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소설 < 한니발 > 은 < 양들의 침묵 > 의 속편이다. < 양들의 침묵 > 에서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함으로써 스탈링을 도와주었던 한니발이 조연급이었다면, 이 소설에는 주로 한니발의 활약 (?) 을 다루고 있다. 세상의 딱 1명 있을까 말까한 광기어린 천재 한니발 렉터. 그가 내뿜는 광기는 책장을 뚫고 나올 지경이다. 엽기적이고 변태적이긴 하지만 어쩐지 예술적이고 종교적이기까지 한 그의 기행은 생생한 장면 묘사를 통해 이 책에 등장한다.
< 양들의 침묵 > 에선 여자들을 잡아서 가죽을 벗겼던 연쇄 살인마를 추적한 스탈링이 주연급이었다면 이 책에선 한니발 렉터와 그의 뒤를 쫓는 메이슨 버저라는 갑부가 주연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한니발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기행을 일삼은 사람이었으나 렉터에게 당한 이후로 얼굴 전체를 잃고 몸이 마비되어 호흡기에만 의존하고 있다. 눈꺼풀과 입술 그리고 코를 잃은 사람을 상상해보라... 소름끼칠 듯한 생생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그는 한니발 렉터의 목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어놓은 상태이다. 자신의 부하가 기르고 있는 사나운 돼지들에게 산채로 그를 집어넣는게 그의 꿈이라고나 할까?
“ 어느 돼지라도 죽은 사람은 먹을 수 있지만 산 채로 먹게 만들려면 훈련이 좀 필요했다.
메이슨이 고용한 사르데냐인들이 그 일을 맡고 있었다.
이제, 7년 동안의 노력과 숱한 고통 뒤에 찾아올 멋진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
한편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리날도 파치라는 이름의 수사반장이 카포니 궁 관장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러다 그는 실종된 관장 자리를 꿰챈 낯선 인물인 펠 박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단테의 시를 매혹적으로 읊어내는 이 매력적인 인물이 위원회 사람들을 휘어잡는 장면을 보게 된다.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그를 카포니 궁 관장으로 뽑지만 우수한 형사인 파치 수사반장은 펠 박사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 우수한 형사답게 그는 상황 변화를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았다.
전임 관장이 사라짐으로써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실종된 관장은 독신으로 단정하게 살아왔으며 조용한 성격의 존경받는 학자였다. (...)
그런데 그가 사라지자 혜성처럼 한 남자가 등장한 것이다. ” ( 201쪽)
콴티코의 행동과학부에서 잠시 있었던 파치 수사반장은 그때 벽에서 봤던 한니발 렉터의 사진을 기억해낸다. 그 사진은 한니발이 정신병원의 감방에 있던 시절 그렸던 피렌체 그림 앞에 붙어있었다. 이제 그는 깨닫는다. 펠 박사가 한니발이고 한니발이 바로 펠 박사라는 사실을.
파치는 메이슨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죽이든 살리든 한니발을 메이슨에게 데려다 주는 것이다. 한니발 머리와 손을 가져다주면 미화 100만 달러. 메이슨이 한니발을 체포할 수 있도록 정보만 제공해도 1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한다. 그를 생포해서 넘겨주면 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수사반장 급이면 보다 합법적으로 ( 예를 들자면 FBI 와 공조한다든지 )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야망가였던 파치는 그만 돈에 혹하고 만다. 그리고 또 하나, 과거 일 모스트로 연쇄 살인범 사건을 망친 전과가 있기 때문에 ( 증거 조작이 드러나 명성이 추락함 ) 이제 그는 연쇄 살인범을 잡은 수사관이라는 명예를 포기하고 돈을 택한다.
“ 한니발 렉터를 체포한 경관으로 알려진들 대체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런 명성은 금방 끝나고 말 것이다. 차라리 놈을 팔아넘겨. 그게 훨씬 나아. ” ( 226쪽 )
< 한니발 > 은 이제 한니발과 메이슨 버저 그리고 파치라는 삼각 구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메이슨 버저는 호흡기에만 유지하는 상태로 돈으로 사람들을 사서 한시라도 빨리 한니발을 돼지우리에 처넣는게 목표이다. 파치 수사반장은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떠올리며 렉터를 산채로 잡아 3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손에 넣는게 목표이다. 그들의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니발에선 렉터 박사의 이중성이 보다 사실적으로 그리고 정교하게 묘사된다. 지적이고 예술적이며 감각적인 한니발 렉터 그러나 인육을 먹는 엽기적인 살인마라는 면이 한편에 따로 존재한다. 마치 중세 시대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초인간적인 ( 인간 영역을 넘어선 ) 살인마 한니발. 그의 등장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공포스럽기도 하다. 내가 만약에 동시대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저자 토머스 해리스의 무의식이 궁금하다.. 이렇게 이중적인 인물을 창조할 수 있었다니....
< 양들의 침묵 > 만큼 잔인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롭다!! 이중적인 인간 한니발의 활약을 보고 싶다면 오늘 < 한니발 > 로 GOGO!