은지도 이제 알게 되었고 ( 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들이었던 것!!! ) 가족 중 의사와 간호사가 있어서 그 삶의 고단함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고단한 삶이구나 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의학 드라마 [ 하우스 오브 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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